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대 별 일출사진입니다~! 블로그를 방문해 주신 모든 분들께서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요!!
야구등대가 있는 부산 기장 칠암항!
멈춘 벽시계
어느 날 벽시계가 멈췄다.
언젠간 멈추리라 예견은 했건만,
40여년을 한 결 같이 새벽녘 수닭이 되었고
은빛 잠을 들게 해주었다.
가정이 탄생할 때 걸어 둔 벽시계이다.
당시에는 고상하고 멋져보였는데
이제 쓸모없는 물건이 되었다.
눈에 띄는 벽 중앙에서 하루도 쉬지 않고 가족을 위해 움직였다.
그 존재만으로도 왜 가보로 보존될 수 없을까?
집사람이 이내 치울 거 같아 변신을 시도했다.
시계추 자리에 아름다운 시를 적은 액자를 걸어 두었다.
나는 한마리 벌레가 되어 액자속 여인만 바라보며 위로받는
그레고르잠자*같은 처지가 되었다.
당당함과 여유의 빙하는 녹아내리고 불안과 초조의 철길이 희미하게 보인다.
무료함에 가끔 날다람쥐 되어 이산 저산을 누빈다.
이제 타인과의 주고받음, 마음쓰임의 파티는 끝내고
나를 위해 하루를 담은 소박한 밥상을 차린다.
이따금 검은 외투를 걸친 신이 궁금해서 철학자를 만난다.
니체, 사르트르, 하이데거, 야스퍼스, 톨스토이...
나를 일깨우고 싶거나 물안개 낀 잔잔한 호수가 그리울 땐 시인을 찾아 나선다.
이상, 윤동주, 타고르, 디킨슨, 릴케...
*그레고르잠자 :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에서 어느날 갑자기 벌레로 변신한 주인공
그레고르는 더 이상 인간이 아니라 말 그대로 일벌레로, 돈 버는 기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레고르의 변신은 이와 같이 자본주의 아래 소시민적 가정의 물화된 삶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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