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그런 길은 없다!

[중산] 2025. 12. 24. 16:22

제주 섭지코지

 

 

그런 길은 없다

 

아무리 어두운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지나갔을 것이고,

 

아무리 가파른 길이라도

나 이전에

누군가는 이 길을 통과했을 것이다.

 

아무도 걸어가 본 적이 없는

그런 길은 없다.

 

나의 어두운 시기가

비슷한 여행을 하는

모든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기를.

 

-베드로시안

 

제주 비양도

 

제이퀴즈(전 공작을 따르는 귀족)

내 우울증으로 말하면 경쟁심에서 오는 학자의 우울증도 아니고, 음악가의 변덕스러운 우울증도 아니며, 거만스러운 벼슬아치의 우울, 야심에서 오는 군인의 우울, 법률가의 교활한 우울, 부인네들의 까다로운 우울, 또 이것들을 다 합친 애인의 우울도 아니야.

 

내 우울증은 여러 가지 물체에서 뽑아 낸 많은 성분이 합성된 특유한 거야. 말하자면 그건 내적인 고찰에서 오는 것이라 할 수 있지. 나는 늘 이 여행들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을 해보는데, 그때마다 기분이 아주 야릇하게 우울해진단 말이야.

 

로잘린드(전 공작의 딸)

여행이라니요! 그러면 우울해 하는 것이 너무도 당연하군요. 선생은 남의 땅을 구경하려고 제 땅을 판 격이군요. 그러니 본건 많고 가진 건 없으니, 마치 눈만 잘 보이고 손은 잘 못 쓰는 것이나 다름없죠.

 

제이퀴즈

난 경험만은 굉장히 얻었어.

 

로잘린드

한데 그 경험이 당신을 우울하게 만든 셈이군요. 나 같으면 경험을 얻어서 우울증이 생기느니 차라리 어릿광대를 얻어다 웃고 지내겠어요. 하물며 그까짓놈의 경험을 얻으려고 돈을 들여가며 여행까지 하다니!

 

-셰익스피어, <뜻대로 하세요> 제 4막 아아든의 숲속에서.

* 전공작 : 궁중에서 추방당하여 아아든 숲에서 사는 노정치가.

 

가파교를 지나면서~!

 

1737~1740(루소 25세~28세)

이것이야말로 내가 바라던 것, 땅 한 뙤기 집 앞의 화원에, 맑은 샘솟고, 그리고 작은 숲. 나는 이곳에, 신들은 내 소원을 잘 이루어 주셨도다.

 

여기 내 생애 중의 짧은 행복이 시작된다. 참으로 살았다고 말할 수 있는 자격을 내게 주었던, 평화롭고도 분주한 시기가 여기 비롯되는 것이다. 아쉽고 그리운 귀한 시절이여!

 

무슨 일에나 격식 바른 엄마로서는 종교도 그 예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이 격식은 제법 튼튼해 보이지만, 실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엉성한 사상과, 그녀의 성격에 따르는 감정과, 그 교육에서 온 편견으로 짜여 있었다.

 

일반적으로 신자는 자기대로 신을 만드는 법이다. 선인은 좋은 신을 만들고, 악인은 나쁜 신을 만든다. 원한이 많고 노하기 쉬운 신자는 모든 사람을 지옥에 떨어뜨리고 싶으므로 지옥 밖에는 안중에 없다.

 

인정 많고 다정스러운 마음씨의 소유자는 거의 그런 것을 믿지 않는다. (…)엄마(바랑 부인)는 내게 거짓말을 안 한다. 남을 미워할 줄 모르는 사람은 복수의 신이나, 끊임없이 노하는 신을 상상할 수 없다.

 

죽음의 공포, 죽음이 다가오는 상태에 대한 공포에서 마음을 안정시키기 위해 내가 필요로 했던 모든 교훈을 그녀에게서 발견한 나는, 안심하고 신뢰의 샘을 팠다.

 

(… )그 전보다도 더욱 그녀에게 애착하고, 될 수 있으면, 지금 나를 떠나려고 하는 이 생명을 고스란히 그녀에게 맡기고 싶었다. 그녀에 대한 애증의 증대와 목숨이 얼마 안 남았다는 확신과 앞날의 운명에 대한 안정감에서 하나의 습관적인 상태가 빚어졌다. 그것은 퍽 안정된 관능적인 것이라고 해도 무방할 것이다.

 

우리의 위구(危懼)나 희망을 지나치게 증대시키는 정념(情念)을 완전히 진압해서, 얼마 남지 않은 나날은 불안도 근심도 없이 나를 십분 즐겁게 해주었기 때문이다.

 

나의 여생을 더욱 즐겁게 보내는 데 이바지한 것이 한 가지 있었다. 그것은 내 힘으로 할 수 있는 일과를 전부 마련하여, 그녀의 전원취미를 기르려고 하는 일념이었다. 밭과 가금사육장과 비둘기와 암소를 그녀로 하여금 사랑하게 만들려고, 나 스스로 그 모두에게 애정을 기울였다.

 

그런 자질구레한 일거리가 나의 평온을 깨뜨리지 않고 하루를 채우면, 그것이 나의 가엾은 육체를 유지시키고, 회복시켜 보려고 마시는 우유나 어떤 치료보다도 한결 효과가 있었다.

 

우리는 포도수확, 기타 과실의 수확으로 이 해의 나머지를 즐겁게 지냈다. 또한 우리는 주위의 선량한 농민들 가운데서 날이 갈수록 시골생활에 애착을 느끼게 되었다. 우리는 겨울이 다가옴을 실로 원망스럽게 바라보았다.

 

그리하여 꼭 귀양살이 가듯 시내로 돌아갔다. 더욱이, 나는 봄을 다시 맞을 기약도 없으므로, 그것으로 영원히 이별을 고하는 것 같았다. 나는 땅바닥이나 나무에 키스라도 하지 않고는 거기를 떠날 수 없었고, 그 고장을 떠나면서도 몇 번이고 돌아보지 않을 수 없었다.

 

쇠약한 몸이나마 전원생활의 작업에 손을 댔다. 하기야 힘에 부치지 않을 정도로. 밭을 나 혼자 가꾸지 못함은 적이 유감이었으나, 삽질을 열 번쯤 하면 벌써 숨이 차고 땀이 흘러 더 이상 할 수가 없었다.

 

부득이 힘 덜 드는 일 밖에 할 수 없게 된 나는 비둘기장부터 돌보게 되었다. 매일 아침 해뜨기 전에 일어난다. 근처의 과수원을 지나 오르막으로 퍽 아름다운 길을 올라간다.

 

이 길은 포도밭 위에 있으며, 산등성이를 따라서 샹베리까지 뻗어 있다. 이 길을 산책하면서 기도를 올린다. 눈 아래 아름답게 펼쳐지는 저 자랑스러운 자연의, 그 창조주에 대한 진지한 마음의 고양(高揚)이라고도 할 수 있다. 방안에서 기도할 생각을 해 본 적은 없다.

 

벽이나 인간이 만든 그 잡다한 모든 것들이 하나님과 나와의 중간에 끼는 것 같았다. 나는 하나님이 만든 것 속에서 하나님을 묵상하는 것을 좋아했다. 그 때의 마음은 하나님을 향해 드높아진다.

 

나를 위해, 그리고 나의 존경이 잠시도 떠나지 않는 그녀(엄마)를 위해, 악덕과 고뇌와 궁핍이 없는 깨끗하고 조용한 생활과, 올바른 사람으로서의 죽음과, 이승에서 올바른 사람이 될 운명을 기구하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기구하다기보다는 오히려 찬미와 묵상 속에 이루어지는 행위였다.

 

참다운 행복을 내려주시는 하나님을 의지하여, 우리에게 필요한 것을 받는 최선의 방법은, 그것을 갈구하는 것보다도, 받기에 합당한 인간이 되어야 함을 나는 알고 있었다.

 

엄마 방에 아침 기색이 있는가를 멀리서 살핀다. 덧문이 열린 것을 보고 환희에 넘쳐 뛰어간다. ~

<‘루소의 참회록’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정음사 출판>

 

가파도 일출
가파도 전망대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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