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미2/중산 담론

손주 여름방학!

[중산] 2021. 7. 29. 13:56

손주 여름방학

 

올해 초등학교 1학년에 올라 간 큰 손자가 첫 여름방학을 맞았다. 코로나로 인해 방학이 되었지만 학원에도 못 가고 바깥 야외 활동도 제한되다 보니 평일인데도 집에 머무는 날이 많다고 한다.

 

마침 손자가 와서 이틀간 자고 간다하니 군에 간 아들이 휴가 나온 것처럼 무척 기뻤다. 첫날 저녁은 그럭저럭 반가움에 시간가는 줄 모르면서 보냈다. 손자는 첫날밤을 할머니와 침대에서 함께 자기로 했다.

 

침대에서 같이 자는 집사람은 몸부림을 많이 치는 손자에게 더 신경을 썼다. 손자쪽으로 잠자리를 더 넓게 챙겨주고 자기쪽을 좁게 하다보니 오히려 할머니가 자다가 침대 옆으로 굴러 떨어진 것이다. 자기 전에 나는 손자가 걱정이 되어 손자 쪽으로만 쿠숀을 받쳤는데 헛다리를 짚었다. 집사람은 복숭아 뼈에 멍든 자국을 아침에 보여주면서 겸연쩍게 웃었다.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밥을 챙기려는 집사람에게 산책을 하자고 제의를 했다. 밥은 나중에도 먹을 수 있지만 더운 날 아침 일찍 나서지 않으면 손자와의 추억 쌓기를 놓칠까봐 먼저 말을 꺼낸 것이다.

 

손자는 산에 오르면서 가위 바위 보로 ‘아카시아 잎 떼 내기‘를 집사람과 하면서 무척 즐거워했다. 손자가 이겼기 때문이다. 아무래도 집사람이 져준 거 같다. 정자에 앉아 팔씨름, 낱말 잇기, 엄지 손가락씨름 등을 하면서 연신 웃음소리가 울러 퍼졌다. 산행 중간에 계단이 나오면 힘들까봐 ‘몇 계단인지 세워보자‘고 제의하면서 지루함을 떨쳐내기도 했다.

 

나는 산에 갔다 와서 손자와 땀에 젖은 옷을 벗고 목욕탕에서 같이 샤워하며 물 장난질을 했다. 머리를 감겨주고 몸을 문지르며 부딪치는 보들보들한 살갗감촉이 너무 좋았다.

 

샤워 중간에 “할아버지가 가장 잘하는 것이 뭐에요“라고 불쑥 묻는다. 손자한테 질문 받아보기는 처음이다. 이제는 눈앞에 할비의 존재가 보이는가 보다. 처음 받은 질문이라 얼른 답하지 못하고, 역으로 같은 질문을 해봤다. ”너는 뭐를 젤 잘하니?“ ”나는 발로 하는 것은 뭐든지 다 잘 해요.” “구체적으로 어떤 것이야?” “축구, 족구, 신발 멀리 벗어던지기”라고 한다. 축구를 배우더니 자신감까지 생긴 모양이다.

 

식사 중간에는 이전과는 달리 평소 안 먹던 음식 맛을 느끼게 했다. 중간에 달달한 과자와 간식을 주지 않고 가지나물, 풋고추, 호박나물 등을 주면서 “이것도 먹을 줄 알아? 잘 먹네!” 연신 칭찬을 해대니 맛있게 날름날름 잘 먹었다. 혀끝에 처음으로 느낀 음식 맛을 집에 돌아가서도 생생하게 자랑했다고 한다.

 

이럴 때면 그 옛날 자식들 키우던 우리 시절이 생각이 난다. 방학 때 먼 시골길 부모님을 뵐 겸 기쁘게 해드리려고 어린 아들 둘을 데리고 갔었다. 자식들을 막상 떼놓고 오려니 집사람이 울먹이며 애걸하는 것이다. 재래식 화장실이 깊어 빠질 수 있고  높은 대청마루에 떨어져 다칠  위험이 크다는 것이다. 

 

그 때 그 모습을 지켜보던 아버지께서 “괜찮다. 우리 신경 쓰지 말고 애들 데리고 가거라.” 하셨다. 마침 조금 더 큰 큰집 조카들이 열흘 이상씩 머물러 주어 그나마 덜 미안했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늘 미안한 생각이 들었었다.

 

지금은 이곳 아파트 생활은 환경적으로 청결하고 안전하다. 하지만 지나친 TV노출과 어른들과의 음식관계로 부정적 생각이 들 법한데 그래도 아들내외가 쉽게 맡긴다. “애들과 떨어져 있으니 오히려 편해서 좋던데요.“ 듣기 좋은 말까지 하면서 말이다.

 

이튿날도 집사람이 손자와 또 자고 싶어 하기에 나는 전날의 침대 핑계를 대면서 마루에 자고 있는 손자를 잽싸게 내 방으로 옮겼다. 손자를 두고 우리는 사랑 쟁탈전을 벌인 것이다. 몸부림으로 뒤척이며 와 닿는 손발들의 감촉이 너무 좋았고 중간 중간 깰 때마다 곤히 잠자는 모습이 너무 귀여웠다.

 

다음날 아침 농원에 일찍 갈 일이 있어 자고 있는 손자를 놔두고 가려니 아쉬움이 남았다. “같이 있어 너무 행복했고 많이 사랑 한다. 또 오너라.”는 내용을 넣고 설렁설렁 몇 자를 더 적어 쪽지를 남겼다. 할비가 남긴 쪽지를 버리지 않고 꼬깃꼬깃 챙겨가서 아들내외한테 읽어 주었다고 한다.

 

말을 또박또박하고 글까지 읽을 줄 아니 기특하고 신기할 뿐이다. 음식에서부터 여자 친구 사귀기까지 꼰대 강의를 하는 할머니를 보고 “할머니 참 잔소리 많네.”라고 했다하니 커기는 많이 컸나보다.

 

현재 이런 모습들이 내가 찾던 파랑새가 아니던가. 일상에서 일어나는 소소한 일들이지만, 이 순간을 놓치지 않고, 나만의 의미와 가치를 최대로 두고 즐겼을 때 찾아오는 이 만족감!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이고 가장 찬란한 순간이지 않는가.

 

‘행복이란 여러 가지 요소가 어우러져 있는 가운데 음식 맛을 내는 드레싱과 같다’고 어느 책 속에서 읽었던 적이 생각난다. 손자가 아마 그런 역할을 하는 것 같다. 밋밋한 우리 두 사람의 생활 속에서 같이 앉아 식사를 하고 소파에서 예쁘게 뒹구는 모습들이 달콤 새콤한 인생 맛을 내어주는 드레싱과 같은 존재임은 틀림없다.

 

엊그제 손자를 보내고 나니 여운이 한 동안 맴돈다. 갑자기 허리 통증이 찾아와 내 마음은 먹구름이 덮쳐왔지만 이 여운을 그냥 넘기기에는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글로 오랫동안 남겨보고자 진통제를 먹고 나서 이렇게 적어 본다.

 

이제 청력까지 떨어져 손자가 소곤소곤 속삭이는 얘기들을 제법 놓친다. 애매할 땐 나는 알아들은 양 고개를 끄덕이며 건성으로 말대꾸를 한 적도 있다. 이것도 계속 통할 리가 만무하다. 언제가 대화상대에서 소외될 수가 있다는 위기감을 느낀다. 평소에는 필요 없더라도 손자와의 소중한 정담을 놓치지 않기 위해서는 머지않아 보청기를 해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함께 방학한 둘째 손자를 맞이할 기대감에 차 있다. 코로나로 두 손자를 동시에 볼 수가 없어서 순차적으로 나뉘어 보려고 하니 기다림과 즐거움이 배가 되는 거 같다. 사춘기가 되어 마음의 문을 꽁꽁 걸어 잠그기 전까진 손자와 나의 정신연령은 하나가 되어 무한대로 즐겨야겠다는 짝사랑을 오늘도 해보고 있다~!!

 

 

 

큰 손자는 애살이 많은 듯하지만 

단단한 물체에 닿으면 더듬이를 

금 새 거두는 민달팽이다.

 

솟구쳐 오르는 용광로가 

하나 더 있어 땀을 많이

흘린다. 

 

삼라만상이 잠들어 정적이

흐르면 이내 열기가 식어

버린다. 

 

타인을 너무 의식하는 어릴적

영락없는 나의 판박이다. 

 

훗날 성찰의 관문을 통과하면서 

자존감의 탑을 높이 쌓아야겠다!

 

 

계단을 세면서 잘 올라가고 있다~!
팔씨름까지 도전해본다~!
기분이 좋아서 팔굽혀 펴기를 열개나 했다!
주 특기인 하회탈 눈웃음을 보이고 있다!
가위 바위 보~!
약간 어설프지만 10개 이상을 돌렸다~!
주인공 큰 손자의 자유로운 모습!

 

시원한 물줄기에 더위를 식히세요~!!

 

둘째 손주는 바다를 너무 좋아하는 작은 물개랍니다~!!

 

춤 공연을 펼치는 손녀!

 

큰 손자의 춤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