쌀알 겨우 보일 정도로 희멀건 *갱죽을 내 놓았더니, 어신(억센) 큰 고모는 화를 내고 작은 고모는 울었다고 한다 또 이거냐며 못 먹겠다고! 시부모, 두 시누이 층층시하에서 매캐한 부엌 연기 마셔가며 마술을 부려 힘들게 지어낸 밥상을 그렇게 외면하며 나무라는 데 엄마는 얼마나 속상하고 난감했을까! 숨 막히는 일제36년과 6.25까지 만주와 일본까지 넘나들며 가난을 피해보고자 했건만, 전쟁과 가난이 평생을 따라 다녔고 역사상 가장 혹독한 시대에 사셨다! 마음과 몸이 족쇄에 묶여 있으면서도 희생과 눈물로 찰흙을 문질러 형상을 만들어 가며 우리를 빚어 낸 가엾고 고마우신 부모님이시다! 여느 가정처럼 아버지는 엄격하셨지만 엄마는 꾸중한 번 제대로 한 적이 없었다. 오리 길 들녘(안비실)에 아버지께 드릴 중참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