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2/중산 담론 59

명절 형식에 대하여!

“생선을 굽고 전을 부치고 나물을 만들고 송편을 빚는 등 차례음식 준비에 많은 시간을 쏟다보니 명절이 어떻게 흘러 갔는지 모르겠어요!“ 명절에 이런 푸념 섞인 기사를 메스컴에서 가끔 접한다. 이렇듯 먼 길 가고 오는데 이틀을 잡아야 하고, 음식과 차례에 예를 다하다 보면 명절이 훌쩍 지나가버린다. “어떤 사람은 복이 많아 해외여행을 떠나는데, 왜 나만 이런 혹사를 당해야 하나?“하는 생각하는 분들도 더러 있을 것이다. 그리고 자식된 도리로서 조상님께 예를 갖춘다는 것은 당연한 일이라고 여기는 분들도 많을 것이다. 또한 유교풍의 형식을 취하지 않더라도 종교적인 형식이든 마음속이든 나름 추모하는 분들도 있을 것이다. 필자 역시 이런 생활을 일흔이 다 될 때까지 성묘, 벌초와 차례를 체력적으로 힘들었지만 숙명..

가끔 외도를 하자!

제목이 아주 도발적이다. 노후에 텃밭 농사일에만 너무 매달려 있거나 전원생활에만 푹 빠져 바깥 야외 활동을 거의 하지 않는 이른바 ‘산골마니아, 전원생활 과몰입자’얘기를 하는 것이다. TV 프로그램 ‘나는 자연인이다’에서 어떤 출연자는 자기가 산속에 들어 온지 3년 동안 한 번도 바깥출입을 하지 않았다고 하는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이유는 자기가 사는 곳이 너무 좋아 나갈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선(禪)에서 말하는, 초심을 유지하는 깨달음의 소유자일 수도 있겠고 그렇지 않다면 과 몰입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또 어떤 자연인은 자기가 사는 넓은 산골짜기를 왕국처럼 꾸며 놓은 것을 보았다. 지은 집만 봐도 대 여섯 채는 될 듯했다. 나는 일순간 “저 많은 집들과 조경을 하는 데 눈 뜬 모든 시간을 ..

우리는 직진이다!

우리는 직진이다! 올해는 여느 해 보다 유난히 장마가 긴 거 같다. 장마라 하면 중간 중간 맑은 날이 며칠씩 이어져 흔히들 마른장마라고 부르곤 했는데 올해는 줄곧 지겹도록 비만 내린다. 하늘이 맑아지는 거 같아 고추밭에 약을 치고 나면 이내 또 비가 내려 허탈해진다. 그래서 나는 내가 약을 치는 날이면 비가 꼭 내린다고 자조 섞인 넋두리를 하곤 한다. 어릴 때 모친은 여름이면 그해가 가장 덥고 겨울이 되면 그해가 가장 춥다는 말씀을 종종 하셨다. 과거의 정확한 기억보다 현재 힘든 상황이 가장 고통스럽다는 몸의 표현인 거 같다. 이는 젊었을 때는 힘들지 않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들도 나이 들어서는 육체적 한계에 부딪치니까 나온 한탄인 듯하다. 나도 가끔씩 ‘갈수록 내 육체마저 움직이는 데 힘든 상황이 오겠..

어느 (노)부부의 새해단상!

정년퇴직 - 작은 처남의 정년퇴직에 부쳐 그대는 한 가정의 영웅이었습니다. 영광스런 그대여! 그대는 허리가 휘도록 짐을 짊어 졌고, 그 격렬한 폭풍우와 그 암울한 순간들을 무던히도 견뎌냈습니다. 그리하여 그대의 눈물과 땀방울로 가정의 평안과 광명의 횃불을 밝혔습니다. 이제 두 어깨의 무거운 짐 내려놓고 매일 솟아오르는 붉은 태양을 바라보세요. 그리고 가슴을 펴고 자연이 시키는 대로 행복의 꽃씨를 뿌리소서. - 어느 (노)부부의 새해단상! 새해에는 또 한 살 더 먹어 꾸역꾸역 일흔의 턱밑을 치고 올라가고 있다. 이 나이에는 당연히 건강문제가 화두로 떠오른다. 코로나 역병이 3년 째 기승을 부리고 있다. 특히 면역력이 약한 우리 같이 나이 든 노약자들을 벌벌 떨게 하고 있다. 항원소변이로 인해 오미크론 같은..

어느 부부산행 이야기!

곧 칠순에 가까운 노부부(처남내외분)가 어느날 산행을 결심하게 된다. 한 분은 무릎관절이 안 좋아 주위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컸었다. 높은 산 하나를 정복하더니 금년 한 해동안 무려 20여 군데의 크고 작은 산-계룡산, 가야산, 월악산, 월출산, 신불산, 간월산, 영축산 , 비슬산, 가지산, 운문산, 금오산, 금정산- 등 주말마다 산행을 이어갔다. 비활동성으로 안 좋던 관절도 산행으로 많이 좋아졌다고 한다. "아버지는 멋지시고 어머니는 아름답습니다"의 아들의 격려에 힘입어 바쁜 생활 속에서도 주말 산행을 이어가고 있다. 새벽녘 찬 바람을 헤치고 하루 10시간 이상 두 분이 함께한 산행을 축하하기 위해 이렇게 글을 올려 본다.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한 산행 이어지시길 기원합니다. 올 한 해 열심히 사셨고 새..

손주 여름방학!

손주 여름방학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 간 큰 손자가 첫 여름방학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되었지만 학원에도 못 가고 바깥 야외 활동도 제한되다 보니 평일인데도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고 한다. 마침 손자가 와서 이틀간 자고 간다하니 군에 간 아들이 휴가 나온 것처럼 무척 기뻤다. 첫날 저녁은 그럭저럭 반가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면서 보냈다. 손자는 첫날밤을 할머니와 침대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침대에서 같이 자는 집사람은 몸부림을 많이 치는 손자에게 더 신경을 썼다. 손자쪽으로 잠자리를 더 넓게 챙겨주고 자기쪽을 좁게 하다보니 오히려 할머니가 자다가 침대 옆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자기 전에 나는 손자가 걱정이 되어 손자 쪽으로만 쿠숀을 받쳤는데 헛다리를 짚었다. 집사람은 복숭아 뼈에 멍든 자..

처음으로 혼자 자고 간 손주!

처음으로 혼자 자고 간 손주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큰 손주가 찾아 왔다. 껌 딱지처럼 엄마 따라 휭 하니 갈 때는 늘 아쉬움의 꼬리가 문틈에 걸렸는데 오늘따라 자고 간 단다! 많이 컸고 기특하다며 연신 엉덩이를 두드렸다. 입학 기념으로 케잌을 놓고 축가를 불렀다. 양팔에 안겨 옹알이를 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제 할비 할미 이름을 부르면서 농담까지 건 낸다. 아쉽게 흐른 세월의 값은 잘 자란 손자 값보다 싸게 보인다. 이럴 때면 남는 인생 장사를 한 듯하다. 할아버지한테 한자 공부하고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아빠 당부도 잊고 첫 날부터 리모컨을 쥐고 TV만화에 눈이 얼어붙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의 외침과 시위를 한다. 가정, 어린이집을 벗어나 모처럼 소중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밥도 떠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