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는 페테르부르그의 빈민가 하숙집 다락방에 기거하는 가난한 법과 대학생이다. 7월 초순의 무더운 어느 날 방세가 밀려 하숙집 주인의 눈치를 살피며 거리를 방황하던 라스콜리니코프는 우연히 들른 술집에서 술주정뱅이 말단공무원인 마르멜라도프를 만난다. 술에 취한 그는 라스콜리니코프 앞에서 가난은 죄가 아니며, 자신의 착한 딸 소냐가 가족들을 위해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있다는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집에 돌아온 그는 어머니의 편지를 받는데, 거기에는 여동생 두냐가 오빠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사랑하지도 않는 장사꾼 루진에게 시집가기로 했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가족을 위해 몸을 파는 소냐와 오빠를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두냐의 모습을 생각하며 라스콜리니코프는 큰 고통을 느낀다.
이 모든 고통이 가난에서 비롯된다고 생각한 그는 고민 끝에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사회의 기생충’ 같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하기로 마음먹는다. 사전답사를 마친 뒤 드디어 운명의 날, 그는 도끼를 웃옷 속에 숨긴 채 노파의 아파트 문을 두드린다. 몇 차례 문을 두드린 끝에 노파의 방에 들어온 그는 다소 의심의 눈초리로 바라보는 노파를 향해 애써 태연함을 유지하며 은제 담배 케이스를 내민다. 꽁꽁 묶인 포장끈을 풀기 위해 노파가 밝은 창문 쪽으로 돌아선 바로 그 순간 라스콜리니코프는 무의식 속에서 도끼를 빼들고는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 거의 힘도 주지 않은 채 기계적으로 노파의 머리를 향해 도끼의 등을 내리치는데...(요약)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라스콜리니코프 주인공. 기생충 같은 전당포 노파를 살해한 가난한 지식인 청년
소냐 가족의 생계를 위해 창녀가 된 희생적 여인.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백을 듣고 자수를 권한다.
두냐 라스콜리니코프의 누이동생, 오빠의 학비를 위해 루진과 결혼하려다 그의 실체를 파악하고 결국
라주미힌과 결혼한다.
포르피리 예심판사. 라스콜리니코프에게서 노파살해사건의 혐의를 발견한다.
라주미힌 라스콜리니코프의 친구. 건전한 청년인 그는 두냐 모녀를 보살피며, 그녀와 결혼한다.
루진 두냐의 약혼자. 비열한 속물적 인간인 그는 실체가 드러나면서 두냐로부터 버림받는다.
노파의 살해
7월 초순, 러시아의 수도 페테르부르그의 무더운 저녁 무렵,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하숙집을 나와 뭔가를 망설이듯 천천히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무모한 공상으로 채워진 머리속을 정리하면서 그는 이미 실행하기로 마음먹은 공상 하나를 떠올렸다. 그리고는 자신의 하숙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악덕 고리대금업자인 전당포 노파의 아파트로 갔다. 노파의 집에 들어선 그는 애써 당황하는 표정을 감추며 노파에게 아버지의 유품인 낡은 은시계를 저당물로 내놓았다. 지나치게 싸게 물건값을 매기는 노파에게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은 채 그는 며칠 내로 은으로 된 담배케이스를 하나 더 가져오겠다고 운을 띄운 채 노파의 아파트를 나섰다.
가난한 지식인 청년인 라스콜리니코프에게는 관리였던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시골에서 연금과 가정교사 일거리로 생활하는 어머니, 여동생 두냐가 있었다. 그들이 어렵게 마련한 돈으로 수도에서 대학을 다니다 중퇴한 그는 설사 대학을 졸업한다고 해도 기껏해야 값싼 월급쟁이나 가정교사가 고작인 현실을 저주하며, 살아있다는 사실조차 견디기 힘들어 했다. 그가 거주하는 음침한 다락방 역시 숨막힐 듯 좁고 답답해 그의 정신세계를 더욱 부정적으로 몰아갔다.
노파의 집을 나선 그는 목이 타는 듯한 갈증을 느껴 어느 선술집으로 들어섰다. 그곳에서 우연히 알게 된 하급공무원 마르멜라도프는 술에 취하자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자신의 가난과 그로 인해 고통받는 가족들에 대해 이야기했다. 특히 가족들의 생계를 위해 사창가에서 몸을 팔고 있는 딸 소냐와 그녀의 고통을 알면서도 어쩔 수 없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를 바래다주기 위해 그의 집에 들렀다. 그야말로 비참한 삶을 살아가는 가족들을 보고 그는 자신도 모르게 1루블을 창틀에 올려놓고 복잡한 상념에 사로잡힌 채 집으로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그는 밀린 하숙비를 재촉하는 주인의 말을 전하는 하녀 나스타샤로부터 어머니의 편지를 전해 받았다. 편지에는 자신의 여동생 두냐가 가족들, 특히 오빠의 학비를 마련하기 위해 부유한 7등 문관인 루진과 결혼하기로 했다는 사실과 조만간 가족들 전부가 페테르부르그에서 만나게 될 것이라는 소식이 적혀 있었다. 편지를 읽는 내내 그의 얼굴은 눈물에 젖어 있었고, 다 읽고 난 뒤 몹시도 비통하고 쓸쓸하게 일그러져 있었다. 어머니의 편지는 그를 더욱 더 고통스럽게 만들었다. 소냐의 희생과 두냐의 결혼을 생각하면서 그는 자신의 계획을 다시금 떠올렸다. 이미 그것은 ‘이제 변경할 수 없을 정도로 그의 마음 속 깊이 뿌리를 내리고 있었다’.
결심을 굳힌 라스콜리니코프는 치밀한 사전준비를 마친 뒤 훔친 도끼를 옷자락에 숨기고 노파의 아파트로 향했다. 초인종 소리가 여러 번 들리고 잠시 후 빗장 벗기는 소리가 들렸다. 노파의 방에 들어선 라스콜리니코프는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그녀를 향해 지난번에 말한 물건을 가져왔다고 말하며 은제 담배 케이스를 내밀었다. 포장을 풀기 위해 창 쪽으로 돌아선 노파의 등 뒤에 서 있던 그는 도끼를 빼들며 두 팔을 치켜들었다. 그리고는 힘도 주지 않고 기계적으로 그녀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노파는 가냘픈 외마디 신음 소리만을 낸 채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고 말았다. 그 순간 그의 몸 속에서 갑자기 힘이 솟구쳤고, 그는 다시 한번 같은 곳을 힘껏 내리쳤다. 마치 컵을 엎지르기라도 한 듯 피가 철철 쏟아졌다. 노파는 이미 죽어 있었다. 당황한 그가 열쇠를 움켜쥐고 여기저기 뒤적거리는 동안 노파의 동생인 리자베타가 나타나 피로 범벅이 된 언니의 시체를 넋을 잃은 채 보고 있었다. 겁에 질린 그녀를 향해 다가선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도 모르는 새 도끼를 치켜들어 그녀의 두개골을 향해 내리쳤다. 그녀는 단번에 퍽 하고 쓰러졌다. 예기치 않은 리자베타의 죽음에 당황한 그는 공포에 사로잡힌 채 간신히 그 자리에서 도망쳤다.
번민의 나날들
그는 꽤 오랫동안 누워 있었다. 혼몽한 상태에 빠져 일어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거리에서 들려오는 무섭고 날카로운 절망적 외침이 그의 귓전에 울렸다. 그는 벌떡 일어나 앉았다. 그러자 별안간 모든 게 생각났다. 처음 순간 그는 미칠 것만 같았다. 이가 덜덜거리며, 온몸이 얼어 붙는 듯한 오한을 느끼면서 그는 주위를 살폈다. 입고 있던 옷가지 등을 철저히 살핀 다음 노파의 트렁크에서 꺼낸 물건과 지갑을 챙겨 구석진 곳의 찢어진 벽지 속에 감췄다. 그리고는 엄습해오는 오한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다시 망각상태로 빠져들었다.
세차게 문 두드리는 소리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잠이 깼다. “문 열어요, 당신 살았어요, 죽었어요? 밤낮 잠만 자고 있으니!” 나스타샤의 외침에 일어나 앉았다. 그녀가 건네준 경찰 출두서를 받아 쥐고서 두려운 마음으로 경찰서를 찾는데, 그 호출은 밀린 방세로 인한 채무 독촉 고소장 때문이었다. 경찰서에서 심한 모욕을 받은 그는 가난한 자를 대하는 경관의 불성실하고 비굴한 태도에 굴욕감을 느꼈다. 한편 그곳에서 전당포 노파의 살인에 대한 경찰관들의 이야기를 듣게 되는데, 순간 온몸을 뒤덮는 듯한 공포에 휩싸인 그는 자신의 다락방으로 달려와 숨겨두었던 물건을 주머니에 쑤셔 넣고는 밖으로 나와 헤매다 어느 광장의 4층 건물 담벼락 아래 돌구덩이 속에 집어넣었다. 그는 괴로움과 성난 눈초리로 주위를 둘러보면서 정신없이 걸어갔다. 자신의 행위를 둘러싸고 계속되는 번민 속에서 그는 억누를 수 없는 분노를 느꼈다. "에라, 될 대로 되라지.“
간신히 집으로 돌아온 그는 며칠동안 혼수상태에 빠져 깨어날 수가 없었다. 나흘이 지나서야 라스콜리니코프는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그를 찾아온 친구 라주미힌과 의사 조시모프와의 대화에서 노파의 살인 이야기를 접한 그는 다시금 흥분상태에 빠지고, 때마침 등장한 여동생 두냐의 약혼자 루진을 무례하고 냉소적인 태도로 대했다. 라스콜리니코프와 불행한 모녀를 구해줬다는 우월감에 사로잡힌 루진은 ‘이 세상의 모든 것이 개인적 이익에 기초하고 있다’는 ‘합리적 이기주의’를 주장하며, 사람들 앞에서 사회진보에 관한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하다 라주미힌의 반격을 받는다. 그러나, 혼란스런 대화 가운데 라스콜리니코프의 관심은 살인사건의 뒷이야기로 쏠리고, 모두가 떠난 뒤 자신도 모르게 아픈 몸을 이끌고 사건현장으로 향했다. 그곳에서 이상한 사람으로 취급당한 그는 비몽사몽간에 다툼을 벌이고 만사를 끝장내려는 기세로 사람들에게 달려들었다.
그 순간 그는 누군가가 마차에 치여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광경을 목격하고 다가갔는데, 그 사람은 다름 아닌 마르멜라도프였다. 그는 술에 취한 쓰러져 피를 흘리고 있었다. 놀란 라스콜리니코프는 얼른 그를 집으로 옮기고 의사를 부르러 보냈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마르멜라도프가 죽기 직전에야 나타난 딸 소냐는 아버지의 죽음을 애통해 하며, 자신의 가족을 도와 준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감사의 말을 전했다. 그러자 그는 사형선고를 받은 자가 갑자기 예기치 않은 특사를 받은 듯한 묘한 기분과 알 수 없는 기운이 솟아나는 것을 느꼈다. “이제 그만!” 그는 단호하게 말했다. “망상을 버리자, 쓸데없는 공포도 쫓아 버리자.... 아직 생명은 있다. 내 생명은 노파와 더불어 죽은 것이 결코 아니지 않는가? 노파에겐 천국의 명복이나 빌면 그것으로 족하지.... 지금은 이성과 광명의 왕국인 것이다! 그리고....의지와 힘의... 자, 이제부터 힘을 겨뤄 볼까!”
“노파는 사회의 암적 존재일 뿐야“
집으로 오는 길에 라주미힌을 만난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와 함께 자신의 다락방을 돌아왔다. 방에는 어머니와 동생 두냐가 한 시간 반 동안이나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아들의 수척해진 얼굴을 본 어머니는 걱정스러운 마음을 지우지 못하고, 오빠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두냐는 루진과의 결혼 의사를 밝혔다. 한편 라주미힌은 그들 모녀를 극진히 보살피며 두냐에 대한 호감이 점점 커져갔다. 그들이 대화를 나누고 있는데, 누군가 조용히 문을 열고 방으로 들어왔다. 그것은 어제 마차에 치여 죽은 마르멜라도프의 딸 소냐였다. 그녀의 갑작스런 등장에 모두들 당황해하는데, 소냐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해 달라는 얘기를 전했다. 그는 그녀에게 참석을 약속하며 조만간 그녀의 집에 들르겠다고 말했다.
소냐가 떠난 뒤 라스콜리니코프는 라주미힌의 먼 친척이자 노파 살인 사건의 예심판사인 포르피리 페트로비치를 만나러 경찰서에 갔다. 저당 잡힌 물건 때문에 그가 찾아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포르피리의 말에 라스콜리니코프는 애써 태연함을 보이지만, 점점 초조해하며 불안함에 빠져들었다. 라주미힌이 인간 범죄와 환경에 관한 주장을 펼치기 시작하면서 그들의 대화는 더욱 더 활기를 띤다. 포르피리는 언젠가 신문에서 읽었다며 ‘사회범죄에 대하여’라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자신의 논문을 흥미롭게 읽었다는 포르피리의 말에 다소 의아해하면서 그는 범죄와 인간 사회, 인간 존재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말하기 시작했다.
라스콜리니코프에 따르면, 세상 사람들은 비범인과 범인으로 나뉜다. ‘비범인’은 역사상 위대한 공적을 이룰 수 있는 능력의 소유자로 개인을 넘어선 세계사적인 과업을 이룩하기 위해 무수한 인명을 희생시킬 특권을 지닌 자들인데, 나폴레옹, 무하마드, 리쿠르고스 등이 여기에 속한다는 것이다. 이들은 인류의 진보를 위해 필요하다고 생각되면 한 사회의 통념적인 도덕적 기준을 과감하게 파괴하고, 나아가 폭력과 살인마저도 단행할 수 있는, 소위 ‘범죄를 행할 권리’를 지닌 자들이다. 이에 반해 ‘범인’은 현존하는 상식과 질서에 순종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로서 그들은 어떠한 경우에도 기존의 도덕률을 초월할 능력이 없으며, 단지 세계를 보존하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에만 몰두하는 자들이다. 따라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소수의 비범인이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지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돼 있다’는 결론에 도달한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이론을 포르피리가 반박하고, 두 사람의 팽팽한 논의는 점점 열기를 띠었다. 이야기를 나누며 포르피리는 점차 라스콜리니코프에게 혐의를 굳혔다. 경찰서를 나선 뒤 그는 정체를 알 수 없는 불안에 시달리면서 정신착란 증세를 보이는데, 그러면서도 자신의 사상을 뇌까렸다. “아니, 인간들은 애당초부터 달리 만들어졌어...모든 게 허용되는 거야.” “노파는 단순한 사회 암적 존재에 불과한 것이지, 한시바삐 밟고 넘어가야 할 그런 것일 뿐이야....나는 인간을 죽인 게 아니라 주의를 죽인 것이지....”
살인의 고백과 ‘한 마리의 이’
악몽에서 깨어난 라스콜리니코프 앞에는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서 있었다. 50세 가량의 부유한 지주인 그는 방탕한 생활로 많은 추문을 뿌렸던 사람이다. 그는 두냐가 그 집의 가정교사로 일하고 있을 때, 그녀에게 치근거리는 바람에 아내의 오해를 사 두냐의 일자리를 잃게 했다. 이런 사정을 알고 냉담한 태도를 보이는 라스콜리니코프에게 그는 뜻밖의 제안을 했다. 두냐가 루진과 결혼한다면 결코 행복해질 수 없기에 그 결혼을 막아야 하며, 그로 인해 겪게 될 경제적 어려움을 위해 자신이 그녀에게 1만 루블을 주겠다는 것이었다. 한편 루진과 만난 라스콜리니코프의 가족은 그의 실체를 알게 되고 두냐는 분노에 떨며 그와의 관계를 끊기로 결심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머니와 두냐에 대한 걱정보다 살인에 대한 공포로 긴장을 늦추지 못했다. 염려하는 가족을 뒤로 한 채 거리를 배회하던 그는 자신도 모르게 소냐의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하나님의 존재를 믿고, 가족을 위해 기도하는 그녀의 모습에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녀의 가난은 환경 때문이라며 냉소적 반응을 보이고, 불공평한 세상을 만든 신을 원망했다. 그러나 그에게 신앙심이 없음을 느낀 소냐는 그와 함께 자신의 믿음을 나누기를 주저하지 않으며, 그를 도우려 했다.
그녀가 도끼에 맞아 죽은 리자베타의 장례식에 다녀왔다는 말을 들은 라스콜리니코프는 초조해하며 그녀에게 성서의 ‘나자로의 부활’ 대목을 읽어달라고 부탁했다. ‘어떤 병자가 있으니 이는 베다리에 사는 나자로다....’ 이 구절은 리자베타가 좋아했던 부분으로 소냐에게 이 성서를 준 사람이 바로 리자베타였다. 소냐의 낭독은 계속됐다. 무표정한 상태로 꼼짝 않고 듣고 있던 그는 얼굴을 찌푸리며 갑자기 큰 소리로 외쳤다. “나는 할 말이 있어서 왔어.”
그리고는 그녀의 발에 키스한 뒤 내일 다시 와 누가 리자베타를 죽였는지 말해주겠다고 말하고는 방을 나섰다. 그런데 놀랍게도 빈방이라고 여겼던 소냐의 옆방에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이 광경을 엿보고 있었던 것이다.
다음날 아침 라스콜리니코프는 포르피리가 근무하는 경찰서로 향했다. 노파에게 맡긴 저당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두 사람의 대화는 살인사건에 대한 서로 다른 해석으로 발전하고, 포르피리는 범죄에 대한 심리 분석을 통해 라스콜리니코프의 정체를 파헤치기 시작했다. 포르피리의 심리전에 말려든 그는 태연한 척 애를 썼으나 이미 내적으로 분열돼 일종의 광란 상태였다. 두 사람의 언쟁은 갑작스런 사건으로 중단됐다. 바로 페인트공 미콜라이가 스스로 살인자라고 자처하며 등장한 것이었다. 이로써 사건은 일단 해결되지만 포르피리의 의심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
한바탕의 소동을 방불케 했던 마르멜라도프의 장례식이 끝난 뒤 라스콜리니코프는 다시 소냐를 찾아갔다. 장례식에서 루진이 고의로 소냐에게 돈을 훔쳤다고 누명을 씌웠을 때 자신을 변호해준 라스콜리니코프에게 소냐는 진심으로 고마움을 느끼고 있었다. 소냐의 얼굴을 바라보며 그는 입을 열었다. “모든 게 다 바보 같은 짓이야... 그런데 소냐...” 그는 갑자지 이상할 정도로 핼쑥한 얼굴을 하고는 한 2초 가량 웃어 보였다. “... 어제 내가 당신에게 무슨 말을 하겠다고 했는지 기억해?” 소냐는 불안한 얼굴로 다음 말을 기다렸다. “....당신에게 누가 리자베타를 죽였는지 알려주겠다고 했지.” 소냐는 온몸을 떨며 창백한 얼굴로 괴로운 듯 숨을 몰아쉬었다.
“어떻게 그걸 아세요?” 그녀는 가느다란 음성으로 되물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그는 소냐 쪽으로 몸을 돌려 맥없이 일그러진 미소를 지어 보였다. 그리고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그 자는... 리자베타를 죽이려고 했던 것은 아냐....우연히 죽이게 된 것 뿐야. 그는 노파만을 죽이려 했었어... 그런 생각으로 갔던 거야... 그런데 그 순간 리자베타가 들어왔어... 그래서 그만 그녀까지 죽이고 말았어....” 라스콜리니코프는 소냐가 그 범인이 바로 자신임을 알도록 유도하고 있었다. 그는 차마 제 입으로 천사와 같은 소냐 앞에서 끔찍한 살인범을 지목할 수 없었다. “이젠 알았겠지?” 그는 절박한 표정으로 속삭였다.
“아아!” 그녀는 가슴에서 무서운 비명을 토하며 침대에 쓰러져 얼굴을 파묻었다. 그러나 재빨리 일어나 그의 두 손을 잡고는 꼭 움켜쥐었다. 라스콜리니코프의 고백을 들은 소냐는 그에게 경찰서로 가서 자신의 죄를 자백하고, 네거리에 나가 대지에 입을 맞추고 사방에 절해 자신이 살인자임을 밝히라고 권했다. 그리고 속죄를 위해 마땅히 감당해야 할 고난을 받아들이라면서 그 고난의 여정에 자신도 함께 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이 노파를 죽였다기보다 ‘한 마리의 이’를 죽였을 뿐이며, 그것은 자기가 아니라 악마가 한 짓이라고 변명했다. 소냐와의 대화에서 자신이 흔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는 좀처럼 자수에 동의하지 못했다. 여전히 혼란스런 마음으로 자신이 구속되면 면회를 와주겠느냐고 거듭 물었다.
그때 레베쟈트니코프가 걱정스러운 얼굴로 나타났다. 그는 소냐의 어머니가 장례식이 끝난 뒤 흥분한 나머지 광증을 일으켜 혼수상태에 빠져있다고 전했다. 허겁지겁 달려온 소냐와 라스콜리니코프는 그녀가 페결핵을 앓고 있었으며, 지금은 거의 회복이 불가능함을 알았다. 그녀는 소냐의 손을 잡으며 그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한 딸에게 용서를 빌며 숨을 거두고 말았다.
슬픔에 차 정신을 잃은 소냐를 바라보고 있는 라스콜리니코프 옆으로 스비드리가일로프가 다가왔다. 그는 두냐를 위해 준비한 1만 루블을 소냐 어머니의 장례비로 내놓으며 쓴웃음을 띠고 무심코 내뱉었다. “내가 말했잖아요. 그 돈은 내게 필요 없는 돈이라고. 그래, 당신은 단지 인도적인 견지에서 이런 일을 하는 것조차 허용하지 않겠다는 겁니까, 네? 저 여자는 돈놀이하는 어느 노파처럼 ‘이’는 아니었거든요. 그러니 만일 내가 돕지 않는다면....”
그는 마치 눈짓이라도 하듯 눈을 깜박거리며 이렇게 말했다. 자신이 소냐에게 한 말을 그대로 하는 것을 들은 순간, 라스콜리니코프는 온몸에 소름이 끼친 듯 새파랗게 질렸다.
대지에 입맞춤
스비드리가일로프가 한 말 때문에 안절부절하지 못하던 라스콜리니코프에게 뜻밖에도 포르피리가 찾아왔다. 라주미힌으로부터 포르피리가 범인을 잡았다고 한 말을 전해들은 라스콜리니코프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던 차였다. 마주한 두 사람은 서로를 응시하며 새로운 심리전에 벌이는데, 라스콜리니코프는 끝장이 날지도 모른다는 예감을 느꼈다. 포르피리는 라스콜리니코프의 논문 내용을 끄집어내 그의 마음을 교묘하게 건드리며 장장 2시간에 걸친 장광설을 늘어놓았다. 논리적으로 자신을 점점 죄어오는 듯한 느낌을 받은 라스콜리니코프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숨가쁜 음성으로 물었다. “그럼....대체 누가 죽였다는 겁니까?” “누가 죽였느냐구요....?” 포르피리는 자신의 귀를 의심하듯이 되뇌었다. “그야, 당신이지 누구겠습니까... 바로 당신이 죽인 겁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거듭 부인했지만 포르피리는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를 범인으로 지목하고 진심으로 자수하기를 권했다.
한편 라스콜리니코프와 소냐의 대화를 엿들은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두냐에게 오빠의 범죄 사실을 알리고 자신의 사랑을 받아줄 것을 요구했다. 그러나 두냐는 협박에 굴하지 않고 끝까지 그를 거부하며, 급기야 그를 향해 두 번의 방아쇠를 당겼다. 이미 그녀는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총알이 스치고 지나간 관자놀이의 상처를 닦으며 스비드리가일로프는 더 이상 그녀의 사랑을 구할 수 없음을 깨닫고 그녀를 보내줬다. 그녀가 나간 뒤 그는 가냘프고 절망적인 미소를 지으며 총알 한 발이 남아있는 권총을 호주머니에 집어넣고 밖으로 나왔다. 그날 저녁 스비드리가일로프는 거리를 배회하다가 만난 소냐에게 미국으로 간다는 말을 남긴 뒤 어느 망루 앞에 서서 오른쪽 관자놀이에 권총을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같은 날 라스콜리니코프는 어머니에게 작별인사를 한 뒤 자신의 숙소로 돌아와 그를 기다리고 있는 두냐와 마주했다. 짧은 침묵 끝에 그가 입을 열었다. “이러다간 늦겠다. 가야 할 때가 왔어. 나는 이제 자수하러 간다. 그렇지만 무엇 때문에 자수하러 가는지 모르겠어.” 모든 사실을 알고 있는 두냐는 눈물을 흘리며 오빠를 끌어안았다. “이제 오빠는 고난을 받으러 가시니까, 벌써 죄의 절반은 씻은 거나 다름없어요!”
그러나 죄라는 말에 라스콜리니코프는 펄쩍 뛰었다. 그는 자수를 결심했으면서도 자신의 행위를 사실상 죄라고 여기지 않았다. 그는 죄를 지어서가 아니라 자신의 소심함과 비굴함 때문에 자수하는 것이며, 또 포르피리의 말처럼 그냥 앉아서 체포당하는 것보다 자수가 여러 모로 유리하기에 내린 결정일 따름이었다.
경찰서로 가기 전 라스콜리니코프가 마지막으로 들른 곳은 소냐의 숙소였다. 걱정스럽게 그를 기다리던 소냐는 눈물을 흘리며 그의 가슴에 자신이 간직하고 있던 십자가를 걸어줬다. 그리고는 겁먹은 듯 떨리는 목소리로 애원했다. “단 한번만이라도 좋으니 성호를 긋고 기도를 드리세요.” 순순히 소냐의 말을 따르면서도 그는 아직 자신이 죄인이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하지만 광장으로 나오면서 그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소냐의 말을 기억해냈다. “네거리에 서서 모든 이들 앞에 고개를 숙이고 대지에 입을 맞추세요....” 그것은 일종의 발작처럼 그를 엄습해, 마음 속에서 하나의 불꽃으로 타올랐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치는 것을 느끼며 그는 그만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그리고는 환희와 행복에 젖어 머리를 숙여 대지에 입을 맞췄다.
운명의 장소에 다다른 라스콜리니코프는 힘찬 걸음으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러나 막상 자수를 하려니 좀처럼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머뭇거리는 사이 그는 스비드리가일로프의 자살 소식을 전해듣고 무엇인가에 짓눌린 듯한 느낌을 받은 채 밖으로 나오고 말았다. 그는 현기증으로 휘청거렸다. 그런데 놀랍게도 출입문 옆에 마치 죽은 사람 마냥 새파랗게 질린 얼굴을 한 소냐가 서 있었다. 그녀는 말할 수 없이 무서운 눈초리로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다시 돌아서 안으로 들어갔다. 경관과 마주앉은 그는 나지막한 음성으로 분명하게 말했다. “그건 접니다. 제가 그때 관리의 미망인인 노파와 그 여동생 리자베타를 도끼로 죽이고 금품을 강탈했습니다.”
구원의 에필로그
시베리아, 범행일로부터 1년 반의 세월이 흐른 뒤 넓고 광막한 그곳에서 라스콜리니코프는 9개월째 유형생활을 하고 있었다. 다행히도 그는 여러 가지 상황이 참작돼 살인죄에 비해 가벼운 형량을 선고받았다. 자수한 뒤 무려 다섯 달이 지난 후 내려진 판결에 따라 그는 시베리아 유형길에올랐는데, 소냐가 그와 동행했다. 한편 어머니는 아들 생각에 병을 앓다 숨을 거뒀고, 여동생 두냐는 친구 라주미힌과 조촐한 결혼식을 올린 뒤 5년 후에 시베리아로 이주하려는 계획을 세웠다.
그런데 라스콜리니코프는 유형생활의 온갖 어려움을 견뎌내면서도 좀처럼 활력을 찾지 못한 채 불안과 동요를 느꼈다. 그는 온갖 상념 속에서 자신을 분석하고, 검토하고, 반성도 해봤으나 도무지 자신의 죄를 인정할 수 없었다. 무엇보다 그는 자신에게 내려진 운명의 판결에 이토록 나약하고, 아무런 희망도 가질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도 수치스러웠다. 그러나 소냐는 그런 라스콜리니코프를 외면하지 않고 끝없이 헌신적인 사랑을 베풀었으며, 다른 죄수들을 위해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부활제 후 2주째 되던 날, 앓아 누워 있던 그는 무서운 악몽에 시달렸다. 꿈 속에서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이론과 사상의 노예가 되어, 자신만이 유일한 진리의 탐지자라는 확신에서 서로를 죽이고 있었다. 꿈에서 깨어난 그는 비로소 자기 사상과 이론의 허구를 발견하게 됐다. 그는 엎드려 울면서 소냐의 무릎을 껴안았다. 그녀는 모든 것을 이해했다. 그가 자신을 끝없이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마침내 그 순간이 다가왔다는 것도. 그날 저녁 라스콜리니코프의 머리 맡에는 성서가 놓여 있었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1866년에 발표된 『죄와 벌』은 유럽여행에서 돌아온 작가가 계약 날짜까지 소설을 마치지 못한다면 향후 9년 동안의 모든 작품을 대가 없이 출판사에 내줘야 하는 급박한 상황에서 씌어졌다. 속기사이자 곧 그의 아내가 된 안나 그리고리예브나의 도움으로 씌어진 이 작품은 작가로서 명실공히 도스토예프스키의 명성을 확고하게 만든 후기 5대 장편 가운데 첫 작품이다. 『죄와 벌』은 겉으로는 돈과 살인이라는 세속적인 소재를 다루는 ‘탐정소설’의 형식을 취하고 있으나 사실상 일반적인 ‘탐정소설’과는 거리가 멀다. 이 작품은 한 가난한 대학생의 범죄를 통해 무엇보다 죄와 벌의 심리적인 과정을 밝히고 있으며, 나아가 인간 본성의 영원한 문제인 철학적, 형이상학적 문제들(이성과 감성, 선과 악, 신과 인간, 사회 환경과 개인적 도덕의 상관성, 혁명적 사상의 실제적 문제 등)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이 소설에서 무엇보다도 흥미로운 점은 주인공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 동기가 분명히 드러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것은 주인공 자신이 살인 동기를 계속해서 번복하는 데서 알 수 있듯이 여러 동기들을 설정한 작가의 의도 때문이다.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 동기는 크게 두 가지로 나뉘는데, 하나는 외부적인
‘환경적’ 요인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적인 ‘사상적’
동기라 할 수 있다.
노파 살해의 주요 동기인 환경적 요인은 페테르부르그의 범죄 환경과 관련돼 있다. 1860년대 러시아의 수도 페테르부르그는 온갖 범죄의 온상이었다. 농노제 폐지와 토지개혁으로 도시로 몰려든 수많은 사람들, 그 때문에 발생한 실업난과 주택난, 가난하고 지저분한 뒷골목과 빈민굴의 범죄와 매춘, 늘어난 알코올중독자와 고리대금업자 등. 이런 사회적 배경을 바탕으로 작가는 가난한 사람들의 비참한 상황과 소외를 생생히 그렸다.
절대적 빈곤에 허덕이는 라스콜리니코프와 그 가족, 어디도 갈 곳을 찾지 못한 주정뱅이 마르멜라도프와 그의 아내, 그리고 가난 때문에 창녀가 된 소냐의 모습에는 열악한 환경에 침식돼 가는 인간의 한계가 잘 드러나 있다. 라스콜리니코프는 그의 논문에서 모든 것은 ‘사회적 환경과 관습’에 뿌리박고 있으며, 따라서 열악한 생활조건을 없애고 안락한 환경을 만들어 준다면 범죄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가난은 생존의 문제와 직결되며,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행위는 바로 이러한 열악한 환경을 제거하려는 상징적 행위로 볼 수 있다.
두 번째 범죄동기인 사상적 요인은 그의 과도한 자의식이 낳은 결과라 할 수 있다. 사실상 라스콜리니코프가 살인을 행한 이유를 가난과 상처받은 자존심 때문이라고만 할 수는 없다. 그 스스로가 ‘만일 그런 이유 때문이라면 행복하게 생각할지도 모르겠다’고 고백하고 있듯 그의 살인은 돈을 얻기 위해서도, 그의 본성이 악하기 때문도 아니고, 사회에 대한 일종의 분풀이 때문도 아니었다. 그것은 소위 ‘모든 것이 허용된다’는 믿음을 기초로 한 ‘초인사상’에서 찾을 수 있다.
그에 따르면 세상 사람들은 ‘범인과 비범인’으로 나뉜다. 이러한 이분법적 사고방식은 헤겔 철학의 영향으로, 헤겔은 세계사에 남은 소수의 위대한 인물들이 역사의 주체로서 엄청난 과제를 수행한다고 주장했다. 뛰어난 인간 ‘비범인’은 역사에 위대한 공적을 이룰 수 있는 사람으로 세계사적 과업을 이룩하기 위해 무수한 인명을 희생시킬 특권을 지닌 자들이며, 이에 반해 평범한 사람인 ‘범인’은 현존하는 상식과 질서에 순종하는 대다수의 사람들로서 그들은 어떤 경우에도 기존의 도덕률을 초월할 능력이 없으며, 단지 세계를 보존하고 종족을 번식시키는 일만 할 수 있다.
따라서 라스콜리니코프는 소수의 비범인이 세계를 이끌어가기 위해서는 어떤 일이든 감행할 수 있어야 한다고 믿으며, 그들에게는 ‘모든 것이 허용되어 있다’는 결론에 이르게 된다. 바로 이런 사상에 근거해 그는 자신이 ‘비범인’인지 아닌지를 확인해 보고자 ‘사회악’적 존재인 전당포 노파를 살해했으며, 그것을 정당한 권리행사라고 생각한다. 그의 행동은 스스로를 우수한 인간이라고 생각하는 오만에서 비롯된 것으로, 자신과 타인들에게 그 자신이 ‘비범인’임을 증명하기 위해 살인을 단행한 것이다. 바로 여기에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가 지닌 철학적, 형이상학적 의미가 담겨 있다. 그는 이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회의와 세계의 부조리에 대한 저항을 나타냈다.
그러나 살인을 행한 후 라스콜리니코프의 신념은 흔들리기 시작한다. 쓸모 없는 늙은이를 살해한 후 훔친 돈으로 사회 사업을 계획했던 그의 의도는 살인의 우연한 목격자이자 온순한 여인인 리자베타를 추가 살해함으로써 산산조각이 나버리고, 심리적으로 궁지에 내몰린다. 간신히 그 사건 현장에서 벗어난 후 끊임없는 공포와 두려움에 쫓기는 나날을 보내게 된다. 이후의 이야기는 소설 전반에 행해진 살인 사건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주인공과 그 주변 인물들의 심리전으로 전개되는데, 무엇보다도 자신의 범죄에 대한 라스콜리니코프의 모순된 감정의 교차와 점차적인 인식의 과정, 그의 유일한 희망인 소냐와의 만남, 그리고 살인 사건을 추적하는 예심판사 포르피리와의 심리적 갈등 등이 잘 그려진다.
라스콜리니코프에게서 범죄를 저지르는 과정이 우연의 연속이었던 것처럼, 자수의 과정도 의지의 산물이라기보다 알 수 없는 충동과 이끌림의 연속이었다. 그의 자수와 관련된 흥미로운 인물로 포르피리를 들 수 있는데, 사실상 포르피리에 대한 그의 공포는 법적인 것이라기보다는 내면 세계의 갈등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는 자신의 이론을 지탱해주는 이성의 힘과는 또 다른, 죄를 저지른 데서 오는 본능적인 공포에 시달리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이성과 감성의 분열현상은 계속해서 그를 괴롭히며 혼돈 속으로 몰아넣는데, ‘분열'을 의미하는 그의 이름 또한 의식의 분열을 경험하는 주인공의 비극적 운명을 암시하고 있다.
날카로운 분석과 명쾌한 판단의 소유자인 포르피리는 이러한 라스콜리니코프의 범죄심리를 꿰뚫고 있으며, 계속되는 심리분석으로 그의 정체를 파헤친다. 포르피리는 단순히 죄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을 넘어 라스콜리니코프 사상의 허실을 들춰내며, 그의 이론이 지닌 한계를 폭로한다. 그러나 라스콜리니코프는 자신의 죄를 이성적으로 인정하지 못하고 여전히 비범인으로서의 무게를 감당하지 못한 데서 오는 모욕감과 좌절감에 짓눌린다. 사실상 그의 자수는 전적으로 양심의 가책에 의한 것이기보다 뒤틀린 이성의 심리에 의한 것으로 자의식적 괴로움 속에서 자신의 비열함을 내보인 선택이다. 하지만 그의 내면에 자리잡은 알 수 없는 충동으로 소냐의 제안을 받아들이고 광장에 엎드려 대지에 입을 맞춘다.
라스콜리니코프의 진정한 변화는 에필로그에 나타난다. 시베리아 수용소에서 1년을 보낸 그는 여전히 소외감과 좌절을 느끼며, 자신의 죄를 진심으로 뉘우치지 못한다. 그럼에도 그를 따라온 소냐는 끊임없는 사랑과 무한한 희생으로 그를 지탱해 준다. 그의 변화는 어느 날 문득 꾼 꿈을 통해 이뤄지는데, 이는 앞에서 벌어진 범죄의 실행과 자수에 이르는 과정과 마찬가지로 의식적인 것이 아닌 무의식적 과정의 연장선에서 일어난다. 알 수 없는 바이러스에 감염된 사람들이 이론과 사상의 노예가 되어, 자신만이 유일한 진리의 담지자라는 확신에서 서로를 죽이는 꿈은 라스콜리니코프의 ‘합리적’ 이성주의를 흔들어 놓는다. 자기 사상과 이론의 허구를 발견하게 된 그는 결국 소냐의 지극한 사랑을 받아들이면서 지금껏 그를 괴롭혀왔던 고통에서 벗어나 ‘새로운 인간’으로 거듭 태어난다. 에필로그의 시간이 부활절 기간이라는 사실과 그 공간이 물과 공기의 이미지로 점철된(숨막힐 듯한 공기와 악취, 먼지로 뒤덮인 페테르부르그가 아니라) 시베리아란 점은 라스콜리니코프의 부활을 더욱 부각시킨다.
이렇듯 작가는 초인이 되고자 한 이성적 인간 라스콜리니코프가 오히려 비이성적이며, 깊은 신앙심을 간직한 소냐에 의해 구원되는 결말을 보여주고 있다. 열악한 환경 속에서 강한 자의식과 ‘권력에의 의지’를 키워온 그는 오랜 거부와 회의, 갈등을 지나서 비로소 살인의 동기가 자신의 지적 오만에 불과한 것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도스토예프스키는 주인공의 방황을 통해 인간의 진정한 구원이란 이성으로 세워진 계획에 의해서가 아니라 스스로의 고통을 받아들이고 자신을 희생하는 가운데 찾아지는 것임을 역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죄와 벌」은 위대한 세계적인 작가로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위치를 확인시켜주는 작품으로, 이전의 작가의 창작에서 제기된 일련의 문제들에서 보다 폭넓은 사회, 정치적 문제와 더불어 윤리와 연관된 철학적, 형이상학적 문제까지 망라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연이은 장편들에서 본격화되는데, 이 소설을 시작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작가로서 뿐 아니라 미래에의 선지자이자 예언자로서 그 역할을 담당했다.
<“죄와 벌(Преступление и Наказание)”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지음, 글쓴이 조유선박사 >
▣ 저 자 표도르 미하일로비치 도스토예프스키 Фёдор Михаилович Достоевский(1821∼1881)
첫 작품 「가난한 사람들」로 ‘제2의 고골’이라는 찬사를 받은 러시아 문학의 대부. 오랜 유형생활에서 얻은 러시아민중에 대한 깊은 이해가 작품의 토대가 됐다.
죽음의 문턱에서
1849년 12월 22일 오전 9시, 페테르부르그의 세묘노프 연병장에는 총살형을 선고받은 21명의 사형수들이 영하 20도의 추위 속에 서서 최후의 순간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들은 니콜라이 1세의 전제정치에 반기를 든 국가사범들이었다.
사형집행관이 사형 선고문을 낭독하자 첫째 조가 처형대 위에 세워졌다. 가장 죄가 무거운 페트라쉐프스키와 소위보 몸벨리, 그리고 비평가이자 작가인 그리고리예프가 눈이 가리워진 채 말뚝에 묶였다. 그들 앞에 선 사수들은 일제히 세 사람의 가슴에 총을 겨눈 채 구령이 떨어지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그 순간 말을 탄 한 관리가 흰 손수건을 흔들며 광장을 가로질러 달려오고 있었다. 그는 크게 외쳤다.
“사형을 중지하시오! 하해와 같은 황제의 명으로 사형을 중단하시오.” 이 잔인한 처형극은 다시는 모반을 꾀하지 못하도록 본때를 보여주기 위해 꾸며진 각본이었다. 사형수들은 황제의 명령에 따라 사형 대신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졌다. 그러나 이 사건은 사형수에 포함돼 있던 도스토예프스키와 나머지 사람들에게 치명적인 영향을 미쳤다. 그들 중 일부는 정신질환과 신경쇠약에 시달리거나 불치의 병에 걸렸고, 심한 동상으로 손발을 절단하기도 했다.
훗날 도스토예프스키는 그 혹한 속에서 자신이 추위를 느꼈는지조차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생사가 교차하는 순간의 미묘한 감정만은 그의 글 속에서 자주 언급했다. 그해 12월의 어느 아침의 극적인 체험으로 도스토예프스키는 다른 어느 작가들보다 더 날카롭게 인간의 심연을 파헤칠 수 있었으며, 인류의 과오와 고통을 깊게 통찰할 수 있었다.
번민과 고통으로 승화된 작가의 생애
도스토예프스키는 1821년 의사인 아버지가 일하는 모스크바의 자선병원 관사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미하일 안드레예비치는 상당히 난폭하고 질투심이 강했으며, 자식들을 사랑보다는 엄한 벌로 대했다. 반면에 어머니 마리아 표도로브나는 상냥하고 온순하며, 신앙심이 깊었다. 그녀는 문학작품을 즐겨 읽었으며, 아이들에게 지극한 사랑을 쏟았고, 자식들의 교육에 남다른 관심을 갖고 직접 가르치기도 했다. 하지만 인색하고 의처증이 심한 남편의 학대에 시달린 탓에 1837년 37세의 나이로 요절하고 말았다. 도스토예프스키와 다른 형제들은 어머니에 대해 항상 즐겁고 아름다운 기억을 갖고 있었으며, 어머니가 들려준 성경 이야기는 훗날 도스토예프스키의 작품세계에 많은 영향을 줬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보통 사람이 경험하기 힘든 운명적인 사건들을 겪었다. 앞에서 언급한 사형 직전의 경험 못지 않은 특이한 사건은 1839년 다로보예의 영지에서 일어난 아버지의 갑작스런 죽음이었다. 이 죽음은 오늘날까지도 정확한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는데, 어떤 이는 가혹한 수탈을 견디지 못한 농노가 살해한 것이라고 하고, 또 어떤 이는 단순한 심장발작이었다고 전한다. 어쨌든 아버지의 죽음은 작가에게 커다란 충격을 줬으며, 그는 평생동안 아버지의 횡사에 대해 입을 굳게 다물었다. 작가의 마지막 장편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에 나오는 아버지 표도르의 살해 사건은 그 아버지의 죽음을 연상시키기도 한다.
1843년 가까스로 공병학교를 졸업한 도스토예프스키는 걷잡을 수 없는 문학에의 열망으로 다니던 직장을 곧 퇴직하고, 본격적인 전업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성공에 대한 열의와 노력의 결과인 처녀작 『가난한 사람들』(1845년 5월에 완성)은 벨린스키를 비롯한 당대의 최고 비평가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는데, 도스토예프스키에게 작가로서의 행운을 가져다 줬다. 처녀작의 성공에 힘입어 그는 현대인의 병적인 심리상태를 다룬 『분신』,「프로하르친씨」,『여주인』,「폴준코프」,『네토츠카 네즈바노바』등의 작품들을 내놨으나 더 이상 호응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그의 작품은 조잡한 형식과 다듬어지지 않은 문체, 그리고 지나치게 환상적이고 기괴한 요소 등으로 비판의 대상이 됐으며, 그로 인해 벨린스키, 네크라소프, 투르게네프 등 당대의 문인들과 결별하게 됐다.
1849년 도스토예프스키는 페트라쉐프스키 비밀 모임에 연루돼 사형 선고와 감형을 받은 뒤 시베리아 유형에 처해졌는데, 그 후로 간헐적인 발작 증세를 보이더니 평생 간질병에 시달리게 됐다. 시베리아 유형은 작가로부터 많은 것을 빼앗았지만, 동시에 대단히 소중한 것을 줬다. 감옥에 있었던 4년 동안 그는 온갖 부류의 죄수들과 강제노동에 시달리며 힘든 나날을 보냈으나, 밑바닥 삶을 영위하고 있는 그들과의 부대낌 속에서 러시아 민중에 대한 면밀한 성찰의 기회를 가졌다. 그뿐 아니라 자기 존재에 대한 새로운 이해와 민중에 대한 사랑을 더욱 확고히 하기에 이르렀다. 이 값진 체험은 『죽음의 집의 기록』과 『죄와 벌』의 에필로그에 자세히 그려져 있다.
유형지 경험을 바탕으로 한 제2창작기
1859년 유형지에서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온 도스토예프스키는 중단됐던 문학활동을 재개하면서 제2의 창작기를 맞는다. 수용소 생활 중에 경험했던 소재들을 작품화했으며, 형 미하일과 잡지를 발행하는 등 적극적인 활동을 펼쳤다. 또한 유럽여행을 통해 맹목적인 이성과 돈에 의해 가치가 좌우되는 서유럽의 허구적 현실을 목격하고 신랄한 비판을 가했다. 하지만 한편으로 그는 병든 아내를 외면하고 정부와 사랑에 빠졌으며, 도박으로 수중의 돈을 다 날린 채 무일푼이 되기도 했다.
작가의 작품 가운데 ‘가장 독창적’이라고 평가받는 『지하생활자의 수기』를 1864년에 발표했는데, 이 『수기』가 씌어진 시기는 러시아 내외적으로도 상당히 복잡한 시기였지만, 도스토예프스키 개인적으로도 대단히 불행하고 고통스러운 시기였다. 사회적으로는 농노제 폐지와 토지 개혁, 서구 사상의 무분별한 도입으로 인한 진보와 보수세력의 갈등이 있었고, 개인적으로는 작가의 절친한 후견인이었던 형 미하일과 폐결핵을 앓고 있던 아내의 죽음, 잡지의 강제 폐간과 형이 남긴 채무, 형수와 조카들의 부양 등 고통스럽고 절박한 상황을 맞닥뜨린다. 다급해진 그는 선불을 조건으로 출판업자와 가혹한 조건의 계약을 맺는데, 만일 약속을 이행하지 못할 경우 향후 9년 동안 아무런 대가 없이 저작권을 출판사에 내줘야 했다. 그는 작품을 빨리 써내기 위해 속기사 안나 그리고리예브나를 소개받고 그녀의 도움으로 『도박자』와 『죄와 벌』을 연재할 수 있었다. 마침내 1867년 두 사람은 부부의 인연을 맺는데, 이때 도스토예프스키의 나이가 46세, 안나는 21세의 젊은 처녀였다. 나이 차에도 그들의 결혼 생활은 비교적 원만했으며, 특히 도스토예프스키에 대한 안나의 배려와 끝없는 헌신은 작가의 작품활동에 결정적인 영향을 줬다.
결혼 후 도스토예프스키는 아내와 함께 4년 동안 유럽의 여러 도시에 머물면서 『백치』, 『영원한 남편』, 『악령』을 발표하는 등 왕성한 집필 활동을 벌였다. 그 와중에도 그의 천성인 도박벽과 낭비벽으로 여러 차례 곤경에 빠졌는데, 매번 안나의 이해와 노력으로 문제를 해결했고, 마침내 『악령』의 성공으로 경제적 여유가 생겨 페테르부르그로 돌아올 수 있었다. 이후 그는 작가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하게 됐을 뿐아니라 그때까지 시달려왔던 재정적 어려움에서 비로소 벗어날 수 있었다. 생애 처음으로 안정된 상황에서 집필을 하게 된 도스토예프스키는 전력으로 작품활동에 매달리는데, 개인 잡지격인 『작가일기』를 펴내고,『미성년』을 완성했으며, 마지막 대작인『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을 발표했다. 1881년 1월 28일 그는 아내가 머리맡에서 읽어주는 성경 구절을 들으며 조용히 숨을 거뒀다. 그것은 마태복음서 3장 2절, “회개하라, 천국이 가까웠느니라.”였다.
▣ 도스토예프스키의생애와작품
1821 10월 30일(현재의 그레고리우스력(曆)으로는 11월 11일)에 마리야 자선병원의 속건물에서 아버지 미하일 도스토예프스키와 어머니 마리야 네챠예프 사이에 둘째 아들로 태어났다.
1834 10월 도스토예프스키와 형 미하일, 체르마크가 경영하는 중학과정의 기숙학교에 들어갔다.
1837 2월 27일에 어머니 사망
1838 1월 16일에 공병 학교에 입학
1839 6월 8일에 아버지의 갑작스런 사망
1840 11월 29일에 하사관으로 임명. 군생활을 지겨워하며 호프만, 실러, 빅토르 위고,
셰익스피어, 라신, 괴테 등의 책을 탐독
1844 2월에 유산 관리인으로부터 일시금을 받고, 토지와 농노에 대한 유산 상속권을 포기, 10월에 도스토예프스키 제대
1845 3월에 첫 소설 「가난한 사람들」를 친구 그리고로비치에게 읽어주자 네크라소프를 거쳐 유 명한 평론가 벨린스키에게 좋은 평가를 얻었다.
「페체르부르그선집」에 「가난한 사람들」 발 표
11월 어느날 하룻밤만에 「아홉 통의 편지로 된 소설」을 쓰지만 벨린스키와 투르게네프로 부터 절도 없는 생활을 비난받았다.
「분신」과 「프로하르친씨」 잡지 『조국 수기』에 발표
1848 「분신」, 「여주인」 실패. 도스토예프스키는 사교계에 발을 들여놓고 재정적 어려움을 겪었다. 12월에 페뜨라셰프스키의 영향으로 사회주의에 관심
『조국 수기』에 「약한 마음」(2월), 「폴준코프」, 「크리스마스 트리와 결혼식」, 「백 야」(이상 12월), 「남의 아내와 침대 밑 남편」 등 발표
1849 페트라셰프스키 집에서 열린 문학 모임에서 벨린스키가 절대 왕정의 입장을 신봉했다는 이 유로 고골리를 비난한 편지를 읽었다는 죄목으로 4월 23일에 체포
11월 16일에 벨린스키의
‘사악한’ 편지를 퍼뜨린 죄목으로 사형 선고
12월 22일에 세묘노프 광장에서의 총살형 직전, 황제의 특사로 시베리아 강제노동형으로 감형『조국 수기』(1, 2월)에 「네토츠카 네즈바노바」
일부 발표
1854 2월에 출감
1855 12월에 「죽음의 집의 기록」 집필 시작.
1857 2월 6일에 친구의 아내였던 마리야 이사예프와 결혼
익명으로 『조국 수기』에 「꼬마 영웅」 발표
1858 9월에 형 미하일과 함께 만드는 잡지 『시대』의 출판을 허가받았다.
1859 『러시아 말』에 「아저씨의 꿈」 발표
『조국 수기』에 「스체판치코보 마을 사람들」 발표
1860 스첼로프스키의 『러시아 세계』에 불온한 표현을 뺀 「죽음의 집의 기록」 연재
1861 『시대』에 「상처 받는 사람들」 발표 『상처받는 사람들』Edouard Pratz에서 두 권으로 출간
1862 6월 7일에 서유럽으로 최초의 외국여행을 떠나 도박에 빠졌다.
1863 『시대』에 「악몽 같은 이야기」 발표
4월에 『시대』에 게재된 스트라호프의 기사 「치명적인 질문」이 폴란드인에게 유리하다는 이유로 발행 중지 5월에 『시대』출판 금지
1864 3월 21일에 새 잡지 『연대기』 첫 호 발행
4월 16일에 부인 마리야 사망
1865 6월에 재정난으로 『연대기』발행을 중단
11월 1일에 출판업자 스첼로프스키와 작품 계약. 약속 불이행시 인세 지급 없이 이후의 모 든 작품에 대한 저작권을 가지기로 했다. 3천 루블을 받고 자신의 모든 작품의 저작권을 팔았다. 스첼로프스키출판사에서 「도스토예프스키의 전집」 출간
1866 10월에 스첼로프스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속기사 안나 그리고리예브나 스니트
킨 고용 『노름꾼』, 『죄와 벌』 완성.
1867 2월 15일 저녁 7시에삼위일체대성당에서속기사안나와결혼 계속된 도박으로 재정상태 악화 『죄와 벌』 수정판 바주노프 출판사에서 출간
1868 2월 22일에 딸 소피야 출생, 5월 12일에 어린 딸 소피야 사망 , 11월에 『러시아 통보』에 「백치」 발표
1869 9월 14일에 딸 류보프 출생, 11월 네차예프를 지도자로 하는 「민중의 복수」가 벌인 암살사건을 후에 『악령』에 이용
1871 7월 16일에 아들 표도르 출생 『러시아 통보』에 「악령」 발표
1872 12월 말에 독감과 폐기종으로 고생하기 시작 바주노프의 「동시대 작가 총서」에서 『영원한 남편』 출간
1873 1월 1일에 도스토예프스키가 편집장을 맡은 『시민』지 제1호 발행 6월에 『악령』이 세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
일상생활과 문학이나 연대기적·정치적 내용을 담은 「작가 일기」를 『시민』지에 연재『백치』 두 권의 단행본으로 출간
1875 8월 10일에 아들 알렉세이 출생 『애국 잡기』에 「미성년」(젊은 청년의 일기) 발표
1877 5월 16일에 아들 알렉세이 갑작스런 간질 발작으로 사망
1879 10월에 『러시아통보』에서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소설 3부의 4번째 책까지) 출간
1880 11월 8일에 『러시아 통보』에 「카라마조프씨네 형제들」의 마지막 장들을 보냈다.
1881 1월 26일 상속 문제로 여동생이 찾아와 다투고 간 후 각혈 시작, 죽을 준비를 하다.
1월 28일 아침 7시, 아내에게 오늘 틀림없이 죽을 것 같다며 성경을 아무데나 펼쳐 읽는다. 이날 저녁 8시 38분사망,
1월 31일에 알렉산드르네프스키 수도원 묘지에 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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