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시골에서 태어나 소먹이고 땔감하면서 이대로 살아 가야 하나?" 하는 정체감 위기를 느끼면서 청소년기를 함께 보낸 친구들이다. 찰흙을 발라 인간의 뼈대를 만들어 가던 그 시기에 호구지책으로 먹고 살기위해, 각자도생 도시로 뿔뿔이 흩어졌던 그 친구들이다.
당시에는 손만 대어도 쉽게 바스러질 수 있는 초벌구이 질그릇에 불과했다. 오늘 날 칠순이 되어 얼굴에 세월의 나이테를 잔뜩 새기고 머리에는 하얀 눈을 수북이 덮어 쓴 채(실제로는 염색을 함)로 만났다. 모처럼 부부가 손을 잡고 모인 것이다. 부부가 이렇게 모이다니!
국립박물관에 전시된 8점의 진귀한 유물처럼 유심히 살펴보면서 자신과 상대의 위대한 흔적과 자취를 감정해 보는 시간을 가졌다! 다들 바깥 세상의 모진 역경을 다 이겨내고 단단하고 진귀한 보물이 되어 나타난 것이다. 친구들! 그동안 수고 많이 했고, 존경합니다~^^
헌시(獻詩)
만물이 소생하는 신록의 계절에
꽃향기 그윽한 고향 땅에서
그대들을 반갑게 맞아 봅니다.
삶의 궤적을 얼굴에 새기고
흰 눈을 수북이 덮어 쓴 채
이 시대의 영웅들이 모였습니다!
전후 베이비 붐 첫 세대로서 헐벗고
굶주렸던 우리였기에 자식들만큼은
우리보다 더 나은 삶을 원 했지요.
그 일념으로 평생을 제대로 쉬어보지
못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습니다.
이제는 허리와 무릎도 아픕니다.
눈이 침침하고 귀도 잘 안 들려
예쁜 손주들 소곤대는 얘기소리도
못 들어 답답하고 우울해집니다.
애지중지하던 자식들은 둥지를 훌쩍
떠났고 덩그러니 우리 둘만 남았네요.
이제 우리보다 훨씬 더 오래 살
자식, 손주들 걱정은 내려놓으세요.
얼마 남지 않은 소중한 시간들을
우리 둘을 위해서 소중히 씁시다.
앞으로 더 불편하고 외롭더라도
서로 참고 위하면서 살아갑시다.
여보! 친구들아!
지금 우리들이 가장 소중히
품고 있는 선물이 뭔지 아시지요?
표현은 못해서도 늘 가슴에 담아 둔
"고맙고 사랑한다는 말입니다”.
두 번 다시없는 인생입니다.
두 번 다시 오지 않는 오늘 밤입니다.
마음껏 즐기고 노래하세요!
여보! 친구들아!
아프지 말고 늘 건강하세요.
고맙고 사랑합니다♡
고향 친구
저수지에서 발가벗고
흙탕물 배불리 마셔가며
멱 감던 어릴 적 친구들!
꽁보리밥 먹던 친구들이
도시로 나가 자수성가하여
아주 오랜 만에 만났지!
이마엔 나이테를 깊게 새기고
머리엔 흰 눈을 덮어 쓴 채로
연신 입가엔 미소를 머금으며
아이구 반갑다. 친구야!
우째 지냈노. 잘 있었제?
아픈 데는 없나?
고향 친구일지라도 안 만나면
희미한 점으로 저 멀리
떨어져 있는 별이 되어 버리지.
만남의 시간이 주어졌기에,
서로의 반가움과 존재를 음미하고
축배의 잔을 마음껏 들이켰지.
오붓한 정담을 나누고 노래하며
웃기에는 축제의 하룻밤이 턱없이
짧았고 참으로 아쉬웠다네.
늙으면 기억만 가지고 살아가기에,
어릴 적 추억과 이번 만남의 기쁨을
수북이 더해서 늘 즐겁게 사시게나.
이별의 아쉬움 끝에 꼭 당부한
말은 한결같았지. 친구야 건강해!
아프지 말고, 항상 잘 있어…!!
<중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