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 -이성부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기다림마저 잃었을 때에도 너는 온다 어디 뻘밭 구석이거나 썩은 물웅덩이 같은 데를 기웃거리다가 한 눈 좀 팔고, 싸움도 한판 하고, 지쳐 나자빠져 있다가 다급한 사연을 듣고 달려간 바람이 흔들어 깨우면 눈 부비며 너는 더디게 온다 더디게 더디게 마침내 올 것이 온다 너를 보면 눈부셔 일어나 맞이할 수가 없다 입을 열어 외치지만 소리는 굳어 나는 아무것도 미리 알릴 수가 없다 가까스로 두 팔을 벌려 껴안아 보는 너, 먼데서 이기고 돌아온 사람아 꽃이 하고픈 말 -하인리히 하이네 새벽녘 숲에서 꺽은 제비꽃 이른 아침 그대에게 보내드리리 황혼 무렵 꺾은 장마꽃도 저녁에 그대에게 갖다드리리 그대는 아는가 낮에는 진실하고 밤에는 사랑해달라는 그 예쁜 꽃들이 하고픈 말을 나무 -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