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흘(2018.10.27~11.6)간 나만의 시간여행을 떠나다!
‘시간은 금이다(Time is gold)’라는 말이 젊었을 때는 그렇게 확 와 닿지 않았는데 나이 들어서는 시간이 너무 빨라 소중하다는 것이 실감난다.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고 시간을 쪼개 써야겠다는 생각을 갖고부터는 더욱더 그렇다. 엊그제 퇴직을 한 거 같았는데 벌써 4년이 훌쩍 지났다. ‘조화로운 삶’의 저자인 니어링 교수의 교훈을 배워 농원에서 너무 몰입하지 않고 반나절은 내 시간을 위해 썼건만 시간의 흐름을 확연히 느끼는 듯하다. 맑은 날 한라산 정상이 산 아래에서 보이듯이 칠순의 고지가 희미하게 눈에 들어온다.
사실 어릴 때는 자기만을 위해 시간을 쓰는데 반해 나이 들수록 사업장이나 직장에서 그리고 친구들과의 사회적 활동에 대부분을 쓰게 마련이다. 예나 지금 물리적 시간 개념은 같은데 타인과의 연계된 삶을 살아 가다보니 그렇게 느껴질 거라고 여겨진다.
한편 종교관이 뚜렷한 사람(존재자)은 세월이라는 시간개념을 달리할 것이다. 시간은 예로부터 존재자의 영역을 구별하는 기준으로 삼아왔다. 이른바 시간적 존재자, 비시간적 존재자와 초시간적 영원자인 신을 구별하여 왔다. 비시간적인 것과 초시간적인 것도 적극적 의미에서 '시간적으로'존재한다고 한다.
여기서는 '시간을 지금이라는 시점들의 연속'으로 보는 전통적 시간개념을 말할 뿐이다. 참으로 복잡한 얘기들이다.
막상 떠나보면 싱거운데 갈 때는 설레 임을 동반하는 것이 여행인 것 같다. 생애 몇 번 정도는 친숙하게 들리던 곳이라 그 곳에 가면 관광이 목적이 아니라 나만을 위한 여행이 될 거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욕망을 떨쳐내지 못하고 너무 많이 둘러보면서 시간을 허비했다.
휴양지에서 나만의 시간을 보내야 했는데 자연스레 관광지를 찾아 나서게 되는 것이다. 목적이 수단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만 내 주위에 아무도 없이 나 홀로 시간을 투자했다는 데는 나름 의미가 있다고 본다. 누구와 연계된 생활에서는 내 시간이 없이 타인에 의해 움직였는데 반해 나 홀로 눈뜨서 먹고 휴식하고 움직이는데 오직 셀프모드로만 작동했다. 가끔 적적해질까봐 낚싯대와 책 몇 권을 가지고 간 것은 잘했다고 생각한다.
서서히 군불을 지퍼 결심을 굳게 만든 동기는 ’이반 일리치의 죽음‘과 나에게 존재와 시간의 유한성을 깨닫게 해 준 ‘존재와 시간‘, ‘존재와 무‘책을 벗하고 나서부터였다. ‘존재와 시간‘에서 죽음을 분석하면서 동요와 불안을 잘 묘사 했다. 한 개인이 자신을 상실한 삶을 살다가 죽음에 직면하면서 자신의 진정한 자기를 발견한 과정을 그린 ’이반 일리치의 죽음‘은 서로 일맥상통한다. 그는 가족과 소원하게 지내면서 부와 명예를 찾아서 일만 하다 불치병에 걸려 죽음을 목전에 둔 사람이었다. 과거의 잘못된 관습과 사고방식을 깨닫고 자신에게 주어진 삶을 허비해 버렸다는 사실을 발견한 주인공의 삶과 죽음을 그렸다.
그리고 ‘존재와 무‘에서 ‘나의 존재‘ ’타인의 존재‘,’타인을 위한 나의 존재‘,’나를 위한 타인의 존재‘ 소위 말하는 사르트르의 공존재자 개념과 ‘존재와 시간‘에서는 내가 나 자신의 고유한 삶을 살지 않고 세상이 시키는 대로 살고 있다는 하이데거의 비본례적인 삶에 대한 말씀에 강한 무게감을 느꼈다.
구도자가 아닌 이상 세속의 삶이 쉽게 바뀌지 않는다. 앞으로도 사회를 지배하는 가치관, 관행과 도덕에 따라서 살아갈 공존재자로서 비본례적인 삶을 살 아 갈수밖에 없다. 그러나 농원에서의 자연과의 삶 그리고 이번 여행을 통해서 공존재의 우호적인 지분을 줄이고 나만을 위한 존재로서 주체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는 자신감은 어느 정도 가졌다.
다람쥐 쳇 바퀴 돌듯이 반복된 생활로 인한 권태로움, 불안과 생계를 위한 과도한 몰입, 외로움 등이 스며 들 나이인 나에게 소중한 시간이었다. 특히 덕지덕지 붙어 다니는 권태로움을 털어내고 육체적으로는 힘들었지만 정신적 활력을 불어넣고 나의 존재감을 일깨우는 시간들이었다.
아직은 건강히 두 발로 걸을 수 있었기에 안심하고 여행을 결행할 수 있었다. 다만 앞으로 남은 과제는 건강상실로 찾아오는 불안이란 기분이 기쁨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본래적인 실존으로 비약시켜야 할 숙제들이 남아있다.
위대한 스승의 가르침을 가슴에 품고 이번 여행을 무사히 마쳤다. 그리고 아들, 딸,귀요미 손주들, 집사람이 반기는 포근한 가족의 품으로 열흘 만에 핼쑥한 모습으로 돌아 왔다~!
해인사 소리길, 홍류동 계곡 줄기를 따라 걸었다. 소리길 입구에서 홍류동계곡까지 왕복 4~5시간 은 걸린다~!
이곳은 활엽수보다 소나무가 많은 편이라 단풍을 보기가 쉽지 않다.
하얀 속살을 내비치며 울긋불긋 꽃단장을 한 자태가 너무 아름답다~!
가파른 계단을 따라 길상암에 올랐다. 앞산의 풍광을 감상하면서 한컷!
길상암 뒷산의 기암봉우리들~!
가야산 정상을 바라보면서~!
길상암 뒷산에 올라 바라 본 가야산 전경!
해인사 길상암
홍류동 계곡
해인사 일주문
계곡이 깊고 수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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