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4 7

예언에 관하여!

우리는 어떤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만들어낼지, 어떤 아이디어가 실패로 이어질지 예견할 수 없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 뉴턴도 고전역학을 개척한 인과이론을 주창한 동시에 보통의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의 꿈을 좇아 몇 십 년을 연구했다. 기원전 44년에 로마의 웅변가이자 문장가인 키케로는 《예언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예측의 본질을 고찰했다. 동생인 퀸투스와의 대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스인의 만티키mantiki라고 부른 예감, 즉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능력을 갖춘 자가 있다는 사실은 영웅의 시대에 시작된 오래된 믿음이며 이는 로마인들에 의해, 사실상 모든 국가의 만장일치로 공식화되었다.” 수 세기 동안 로마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티키 방식은 조점..

독서 자료 19:05:03

꽃과 기도!

봄 일기 나는 숨어서 울고 싶은데봄볕이 자꾸만 신호를 보내밖으로 나가웃음을 안고 들어왔지 누구하고도 말하고 싶지 않은 시무룩한 날 새들이 자꾸만 신호를 보내나는 창문을 열고노래를 따라 불렀지 넘어진 나를 일으켜 세우는 고마운 봄 - 이해인 꽃과 기도 슬플 때도 꽃기쁠 때도 꽃사람들은늘 꽃을 찾으며위로를 주고받지 슬플 때도 기도기쁠 때도 기도무슨 일이 생기면사람들은기도부터 청하면서마음의 평화를 구하려고 하지 꽃이 기도가 되고기도가 꽃이 되는아름다운 길 위에서꽃을 닮은 사람들을 보니나도 행복하지 않니? ₋ 이해인

독서 자료 2025.04.17

인생의 전환점!

학자들의 무지에 관하여다른 언어를 더 많이 할수록 재능은 더 많이 샐 뿐이다.그것에 힘을 쏟을수록 그만큼 다른 분야의 결실은 감소한다. 히브리어, 칼데아어, 옛 시리아어는그들의 문자처럼 사람의 지성을 후퇴시키고그것을 이해하려고 애를 쓰는 사람들의 이해력을오히려(그 문자를 쓰는 사람처럼)무력하게 만든다.그런데도 여러 나라의 언어로종잡을 수 없는 말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은모국어로 가장 타당한 논리를 전개할 수 있는 사람보다더 학식 있는 사람으로 통하곤 한다. -새뮤얼 버틀러 하나는 알고 둘은 모르는 저자와 독자는 모든 타인에 대한 이해가 가장 부족한 부류다. 읽고 쓰는 일 외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것보다 차라리 읽을 수도 쓸 수도 없는 게 낫다. 글을 통해 기계적으로 떠오르는 것 외에는 어떠한 관찰도..

독서 자료 2025.04.14

생을 담은 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

얼마 전부터 블레리오는 자신이 과거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과거가 아니라 그 안의 과거를. 과거로부터 오는 머나먼 반짝임. 어스름이 내리면, 바닷바람에 야자수가 덧창을 간질이기 시작한다. 맞은편에서는 이웃들이 수영장의 조명을 밝히고 음악을 튼다. 잠시 블레리오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채 자유로운 심장, 명민한 정신과 함께(그가 늘 원했던 대로) 미결 상태로 살고 있는 기분이 된다.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이번에도 어머니다! 루이 조금 전에 차마 너한테 물어보지 못한 게 있구나. 여전히 혼자 사는 거니? 여전히요. 그렇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에요. 왼쪽, 귀 위쪽부터 편두통이 확산되는 걸 느끼며 그가 안심시킨다. 그로 인해 그는 대화를 그만두고 항 우울제와 진통제 ..

독서 자료 2025.04.11

안부 전화

안부 전화를 드릴 때면 “아침에 눈뜨면 왜 사는지 모르겠다”라며 빨리 가고 싶다는 대사를 반복하는 시어머니의 말은 진심일까. 살고 싶다는 말에 표현에 비가 새는 것이라 여겼다. 나 자신은 지금 죽어도 여한이 없다면서 시어머니의 말은 왜 반어법이라고 단정했을까. 늙은 자의 말, 그것은 생의 갈망도 생의 포기도 전부 다 생의 미련으로 번역했다. 일종의 투사일까. 내가 생에 미련이 많았을지도 모르겠다.  합정역 2번 출구 파리바게트 앞을 지나는데 어떤 할아버지가 아침 10시부터 휴지통에서 먹을 것을 뒤진다. 저 할아버지는 지금 살고 싶을까, 죽고 싶을까. 내가 빵을 사들고 나오다가 할아버지에게 “저기…시장하시면……” 했더니 빵을 빼앗아 빛처럼 사라진다. 살기 위해서 죽고 싶어져야 하는 생이 지긋지긋할 것 같다..

독서 자료 2025.04.08

얼룩에 대하여

얼룩에 대하여 한 사람의 생은 이렇게 쏟아져 얼룩을 만드는 거다 빙판 언덕길에 연탄을 배달하는 노인팽이를 치며 코를 훔쳐대는 아이의 소매에거룩을 느낄 때 수줍고 수줍은 저녁 빛 한 자락씩 끌고 집으로 갈 때천수천안의 노을 든 구름장들 장엄하다 내 생을 쏟아서몇푼의 돈을 모으고몇 다발의 사랑을 하고새끼와 사랑과 꿈과 죄를 두고적막에 스밀 때 얼룩이 남지 않도록맑게 울어 얼굴에 얼룩을 만드는 이 없도록맑게 노래를 부르다가 가야 하리 - 장석남   죽음의 공포에 관하여! 시골 묘지의 묘비에 흔히 새겨진 “사랑하는 당신과 나로 인하여 슬퍼하지 말라”는 권고의 말은 대체로 신속하고 충실히 실천에 옮겨진다. 우리가 남기고 떠나는 빈자리는 생각만큼 크지 않다. 그런 생각에는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측면도 있고 스스..

독서 자료 2025.04.05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비록 순간일망정 그가 존재했던 것은 정녕 그대의 심장과 함께하고파서가 아니었는지…….“ - 이반 투르게네프 조금 긴 요약 내용이라, 맨 아래 해설을 먼저 읽은 후 본문을 보세요!   나는 우스운 인간이다. 사람들은 이제 나를 미친 사람이라고 부른다. 서글픈 건 나는 진리를 알고 있는데 사람들은 모른다는 것이다. 아, 혼자만 진리를 알고 있다는 건 얼마나 힘든지 모른다. 그러나 사람들은 이걸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아무렴, 이해하지 못하고말고. 학문에서와 비슷하게 인생에서도 그랬다. 그들이 이걸 모른다는 게 내겐 무엇보다도 큰 치욕이었다. 그런 데는 내 잘못이 컸다. 자존심이 너무 강해서 죽어도 다른 사람에게 그걸 고백하고 싶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만일 누가 됐던 고백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면 권총으로..

독서 자료 2025.04.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