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담론

백령도, 노년의 삶!

[중산] 2023. 8. 27. 17:09

세월은 어느새

쓰다 남은 연필 꼭지,

 

여백 없는 일기장에

낙서만 갈겨 놓고도

지금 와

후회는 고사하고

눈치 보느라 바쁘다.

 

숙제 못 해온

기죽은 아이들같이.

 

 - 채영묵<노인의 일기>

 

 

 

 

 

당신, 당신은 잘 아는 자, 당신의 드넓은 앎은

가난, 넘치는 가난에서 나옵니다.

가난한 자들이 이제 더 불쾌 속으로

던져지지도 들어가지 않게 해주소서.

다른 사람들은 찢기운 듯 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자들은 뿌리를 깊게 내린

꽃나무처럼 똑바로 서서 박하 향을 뿌립니다.

 

- <라이너 마리아 릴케, 가난과 죽음의 시 중에서>

 

나이를 먹어 가면서 돈이 없으면 어쩌나 하고 미리 지레 겁을 먹고 걱정할 일은 아니다. 젊었을 때는 자녀 양육과 교육 등 거기에 걸맞는 환경에 맞춰 살다보면 기본 유지비가 많이 들어가게 된다. 반면에 나이 들어서는 환경적 변화와 자신의 변신을 꾀할 수만 있다면 불편하지만 어느 정도는 돈에서 자유로워 질 수 있다.

 

단순 계산으로는, 자기가 깔고 있는 집과 현금 일부만 있어도 남은 여생에 비례해서 가진 재산과 돈을 적절히 써간다면 무리가 없다. 문제는 남은 여생을 알 수 없다는 점 때문에 현재의 움켜진 재산은 차치하고, 있는 돈 못 쓰고 막연히 더 모을려는 생각에 집착하고 불안해 하는 거 같다. 

 

TV에서 나오는 ‘나는 자연인이다’ 프로그램에서 한 달간 생활비가 몇 십만 원 정도라고 말하는 것을 가끔씩 들었을 것이다. 도회지 생활비하고는 현격한 차이가 있다. 당연히 도회지생활 대신 자연 속 삶을 택했기에 씀씀이도 비례해서 줄어들게 된다. 산골에 묻혀 사는 사람들은 꼭 ‘필요한 것’만 사고 ‘원하는 것’ 들은 대부분 자연에서 취한다.

 

또한 거창하게 전원주택을 지어 입촌하지 않더라도 여러 방법들이 있다. 부부가 동시에 이주를 원하는 경우도 있겠지만 주로 나이 들어서는 남편 쪽만 자기만의 생활을 원하는 경우가 많다. 이런 경우에는 세컨드하우스 개념으로 접근하는 것이 좋다. 도회지 인접 휴경지를 빌려 무료하지 않게 자경을 하면서 휴식 공간을 마련하는 것이다. 하우스 파이프에 비닐과 보온덮개를 씌우고 난로와 라꾸 침대만 갖추어도 훌륭한 쉼터와 여가 공간을 확보 할 수 있다.

 

설사 산골에 살더라도 남을 의식해서 굳이 큰돈을 들여 치장할 필요가 없다. 자연에 있는 흙과 나무로 거처를 만들 수 있다. 나는 두어 달 동안 창문, 지붕덮개와 문짝 등 일부를 제외하고는 손수 황토 움막을 지었다. 또한 주거비도 덜 들고 자연에서 먹거리를 자급자족할 수 있다. 두려워 할 것은 나이를 먹어가면서까지 여전히 젊은 시절의 편리함과 화려함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얽매여 사는 것이다. 무거운 짊 지고 다니는 낙타의 생활에서 나이 들어서는 해맑은 어린아이 삶으로 전환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자연은 아름다움 속에서 기쁨을 찾으라고

우리에게 우정의 손길을 내밀지만,

우리는 그 고요함이 두려워 도시로 도망치고

늑대 앞에서 떨고 있는 양떼들처럼 정신없이 뒤엉켜 있다.“

- 칼릴 지브란

 

 

백령도

 

 

 

생로병사 또한 누구나 겪게 될 일이지만 너무 두려운 나머지 현재의 삶까지 송두리째 빼앗겨서는 안 될 것이다. 이병원 저병원 다니면서 지나치게 건강이 염려되어 많은 시간을 허비 한다거나 병마에 너무 낙담해서도 곤란할 것이다. 종교에 귀의를 하든 스스로 부딪히든 임박해서는 누구나 두려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어쩔 수 없이 부름에 순응할 수밖에 없기에 마음가짐은 아래 시처럼 임해야 할 듯하다.

 

그대 한밤을 채찍 맞으며

감방으로 끌려가는 채석장의 노예처럼 가지 말고,

흔들림 없는 믿음으로

떳떳하게 위로받고 무덤 향해 가거라.

침상에 담요 들어 몸을 감으며

달콤한 꿈나라로 가려고 눕는 그런 사람처럼.

-윌리엄 컬랜 브라이언트

 

<'나만의 전원 생활에서' 일부 발췌, 중산 김한덕>

 

대청도 옥중동 해안사구, 8월의 아름다운 대청도, 백령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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