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균형!

[중산] 2026. 1. 24. 16:11

 

매화, 농원의 양지바른 곳에는 매화가 벌써 피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균형

 

판단은 항상 자기 것

그러나 자기 것이 없는

너와 너의 중간에

눈 뜨고 있는 것

그것을 모르고 산다

오로지 자기만을 위해

해석은 외로움을 견디는

너와 나는 그런

이치도 있음을 알 때

눈 뜨는 따스함

우리 것인데

 

- 채수영

☞ 시인, 문학비평가. 동국대, 경기대 대학원(문학박사). <절창>,<신들린 고백>,<시의 무게>등 시집 36권. 5426편 <한국문학의 평행이론>등 저서 25권<‘시의 무게’에서 발췌, 국보출판>

 

명선교에서 바라 본 진하해수욕장, 중앙에 명선도가 보인다!

 

 

채소밭에서의 삶은 훨씬 단순했다. 오직 한 가지 일에만 집중했고, 내 정신을 흐트러뜨릴 만한 다른 자극은 존재하지 않았다. 또 밭일은 내게 위안을 주었다. 런던에서의 삶과는 전혀 다른 세계였다.

 

채소를 기른다는 건 결국‘연결’을 경험하는 일이다. 밭일을 하다보면 공간과 연결되어 있다는 감각이 밀려온다. 흙 옆에 오랜 시간을 보내다 보면 흙의 성질에 대해 세세히 알게 된다.

 

내가 느낀 연결감과 몰입감이 유독 강렬했던 건 내가 몰입한 대상 때문이었다. 어떤 이들은 음악이나 책 속에서 위안을 얻는다. 다른 세상으로 가는 탈출구가 되어 나름대로 도움을 주는 것들이다.

 

하지만 채소를 기르며 내가 몰입하는 대상은 생명이었다. 삶 자체였다. 지금 이곳의 삶. 가장 근본적이고 원초적인 삶. 씨앗이 자라 식탁에 오르기까지, 채소의 여정을 지켜보며 나는 창조의 본질을 가장 가까이에서 체험했다.

 

정원에서 내 마음이 최고로 환해지는 순간이 두 번 있다. 채소의 여정이 시작될 때와 끝날 때다. 먼저는 싹이 텄다는 사실을 알아차리는 순간이다. 하지만 그 장면을 맞춰서 보기란 쉽지 않다. 처음에는 거의 매일 나가서 씨를 뿌린 자리를 들여다보곤 했다.

 

끝내 싹이 트지 않는다면, 내 인생의 수많은 실패 목록에 하나를 더 추가하게 될 터였다. 우울증이란 늘 그런 식이다. 만사를 부정적으로 보게 된다.

 

인생에서 잘 풀리지 않은 일들을 개인적인 실패의 증거로 어두운 미래의 징후로 믿게 하며 스스로가 부족하다는 생각을 심는다. 우울할 때는 전부 내 탓인 양 느껴졌다. 우울증은 그렇게 만사를 지독하게 왜곡했다. 그러니 상상해 보라.

 

어느 날, 널따란 화단 텃밭에서 초록색 얼룩 하나가 눈에 들어온다. 잡초겠지, 내 마음이 회의적으로 말한다. 하지만 더 가까이 다가가 들여다보니, 줄기 끝에는 얇고 섬세한 떡잎 한 쌍이 말린 채 달려 있다.

 

갓 돋아나 깨끗하고 윤이 난다. 같은 떡잎을 단 개척자가 둘, 아니 셋 더 있었다. 더는 부정할 수 없다. 상추가 싹을 틔웠다. 놀라서 소리를 질렀다. 상추다! 어머나 세상에! 어제까지만 해도 실패와 절망뿐이었다.

 

너무 오래 느껴보지 못한 감정이다. 세상에서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모든 빛을 발견한다. 이 순간, 나는 기쁨을 느낀다. 순수한 즐거움, 어린아이가 느낄 만한 경이를 경험한다. 자연의 굉장한 생명력과 창조성에 진심으로 놀란다.

 

나는 새싹을 보며 어떤 은유를 떠올리지는 않았다. 그보다는 자연의 가장 순수하고 비밀스러운 모습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그리고 거기에서 희망과 위로를 보았다.

 

세상의 숨겨진 작동 원리를, 무의미하고 어수선한 인공적인 삶 뒤에서 진짜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를 들여다보도록 허락받았다.

 

이 땅의 진짜 모습을 보았다. 기쁨과 보살핌, 희망이 가득한 세계, 이곳에 내 머릿속 어둠을 치료할 해독제가 있었다. 내가 있어야 할 곳은 바로 여기였다.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캐시 슬랙 지음, 박민정님 옮김, 로즈윙클프레스> * 캐시 슬랙 : 요리 연구가이자 채소 재배자. 런던의 유명 글로벌 광고 회사를 그만두고, 우울증 극복을 계기로 채소 재배와 요리 연구가로서의 새로운 삶을 시작했다. 영국 유기농 협회 홍보대사로도 활동했다. <채소밭에서>, <작은 텃밭이 내게 가르쳐준 것들>의 저서가 있다.

진하 명선교

 


폭풍

 

곤잘로(늙은 고문관) : 이봐, 이 배에 귀한 분이 타고 계시다는 걸 명심해야 해. 

 

수부장 : 그렇지만 이 세상에 내 몸뚱이보다 더 귀한 게 어디 있어요? 당신은 높은 분이지만, 당신의 명령으로 이 사나운 풍랑을 가라앉힐 수는 없을 거예요. 저희는 밧줄을 쓸 필요가 없게요. 어디 한번 명령해 보십시오. 그렇게 하지 못하신다면 이처럼 살아 계신 것만도 고맙게 여기시고 어서 선실에 들어가 계십시오. 언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거든요.

 

곤잘로 : 배가 호두껍질 만큼도 탄탄치 못하고, 오줌 줄이 짧은 계집처럼 물이 새더라도 저자는 물에 빠져 죽지 않는다는 걸 내가 보장하지.

 

선원들 : 이제 다 글렀어! 기도를 올립시다. 기도를. 이젠 끝장이야!

수부장 : 그럼 이제 물에 빠져 죽을 수밖에 없단 말인가?

곤잘로 : 왕과 태자도 기도를 드리는 중이오! 우리도 기도합시다. 다 같은 운명이니까.

 

안토니오(공작의 동생) : 이건 주정뱅이들한테 감쪽같이 목숨을 뺏기는 거나 마찬가지구나…(수부장에게) 이 주리를 틀어 죽일 놈아! 너 이놈, 목을 베서 열흘만 바닷물에 담가 놓을까 보다.

 

곤잘로 : 불모의 땅이라도 좋으니 이제는 몇 만평의 바다보다도 한 마지기의 육지가 그립구나. 키가 큰 잡초건 갈색의 전나무건 이 밖에 무엇이 자라건 … 하나님의 뜻이라면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운명(殞命)만은 육지에서 하고 싶어!

 

미란다(공작의 딸) : 아버님, 아버님의 마술로 바다를 이렇게 성내게 했으니, 이번에는 다시 달래세요. 파도가 하늘에 치솟아 하늘의 뺨을 치고 번갯불을 끄지 않는다면, 하늘에서는 당장 고약한 냄새가 나는 비가 쏟아질 것만 같아요. 아, 저기 저 고통을 받는 사람들을 보면 저도 괴로워요. 저 배가 박살이 났어요. 귀한 분이 타고 있을 텐데요. (흐느껴 울면서)아, 외치는 소리에 제 가슴이 아파요. 가엾어라, 모두들 저렇게 죽어버리다니! 제가 힘 있는 무슨 신이라도 된다면, 저 배와 저 안에 있는 선객들을 파도가 삼키기 전에 바다를 말려 버릴 텐데…

 

프로스페로(밀라노의 공작)  : 애야, 진정해라, 놀랄 것 없다. 마음을 터놓고 있어, 아무 일도 없으니까.

미란다 : 아, 가엾어!

 

<셰익스피어 전집 5막9장 ‘폭풍’ 제1장 바다의 선상(船上)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김기덕님 옮김, 성창출판사>

 

일출 시 명선도 전경
대바위 공원에서 바라 본 진하해수욕장
명선도에서 바라 본 해수욕장
진하해수욕장 명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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