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을 사랑하기 위한 기도
고통만 지는 나는 그 고통 말고는 바라는 게 없습니다
충직한 고통은 지금도 변함이 없습니다
나의 영혼이 내 마음 바닥을 칠 때조차
고통은 늘 내 곁에 앉아 나를 지켜 주었으니
어찌하여 고통을 원망하겠습니까?
오, 고통이여, 나를 절대로 떠나지 않으리라 확신한 이상
보세요, 나는 마침내 고통을 존경하기에 이르렀으니
아, 나는 알고 있습니다
있는 것만으로도 고통이 아름다움을
고통은 마치 가난하고 침울한 내 마음의 서글픈 화롯가를
한 번도 떠난 적이 없는 자들과 같습니다
오, 나의 고통이여,
지극히 사랑스러운 여인보다 좋은 고통,
단말마 斷末魔의 아픔에 시달리게 될 때조차, 고통이여,
그 마음속으로 여전히 비집고 들어오려고
내 이부자리 속에서 나와 함께
가지런히 누워 있을 것이기에.
₋ 프랑시스 잠
인터넷부터 디지털 문화, 정치적 올바름, 창의적 글쓰기 워크숍 프로그램, 현대 출판업계의 상황, 그래픽 노블까지 모두가 소설의 운명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
필립 리프가 그의 저서에서 ‘치유 문화’의 승리‘일지 모른다고 했다. 리프는 이 승리가 우리 문화에서 의미 있는 변화를 만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 책에서 우리는 이제 더 이상 명예와 존엄성, 용기와 친절이 중시되는 문화 속에서 살고 있는 게 아니라, 이 새로운 치유 문화에서의 적은 억압이며, 주요 표현 수단은 고백이다.
경기에서 이기거나 지고 나면 텔레비전에서 공개적으로 눈물을 흘린다. 왜 자신의 두려움과 눈물, 불안감을 참아야 하는가? 치유 문화의 통치 아래에서는 더 이상 그럴 필요가 없다.
그런 감정을 속으로 삭이는 것은 오히려 잘못된 것으로 느껴진다. 괜찮다. 속으로 삭이지 마라. 다 털어 내버려라.
우리는 치유 문화의 승리를 일상 곳곳에서 목격한다. 자녀 양육에 있어서, 교육 분야에 있어서, 심리치료가 문학에 끼친 영향, 특히 소설에 끼친 영향을 말하자면 무궁무진하다.
위대한 문학이란 운명과 도덕적 갈등의 역할에 관한 것이다. 힐링 문화는 개인적 행복에 관한 것이다. 몇몇 소설가는 프로이트와 융jung 등 '치유 문화의 아버지‘라 불리는 이들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대표적으로 헨리 로스가 있는데, 무려 1934년에 출간된 『잠이라 부르자』라는 작품은 프로이트 이론 프로그램에 따라 쓰인 것으로 보인다.
치유 문화의 통치 아래에서, 강한 성격에 대한 열망을 대체한 것은 자존감이다. 에세이 작가이자 정신과 의사인 앤서니 대니얼스는 치유 문화의 새로운 지배에 대해 “사람들이 한 모든 나쁜 결정은, 가령 나약함이나 어리석음, 비겁함, 게으름, 심지어 두려움이나 협박에서 오는 게 아니라 자존감의 부족에서 기인했다.
이 중 처음 네 개는 너무 ‘평가적’이라서 과학적 설명으로는 쓸모가 없다고 여겨져 거부되었다.”라고 썼다. 대니얼스는 “하나의 사회적 덕목으로, 이 덕목을 가지거나 기르고 싶어 하는 사람에게 규율과 의무를 부과하는 자기존중과는 달리, 자존감self-esteem은 철저히 자기 본위적 편향이다.
자존감은 존재한다는 이유만으로 자기 자신의 가슴에 훈장을 다는 것과 같다. 나는 생각한다. 고로 나 자신을 존경한다. 그리고 당신도 나를 존경하길 바란다.‘라며 자존감의 문제를 설명한다.
진정한 소설가에게는 자존감을 포함해 치유 영역의 다른 많은 요소가 한낱 헛소리로 여겨진다. 인생은 치유사의 분석과 만병통치약, 또는 환자의 향후 행복을 바라는 그들의 바람보다 훨씬 더 복잡한 것이다.
마치 악랄한 사기꾼과도 같은 운명이라는 것이 인생에서 맞닥뜨리는 모든 문제를 해결해주지는 않는다. 도덕성이라는 것은, 50분이 아니라 12년이 걸린다고 해도 심리 치료가 이해하기를 바라는 것보다 더 풍부한 가치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작가 프루스트는 확실히 다음 문장 하나만으로 치유 문화가 제공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합친 것보다 인간 존재에 대한 진실에 더 가까이 다가갔다.
“지혜란 우리가 그냥 얻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누구도 대신 가줄 수 없는 여정을 통해서,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는 노력을 통해서 우리 스스로 발전해야 한다.”
<‘소설이 하는 일’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조지프 엡스타인 지음, 권진희님 옮김, 사람in출판> * 조지프 엡스타인 : 야망, 우정, 시기, 가십, 이혼 등을 다룬 책 30여 권을 집필했다. 계간지 <아메리칸> 스칼러의 편집인으로 활약했으며, 노스웨스턴대학교 영어과에서 30년간 교편을 잡았다. <뉴요커>,<코멘터리>, <뉴 크라이티어리언>,<타임스 문예 부록> 등 수많은 잡지에 기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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