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아이디어가 큰 성공을 만들어낼지, 어떤 아이디어가 실패로 이어질지 예견할 수 없다. 역사상 가장 유명한 과학자 뉴턴도 고전역학을 개척한 인과이론을 주창한 동시에 보통의 물질을 금으로 바꾸는 연금술사의 꿈을 좇아 몇 십 년을 연구했다.
기원전 44년에 로마의 웅변가이자 문장가인 키케로는 《예언에 관하여》라는 책에서 원인과 결과 그리고 예측의 본질을 고찰했다. 동생인 퀸투스와의 대화 형식으로 쓰인 이 책은 이렇게 시작된다.
“그리스인의 만티키mantiki라고 부른 예감, 즉 미래에 일어날 일을 예견하는 능력을 갖춘 자가 있다는 사실은 영웅의 시대에 시작된 오래된 믿음이며 이는 로마인들에 의해, 사실상 모든 국가의 만장일치로 공식화되었다.”
수 세기 동안 로마인이 가장 좋아하는 만티키 방식은 조점술, 즉 새의 행동으로 읽는 점술이었다. 남쪽으로 새가 날아가면 겨울이 온다는 점괘는 확실한 과학적 사실이지만, 로마인들은 새들의 행동에서 그 보다 더 많은 것을 읽었다.
갈리아 왕 데이오타루스는 여행 중에 독수리가 나는 것을 보면 언제나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왔다. 퀸투스는 점술의 열렬한 옹호자로서 새들의 행동으로, 소의 내장으로, 행성의 활동으로, 번개의 모양으로 미래를 엿볼 수 있다고 믿었다.
그러나 형인 키케로는 확실한 회의론자였다. 그는 《예언에 관하여》에서 점술을 믿는 철학자는 “자신이 지껄이는 헛소리가 부끄러운 줄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키케로는 모든 것은 “자연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하며, “인간이 미래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 유일하게 타당한 방법은 사건 사이에서 자연적인 연결성을 찾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갑골문의 예언은 어떻게 그들의 문화에 그렇게 깊게 뿌리내렸을까? 키케로의 동생이자 초자연 현상의 신봉자였던 퀸투스는 이렇게 답힌다.
“조점술에 좋지 않은 점괘, 그리고 그 밖의 모든 징조, 전조, 징후들은 앞으로 일어날 일의 원인이 아니다. 그것들은 단지 예방하지 않으면 일어날 일을 말하고 있을 뿐이다.”
“예방하지 않으면!” 이런 측면에서 보면 왜 점술법이 유지되는 지를 쉽게 알 수 있다. 예언된 불운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건 기뻐할 일이며 당신은 제대로 대비를 한 것이다.
반대로 예언된 사건이 벌어진다면 그 책임은 점괘에 제대로 귀 기울이지 않은 당신에게 있다. 1981년 로널드 레이건 대통령 암살 시도 이후, 아내 낸시 레이건은 업무 일정을 짤 때 신통력이 있는 사람에게 먼저 물어봐야 한다고 고집했다.
결국 레이건의 비서실장은 점성술사의 조언을 듣고 ‘나쁜’날은 빨간색으로, ‘좋은’날은 초록으로 달력에 표시했다. 예를 들어 1986년 1월 20일에는 “백악관 밖으로 나가지 말 것 - 암살 시도 가능성 있음”이라고 쓰여 있다.“
점괘가 잘 들어맞지 않는다고 하더라도 점성술 자체는 예지력에 대한 성찰의 산물이자 예지력을 강화하려는 시도로 볼 수 있다. 인간은 자신이 미래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것을 인지하고 있다.
그래서 외부의 도구와 기술에다가 미래에 대한 예상을 아웃소싱하는 것이다. 그중 일부는 맞고 일부는 틀린다. 그러나 아무리 형편없는 점괘라도 최소한 사람들이 다양한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자신들이 원하는 미래를 맞이하도록 노력하게 할 수는 있다.
<‘시간의 지배자-우리 시대의 시간’ P438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토머스 서든도프/조너선 레드쇼/애덤 벌리 지음, 조은영님옮김, 디플롯출판>
* 토머스 서든도프 : 퀸즐랜드대학교 심리학과 교수, 오클랜드 대학교 박사학위를받았다. 인간 정신의 본질과 진화에 관한 연구로 여러 상을 수상했다. /조너선 레드쇼 : 퀸즐랜드대학교 박사후연구원/애덤 벌리 : 하버드대학교 시드니대학교 박사후연구원으로 있으면서 예지력과 의사결정에 관한 진화심리학과 인지과학을 연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