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쿠리섬 전경
육지에서 본 창원해양공원
운행선박
물때가 맞을 때는 바닷물이 갈라져 걸어 들어갈 수 있는 웅도(곰섬)이다~!
주변 섬들
멀리 거가대교가 희미하게 보인다!
물때가 맞지 않아 섬으로 걸어 들어갈 수가 없어서 아쉬웠다.
채취한 해산물, 돌 담치의 씨알이 충실하다~!
섬에서 바라 본 창원해양공원
STX조선소와 해양공원 탑이 보인다!
일몰 시간~!
야영장
낮동안의 섬 내부모습. 오후되면 대부분 육지로 돌아간다, 가운데 사이길이 바다가 갈라지는 섬으로 가는 길이다!
날씨가 흐려서 일출을 볼수 없었다.
출항 시 찍은 소쿠리섬 전경~! 가운데 철골구조물이 짚라인 설치 장소.
좌측은 명동선착장이고 우측은 창원해양공원이다.
찬장을 열어 약간의 양념과 절인 반찬을 담았다.“여보. 소금, 된장, 고추장 어디 있소“ 묻는 나에게 적당한 반찬들을 집사람이 담아 주었다. ”같이 안 가겠소?” “아이쿠 편안한 집 놔두고 집 나서면 개고생입니다. 턱도 없는 소리 하지 마소” 현실주의자인 집사람의 속사포 대답이었다. 사실은 지금까지 대부분 같이 다녔는데 많이 불편했던 모양이다. 나는 한 곳이라도 더 보여주고 싶었고 사진 속의 모델과 말동무가 되어 주어 좋았는데 이번 장소만은 갈 리가 만무하다고 미리 짐작은 했었다. 편안한 숙소와 음식이 나오는 여행지는 좋아하는데 반해 어쩌다 캠핑하는 것은 별로였던 것이다. 무인도에 같이 안 가게 되어 내심 반기는 마음으로 짐들을 챙겨주었다. 옷가지, 텐트와 덮을 담요 등 차를 육지에 두고 섬으로 이동할 짐을 챙기기가 여간 번거롭지 않았다. 며칠을 머문다고 하면서 꼼꼼히 챙기다 보니 그 곳에 살러가는 사람인 양 짐이 잔뜩 불어났다.
“무인도에서 긴 시간 뭐하지?“ 서머싯 몸의 자서전과 몇 권의 책들 그리고 낚싯대도 챙겼다.
월요일 이른 아침부터 진해구 명동 319번지 명동 선착장으로 차를 몰았다. 아침 출근시간을 피해 이른 시간에 출발한 지라 정체 없이 수월케 도착하였다. 창원해양공원 바로 옆에 선착장이 있었고 평일이라 그런지 주차공간도 충분하였다.
출발시간이 20여분 정도 남았지만 더 이상 승선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왕복 오천원의 비교적 싼 요금에 나 홀로 승객이 될까봐 마음이 쓰여 선장님께 말을 걸었다. “며칠 전에 TV에서 봤는데 우리나라 섬 3300여개 중에 무인도가 2000여개 된다는군요. 앞으로 이 섬들을 관광지화 한다고 합디다. 그 중에 남부에는 소쿠리 섬이 들어가 있더군요.” 선장은 나의 긴 이야기를 다 듣고도 얼굴 주름살이 넘실된다거나 관광지로 된다는 이야기꺼리에 얼른 뛰어 들지 않았다. 한동안 무덤덤하게 있다가 "우도는 사유지라서 개인들이 집을 짓고 사는데 소쿠리 섬은 국유지라 아직 개발이 안되어 있다"고 일러주었다. 그리고 짚 라인을 설치하기 위해 공사 중이라는 걸 덧붙여 설명하였다.
“앞으로 개발하면 서울 근교 남이섬처럼 부산 창원 진해 등지에서 손님이 많이 오지 않겠습니까.”라고 나는 또 희망적인 말을 꺼냈다. 사람만이 현재와 공상의 미래라는 시공간 세계를 동시에 살아갈 수 있기에 현재보다 희망 섞인 미래에 방점을 찍고 싶었다. 사실 사유지였으면 외도나 장사도 처럼 벌써 개발을 하였을 것이다.
소쿠리 섬은 육지에서 10여분 배로 이동하는 지근거리에 있는 섬이다. 무인도라지만 멀리 떨어진 섬에 비하면 무인도라는 명함을 꺼내기가 힘들다. 실은 나도 이곳이 무인도라는 호기심과 바다가 갈라지는 소위 말하는 모세의 기적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 압도적이었다. 그리고 소쿠리라는 지명이 정겹게 들리는 것도 한 몫을 했다. 도착해서 알았지만 바다가 갈라지는 현상은 물때가 맞아야 하는데 보름 뒤쯤 되어야 가능하다고 한다. 이곳에 올 때는 선착장에 전화를 건다거나 미리 물 사리를 알아보고 오면 실망을 덜할 것이다.(선착장 게시판에는 음력30일,15일 부터 4일간 오전 1시부터 길이 열린다는 내용이 안내되어 있다)
이곳 섬은 앞 뒤쪽 바다역시 유속이 빨라 깊은 물에 수영하기에는 위험해 보였다. 날씨에 따라 다르겠지만 섬의 위치상 스쳐지나가는 파도를 막아 줄 방파제나 바위들이 많지 않아 조류를 심하게 받는 편이다. 고동과 담치를 따러 잠수하다보니 유속에 몸이 많이 휩쓸렸다.
칠흑 같은 어두운 밤에 풀밭을 걷다보면 뱀이라도 있을지 모른다. 멀리 떨어진 화장실을 출입하기가 불편했다. 몇 군데 태양열 가로등이라도 우선적으로 설치되었으면 좋겠다. 상수도가 설치되어 있어 식수에는 불편함이 없었다. 개인이 임시로 운영 중인 듯한 작은 가게에서 생필품은 어느 정도 구할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여름 휴가기에는 한시적으로 유인도인 셈이다. 휴가시즌이 끝나는 싯점이라 텐트 친 곳은 몇 군데 밖에 없었다. 넓은 땅 위에 텐트가 흩어져 있다 보니 어두운 밤에는 나 홀로 이 섬에 남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퇴직이후 홀로 긴 밤을 지새우는 데는 나름 익숙해져 있다고 생각했는데 환경이 바뀌니 또 다른 느낌이다. 낮에 잡은 고동과 담치를 저녁거리 삼아 많이 먹어서 배탈이라도 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도 들었다. 고동 내장까지 먹었기에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탈이라도 나면 배편은 이미 끊어졌고 119도 부를 수 없는 곳이다.
이제껏 인간에게 불과 노동을 주고 금전적 보상까지 해줘 가족을 연명하게 해 준 프로메테우스 신에게 감사해야 하지만 생계수단에 묶여 헤어나지 못하고 한 곳에만 너무 고립되어 있지 않았나 생각해 본다. 이번에는 이런 생활을 한번 탈피해보고자 하는 내면의 반란이 결행하게 된 주된 이유이다.
마주 보이는 육지의 훤한 불빛을 바라보면서 익숙했던 그곳 생활이 주마등처럼 스쳐지나간다. 지금 여기 오지 않았다면 반복된 농원일에 얶메여서 일상에 무감각하고 자아 속에 매몰되어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이곳에 오지 않을 온갖 나르시시즘 적 핑계와 자기합리화를 꾀하면서 실천적 행동으로도 옮기지 못했을 것이다.
막상 이러고 보니 갇혀있던 새장을 빠져 나온 기분이다. 모든 것이 자유롭게 느껴진다. 먹고 싶으면 먹고 자고 싶으면 자면 된다. 더우면 바닷가에 몸을 첨벙하면 된다. 무료해지면 고동채취와 낚시를 한다. 또 피곤하면 다시 자다가 책장을 뒤적인다. 전기가 없다보니 스마트 폰 밧테리가 신경이 쓰여 웬만하면 꺼둔다. 자연스레 외부세계와 단절된다.
그동안 자만에 빠져 허우적대는 에고의 틀을 깨고 안정된 자아의 이미지를 새롭게 형성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과거의 베드 블락과 꼬인 프로그램을 지우고 마치 컴퓨터를 포맷하듯 인간의 뇌운영프로그램을 지우고 다시 깐 기분인 듯하다.
섬은 산보다 훨씬 소란하고 역동적이다.
이른 새벽녘이면 출항하는 배 엔진소리에 잠을 설친다. 이 곳 위치에 비행기 항로가 있는지 비행기 소리가 밤늦게까지 들렸다. 밤이면 인간은 하루의 고단함을 내려놓고 휴식을 취하는데 풀 섶 벌레들은 반대로 더운 낮에 휴식을 취하고 밤에 울어대는 것 같다. 곤충이 운다는 염세적 표현보다 수놈 들이 신이 나서 암컷들에게 사랑의 세레나데를 부른다고 봐야 할 듯 하다.
모기 수십 마리가 텐트 주위를 밤새 지키면서 나와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생리적 현상 때문에 맞닥뜨릴 수밖에 없다 것을 이 녀석들은 미리 알고 있는 것일까. 육지와 떨어진 이곳은 방역이 제대로 되지 않은 듯하다. 섬모기가 순진하지 않고 저돌적이다.
설익은 코펠 밥이 모래 알 같다. 찰진 압력밥솥의 밥들이 그리워지는 순간이다. 해산물, 고추와 약간 짠 장아찌를 먹은 탓에 속이 좀 더부룩하여 연신 물을 들이켰더니 밤새 뒤척인 듯 하다. 텐트에서 설친 잠으로 몹시 피곤한 아침을 맞았다. 낮잠으로 수면을 보충해야겠다.
태풍이 비켜갈 거로 예상했는데 모레쯤 한반도를 관통한다는 뉴스가 뜬다. 오래 머물지 못할 것 같아 걱정이다. 여행을 망치더라도 이 가뭄을 해갈 해주고 피해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 올해 밭작물은 가뭄으로 고전을 한다. 매일 물주는 일이 대부분이다. 어디를 가든 먹고 사는 기본적 욕구가 우선이다. 따온 돌 담치가 아까워 매 끼니마다 삶아 먹지만 이 또한 곧 싫증을 안겨 줄 것이다. 태풍이 오면 높은 파도와 광풍으로 무인도는 안식처가 되지 못하고 대피해야 한다. 편안한 휴식처에 걱정이 밀려오기 시작 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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