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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끊임없이 타인이 된다!

[중산] 2025. 5. 17. 05:08

 

장미

 

 

나비

 

봄과 함께 나서 장미와 함께 죽느니

서풍의 날개 타고 맑은 하늘을 날고

 

몇 송이 안 핀 꽃들의 가슴에 흔들리며

향내에 햇살에 창공에 취하여

 

어린 몸을 흔들며 분가루를 뿌리리

한숨처럼 끝없는 푸른 하늘을 날아

 

정녕 신들린 듯 홀린 나비의 숙명

이승의 욕망처럼 잠시도 쉬지 않고

 

꽃이란 꽃에 닿아도 마음은 편치 않아

쾌락을 찾다 하늘로 되돌아가리니.

 

₋ 알퐁스 드 라마르틴

 

오월의 장미!

 

 

1838년 다윈은 갑자기 공책 한 페이지에 자기 생각을 요약하고는 사촌인 에마와 결혼했다. 노트에는 두 문단에 걸쳐 결혼의 장점과 미혼의 장점이 적혀 있는데 다윈은 첫줄에 이렇게 썼다.

 

“노년의 친구 … 어쨌든 개보다는 낫다.” 다윈 부부는 자식을 열 명 낳았는데 그중 여럿이 아주 어린 나이에 죽었다. 에마는 편협한 신앙을 가졌으며 당연히 창조론자였고 자신보다 훨씬 독단적인 신앙에 빠진 친구들과 자주 어울렸다.

 

무엇보다도 남편의 이단적인 생각 때문에 자신과 남편이 영생을 얻지 못하게 될까 두려워했다. 케임브리지에서 신학을 공부하던 중 곤충과 지질학에 매료된 다윈은 1802년 윌리엄 페일리가 발표한 <자연신학>의 영향을 받아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신이라는 뛰어난 장인이 인간 창조에 개입했다는 게 당연한 상식이라 여겨졌다. 1600년에 제임스 어셔는 성서에 근거해 신이 기원전 4004년 10월 23일 아침 9시에 세상을 창조했다고 계산하지 않았는가? 그렇게 짧은 시간에 자연적으로 현재의 생물 종(種)으로 이어지는 진화를 어떻게 고안해냈을까?

 

이렇게 조상 대대로 내려오는 신앙 기반에서는 화석조차 창조론의 필터를 통해 해석되었다. 창조론은 논증에 기반을 두며 지식을 통해 합리적으로 설명되지 않은 채 유일하게 가능한 이론으로 존재했다.

 

이런 환상을 만드는 과정이 종교 교리에 힘을 더했고, 종교 교리와 다른 이론을 제안하는 자들에 대한 억압을 정당화했다. 1655년 <아담 이전의 인류>에서 아담 이전의 인간을 상상했지만, 화형을 피하고자 모든 것을 공개적으로 부인했다. 

 

1616년 루칠리오 바니니는 <자연의 경이로운 비밀에 관한 대화>에서, 별들이 물질계에 형태를 주어 원숭이를 만들었고 점차 원숭이가 인간으로 변해 처음엔 인간이 네발로 기어 다니며 살기 시작했다고 가정했다.

 

루칠리오 바니니도 1619년에 툴루즈에서 산 채로 화형당했다. 그들 가운데 오직 디드로만이 신성 창조와 궁극적인 형태가 없는 진화론을 제안했다.

 

다윈은 1837년 이후부터 쌓여 있던 의혹뿐만 아니라 비글호를 타고 세계 탐사하는 동안 이해하지 못했던 것들에 대해 이론적으로 재검토하고 다양한 해석을 붙여 진화론을 완성했다. 물론 찰스 라이엘의 저서도 도움이 되었다.

 

1842년 다윈 가족은 시골로 이주했다. 그는 비둘기 사육사의 인위적인 선택 관행을 상세히 연구했고, 번식력이 좋은 잡초 같은

 

다윈은 인위적 선택이라는 개념을 발견했다. 변이식물로부터 작물을 보호하고 다른 식물과 경쟁하는 해로운 식물들을 뿌리 뽑고자 행동을 하는지 자세히 관찰했다.

 

다윈은 오귀스트 콩트의 책을 읽었다. 신학적 상태에서 형이상학적 상태로, 그다음에 연구와 관련 없는 명제가 사라지는 ‘긍정적인 상태’로 모든 형태의 이론적 사고가 필연적으로 변한다는 콩트의 생각에 큰 감명을 받았다.

 

다윈은 생물에 대한 개념이 이런 유형의 방해물과 충돌한다는 것을 분명히 알고 있었다. 윌리스의 <회고록>을 읽은 다윈은 자신의 이론이 윌리스의 이론과 같다고 단언했고, 윌리스의 회고록과 함께 다윈이 1847년과 1857년에 쓴 두 개의 초기 논문을 린네 학회에 소개하고자 제안하며 드디어 <종의 기원>이 출판되었다.

 

스캔들

생명체는 번식 원리에 따라 자신과 유사한 생명체를 낳고 무작위로 변이해 새로운 생명체의 다양한 특성을 수정하는 요소를 생성한다.

 

이러한 변이는 모든 식물의 지배자와 사축 사육사의 행동에서 관찰되었다. 또한 주어진 환경에서 이러한 변이는 생존 능력과 번식 능력을 증가시키거나 감소시킨다.

 

아주 조금씩이라도 증가하거나 감소하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변이는 보존되거나 제거된다. 1860년 6월30일 영국 과학진흥협회는 천여 명을 모아 놓고 <종의 기원>의 가치를 살펴보기 위해 대토론회를 열었다. 옥스퍼드의 주교는 폭력적인 공격을 하며 이 토론을 이념 폭행의 장으로 만들어 버렸다.

 

헉슬리는 이러한 광신도들에게 다음과 같이 말했다. “나는 과학적 질문을 모호하게 만드는 사람들보다 원숭이를 조상으로 삼고 싶습니다!” 언성이 높아지고 사람들은 격분했다.

 

진화론에 대한 공격이 확산했고 다윈을 원숭이로 풍자한 캐리커처가 늘어나는데도 인류 기원에 대한 문제를 꿋꿋하게 해결하려는 다윈의 결심은 변함없었다.

 

인류의 기원

연구에 따르면 진화로 인해 수백만 또는 수십억 개 종이 발생했으며 직접적으로 인간이 유래한 계통을 살펴보면 인간은 약 2500만 년 전의 원숭이, 1600만 년 전의 오랑우탄, 900만 년 전의 고릴라에 이어 800만 년 전의 침팬지에서 갈라져 나왔다.

 

이후로도 진화로 인해 수많은 종이 발생했고, 더는 유인원은 아니지만 여전히 현 인간과는 다른 종이 적어도 수십 종 존재했다. 예컨대 삼만 5000년 전 서유럽에서는 서로 다른 두 인종이 서로 가깝게 지내고 있었다. 네안데르탈인의 호모사피엔스와 크로마뇽인이라 하는 호모사피엔스사피엔스다.

 

따라서 3만 5000년 전에는 인종차별이 가능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제는 인간의 인종이 하나만 남았기에 더는 차별할 수 없다.

 

우리는 인간이 무엇인지 이해하는 데 매우 중요한 몇 가지 사건만을 이 지점에서 강조하고자 한다. 첫 번째 사건은 사족보행에서 간헐적 이족보행으로 그리고 완전한 이족보행으로의 전환이다.

 

인간은 직립하면서 척추와 머리뼈 관절이 변형되고 서로 균형을 맞췄으며 머리뼈 뒤쪽 부분이 확장되어 대뇌 용량이 상당히 증가했다. 이렇게 확장된 부분은 자세를 변화시켜 새로운 운동 기능이 추가되었다.

 

두 번째 큰 사건은 도구의 생산이다. 도구의 생산은 자연에 대한 인간의 행동 능력을 증가시켰고 욕구를 충족시켰을 뿐 아니라 외부 세계와의 새로운 정신 관계를 유발했다.

 

세 번째 사건은 완벽한 이족보행을 행해가는 과정에서 나온 결과이기도 하다. 분리해서 생각할 수 없는 척추 변형과 머리뼈 골격의 변형 사이에 모순이 점점 커지고 있다.

 

진화로 인해 체중이 늘어난 데 비해 임신 기간이 충분하지 않을 수 있다. 포유류에서 체중과 임신 기간 사이의 관계를 관찰했는데, 체중과 임신 기간이 완벽히 비례하지는 않았으나 어느 정도 연관성은 있는 듯 보였다.

 

예컨대 고래는 임신 기간이 645일이고 소는 약 290일이다. 오늘날에도 여성의 평균 임신 기간은 출생체중에 따라 계산한다. 평균 출생체중에서 100g씩 초과할 때마다 임신 기간이 하루씩 늘어난다.

 

아기가 태어났을 때 보이는 머리의 숨구멍은 인간의 골격이 미완성됐음을 증명한다. 이 숨구멍은 출생 후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닫힌다. 뇌 또한 화학적으로 불완전하며 신경망 연결은 출생한 이후에야 수십억 배 더 복잡해진다.

 

병아리, 바퀴벌레, 강아지나 고양이, 송아지는 태어나자마자 움직이고 영양을 섭취하거나 산모의 젖을 향해가지만 신생아는 앞을 보지 못하고 걷지도 못하며 생존 본능이 없다.

 

신생아는 단연코 모든 생명체 가운데 가장 무능하다. 이 무능함이 신생아를 정말 취약하고 의존적으로 만들지만, 역설적으로 무한하게 발전할 잠재 능력을 지닌 존재이기도 하다.

 

인간은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인간의 특수성은 습득에 의해 습득 능력이 확대되고 행동에 의해 행동 능력이 확대된다. 알베르 자카로 표현에 따르면 인간은 태어났을 때 ‘인간이 되고 싶은 후보’와 같다.

 

즉 생물학적으로 인간으로 태어났지만 타인과의 상호작용을 통해 우리가 인간에게 기대하는 능력을 개발하게 된다. 인간은 죽을 때까지 계속 인간이 되어간다. 자갈은 자갈이고 개는 개이고 삼각형은 삼각형이다.

 

그러나 인간은 인간이 아니다. 동일성 원리는 수학과 공통 논리에서 작용하는 원리로 다음과 같다. A는 A이고 B가 A와 다르면 A는 A이면서 B일 수 없다. 반면에 ‘나는 나다‘라고 말할 수 있는가?

 

그걸 말하는 시간 동안 그리고 그것을 생각하는 시간 동안 이미 나는 더는 똑 같은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 나는 10년 전이나 1년 전뿐 아니라 심지어 며칠 전에도 지금과 달랐고 하루 뒤, 백일 뒤, 천일 뒤에는 확실히 달라져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그대로 유지하기란 엄연히 불가능하다. 이 영원한 변화가 바로 나다. 사르트르는 <존재와 무>에서 다음과 같이 썼다. 

 

내 행동 하나하나는 나에게 벗어나려는 자유를 표현한다. 이 자유는 내 존재와 영원히 단절된 ‘나의 거죽’이다. 결과적으로 나는 본질이 있다고 할 수 없다. 즉 나를 정의하는 변함없는 특성이 있다고 말할 수 없다.

 

나의 행위 하나하나가 내 존재를 만들고 존재함으로써 나는 계속해서 나의 본질을 만들어간다. “끊임없이 만들어지고 정의에 갇히기를 거부하는 존재를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라고 사르트르는 묻는다.

 

따라서 나는 나 자신과 절대로 일치하지 않으며 “ 나는 끊임없이 타인이 된다.” 그리고 나를 정의하는 정의는 없다. “인간이 자기 자신으로 존재 한다는 것은 언제나 자신과 다르게 존재하는 것이다.”

 

사르트르가 인간의 본질, 인간의 정체성에 대한 이념이 전체주의적이라고 덧붙인 이유가 거기에 있다. 인간의 현실 세계는 개인 차원에서뿐 아니라 한 민족 또는 인류 전체의 차원에서도 계속해서 끊임없이 구축되고 있다.

 

시인 랭보의 말처럼 ‘나는 타인이다.“ 니체 자유 명령문에서 이렇게 요약했다. ”너 자신이 되어라!“ 개인의 본성이 없는 만큼 인류 전체의 본성도 없다.

 

후천적인 기질은 유전되지 않으므로 후천적으로 문명이 발생했을 때 우리가 겪는 악행 또한 운명적이지 않다.

 

철학은 각자 본질적인 자유를 지향하도록 이끈다. 어떤 인간이 되고 싶은지 스스로 질문하게 만드는 데 철학의 유용성이 있다.

 

<‘불안사회 생존절략’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장 폴 주아리 지음, 배정은 님 옮김, 상상스퀘어 출판> * 장 폴 주아리 : 알제리 출신 프랑스 철학자이자 교수. 정치철학, 과학철학, 철학사, 철학교육에 대한 다양한 저서를 집필했다. 파리1대학, 퐁트네 생 클루 고등사범학교, 피카르디의 인문학부, 라군 대학교에서 강의를 했다. <철학속으로 들어가기>, <구석기 시대의 예술>, <나는 투표한다, 그러므로 사고한다>, <철학하기가 쉬웠다면?>,<철학으로 정치를 취하다>,<유산으로서의 과학>,<루소, 미래의 시민> 등의 저서가 있다.

 

작약
해당화
감악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