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에 사는 사람들의 얼굴에는 산의 모습이 뚜렷이 새겨져 있다. 그들의 얼굴 속의 뼈들은 솟아오른 암석이다. 그들의 얼굴에는 고갯길, 숨겨진 곳, 산봉우리들이 있다. 그리고 두 뺨 위의 두 눈의 밝은 빛은 어두운 첩첩산중 위에 드리워진 하늘의 밝은 빛과 같다. 바닷가에 사는 그 누구에게나 바다의 특징이 형상으로 나타난다. 얼굴의 솟아오른 부분들, 코, 입 등의 불거져나온 부분들은 마치 얼굴이라는 드넓은 바다 속에 있는 배들과도 같다. "오늘날 인간의 얼굴에는 어떠한 바다도 어떠한 산도 없다. 얼굴이 더 이상 그것들을 받아들이지 않고, 자신에게서 밀어내 버린다. 얼굴에는 더 이상 그런 것들을 위한 자리가 없다. 그리하여 모든 것이 뾰족한 극단에 놓이게 되고, 외부 세계는 그 뾰족한 극단에서 떠밀리고 흔들려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