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예쁜 딸이 생기다!

[중산] 2011. 12. 30. 16:57

 

 

예쁜 딸이 생기다!

 

제목부터 웃기지만 요즘 난 팔자에 없는 딸을 얻어 호강을 받고 있다. 딸이 태어난 지 대 여섯 달 된 듯하다. 그렇다고 늦둥이도 아니다.

며느리 될 사람이 큰 아들과 만난 지 대 여섯 달 되었다는 얘기다. 마음을 교감하면서 순수함과 가치관 등이 서로 일치하여 양가 허락 하에 결혼을 약속한 사이로 진행되어 가고 있다. 다들 콩깍지가 씌워져 결혼한다고 들 하지만 나 역시 고슴도치 과인지 우리 식구로 보니 더 예뻐 보인다.

 

어릴 때는 두 아들 놈과 같이 공차고 미꾸라지 잡으면서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눴지만 사춘기 때부터는 인기척이 들리면 족제비처럼 훌쩍 제들 방구석으로 도망가 버려 싹싹한 맛을 못 느끼며 지내 온지 근 30년이 다 되었다. 대신 세 남자 뒤치다꺼리에 어머니가 항상 집안 기쁨조 역할을 하다보니 늘 소금에 절여진 배추신세였다.

 

마침 인생의 중년기에 가족분위기를 대 반전 시킬 수 있는 딸 대역 할 예비며느리가 나타난 것이다.

 

‘아버지, 출근 잘 하셨어요?

며칠 날이 풀리는 듯 하더니, 부쩍 쌀쌀해진 거 같아요.
옷은 따뜻하게 입고 나오셨는지 궁금하네요.~
항상 힘찬 응원과 사랑이 가득한 인사 전해주셔서 감사드려요...~...

내,외면이 모두 가득히 아름다운 딸이 될 수 있도록 많이 노력하겠습니다.

오늘 하루도 힘차게 보내시구요~ ^^

"♥♥ 항상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

 

딸은 이런 표현들을 스스럼없이 해주니 인생의 한 토막에서 일어나는 찰나의 기쁨이지만 수백 배로 뻥튀기하여 즐기지 않을 수 없다. 난 처음부터 딸이라는 생각을 하겠노라고 선언하였다. 핸드폰에 딸00으로 입력시켜 놓고 집사람한테도 사랑의 차원이 다르니 질투하지 말라고 협조를 요청하였다. 주위에서는 “웃기고 있네. 우째 며느리가 딸이 될 수 있노! 정신 나간 짓이 데이. 지나서 서운 해 하지 말고...”라는 말들이 정설처럼 떠돌고 있다고 집사람이 귀띔 해준다.

 

물론 여러 자아 속에 사는 우리로서는 이미 생활 속 일부가 되어버린 이런 습관들이 틀렸다고 볼 수 는 없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현실적인 인간관계와 삶에서 어느 정도 무디어져있다. 이와 같이 불편하게 느끼는 체험들은 대부분 무관심과 이기적인 생각에서 비롯된다. 어른이 먼저 새 식구에게 이타적인 손길을 뻗치면 상대는 물론 나 역시 이기적 느낌을 맛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소위 말하는 윈윈전략인 셈이다.

 

 

내친 김에 딸, 아들, 며느리 얘기들을 더 해보자. 그런데 여기서는 딸 아들 둔 집안은 예외로 두고 싶다. 왜냐하면 훗날 사위와 며느리를 입맛대로 볼수 있어 애초부터 부족함이 없이 복을 가지고 태어난 집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아들없이 딸만 가진 집안에서는 이런 얘기들까지도 배부른 소리 한다고 질책 할지 모르지만 딸 애교에 빠져있는 아버지들을 바라보면 우리같이 아들만 있는 집에서는 욕망의 숨통 하나가 늘 막혀있는 기분이다.

 

 

”며느리는 며느리일 뿐“ 있는 그대로 존재하는 상태로 봐야하겠지만 알아차리는 자아, 알려지는 대상이 되는 또 다른 자아 등으로 뒤엉켜 살아가는 우리들 생활속에서는 너무 재미없을 것 같다. 그래서 며느리가 딸로 보이기 위해 동일시하는 훈련을 계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

 

비스마르크는 좀 짜게 일생의 농축된 행복이 24시간, 괴테는 좀 길게 4일(어 떤 책에는 4주)정도 라고 하였지만 그 찰나의 행복 론을 엿가락처럼 늘어트려 즐겨보자는 의미이다. 계절이 바뀌면 지나간 일들을 까마득 잊듯이 손자손녀가 태어날 즈음에 이 순간을 또 잊고 그들에게 흠뻑 빠져 있을 것이다. 그때는 그때 이고 현재는 현재일 뿐 이 순간을 즐겨야 할 거 같다.

 

갈수록 뼈마디도 쑤시고 잔고장이 일어 날 수밖에 없다. 통증이 나의 즐거움을 약탈해 가기 전에 행복의 짧은 순간들을 붙잡고 수백 배 부풀려서 이웃이나 가족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범위 내에서 배꼽을 잡고 방바닥에 데굴데굴 구르면서 즐겨야 한다. 그렇다고 너무 빠져 허우적 거려서는 안된다. 은근히 빨려드는 중독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상대를 배려하고 절제하면서 즐기는 순수한 행복에 초점을 맞추어야 할 것이다.

 

결혼에 앞서 지금 단계에서 즐거움의 극치를 느껴야 한다. 라면을 잘 끓는 물에 제때 넣어야 꼬들꼬들한 면 빨을 맛보듯 타이밍을 맞추자는 뜻이다. 결혼 후 사위와 며느리로서 자리 메김 할 때보다 지금 예쁘게 진행되는 과정들을 부담 없이 즐겨야 할 거 같다.

 

 

이미 결혼시킨 대다수 친구들은 서로 귀찮게 하지 않기 위해 어른 아들집 간의 소통을 적당히 해야 한다고 귀띔을 해준다. 한편으론 아들만 둔 집안의 시아버지는 새 며느리가 너무 예뻐서 무슨행사 때마다 곡마단원 처럼 데리고 다녀 피로현상을 넘어 시아버지 공포증에 시달린다고 한다. 말 그대로 과유불급이다.

 

 

 

그러면 딸로 푹 빠져 미쳐볼 수 있는 좋은 조건들을 생각해 보자.

 

미치는 첫째 조건이 우선 아들만 둔 집의 예가 적당하다. 가족 중에 딸이 없어야 하고 상대 사돈집에는 딸만 있든 아들도 있든 상관없다. 그러나 상대가 무남독녀 외동딸일 경우 부모로부터 과분한 사랑을 받고 자랐기 때문에 온기를 돌리는 데는 군불을 많이 지펴야 할 것이다.

 

둘째는 어른이 며느리를 남의 식구로 보지 말고 가슴속까지 친딸로 보아야 한다. 셋째는 아들이 적당한 위트와 유머가 있어야한다. 솔직히 어른이 끼면 불편 할 뿐인데 아들이 적당한 교량역할과 호응을 해주어야 가능하다. 어른이 멍석을 깔고 분위기를 잡으면 공연을 같이 즐길 줄 아는 지혜가 필요하다는 얘기다. 더 나아가 서로 공유하는 분위기가 이어지고 익숙해지다 보면 자연스럽게 가족문화로 뿌리내릴 수 있다고 본다.  

 

고독한 산책자이면서 몽상가인 루소처럼 사람들에게 질려 다른 환경(자연)으로 도피하지 않도록 서로가 적절히 즐기는 균형점을 찾아야 할 것이다. 동물이든 식물이든 외부에 자극을 많이 받으면 스트레스에 시달리는 법이다.

 

이것 또한 별 의미 없는 허튼짓이라고 생각한다면 인생 테마별 아무런 감정과 리듬 없이 살아가는 사람이거나 속세의 삶을 초월한 참자아 속에서 진정한 행복을 느끼는 부류들일 것이다. <중산.‘11.12.30>

                                                                                   <새해 첫날 고요한 바닷가, 서생면 신리항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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