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귀중한 은총!

[중산] 2026. 2. 14. 06:26

사랑

 

- 김용택 시인

 

어둠이 몰려오는

도시의 작은 골목길 1톤 트럭 잡화장수

챙이 낡은 모자를 푹 눌러 쓰고

전봇대 밑 맨땅을 발로 툭툭 찬다.

들어갈 집이나 있는지.

 

한시도 사랑을 놓지 말자.

 

 

 

로링 교수는 일단 순수 이성의 요새 속으로 깊숙이 침잠하여 그 입구에 걸린 사다리를 끌어올리고 나면 감각의 창구를 통한 그 어떠한 자극도 쉽게 인지할 수 없었다.

 

그렇다고 평소 감각이 둔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정반대였고, 그는 생명을 가진 그 어떤 존재보다 예민한 후각과 시각, 미각과 청각을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생존이나 안전을 유지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자신의 예민한 감각을 의식적으로 자제해 왔다.

 

그는 차라리 이 세상에 볼 것도, 냄새 맡을 것도, 들을 것도 없기를 바랐다. 이런 식으로 불필요한 시각적, 청각적, 후각적 자극을 스스로 오랫동안 거부해 오다 보니, 급기야 그는 단단한 갑옷을 입은 사람처럼 무감각한 상태에 이르고 말았다.

 

지금 그가 쓴 벨벳 귀마개는 이 같은 방어 체계의 일부를 보여 주는 상징에 불과했다. (…)열차가 덜컹거리며 멈추어 서는 바람에 로링 교수는 구석 자리에서 튕겨져 나왔다. 그 충격으로 정신적 균형이 깨지면서 한순간 원치 않게, 그는 창밖을 내다보게 되었다.

 

은빛으로 반짝이는 올리브나무 숲, 보랏빛으로 반짝이는 곶과 푸른 바다가 눈앞에 펼쳐져 있었다. “쳇, 저딴 풍경이 뭐라고!” 그는 투덜거리면서 다시금 강력한 의지력을 발휘해, 혼란스러운 자연의 풍경을 차단하고자 애써 정신적 장막을 내리 닫았다. 순수한 지적 사유가 펼쳐지는 세계는 완벽하게 텅 빈 공간이어야만 했다.

 

<‘무덤의 천사 - 벨뱃 귀마개’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디스 워튼 지음, 김지혜/정윤희님 옮김>* 이디스 워튼 (1862~1937) : 뉴욕에서 태어났다. 제1차 대전 당시, 프랑스에서 전쟁 구호 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로로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았다. 장편 소설<순수의 시대(1920)>를 발표하여,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 1913년 남편과 이혼, 1937년 파리에서 사망. <환락의 집>, <이선 프롬>, <암초>,<여름>등의 여러 작품을 남김.

 

 

 

 

그는 고집스럽게 나아가는 제 발걸음에 실려 취한 듯이 걸어가고 있었다. 그는 혼자였고 늙었다. 한 생애의 끝에 이르니 노령의 비애가 구역질이 되어 돌아온다.

 

만사는 결국 아무도 귀 기울여 주지 않는 처지로 귀착된다. 그는 걷는다. 어느 길모퉁이를 돌다가 발부리가 걸려 하마터면 넘어질 뻔 한다.

 

나는 그를 보았다. 우스꽝스럽지만 어쩌겠는가. 그런데도 그는 길거리가 차라리 더 낫다. 집에 들어서면 열이 올라 늙은 마누라는 눈앞에서 지워지고 자신은 방구석에 혼자 처박히는 그 시간들보다는 차라리 길거리가 더 낫다. (…)

 

길거리에 있으면 마주치는 사람이 아무리 드물다 해도 그는 혼자가 아니다. 몸이 뜨거워지는 것이다. 짧은 보폭의 속도가 빨라진다. 내일은 모든 것이 달라질 것이다. 내일은, 갑자기 그는, 내일도 매한가지일 것이고 모레도, 그리고 다른 날들도 매한가지이리라는 사실을 발견한다.

 

그리고 그 돌이킬 수 없는 발견이 그의 가슴을 짓누른다. 당신을 죽게 만드는 것은 바로 그런 생각들이다. 그런 생각들이 견딜 수 없어지면 사람은 자살을 한다. 젊은 사람일 경우, 그럴듯한 말들로 얼버무린다.

 

늙은이, 미치광이, 주정뱅이, 뭐래도 좋다. 그의 최후는 의연하고, 흐느껴 우는 울음소리에 에워싸인 훌륭한 최후가 될 것이다. 그것이 그에게는 위로가 될 것이다. 사실, 갈 데가 없다. 영영 늙어 버린 거였다. 사람들은 장차 다가올 노년 위에다 인생을 건설한다.

 

이렇게 돌이킬 수 없는 것들에 포위된 그 노년기에 이르면 한가로움을 얻겠다고 기대하지만, 그 한가로움은 노인들을 무방비 상태로 만든다.

 

사람들은 은퇴하여 조촐한 별장에서 살겠다고 작업 감독이 되고 싶어 한다. 그러나 일단 노년 속에 갇혀 보면 그게 틀린 생각인 것을 알게 된다.

 

자기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서는 다른 사람들이 필요한 것이다. 그의 경우, 자기가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이 그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주어야 했다. 이제 길거리는 더 어두워졌고 인적도 드물어졌다. 아직은 그래도 더러 말소리가 들렸다. ~

 

 

가난 속에는 어떤 고독이,  하나하나의 사물에 그 나름의 가치를 부여하는 고독이 있다. 어느 정도 부유한 사람들에게는 하는 그 자체와 별들이 가득한 밤도 그저 자연의 재화라 여겨진다.

 

그러나 밑바닥 계층에서는 하늘이 본래의 모든 의미를 되찾게 되어 값을 따질 수 없을 만큼 귀중한 은총이다.

 

- 알베르 카뮈, <‘안과 겉‘에서 극히 일부 발췌, 민음사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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