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2/중산 담론

처음으로 혼자 자고 간 손주!

[중산] 2021. 1. 9. 19:28

처음으로 혼자 자고 간 손주

 

초등학교 입학을 앞 둔 큰 손주가 찾아 왔다.

껌 딱지처럼 엄마 따라 휭 하니 갈 때는

늘 아쉬움의 꼬리가 문틈에 걸렸는데

오늘따라 자고 간 단다!

 

많이 컸고 기특하다며 연신 엉덩이를 두드렸다.

입학 기념으로 케잌을 놓고 축가를 불렀다.

양팔에 안겨 옹알이를 하던 때가 엊그제였는데

이제 할비 할미 이름을 부르면서 농담까지 건 낸다.

 

아쉽게 흐른 세월의 값은 잘 자란 손자 값보다 싸게 보인다.

이럴 때면 남는 인생 장사를 한 듯하다.

할아버지한테 한자 공부하고 말씀 잘 들어야 한다는 아빠 당부도 잊고

첫 날부터 리모컨을 쥐고 TV만화에 눈이 얼어붙었다.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자유의 외침과 시위를 한다.

가정, 어린이집을 벗어나 모처럼 소중한 자유를 만끽하는 순간이다.

밥도 떠먹여주고 달달한 과자들이 놓여 진 천국이 아니던가!

하늘 천 따지 천자문을 따라 읽어보게 하지만 눈과 정신은 온 사방에 날라 다닌다.

 

새록새록 잠자는 얼굴에 자꾸 손을 얹고 쓰다듬는다.

허둥지둥 자식 키울 때는 못 느낀 새로운 감정이다.

하루 밤을 더 자고 간다는 손주 말에 우리는 합격소식을 들은 듯 기뻤다.

늘 그랬던 것처럼 기쁨의 이틀도 후딱 지나가고 갈 때는 또 아쉬웠다.

 

며칠 지난 후 아들이 말했다. TV를 자꾸 보는 버릇이 생겼다는 것이다.

아들내외야! 할비할미 집에서는 귀여움과 훈육을 병행한다는 것은 참으로

어렵 단다!

우리 나이돼 보면 그것만은 쉽지 않다는 것을 너도 알게 될 거야~!

 

 

 1년 전  귀요미 삼총사 모습, 가운데  큰 손주, 왼쪽 둘째, 오른쪽 세 번째 공주!
손주와 장기 한판을~!!

 

나이 듦

 

허겁지겁 먹어대다 보면 이내 힘들어 한다.

깜박하면 입맛과 정신이 같이 논다.

아쉬울 때 숟가락을 놓아야 하는 데

엇박자를 이룬다.

 

옛 적에는 밥상을 미리 기다렸건만

이제는 그 행복한 만남도 피하게 된다.

한 때 친구였던 식탐을 이제 원수처럼 대한다.

 

낙엽 긁어낸 맨 땅이 찬 겨울을 힘들어하듯

비눗물로 자주 씻어낸 속살이 힘들어 한다.

밤사이 간지럼에 잠 못 들었다고 호소를 한다.

 

새해를 맞았건만 아직도 낯설다.

찬란히 솟아오른 태양이 아름다움과 희망을 선사했는데

올해는 설레 임의 상견례도 갖지 못했다.

 

코로나로 일상이 매몰 된지 벌써 일 년이 다 됐다.

코 막고 입 막아 몸도 힘든데 더 힘들다.

반가운 사람들과 조잘대며

살아가는 소중한 일상을 맞고 싶다!

 

 

비오는 날 산골 농원에서

 

싸릿대 세운 듯 가는 빗줄기가 하늘을 가린다.

하늘과 땅 사이에는 이들로 채워져 있어

오늘은 빗속의 향연을 즐기기로 하였다.

 

우산을 받쳐 들고 용기 내어 숲길을 걸어본다.

내리는 비는 울적한 가슴에 파동을 일으킨다.

내 마음은 이내 동화되어 빗줄기에 녹아든다.

 

하늘은 끝없이 눈물을 쏟아 낸다.

지상의 땅은 그 눈물을 묵묵히 다 받아 준다.

흐르는 눈물에 내 마음은 한결 홀가분하다.

 

하늘이 흘린 눈물이 내 눈물인 듯

말없이 숙연하게 바라 다 본다.

비오는 날은 내 마음을 위로받는 날이다.

 

장작불에 젖은 옷을 말리며 내 우울함도 불태워 본다.

진홍의 불꽃이 나를 끝없이 유혹한다.

틱 따 닥 틱 따 닥 장작 타는 소리가 산사의 죽비 소리 같다.

 

장작에 타는 불꽃이 내 마음인 듯

말없이 초연하게 바라 다 본다.

장작 피우는 날은 내 마음의 잡념을 태우는 날이다. <중산>

 

                                                                                                       신리항

                                                                                     신암마을

나사리해수욕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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