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는 모든 일에 싫증을 내지만 타인을 조롱하는 일에는 그렇지 않다. 그리고 그들의 결점이 우리 자신에게는 없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이와 같은 이유로 우리는 좋아하는 책도 시간이 지나면 싫어하게 된다. 같은 책을 언제까지고 재독할 수는 없다. 뮤즈와 결혼을 하더라도 밀월은 끝날 수밖에 없고, 그러고 나면 증오까지는 아니더라도 무관심이 뒤따른다. 어떤 책은 줄거리가 기발해서 처음에는 인상적일지라도 도저히 재독할 수 없다. 그런가 하면 아주 화려하지는 않지만 세부적 내용이 매우 섬세하여 관심을 끌긴 하는데 계속 열의를 가질 만큼 흥미롭지 않은 책도 있다. 그리고 책 전체는 아니더라도 우리가 평생 곱씹고 애정과 감탄을 고갈시키지 않는 구절들이 있다. 우리는 그런 구절들을 읽고 또 읽으며 거의 맹목적으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