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외 가족행사~
오월의 만남
오월에는 주요 행사들이 많다. 어린이날, 어버이날을 비롯하여 대여섯의 행사들이 이어져 있다. 우리 집은 어린이날과 어버이날을 한데 묶어서 ‘어버린이날’이라 부르며 같은 날 동시에 행사를 했다.
오월은 계절적으로 참 아름다운 달이다. 우선 인간을 성가시게 하는 모기와 파리떼 들이 아직 나타나지 않아서 좋다. 날씨는 덥지도 않고 여전히 봄기운이 남아 있어 활동하기에 참 좋은 계절이다. 들판과 주위 산들은 초록의 옷으로 갈아입고 싱그러움을 더해주고 있다. 그리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산들바람에 아카시아 향기가 코를 자극하며 기분을 좋게 한다. 요모조모 따져 봐도 계절의 여왕이란 자리 매김에는 손색이 없다 하겠다.
오월의 꽃 하면 장미를 꼽는다. 색깔별로 종류도 많아 꽃말도 다양하다. ‘애정’, ‘사랑의 사자,’행복한 사랑‘ 등으로 동서양을 막론하고 여성에게 주는 최고의 꽃이다. 꽃이라면 장미뿐이겠냐 하면서 작약과 모란 등도 앞 다퉈 아름다움을 뽐내고 있다.
한편으론 오월하면 자녀들이 긴장하는 달이다. 카네이션 꽃과 마음의 표시인 용돈까지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 옛날 우리도 한숨을 내쉬었던 달이다. 올해는 야외에서 행사를 한다고 하니 편지까지 써와서 낭송을 하며 진한 감동까지 주고받았다.
"부모님들이 우리의 어린 시절을 꾸며 주셨듯이, 우리는 부모님의 노년을 아름답게 해 드려야 한다" 는 생텍쥐페리의 의무적인 정을 강조하지 않더라도 과거와는 달리 현대는 각자의 삶을 충실히 준비 해 나가고 있다. 다만 인간은 궁극적으로 세계(가족)와 화해하고 조화를 모색하는 운명적 존재임에는 틀림없기에 이런 만남 또한 필요하다 하겠다.
어느 보험회사 설문에서, 가족은 나에게 무엇인가? 라는 설문에 ‘희망이다‘라는 응답이 제일 많았다고 한다. 그 외도 사랑, 행복, 울타리 등도 있었지만 그중에는 오미자라고 하는 사람도 있었다고 한다. 이유는 쓰고, 맵고, 달고, 시고, 짠 모든 것을 함유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솔직하면서도 위트 있는 말이다. 나는 개인적으로 ‘가족은 행복의 근원이다’라고 말을 하고 싶다.
세상에는 사랑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운 가족이 있는 반면에 비련의 가족들도 있다. 비련의 가족사를 꼽으라 하면 도스토옙스키의 소설 <카라마조프가의 형제>의 이야기를 들고 싶다. 머나먼 19세기 중반의 이야기지만, “아들의 힘, 돈, 여자를 빼앗아서 스스로의 욕망을 충족시키는” 포악한 종족의 독재자이며 원시적 아버지인 파블로비치를 꼽을 수 있다.
아들이 아버지를 증오하고 형의 심판에서 “아버지의 죽음을 바라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겠습니까?”라고 반문한다. 세월이 흘렀어도 가족의 이중성은 여전히 잔존해 있지만 이렇게 심하게 꼬인 콩가루 집안 같은 가정은 오늘날에는 없을 것이다. 오월은 지난날의 가족관계를 되돌아보고 새로운 가족문화가 뿌리내리는 아름다운 만남의 자리이기도 하다.
올해의 오월 행사는 의미가 남달랐다. 아들 둘이 잔잔한 감동을 주었다. 첫 번째는 행사 전 어린이날을 맞이하여 작은 아들네가 벌인 서프라이즈였다. 두 번째는 큰 아들이 가족 메인 행사에 이름도 생경한 토마호크 스테이크 구이를 준비한 것이었다.
먼저 작은 아들네의 서프라이즈다. 앞서 어린이날에는 아들네들이 알아서 보낼 거라고 여기고 집사람이 이른 아침에 어린이날 축하전화를 손주들에게 했었다. 전화 속 우리의 행선지를 눈치 챈 작은 아들네가 걷는 도중에 갑자기 나타난 것이다.
평소 집에서나 계획 된 만남 때와는 달리 한적한 개천 길에서의 갑작스런 만남의 느낌은 확연히 달랐다. 너무 반가움에 손자를 껴안고 빙글빙글 돌았다. 어린이날 다른 곳에 가지 않고 운동 겸 자전거를 타고 나왔다는 것이다. 말 그대로 의도된 깜짝 서프라이즈였다.
갑자기 모인 네 식구는 긴 시간동안 함께 걷고 나는 손주와 같이 자전거를 타며 4km이상을 달렸다. 바닷가에 도착하여 커피까지 마시며 오붓한 시간을 보냈으니 즐거움은 배가 되었다. 집사람이 이날은 무려 7시간 왕복 20Km를 거뜬히 걸었다. 평소 2시간만 걸어도 파김치가 되는 체력인데, 이 모든 원동력은 서프라이즈를 한 주인공인 아들과 손주라는 생각이 들었다.
올해 가정의 날 메인 행사는 큰아들이 주관하였다. 야외 행사 하루 전부터 큰 아들네는 가까운 거리에 살면서도 예쁜 손주 둘을 데리고 와 하룻밤을 같이 지내는 섬세함을 보였다. 이럴 때면 커가는 손주의 재롱과 문득문득 내뱉는 애어른 같은 말투에 우리를 깜짝 놀라게들 한다.
그리고 다음날 농원에서 이름도 생소하고 무기이름 같은 토마호크스테이크라는 양고기를 준비하여 생전 처음 맛을 보는 호강을 누렸다. 이런 행사를 며칠간 꼼꼼히 준비하고 참숯불에 직접 구워 전문 요리사 같은 역할을 한 사람은 큰 아들이다. 아들의 수고로움에 가족들 모두의 입은 호강을 하였다. 하지만 뜨거운 숯불에서 수고로움을 감내해가며 준비하는 아들이 애처로워 내년부터는 간편 외식으로 대체해야 할 듯하다.
맛있는 식사와 차를 마시고 나서, 집사람이 갈고 닦은 기타연주가 있었고 손주의 축하 카드, 아들내외의 카네이션 선물과 용돈까지 받았으니 오월 한 달은 일 년 중 가장 풍성한 달임에는 틀림없다.
‘아무리 아름다운 꽃도 열흘이면 시든다‘고 인생의 허무함을 꽃에 비유하지 않았던가? 수년간 갑갑한 땅속에서 잠자다 여름 한철 노래 부르고 훌쩍 떠나버린 매미도 있는데 우리네 세월은 그들과는 다를지라도 너무 빨리 흘러간다는 느낌이 든다.
자식 키우며 허겁지겁 바쁘게 보내던 젊은 시절은 온데 간 데 없고 흰머리와 예쁜 손주들만 덩그러니 남아있는 느낌이다. 그래도 인생장사에서 우리가 익어가는 대신 사랑하는 아들내외와 예쁜 손주들이 남았으니 수지맞는 장사를 한 것 같다. 감사하고 여한이 없다는 표현을 하고 싶다. 그래서 이런 행사와 만남의 시간들이 늘 아쉽기도 하고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어 추억의 사진과 글을 남기게 되는 거 같다.
아름다운 오월이 있기에 큰 위로를 받는 기분이다. 인간 영혼의 심연을 통찰력 있게 묘사한 도스토옙스키의 명언을 새기며 마무리하고자 한다.
“사랑이 있는 곳에 행복이 있다 / 행복은 행복 속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얻는 과정 속에 있다 / 아이들과 함께하면 영혼이 치유된다!”
우리 가족들! 오월의 행사에 다들 수고 많았고 앞으로도 서로 사랑하며 행복하게 살아요~^^! 여기에 들리신 모든 분들도 늘 건강하시고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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