독서 자료

편견

[중산] 2011. 12. 2. 14:05

 

편견은 어떻게 생기는가?

 

가짜 백악관 기자: 2009년 11월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중국을 방문했을 때, 베이징 주재 한 미국기자가 자신의 트위터에 fake white house reporter(가짜 백악관 기자)라는 아이디로 실시간 보도를 한 적이 있었다. 가짜 백악관 기자라는 그의 아이디가 말해주듯이 이 보도는 실제 중국엔 와본 적도 없으면서 에어 포스 원, 즉 미 대통령 전용기의 뒷자석이나 취재기자용 전세기에 버젓이 앉아 있을 진짜 백악관 기자들을 골려주려 한 것이다. 이 가짜 백악관 기자의 보도는 트위터 상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중국을 잘 알고 있는 외국인이라면 한 번 보고 웃어넘겼겠지만, 중국을 잘 모르는 외국인에게 이러한 기사는 매우 흥미진진했다. 언론 매체가 이 같은 기사를 낼 리도 없거니와 진짜 백악관 기자라면 개인적인 감흥을 담은 이런 보도기사를 내보낼 리가 만무하기 때문이다. 그럼 가짜 백악관 기자의 트윗 몇 가지를 소개해볼까 한다.

 

 

초호화 람보르기니 승용차 매장 앞으로 자전거를 타고 석탄을 나르는 사람이 지나간다. 베이징이 보여주는 이 시각적 대비는 얼마나 강렬한지!

_시각적 충격임이 분명하다. 미국인이 이해할 수 없는 중국의 풍경이니 말이다. 미국에서도 거리의 부랑자를 볼 수 있는데 이게 무슨 대수겠는가? 하지만 상대적으로 원시적인 생활도구를 여태 사용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은 상상조차 하기 어려운 일이다.

 

취재 차량이 도무지 움직일 생각을 않는다. 혹시 정부가 언론의 자유를 탄압하려는 건 아닐까?

_중국에 처음 온 낯선 서방 기자들에게 이건 너무 자연스러운 반응이다. 그들에겐 이 나라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다. 물론 극심한 교통체증에 시달리고 있는 베이징의 상황을 잘 알고 있는 베이징 주재 외국 기자들이라면 취재 차량이 도로에서 움직일 생각을 안 해도 이런 생각은 하지 않았을 테니까.

 

 

후진타오 주석은 회담이 진실되고 성공적이었다고 말했다. 와우!

후진타오 주석은 전략적 동반자 관계 구축에 동의하며 세계 평화번영을 추구하겠다고 말했다. 나는 후 주석에게 점점 매료당하고 설득당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머리는 어쩜 저렇게 완벽한 검은색을 띨 수 있을까? 정말 대단하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란 문제에서 양국이 모두 평화적 해결을 원한다는 데 의견을 같이 했음을 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후진타오 주석의 귀가 솔깃해질 것 같다.

점심 먹으러 가야지. 드디어 정통 찹수이를 맛볼 수 있겠구나! 자금성은 정말 대단하군. 근처에 스타벅스만 있다면 금상첨화일 텐데.

 

나는 연회에 초청된 보도팀 일원이 아니었기에 후진타오 주석이 나이프, 포크, 스푼을 사용할 줄 아는지 확인하지 못했다.

대통령과 공항으로 가는 길이다. 왜 모두 이곳의 교통에 불만을 토로하는지 모르겠다. 내겐 텅텅 비어 있는 도로만 보이는데.

또 오염문제를 심각하게 제기하지 말았으면 한다. 이곳의 하늘은 휴양지로 유명한 햄프턴스보다 더 맑다. 굿바이 베이징!

 

중국 전체는 차치하고 베이징만 놓고 보더라도 하루 이틀 사이에 그 전부를 알고 이해한 것만 같다. 관광객이나 다름없는 진짜 백악관 기자의 눈에 비친 중국, 또는 베이징의 모습은 베이징 주재 외국 기자가 보는 것과 사뭇 다를 수밖에 없다. 물론 이 가짜 백악관 기자의 기사는 기자라는 직업의 특성을 살려 큰 웃음을 주고 있다. 하지만 코믹한 말들 속에 외국인의 눈에 비친 중국이 중국인 자신들이 생각하는 중국과 큰 차이가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에 온 외국인들은 기존에 이미 형성된 가치관의 차이로 인해 문화적 충격은 물론 사상적 충격을 받는다. 이 때문에 외국인은 중국을 오해하고, 중국인은 외국인을 오해하게 되는 것이다.

 

<“편견, 생각에 좌표를 찍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뤼치우루웨이 지음, 역자 이화진님, 시그마북스 >

 

저자 뤼치우루웨이

중국의 전문 저널리스트. 상하이(上海) 푸단(復旦)대학 철학과를 졸업하고 홍콩침례대학(香港浸會大學) 신문방송학과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대학 부설 언론인 연수 프로그램인 니만 펠로십(Nieman Fellowship)의 일원이었으며, 저서로는 『출발(我已出發)』, 『길 떠나는 장미(行走中的玫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