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생을 담은 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

[중산] 2025. 4. 11. 14:34

얼마 전부터 블레리오는 자신이 과거를 사랑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의 과거가 아니라 그 안의 과거를. 과거로부터 오는 머나먼 반짝임.

 

어스름이 내리면, 바닷바람에 야자수가 덧창을 간질이기 시작한다. 맞은편에서는 이웃들이 수영장의 조명을 밝히고 음악을 튼다.

 

잠시 블레리오는 세상으로부터 분리된 채 자유로운 심장, 명민한 정신과 함께(그가 늘 원했던 대로) 미결 상태로 살고 있는 기분이 된다. 전화벨이 울릴 때까지.

 

이번에도 어머니다!

 

루이 조금 전에 차마 너한테 물어보지 못한 게 있구나. 여전히 혼자 사는 거니?

 

여전히요. 그렇지만 신경 쓰지 마세요. 그렇다고 불행한 건 아니에요. 왼쪽, 귀 위쪽부터 편두통이 확산되는 걸 느끼며 그가 안심시킨다.

 

그로 인해 그는 대화를 그만두고 항 우울제와 진통제 두 알을 삼킨다! ~

 

<‘인생은 짧고 욕망은 끝이 없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파트리크 라페르 지음, 이현희님 옮김, 민음사 출판> * 파트리크 라페르 : 1949년 프랑스 파리에서 중상층 부부의 외아들로 태어났다. 앙리 4세 고등학교에 진학하여 우등생의 길을 걷다가 소르본 대학교에서 현대문학을 공부했다. <웰컴투 파리>, <미래의 더딤>, <불붙기 쉬운 몸>, <시씨 나야>, <루도와 컴퍼니>등 소설을 발표. 2004년 엥테르 도서상 수상, 2010년 페미나 상 수상.

 

 

 

 

 

결혼도 이혼도 인연을 쓰는 한 한 방편일 뿐이다. 플라톤의 말대로 그 자체 단독으로 아름답거나 추하지는 않다. 그것을 아름답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미고, 그것을 추하게 만드는 것은 실천의 비열함이다. 이혼도 그런 것 같다.

 

비열한 이혼도 아름다운 이혼도 있다. 그러니 권장할 일도 배척할 일도 아니다. 삶 전체를 위한 합리적인 골격을 짜는 하나의 과정이고 아픈 선택일 뿐이다.

 

삶의 어느 국면에서 생을 담은 물이 심하게 흔들리는 것. 단지 그것뿐이다.   

 

                             - 은유 첫 산문 일부에서

 

 

사람 떠나고 침대 방향 바꾸었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

이불과 베개 새것으로 바꾸고

벽으로 놓던 흰머리 창가로 두고 잔다

 

(…)

 

먹은 것 없어도 저녁마다 체하고

밤에 혼자 일어나, 열 손가락

열 발가락 바늘로 따며

내 검은 피 다시 붉어지길 기다린다

이별은 언제나 예고 없이 온다는 것을

어리석은 사람은 어리석어 잊고 산다

어리석어 내 생을 담은 한 잔 물이

잠시 심하게 흔들렸을 뿐이다

단지 그것뿐이다

 

₋ 정일근의 시<그후>

 

<‘올드걸의 시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은유 첫 산문, 서해문집출판> * 은유 : 산문, 인터뷰 등 논픽션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산문집<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다가오는 말들>, 인터뷰집<폭력과 존엄 사이>,<출판하는 마음>,<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글쓰기 에세이 <쓰기의 말들>,<글쓰기의 최전선>이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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