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손님치르는 전원생활!

[중산] 2019. 6. 8. 09:57

“어서 오세요. 오랜만입니다.” 전원생활을 하다보면 격조했던 지인이나 친척들이 모처럼 찾아오게 된다. 오는 분이야 모처럼 이지만 맞이하는 입장에서는 내내 손님 맞는 느낌이다. 어떻게 사는지, 불편은 없는지, 편리한지, 간접 체험이라도 해 볼 듯이 호기심 가득 찬 관심을 가지고 둘러본다. 오시는 분마다 “폐끼치고 싶지 않은 데요”라는 조심스런 속마음을 내비친다.

 

그러나 차 한 잔하며 이야기 속에 빠지다보면 으레 한 끼 정도 식사를 하게 된다. 사람 사는 곳에 귀하게 찾아왔기에 ‘키우는 닭이라도 한 마리 잡아야 하나‘ 하고 갈등이 생길 때도 많다.

 

사실 산속에서 키우는 닭이나 토끼들은 가족과 같은 존재이다. 본인 스스로는 애지중지하던 동물을 잘 잡아먹지 않는다. 시중 닭보다 시골 방목 닭에 관심을 갖는 것은 당연하다. 여러 약재를 넣고 끓인 백숙은 맛이 없을 수 없다.

 

내가 아는 한분은 수 십 마리 키우던 닭을 다 대접하고 닭장을 폐쇄해버렸다. 시골에서는 귀한 손님에게 내놓을 마땅한 음식은 당연 기르던 닭들뿐이다. 모처럼 방문한 귀한 손님에 대한 예우이고 격려를 받은 자리인지라 닭 값을 더더구나 받을 수도 없다.

 

낭만적인 바비큐장비를 구입하여 2,3년 파티를 하다보면 질리게 마련이다. 기름기 묻은 장비를 손수 씻어야 하고 고기냄새 맡은 산짐승들이 집 주위에 다 모이게 된다. 그래서 고민을 덜기 위해 고물상에 갖다버린다는 말이 이해간다. 조언을 하자면, 전원생활 초기에 비싼 새 장비를 구입하지 말라는 것이다.

 

몇 번 쓰다가 방치해 둘 바에야 아예 중고장비를 잠시 즐기다가 다시 폐기하면 된다. 누구나 집안 모퉁이에 통구이용 바비큐 장비세트를 갖추고 싶은 욕망이 생긴다.

 

내가 아는 아랫마을 전원 생활하는 분은 마을 사람들과 걸핏하면 술판을 벌인다. 친목도모를 이룬다는 핑계를 댄다. 물론 이웃과 잘 지내야 하지만 내 생활을 타인에게 많이 할애당해서는 곤란하다. 퇴직 이후 전원생활을 택한 목적을 잊어버린 것 같아 한두 번 조언을 해주었다. 한 동안 어울리다가 체력적으로나 시간적으로 힘들어 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나이 들어 퇴직이후는 수익창출을 위한 전원생활은 처음부터 목적에 맞지 않다. 숨 가쁘게 달려 온 도회지 생활을 벗어나 취미 농으로 전원생활을 하는데 초점을 맞춰야 한다. 자기 자신을 위해 쓰는 시간을 여가(Otium)라 한다.

 

노후의 전원생활 또한 자기만의 여가공간이 되어야 한다. 지인들의 야외 모임장소나 체험 장소로 변모하게 되면 그에 맞는 생활의 목적을 다시 세워야 할 것이다.

 

이 대목에서 세네카의 ‘도덕서간집’ 말을 인용해 본다. “자네는 이렇게 하면 되네, 자네 자신을 위해 스스로 자유로워지게, 여태껏 자네가 빼앗기고 도둑맞은 시간을, 또 자네에게서 도망친 시간을 주워 모아서 지키게”

 

텃밭을 일구다가 더우면 정자에 앉아 명상과 독서를 즐기면 된다. 그러다 낮잠까지 청할 수 있는 최대의 특혜를 누릴 수 있다. 새록새록 자라나는 식물들과 대화를 나누고 온갖 풀벌레와 산새소리의 오케스트라 연주를 들으면서 하루를 보내기에는 시간이 아까울 정도로 잘 흘러간다.

 

☞ 나만의 공간을 즐기려면 고독과 자유로움이 있어야 가능하다. 남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공간이나 타인의 공간이 되어서는 안 되기에 철저히 그 원칙을 고수하였다!

 

 

 

 

유월의 산골 과일들(앵두,산딸기,보리수,오디,방울토마토)

 어린 사과

 

                                                              바이오체리(체리와 자두나무 개량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