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23

숲속 여름나기!

체감온도 35도 이상 푹푹 찌는 삼복 더위다. 밤이 돼도 방에는 여전히 군불을 지핀 듯 열기가 가득하다. 스치는 소파도 걸치는 옷가지에도 불덩어리 귀신이 붙어 있는 거 같다. 에어컨을 한번 켰다가 끄면 정든 님 떠나보낼 만큼 아쉽고 여운이 깊다. 에어컨 바람은 사람을 붙들고 놓아 주지 않아서 되도록이면 뿌리치고 자연의 상태로 있으려고 하지만 그 또한 쉽지 않다. 덥기는 무지 더운 날씨다. 나는 여느 때처럼 선선한 바람이 부는 새벽녘에 도시락을 챙겨서 오늘도 농원을 향해 나섰다. 한낮의 열기를 피해 아침 일찍 나서야 한다. 그래야 오전 일찍 기본적인 일을 끝내고 내 시간을 가질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 나이에는 늙은 수사자처럼 무리를 벗어나 자기만의 공간에 머물어야 자유롭고 편안하다. 숲속 어디든 갈 곳이..

중산담론 2024.08.08

아름다운 꽃 한번 보려면!

인생 꽃 제대로 피우려면모진 풍파 다 겪어야 하듯이, 아름다운 꽃 한번 보려면 씨 뿌려 정성껏 가꾸어야 하고 아름다운 나비 한번 보려면짙은 꽃향기 사방에 휘날려야 한다.    배고픔이 있어 만찬이 있고갈증이 있어 막걸리가 생각난다 부족함 속에 땀을 흘려 본 사람만이 가치와 심오한 뜻을 알게 된다 이는 몸담고 있는 환경에 좌우되거늘관습을 허물고 경계선 밖으로 나가보자.

중산담론 2024.06.28

나만의 신전!

어느 국내 유명 내과 의사가 방송에 나와서 노년의 건강과 돈과의 연관성에 대해서 말하는 것을 인상 깊게 듣고 이렇게 적어본다. 인체를 자동차에 비유하면서, 20년 지난 자동차가 여기 저기 고장 나듯이 인체도 나이 들수록 자기도 모르는 사이 이 삼 십 군 데 새로운 질병이 생겨 고통에 시달리게 된다는 것이다. 하지만 노년에라도 심신을 건강하게 유지만 한다면, 그 기간만큼 병고에 시달리지 않아 10억을 절약 할(벌) 수 있다는 것이다. 치료비(본인+국가 부담), 간병인 비용, 본인과 가족의 정신적 ∙ 육체적 고통까지 더해서 대략 따져보면 한 달에 300만원의 비용을 절약할 수 있는 효과를 거둔다는 것이다. 일 년이면 3,600만원, 몇 년을 더 끌게 되면 곧 10억이 된다! 물론 갑자기 건강이 좋아질 수 없..

중산담론 2024.03.13

부모님 생각!

쌀알 겨우 보일 정도로 희멀건 *갱죽을 내 놓았더니, 어신(억센) 큰 고모는 화를 내고 작은 고모는 울었다고 한다 또 이거냐며 못 먹겠다고! 시부모, 두 시누이 층층시하에서 매캐한 부엌 연기 마셔가며 마술을 부려 힘들게 지어낸 밥상을 그렇게 외면하며 나무라는 데 엄마는 얼마나 속상하고 난감했을까! 숨 막히는 일제36년과 6.25까지 만주와 일본까지 넘나들며 가난을 피해보고자 했건만, 전쟁과 가난이 평생을 따라 다녔고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대에 사셨다! 마음과 몸이 족쇄에 묶여 있으면서도 희생과 눈물로 찰흙을 문질러 형상을 만들어 가며 우리를 빚어 낸 가엾고 고마우신 부모님이시다! 여느 가정처럼 아버지는 엄격하셨지만 엄마는 꾸중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오리 길 들녘(안비실)에 아버지께 드릴 중참을 ..

중산담론 2024.01.12

우리가 살아 있다는 것은!

길, 차조심 하세요! 귓전에 울리는 당부의 말은 방심을 일깨워 주는 사랑의 전령이다. 술, 담배 끊어세요! 쾌락의 유령이 아닌 본 모습의 존재로 오래 보고 싶다는 것이다. 화, 스트레스 줄이세요! 가시나무가 아닌 향내나는 아름다운 꽃으로 보고 싶다는 것이다. 이제 맘대로 하세요! 관심과 자각의 말이 사라진다면 우리 생명의 끈도 없어지는 것이다. 어릴 적 시골 친구가 술로 인해 금주 시설에 강제입원 하였다. 술을 친구삼아 평생 마셔온 것이다. 나이 일흔이 된 상태에서 신체적 치료가 필요할 정도로 악화 되었다. 문제는 강한 중독 현상을 벗어나야 하기에 신병치료 후 집으로 퇴원하지 않고 금주를 위해 강제 입원한 것이다. 평생 마셔온 술이라 끊기가 얼마나 어렵겠는가? 쾌유를 비는 의미에서 마음의 글을 적어봤다.

중산담론 2024.01.05

백령도, 노년의 삶!

세월은 어느새 쓰다 남은 연필 꼭지, 여백 없는 일기장에 낙서만 갈겨 놓고도 지금 와 후회는 고사하고 눈치 보느라 바쁘다. 숙제 못 해온 기죽은 아이들같이. - 채영묵 당신, 당신은 잘 아는 자, 당신의 드넓은 앎은 가난, 넘치는 가난에서 나옵니다. 가난한 자들이 이제 더 불쾌 속으로 던져지지도 들어가지 않게 해주소서. 다른 사람들은 찢기운 듯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자들은 뿌리를 깊게 내린 꽃나무처럼 똑바로 서서 박하 향을 뿌립니다. - 나이를 먹어 가면서 돈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미리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자녀 양육과 교육 등 거기에 걸맞는 환경에 맞춰 살다보면 기본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나이 들어서는 환경적 변화와 자신의 변신을 꾀할 수만 있다면 불편하..

중산담론 2023.08.27

3초 간의 행복!

행복한 삶에 대해서 이런 저런 얘기들이 많다. 예를 들자면, 80년 동안 산 스위스의 한 노인이 자신의 삶을 분석해보니, 잠자는 데 26년, 일하는 데 21년, 먹는데 6년 등 행복했던 시간은 46시간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나름 하루를 꼼꼼하게 분석하며 계산한 모양이다. 평생 동안 전쟁으로 바빴던 프랑스 나폴레옹은 1주일도 안된다고 했다. 독일 정치가 비스마르크는 24시간이라고 했다. 독일의 대문호 괴테는 47시간(어떤 문헌에는 17시간, 4일 등)이라고 한다.이 분들 행복의 총합시간을 요모조모 따져 봐도 공통점은 그 다지 얼마 안된다는 것이다. "하루 3초간의 행복감을 설마 못 느끼겠어?" 이렇게 반문을 할수도 있다. 엊그제 연초같았는데 벌써 8월이다! 이렇듯 우리는 시간의 흐름을 잊고 사는 경우..

중산담론 2023.08.06

보청기 하는 날!

우리집안 윗대의 모계 쪽 분들은 청력이 다 안 좋았다. 무슨 사연인지는 잘은 모르겠으나 외삼촌은 농아자였었고 이모님 두 분도 일찍 귀가 어두웠다는 기억이 난다. 어머님은 50대 중반 이후로 청력이 급격히 나빠졌었다. 그래서인지 누님 두 분 등 우리 직계 쪽도 청력이 안 좋아 노년에는 거의 다 보청기에 의존해야 했다. 나 같은 경우에는 일흔이 다 돼서야 보청기를 한 상황인지라 꼭 그렇게 인과관계를 연결 짓고 싶지는 않다. 다만 혹여라도 아들네들이 남들보다 귀가 일찍 나빠질까봐 은연중 걱정은 된다. 내 어릴 때 청력이 좋은 어머님은 여느 어머님처럼 매우 자상하셨고 농담도 주고받을 정도로 명량한 분이셨다. 청력이 급격히 나빠진 이후로 아버지와의 대화중에 다툼이 잦아졌고 우리들과의 대화 역시 소원해졌었다. 같은..

중산담론 2023.07.28

한해를 마무리 하면서~!

이렇게 공간에 흩어져 있던 일상의 조각들을 모아 일직선으로 펼쳐보니 인생이 눈 깜짝 할 사이가 아니고 꽤나 길다는 느낌이다.(중략) 나의 70년이라는 인생을 정리를 해보니 감회가 새롭다. 전쟁세대인 부모님은 한없이 힘들었고 전후 베이비 세대인 우리시대 때는 그 다음이었다. 회고해보면 나름 개인적으로는 추억이 될 법 한데 드러 내놓기에는 망설여지는 지는 게 사실이다.(서문에서~) 서문 옛날에는 평균 수명이 짧아 61세의 환갑에는 큰 잔치를 열어 장수를 축하 했다.그리고 70세의 축하 의례로서 고희라는 말을 두보 시에서 처음 인용하였다. 그 만큼 드물게 장수하였다는 의미이다. 85세까지 장수한 헤르만 헤세는 칠십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다음과 같이 밝혔다. “칠십 세의 생일을 축하받으면 뭔가 중요한 경험을 한..

중산담론 2022.12.28

내 이름 석자!

직장동료이면서 먼저 근 9년 전에 퇴직한 선배로부터 갑자기 전화가 왔다. 반가운 안부를 나누다가 한 가지 부탁을 한다고 하였다. 자기가 예전에 중국 여행을 가서 선물로 받은 작품이 있는데 뜻풀이를 원한다고 하였다. 궁금해도 지금껏 지내왔는데, 죽기 전에는 꼭 알아야겠다며 농담반 진담반으로 부탁하기에 얼른 보내라고 하였다. 이름 석 자로 적은 칠언시인데 카톡으로 받아 풀이를 해보았다. 李挑界芳碧草靑 (이도계방 벽초청) 오얏과 앵두나무 사방에 울긋불긋 푸르고, 定宇軒亭輕*五岳(정우헌정경오악) 집 마루정자에 앉아서 유명산을 편히 바라본다. 勳部凌雲 揚鴻帆 (훈부능운양홍범) 훈은, 뭉게구름이 기러기 떼를 이끌고 있고, 福瑞盈門松鶴徒(복서영문송학도) 상서로운 복이 대문에 가득 차고 학 무리들이 소나무에 모이도다!..

중산담론 2022.12.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