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생각하며 / 이해인 우울한 날은 장미 한 송이 보고 싶네 장미 앞에서 소리내어 울면 나의 눈물에도 향기가 묻어날까 감당 못할 사랑의 기쁨으로 내내 앓고 있을 때 나의 눈을 환히 밝혀주던 장미를 잊지 못하네 내가 물 주고 가꾼 시간들이 겹겹의 무늬로 익어 있는 꽃잎들 사이로 길이 열리네 가시에 찔려 더욱 향기로웠던 나의 삶이 암호처럼 찍혀 있는 아름다운 장미 한 송이 '살아야 해, 살아야 해' 오늘도 내 마음에 불을 붙이네 장미차를 마시며 / 정끝별 시 쓰는 후배가 인도에서 사왔다며 건넨 장미차 보랏빛 마른 장미들이 오글오글 도사리고 있다 잔뜩 오므린 봉오리를 감싸고 있는 건 연두 꽃판이다 아홉 번을 다녀갔어도 후배의 연애는 봉오리째 차마 열리지 못했는데, 그게 늘 쓴맛이었는데 찻물에 마른 장미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