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절 때는 가족들이 모여 차례음식 준비로 바쁘다. 이럴 때면 손주들과 어떤 추억쌓기를 할까하는 생각들이 떠오르기 마련이다. 더구나 활발히 뛰노는 애들이라 집안에만 있기에는 층간 소음도 염려된다. 그래서 곁가지와 같은 할비인 나는 손주들과 산행을 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문제는 손주가 높은 산을 쉽게 따라 나설리가 만무하다는 것이다. 그래서 궁리 끝에 큰 손주에게 무엇을 가장 갖고 싶은지 물어보았다. 당연히 '포켓몬 카드'라고 하였다. 이에 나는 그들이 가장 좋아한다는 '포켓몬 카드 100장 씩'을 미끼로 내걸었다. 그 제의에 바로 환호하며 미끼를 덥석 물었다!
그런데 또 다른 난관에 봉착했다. 자식 키울 때는 내 마음대로 움직였지만 손주만은 아들내외의 동의가 필요했다. 체력적으로 힘든 산행이라 쉽게 동의하지 않을거라고 짐작은 했었다. 그래서 중간지점까지 차로 올라 갈거라는 것을 추가로 설명하였다.
하루 전 나의 제의에 작은 아들은 밤잠을 설쳐가며 고민을 했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아들은 체념을 하고 할비와의 산행이 염려되어 베낭을 매고 덩달아 따라 나섰다. 그런데 사려깊은 아들의 동행이 아니었다면, 한 명씩을 안전하게 전담할 수 없었으며 이끌고 부축하는데 큰 고생을 하였을 것이다.
힘든 등산 중인데도 두 손자는 카드를 갖는다는 기대감에 기분이 상당히 업되어 있었다. 아들과 나는 올라가는 중간 지점 쯤에서 벌써 50장을 갖게 되었다는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손주 둘이는 그들만 알아듣는 카드 얘기로 끝없이 재잘대며 가파른 산행을 이어갔다.
우리는 이렇게 가끔 힘든 산행을 하는 이유가 무엇일까? 아마 우리 발로 더 이상 올라갈 수 없는 끝자락을 도전해보고 싶은 욕망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그 속에는 체력단련 겸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나 기분 전환을 위해 산행을 택하는 마음도 잠재되어 있을 것이다.
나이 들어서는 호연지기라도 펼쳐 볼 법한데 저 철부지 손자들은 무슨 생각으로 따라 나선 것인가. 힘들게 올라가 싱겁게 다시 내려 올 일이면서도 말이다. 출발 때는 카드였지만 지나고 보면 성취감과 또 다른 감정들이 남아 있을 것이다. 먼 훗날, 호락호락치 않은 인생의 가시밭길에 첫발을 내딛게 한 이 할비의 존재를 한 번쯤 떠올릴지도 모르겠다.
정상에서의 기쁨은 남달랐다. 준비 해온 음료수와 송편을 먹어면서 높은 산하에 깔려있는 옅은 구름과 바다풍광에 한동안 넋을 잃고 바라다 보았다. 꼬마 사내 아이의 눈에는 처음으로 세상의 광활함을 느꼈을 것이다. 두 손주는 평소 다니던 도로와 지명에 관심을 많이 보였다. 힘든 산행 후 성취감에 젖어 있는 순간들이다. 카드 백장보다 수십배 값진 생애 첫 경험을 해보는 것이다. 할비로서는 투자가치가 있는 장사에 배팅하여 큰 성공을 한 셈이다.
하산 후 문구점에 들려 좋아하는 카드를 다 사지는 못했다. 재고가 얼마 없어서 어쩔수 없이 일부만 손에 넣었는 데도 괘념치 않고 마냥 들떠 있었다. 귀갓길 자동차 뒷좌석에 앉은 손주 둘이는 "오늘은 내 인생에서 최고로 기쁜 날이다"라고 외치는 것이다. 겨우 팔년된 손주의 인생인데도 말이다. 아들, 손주와 나도 최고의 기념비적인 날임에는 아무도 이의가 없는 하루였다~!!
블로그를 방문하신 분들, 추석 명절 연휴에 가족분들과 꿀맛같은 시간을 많이 가지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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