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 사이의 거리
일본의 영화 감독 기타노 다케시는 ‘가족이란 누가 보지만 않는다면 어딘가로 내다버리고 싶은 존재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가족을 생각하며 그립고 고마운 마음에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고통스러운 기억을 떠올리는 사람들도 있다.
가족 문제를 연구하는 전문가들은 우리가 가족에게 갖는 몇가지 오해를 이렇게 지적한다.
첫 번째 오해는
가족끼리는 특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된다고 여기는 것.
두 번째 오해는
가족에겐 감정을 다 표현해도 된다고 여기는 것.
세 번째 오해는
가족관계를 대수롭지 않다고 여기는 것.
네 번째 오해는
가족에게는 모든 기대를 걸어도 된다고 여기는 것.
그렇다면 곁에 있는 것만으로도 든든한 힘이 될 수 있는 가족이 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경계선 넘지 않기.
독립과 이별을 인정하기.
느슨하게 간섭하기.
이 네 가지 모두 거리에 관한 충고 일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을 더 아껴줄 수 있는 거리에서부터 사회적 관계를 유지하는 아주 적당한 거리, 그리고 가족 사이의 거리에 이르기까지 어른이 된다는 건 사람사이의 적절한 거리를 유지할 줄 안다는 뜻인지도 모르겠다.
<‘외롭지 않다는 거짓말’ P215 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시하라 가즈코 지음, 이정은님 옮김, 홍익출판사>
* 이시하라 가즈코 : 작가이자 심리 카운슬러. 도쿄를 중심으로 <자기중심 심리학>을 제창하는 심리상담연구소 대표로 활동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베스트셀러가 된<도망치고 싶을 때 읽고 싶은 책>을 비롯해서 <무엇을 해도 오래 유지 못하는 사람의 고민이 해결되는 책>, <자기긍정감을 높이는 법>등 다수의 책을 집필했다.
가족을 통제하고 싶은 지배욕은 불행의 근원
“애써 밥을 차렸는데 바로 오지 않아서 식어 버렸잖아요.” 이런 이유로 상대나 아이에게 화를 내는 장면은 흔히 있는 일입니다. 이런 짜증의 배후에는 ‘가족을 통제하고 싶다’라는 지배욕이 있습니다.
그 지배욕이 강해지면, 예를 들어 목욕 순서나 시간을 정했을 때에 가족이 그것을 조금이라도 지키지 않으면 “아직이야!“ ”뭐 하고 있어 빨리 해!“등과 같은 말로 신경질을 내버립니다.
여기서 핵심은 목욕 시간이 다소 지났다고 해도 실질적인 손해는 거의 없기 때문에 그런 일로 짜증을 내면 마음의 피해만 막심하다는 것입니다. 자신의 마음이 삐걱삐걱할 뿐 아니라 그러한 지배욕에 의한 분노에 맞닥뜨린 파트너나 아이에게서 반격이 되돌아오는 것입니다.
가령 아이가 “고작 목욕하는 일로 남의 자유를 빼앗을 권리는 없어요!”라고 난폭하게 반항한다면 싸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이것은 단순한 하나의 예입니다만, 사실 가정 내에서의 정신적 권력 투쟁이 행해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부모는 필사적으로 아이를 지배하려고 하고 아이는 자신의 힘이 미치는 범위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저항하는 것입니다. 가족이라는 닫힌 영역에서는 자신의 가치를 높이고 지배하기 위해 상대의 입지를 약화시키고 싶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러면 부모도, 부모와 자식도 권력을 쟁탈하려고 하는 라이벌 같은 존재가 되어 버립니다. 이와 같이 ‘생각대로 하고 싶다고 할수록’ 가족과의 권력 투쟁에 휘말려 서로를 불행하게 합니다.
<마음을 지키는 108가지 지혜 ‘하지 않는 연습’에서 극히 일부 발췌, 코이케 루노스케 지음, 고영자님 옮김, 마로니에북스 출판> * 코이케 루노스케 : 1978년 태어나 도쿄대학 교양학부를 졸업하고 야마구치시의 쓰쿠요미지 사찰 주지로 일하고 있다. <있는 그대로의 연습>,<침묵입문>,<생각버리기 연습>등 십편이상의 저서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