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격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법
몇 가지 성격 특성만 파악하면 거의 그 사람의 생각과 태도를 쉽게 예측하고 대응 방안을 모색할 수 있다. 이렇게 생각해보자. 자신은 자기주장이 강하고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인데, 동료는 내성적인 성격에 말이 없고 자신감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렇게 숫기 없는 동료를 설득해야 할 때, 우리는 네 가지 격언을 근간으로 동료를 대한다. 첫째는 ‘자신에게 솔직하라’이다. 상대방의 성격 특성에 상관없이 자기 생각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둘째는 ‘구두장이는 충실히 구두를 만들어야 한다’이다. 자신의 성격이나 주위 사람들의 성격에 휘둘리지 말고 상황에 맞게 자기 역할을 충실히 하면 된다는 뜻이다.
셋째는 ‘유유상종’이다. 심리학에서 ‘유사성-매력(타인과의 상호작용에서 다양성보다는 유사성을 선호하는 것)’의 개념으로, 동료가 조용한 성격의 소유자라면 동료의 성격에 맞게 차분한 태도로 의견을 전달하면 된다. 넷째는 ‘극과 극은 통한다(심리학에서는 이를 ‘상보성 원리’로 설명함)’로 조용한 성격의 동료에게 명랑하고 활기찬 태도를 보이면 동료가 자신과 반대되는 성격에 자극을 받아서 관심을 보인다. 이런 관점들이 효과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우리 연구원들과 함께 몇 가지 실험을 실시했다.
우선 사람들을 네 가지 성격 유형(외향적, 내향적, 비판형, 수용형)으로 나누고, 각 유형을 통제와 협력이라는 관점에서 생각해 보면, 외향형 사람들은 지배적이고 다정한 성향이 있고 비판형 사람들은 지배적이고 냉담한 성향이 있다. 또 내향형 사람들은 순응적이고 침착한 성향이 있고, 수용형 사람들은 순응적이고 다정한 성향이 있다. 이제 누구나 네 성격 유형 중 하나에 해당한다는 전제를 둔다면, 특정한 성격 유형을 가진 사람과 함께하기 위한 유용한 전략을 도출할 수 있는데, 이번 연구에서 나는 이관민 교수와 함께 내향형 및 외향형 사람들이 다른 내향형 및 외향형 사람들과 어떻게 소통하는지 관찰했다. 이때 실험 상대는 컴퓨터였고, 네 가지 전략들(자신에게 솔직하라, 구두장이는 충실히 구두를 만들어야 한다, 유유상종, 극과 극은 통한다) 중 어떤 전략이 가장 잘 통하는지 확인해보았다.
먼저 피실험자들이 다양한 성격 유형의 사람들과 우연히 마주치는 자연스러운 상황을 조성해야 하는데, 우리는 이것저것 따져보고 온라인 경매 사이트가 실험에 가장 적합한 공간이 되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우리는 피실험자들이 이베이 같은 온라인 경매 사이트에 접속하게 했는데, 이 사이트에는 한정판 마릴린 먼로 시계 등 골동품 아홉 개가 있었다. 그리고 외향형 상품 소개 글과 내향형 상품 소개 글을 작성하여 사이트에 올려놓았다. 이어서 내향형 피실험자들과 외향형 피실험자들의 절반은 내향형 상품 소개 글만 보게 했고, 나머지 절반은 외향형 상품 소개 글만 보게 했다. 피실험자들은 모든 품목의 소개 글을 읽었고 사이트에서 요청하는 대로 해당 품목에 얼마를 지불할지, 상품 소개 글이 얼마나 마음에 드는지, 거래에 얼마나 만족하는지, 상품 소개 글을 작성한 판매자를 어떻게 생각하는지 설문을 통해 밝혔다. 우리는 피실험자들의 설문 내용과 앞의 격언들을 비교하여 분석해보았다.
비슷한 사람 곁에서는 자존감이 올라간다: 피실험자들의 설문 결과는 비슷한 성격의 사람들끼리 더 잘 통한다는 점을 시사했다. 외향형 피실험자들은 내향적으로 소개된 품목보다 외향적으로 소개된 품목에 더 마음이 끌렸다. 반면에 내향형 피실험자들은 내향적으로 소개된 품목을 더 선호함으로써 외향형 피실험자들과 정반대의 성향을 드러냈다.
목소리에도 ‘유사성-매력’ 효과가 작용한다: 이후에 다양한 상황을 설정하여 여러 차례 실험을 진행한 결과 어디에서나 유사성-매력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결국 사람들은 객관적 정보를 모두 확보하고도 성격 유형을 보고 나서야 대상을 인식하고 판단했다.
닮아간다는 것은 가장 강력한 아부다: 피실험자들이 한 가지 성격 유형만 보인 컴퓨터에서 수행한 결과를 분석하고 지배형인 사람과 순응형인 사람이 한 팀을 이룰 때 유사성-매력 효과가 줄어드는지를 확인했다. 결과는 놀랍고도 분명했다. 유사성-매력 효과는 상보성 원리를 뛰어넘었다. 컴퓨터가 제시하는 내용이 동일했음에도 피실험자들은 자신과 다른 성격 유형의 컴퓨터보다 자신과 비슷한 성격 유형의 컴퓨터가 정보 처리 능력이 뛰어나다고 생각했다. 이어 우리는 성격이 다른 동료와 함께 일하는 경우, 그 동료에게 성격을 맞춰야 하는지 자신의 성격대로 행동해야 하는지 하는 문제로 초점을 돌렸다. 당연히 성격을 맞추는 것의 효과가 훨씬 컸다.
그런데 유사성-매력 효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삶에서는 왜 성격이 반대인 사람에게 끌리는 경우가 많을까? 이는 서서히 서로 비슷해지면서 상대방이 더 매력적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다시 말하면 비슷한 성격의 사람과 함께 있는 것보다 상대방이 나의 성격에 맞춰주는 것이 더 기분 좋은데, 이는 사람들이 그런 태도를 무언의 칭찬으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다른 사람의 성격에 맞추는 법을 깨우치면 인간관계가 좀 더 편해진다. 그러므로 성격이 비슷한 사람과 만날 때는 자신의 본 모습에 충실하고, 성격이 다른 사람과 만날 때는 그 사람의 성격에 맞춰서 말하고 행동하자. <“관계의 본심”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클리포드 나스, 코리나 옌 지음, 역자 방영호, 푸른숲>