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찰의 시 묵화 - 김종삼 물먹는 소 목덜미에 할머니 손이 얹혀졌다. 이 하루도 함께 지났다고, 서로 발잔등이 부었다고, 서로 적막하다고, “회화는 말 없는 시이고 시는 말하는 회화다.” 고대 그리스의 서정시인인 시모니데스가 한 말이다. 시는 이미지다. 그렇다보니 회화성이라는 게 필수다. 를 읽으면 머릿속에 수묵으로 그린 듯한 평화로운 그림 한 점이 떠오르는 느낌이다. 단 6행으로 이런 기막힌 그림을 그려낸 김종삼 시인에게 고개가 숙여진다. 이 시 한편에는 그 어떤 소설책보다도 두꺼운, 그 어떤 사설보다도 긴 이야기가 담겨 있다. 하지만 이 작품은 구구한 이야기를 하지 않는다. 품고 있는 이야기를 다 하지 않는 미덕, 이것이 이 시의 가장 큰 아름다움이다. 하이쿠 3수 -마쓰오 바쇼 1. 너무 울어서 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