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욕망의 적!

[중산] 2010. 12. 27. 14:16

 

외부 요인!

결혼의 행복을 저해하는 요소는 군단 병력만큼은 된다. 한 국영방송의 여론 조사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부부 생활을 가장 방해하는 요소들은 다음의 다섯 가지로 나타났다. 본가의 지나친 개입, 과도한 부모의 역할, 직업적인 스트레스와 그로 인한 시간 부족, 사회적으로 금기시되어 있거나 부부간에 서로 공유하지 못하는 성에 대한 취향, 자유 시간의 지나친 자기중심적 관리 등이다. 최근 부부간의 잦은 불화의 원인에 대해 조사한 자료를 보면, 욕망의 외부 적은 첫 번째가 아이들의 교육과 두 배우자의 직업으로 나타났다. 감정이나 성에 관한 문제들은 네 번째 요인이었다.

 

이런 놀라운 결과는 부분적으로 봤을 때, 사람들이 평소에 성이나 감정과 관련된 대화를 많이 하지 않으며 자신의 분노와 원한을 다른 매개체를 통해 표현하는 것으로 이해된다. 어떤 이들의 삶은 이런 방해 요소에 지나치게 휘둘려 자신들의 리비도를 관리할 시간을 갖지 못하며, 결국 성은 현실적 어려움이나 걱정거리로 인해 질식되어 사라지고 만다.

 

 

 

내면의 적!

어떤 사람이 짜증을 내든, 불안하든, 아니면 불신감에 차 있든, 걱정하든, 혹은 절망에 사로잡혀 있든 간에 순간적으로 나타나는 그의 마음 상태는 리비도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음을 말해준다. 불안감은 종종 남성에게서 발기의 문제를 일으킨다면 여성에게서는 오르가슴에 이르는 데 어려움을 발생시킨다. 우울증 또한 리비도에 중대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불안감이 성에 단편적으로 영향을 미친다면 우울증은 욕망의 근본에 닿아 있다.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먹고 싶고, 일하고 싶고, 나가고 싶은 의욕이 더 이상 없다. 그러니 어떻게 사랑하고 싶은 욕구를 가질 수 있겠는가!

 

 

과거의 유령

끝없는 에너지는 욕망과 연결되어 있다. 그런데 이러한 내적 충동을 사회적으로 부적절한 것으로 보아 심리적으로 용납하지 못하는 사람들은 이 에너지를 가두고 표현을 구속하며, 결국 욕망이 아닌 금기와 부정(否定), 장애를 내면화시킨다. 이런 현상은 가족이나 학교에서 욕망이 아름답고도 정당한 감정이라는 생생한 교훈을 얻지 못한 사람들에게서 주로 나타난다. 우리는 지나치게 억압적인 교육의 폐해가 자동화된 인간의 양산으로 귀결된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그런 이들은 오직 의무라는 원칙 하에 자신의 삶을 가두는 반면 쾌락을 금기로 여겨 자신의 실존적 모습에서 몰아낸다.

 

 

조울증 환자의 경우 : 어떤 사람들은 주기적으로 편집광적이면서도 만족스러운 상태에서 우울하고 무기력한 상태로 기분이 바뀐다. 이런 감정의 지속적인 혼란은 에로스에도 강한 영향을 미친다. 종종 편집광적 상태와 연관된 탈억압 상태는 리비도에 대한 강렬한 편향, 즉 비정상적인 성적 행위로 이어지게 된다. 반면 우울의 상태는 어떤 종류의 욕망이든 모두 소멸시킨다. 그런 이들에게 유일하게 남는 것은 죽음에 대한 욕망뿐이다.

 

 

정신분열증 환자의 경우 : 신경증과 정신병의 경계에 있는 사람들은 감정 변화가 심하고 혼란스럽게 자신의 욕망을 표현한다. 마흔다섯 살의 스텔라는 가족들이 그녀를 약간 문제가 있다고 여길 정도로 빈번히 갈등을 일으키고 증폭시키는 경향이 있다. 그녀는 사소한 문제로 화를 내기도 하고, 남편이든 아이들이든 혹은 여동생이든 간에 주변 사람들에게 적대적인 태도를 보인다. 스텔라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일부러 상처주고 있다고 믿고 있었고, 그로 인해 그녀의 사적인 인간관계는 더욱 어렵고 불안정해졌다.

 

 

이런 강한 투사(投射)의 경향은 그녀의 과거에서 기인하고 있었다. 아버지가 외교관이었던 스텔라는 어려서부터 여행을 많이 다녔다. 그런데 사는 곳이 계속 바뀌는 바람에 그녀에게는 불안감과 더불어 빈공간이나 곤충에 공포를 느끼는 심각한 증세들이 나타났다. 이 불안정한 아이는 당시 우상이었던 아버지도 자주 볼 수 없었을 뿐 아니라 따뜻한 모성애도 느낄 수 없었다. 스텔라는 지금 혼자서 잠들지 못하는 상태에 이르렀다. 한밤중에 느닷없는 공포에 휩싸여 잠에서 깨어나기 때문이다. 스텔라는 자신의 욕망에도 덮개를 씌웠다. 그럼에도 그 경계가 튕겨져 나가는 순간에는 나중에 자신의 행동에 대해 수치심을 느낀다 하더라도 자유로운 성행위를 하고 마는 것이다.

 

 

자아도취주의자 : 자아도취주의자들의 욕망은 그들이 불러일으키는 감탄에 달려 있다. 이런 이유로 이 욕망은 매우 상처받기 쉽다. 왜냐하면 그것은 자신의 성공과 그에 대한 타인의 반응에 달려 있기 때문이다. 불안정하며 결코 만족을 모르는 이 자아도취주의자들은 현대판 돈 후안들로서 하나의 욕망이 만족되자마자 또 다시 다른 대상을 찾아 떠나간다.

 

 

자아도취자(혹은 독재자)를 선택하는 배우자들의 성향도 한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일반적으로 이런 여성들은 일정한 유형에 이끌리는데, 시대 변화와 관계없이 여성 성도착의 맨 앞자리에 놓이는 것은 마조히즘이기 때문이다. 이 유형의 여성들은 자신들을 이용해먹는 남성의 희생자나 노예가 된다. 이 마조히즘은 어린 시절 아버지나 어머니와의 비정상적 관계를 통해 형성된다. 그러므로 애초부터 자아도취자를 만나 그와 사랑에 빠질 가능성이 농후한 숙명적 희생양인 셈이다.

 

보통 이런 여성들은 기 코르노(Guy Corneau)가 지적한 바와 같이 상대의 요구를 거절할 줄 모르고 지나치게 양순하며, 양가에서 잘 자란 처녀들이다. 이런 유형의 여성들 중 일부는 상대방의 욕망에 공모하기도 한다. 마조히즘적 에로티시즘이 결국 욕망의 권리를 대체해 버리기 때문이다.

 

 

강박증 환자 : 어떤 사람들은 지나칠 정도로 경계심이 많으며, 심지어는 강박적인 습관의 노예가 된다(예를 들어 외출하기 전에 반드시 문이나 창문이 잘 닫혔는지, 혹은 가스가 새는지 확인하는 경우). 이렇게 지적이고 문명화된 태도가 그들의 전체 행동을 지배한다. 사회적으로 봤을 때 강박증 환자들은 나무랄 데 없이 예의 바르고 깔끔하며 단정하다. 하지만 융통성이 없어 주변 사람들에게는 까다로운 사람으로 보이며, 자신의 리비도를 표현하는 데도 어려움을 겪는다.

<“욕망의 힘”에서 일부 요약 발췌, 빌리 파시니 지음 / 이옥주 옮김, 에코리브르>

 

                                                                                 <남산제비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