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을 바라다 보면
내가 살아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즐겁다.
내 나이를 세어 무엇하리
나는 지금 오월 속에 있다~.
오월을 유난히 좋아하신 피천득님의 시 일부이다.
오월은 향기로운 순백의 찔레꽃에서 부터 붉은 장미꽃, 노란 유채꽃, 아름다운 패랭이꽃, 진청색의 붓꽃들이 연두색 잎 새들과 조화를 이루며 싱그러움을 더해주는 계절이다. 그래서 사람들은 잿빛 옷에 봄꽃만 걸친 삼사월보다 화사한 꽃과 신록이 있는 오월을 두고 계절의 여왕이라고 부르는 거 같다.
특히 이 달은 나를 있게 해준 가족친지 분들과 교감을 나누고 감사를 표하는 달이기도 하다. “부모님 사랑합니다. 은사님 감사합니다”. ‘우리 아들, 딸 사랑 해!“ 우리는 으레 오월이면 이런 끈끈한 정을 한번쯤 더 되뇌어 보게 된다.
근로자의 날, 어린이날, 어버이날, 스승의 날, 부부의 날, 성년의 날 등 집안 식구들 골고루 안 섭섭하게 감사하고 위로를 받을 수 있게 안배를 한 듯하다. 한편으론 출가한 자식들은 양쪽 어른들을 다 챙겨야 하고 여기에다 친지결혼식까지 겹치면 지갑이 홀쭉해져 재정적으로 압박을 받는 달이기도 하다.
이에 어른들은 마냥 수혜자처럼 보이지만 지난 날 못 다한 불효의 흔적들을 떠올리면서 아쉬움과 속죄의 마음으로 보내는 달이기도하다. 그래서 이달은 감사와 회한을 동시에 갖게 하는 거 같다.
오월은 들판에만 꽃이 있는 것이 아니라 집의 정원이라는 가정에도 아들딸들이 모여 아름다운 꽃향기를 내뿜는 달이기도하다.
각자 아름다운 가정을 꾸미기위해 아버지는 아버지대로 가족의 토양과 밑거름이 되어주고 어머니는 물을 주고 잡초를 뽑아주면서 가꾼다. 풍부하든 부족하든 부모님의 자양분과 보살핌 속에 자란 아들딸들은 언젠가는 꽃과 열매를 맺어 결국에는 부모님의 길을 걷게 마련이다.
식물보다 인간의 생애주기가 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다. 그 한주기를 얼마나 행복하게 살아가느냐에 따라 사는 의미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하루하루 시간의 흐름을 못 느끼면서 아등바등 살아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런데 대다수 사람들은 행복의 절정기마저 못 즐기고 막연한 미래를 기대하며 소중한 현재를 시냇물처럼 흘려 보내버린다고 한다.
인간은 행복해지려면 과거의 긍적적 기억들과 현재 처해진 순간들을 만족해하면서 마음껏 즐기라고 하였다. 엘리자베스2세는 ‘좋은 기억은 행복에서 두 번째 기회이며 그 기억을 이용해서 당신의 웰빙을 증진시키라고 하였다’. 행복했던 신혼시절과 아름답게 티 없이 뛰놀고 재롱을 부리며 자라던 자식들의 지난 모습들을 자주 회상해보자. 앨범을 펼쳐보거나 머릿속 추억들을 비디오 재생하듯이 펼쳐보자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그 상황들을 음미할 수 있고 최대한의 기쁨과 즐거움을 다 뽑아 낼 수 있을 것이다.
오월은 한동농원 주위 들판에도 한해 농사일로 바쁜 계절이다. 모판에서 자란 어린 벼를 키워 모내기를 한창 준비하고 퇴비주어 일군 땅에 어린 작물을 싹틔우며 돌보는 계절이다. 또한 미역과 다시마를 한창 채취한 배들과 어선들이 쉴 새 없이 연기를 내뿜으며 항구를 드나들고 있다. 바쁠수록 잠시만이라도 신록으로 물든 산야를 바라보며 시름을 잊고 계절의 아름다움을 한번 즐겨보자.
얼마 전 방사 한 지리산 어미 곰이 죽었다는 뉴스를 보았다. 동면기간 동안 굶주린 새끼를 위해 젖을 물리고 정작 어미는 탈진해서 죽었다는 것이다. 인간뿐만 아니라 동물도 헌신적인 내리사랑을 실천하는 같다. 반대로 “까마귀도 어머니가 나이가 들면 새끼가 어미에게 먹이를 물어다 먹인다”는 반포지효(反哺之孝)라는 옛말도 있다.
일상생활 속에 핸드폰이 늘 우리들 손에 쥐어져 있지만 가까운 가족친지 분들에게 안부전화하기가 그리 쉽지 않다.
오월 한 달 중에 단 하루만이라도 가족들과 모여 정겨운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자. 부모님이 좋아하시는 갈치 사다가 무 파 송송 썰어 넣어 매큼한 갈치찌게 밥상이라도 한번 차려보자.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는 복슬강아지 손자손녀를 품안에 안겨드려 환한 웃음을 짓게 한다면 무엇을 더하겠는가.
자신감의 원천은 가정에서 비롯된다고 하였다. 사랑을 먹고 자란 어린이, 격려와 위로 속에 출근하는 남편, 가정이라는 울타리 속에 온 가족을 챙기는 어머니가 있었기에 아름다운 정원이라는 가정이 만들어지게 된다. 감사하게도 일 년 중 아름다움을 선사해주는 오월이 있기에 우리들의 존재감과 행복을 더 느끼게 하는 거 같다. 명심보감에 ‘자식이 효도하면 양친이 즐거워하고 가정이 화목해지며 모든 일이 순조롭게 이루어진다(자효쌍친락 가화만사성)는 말들이 가정의 중요성을 대변하는 거 같다.
아낌없는 축복을 쏟아내는 5월 어머니, 우리가 빛을 보게 하십시오
욕심 때문에 잃었던 시력(視力)을 찾아
빛을 향해 눈뜨는 빛의 자녀가 되게 하십시오~.
미완성의 길을 걷는 우리들이기에, 이해인님의 시처럼, 혜안을 받아서라도 한동농원 주변의 모든 가족들이 오순도순 모여 풍요롭고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오월을 맞았으면 한다.
<위의 내용은 지역 월간지에 기고한 내용입니다>
모과꽃몽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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