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잔해 비행기들은 구름 뒤에 침묵하고 있는 침묵을 찾아 하늘을 샅샅이 뒤지고, 프로펠러의 진동소리는 침묵을 공격하는 아우성 같다. 대도시는 거대한 소음의 저수지이다. 소음은 마치 하나의 상품처럼 도시에서 제조된다. 소음은 그것이 나온 대상과는 완전히 절연된 채 쌓여 그 도시 위에 진을 치고 있다가 인간과 사물위로 떨어져 내린다. 그러나 밤에 불들이 꺼지게 되면, 거리는 마치 소음이 그 안으로 굴러 떨어져 사라져버린 갱도처럼 보인다. 그 도시의 인간들과 사물들은 이제는 더 이상 소음이 그들을 채워주지 않는 까닭에 수축된다. 사람들은 그림자처럼 가볍게 집들을 스쳐 지나가고, 집집마다의 벽들은 무너져버린 거대한 묘석의 전면처럼 보일 뿐이다. 그러나 베개에 귀를 대고 잠자고 있는 사람들은 저 밑 땅속 깊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