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이 알츠하이머에 걸렸다. 소파에 앉아 있던 어느 날, 나는 내가 빌어먹을 전구 하나도 바꿔 끼울 줄 모른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일단 전구를 어디서 사야 하는지조차 몰랐다. 또 전구 소켓 사이즈를 어떻게 감별하는지도 알 길이 없었다. 썩 좋은 기분은 아니었다. 나는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살고 싶지 않았다. 세상을 알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렇지 않으면 모든 것이 죽음에 의해 잠식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그때까지 남편에게 맡겨두었던 일들을 가능한 빨리 익히기로 마음먹었다. 일단 아이패드를 샀다. 그런데 가족과 친구들에게 도움을 청하는 일은 사실 더 어렵다. 내 가까운 사람들은 더 바쁘게 산다. 나는 바쁜 이들에게 전화를 걸어 모르는 걸 물어 보며 귀찮게 구는 늙은이가 되고 싶지 않다. 나는 전화를 걸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