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23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코로나가 빨리 끝났으면 좋겠다! 아파트 상가 옆에 살고 있는 나는 지난 2년간 코로나로 힘들었던 상황을 많이 목격했다. 이곳 골목길에는 치킨 집, 닭 꼬지 집, 커피 점, 반찬가게 등 주로 음식점들이 많은 편이다. 코로나 이전에도 가게들은 가끔 주인이 바뀌어 내부 인테리어 공사를 하기도 했다. 그런데 유독 코로나가 덮치고 부터는 인테리어 공사도 멎고 폐업과 점포임대 안내문이 나붙어면서 빈 점포들이 많이 늘어나기 시작했다. 어느 날 이발을 하고 평소 정겹게 느껴지던 가게를 지나오는데 모든 게 허전한 걸 느꼈다. 그 곳은 내가 이사를 온 뒤로 7년 동안 줄곧 치킨 집을 해오던 곳이다. 하굣길 학생들을 상대로 종이컵에 치킨을 담아 음료수와 같이 팔기도 한 가게다. 학생들에게 적은 부담으로 치킨 맛을 보게 하는..

중산담론 2021.09.27

사랑과 전쟁, 또 휩싸이고 싶다!

얼마 전 큰아들이 손주를 데리고 우리 집에 왔다. 큰 아들 집에는 여덟 살 큰 손자와 두 살 터울 손녀가 있다. 제법 어른들 말투나 행동들을 흉내 내기도 하고 재롱을 부리는 나이기에 할비할미의 혼을 쏙 빼놓기도 한다. 농원에 가있다가도 손주가 온다면 다 팽개치고 부리나케 달려오는 나인지라 이날도 예외 없이 손주들 옆에 껌딱지가 되어 찰싹 붙어 놀고 있었다. 마침 저녁때가 되어 같이 식사를 하면서 나는 내 밥보다 손주 밥을 먼저 거들었다. 생선뼈를 발라주고 반찬을 이것저것 숟가락에 얹어주곤 하였다. “그렇게 주지 말아요. 김치가 너무 커요, 매워요, 양이 너무 많아요” 등등 하면서 집사람이 자꾸 옆에 와서 제지를 하는 것이다. 처음에는 그러다 말겠지 했지만 대여섯 번 정도 계속 이어졌다. 먹이는 방법이 서..

중산담론 2021.04.02

바닷가에서, 결혼 39주년!

바닷가에서 한적한 바닷가 백사장에 파도가 쉼 없이 들락날락 목마른 모래톱 생물에게 공기 한 모금 물 한 모금 윤기를 머금은 그 곳에 태양이 살며시 내려앉아 은빛 축제를 여는구나! 결혼 39주년을 맞으며! 부부라는 이름이 가슴에 똬리를 틀고 수많은 인고의 세월을 보냈다. 긴 세월 울고 웃다가 마침내 지상의 허물을 벗고 아름다운 별로 태어났다네. 그대 별 나의 별 마음도 쓰다듬고 보듬으면 별이 되어 빛난다는 걸 한 참 후에 알았지 넓은 은하계서 짝을 찾아 아름답게 나타난 행성들이 가까이서 수줍게 머문다. 별 셋 별 여섯 초롱초롱 생글생글 웃음 짓는 갓 태어난 새벽녘 샛별들이 개똥벌레 되어 날라 다닌다. 별 일곱 별 아홉 삶의 긴 여정에 쇠잔해진 오랜 별들은 머잖아 은하계로 소풍을 떠날 것이다 언제일지는 모르..

중산담론 2021.02.01

손님치르는 전원생활!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면 격조했던 지인이나 친척들이 모처럼 찾아오게 된다. 오는 분이야 모처럼 이지만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내내 손님 맞는 느낌이다. 어떻게 사는지, 불편은 없는지, 편리한지, 간접 체험이라도 해 볼 듯이 호기심 가득 찬 관심을 가지고 둘러본다. 오시는 분마다 “폐끼치고 싶지 않은 데요”라는 조심스런 속마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차 한 잔하며 이야기 속에 빠지다보면 으레 한 끼 정도 식사를 하게 된다. 사람 사는 곳에 귀하게 찾아왔기에 ‘키우는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야 하나‘ 하고 갈등이 생길 때도 많다. 사실 산속에서 키우는 닭이나 토끼들은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본인 스스로는 애지중지하던 동물을 잘 잡아먹지 않는다. 시중 닭보다 시골 방목 닭에 관심을 갖는 것은..

중산담론 2019.06.08

손주 바보!

자식 키울 때는 인생의 깊이도 몰랐을 때다. 그저 의무감에서 양육에만 힘썼을 뿐 즐길 줄을 몰랐다. 자식을 성장시키는 과정이 근 30년이 지나서야 또 다른 씨앗인 예쁜 손자를 보게 되었다. 생의 한 주기가 진행되는 동안 어린 자식을 키웠던 추억에 대한 무관심과 휴면기간이 길어져 그 만큼 새 생명의 기대감이 커진 상태라고 해야 하나, 아니면 유교풍의 가부장적 영향이 컸던 우리 세대에서는 가면에 가려져 오감이 무디어진 상태라 그랬는지 딱 부러지게 정의내리기 어렵다. 아마 복합적인 영향이라 봐야 할 듯하다. 자식이 결혼하였으니 ‘때가 되면 손자가 자연스럽게 생기겠지’ 이런 생각이라면 얼마나 심심한 얘길까 반문해본다. 눈코 뜰 새 없이 살아가는 자본주의에서는 혼을 빼는 일들이 많아 자칫 한 눈 팔면 꼭 즐겨야 ..

중산담론 2014.08.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