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비밀을 지키는 법

[중산] 2011. 10. 6. 18:32

 

 

바보인 척, 모르는 척, 순진한 척

일본 우화에는 두 손으로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입을 덮은 세 마리 원숭이가 등장한다. 나쁜 것을 보지도, 듣지도, 말하지도 않는 세 원숭이처럼 바보인 척 하라. 이는 정보를 지키는 데 사용할 수 있는 대단히 유용한 방법이다. 누군가 민감한 주제를 꺼내면, 그것에 관해 아무리 많이 알더라도 금시초문인 척, 전혀 몰랐다는 듯 행동하라. 되도록 말을 아끼는 한편 몇 가지 짧은 질문을 던져서 상대방의 주의를 돌려라. 상대방이 찾고 있는 정보에 대해 자신은 금시초문이며, 그가 의도하는 바가 무엇인지 짐작조차 못 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겨야 한다. 이를테면 세상에, 그게 사실이에요?, 어머나 그런 얘기는 처음 들어요라고 말하는 것이다.

 

 

그 상황에 대해 전혀 몰랐다는 식으로 행동해라. 호기심을 보이며 경청하되, 어떤 귀중한 정보도 말해선 안 된다. 그냥 잠자코 듣기만 해라. 그 문제에 관해 금시초문이라는 듯 굴어야 한다. 동료가 털어놓는 이야기가 전혀 뜻밖인 듯이 행동하면서 그의 질문에는 모르쇠로 일관하라. 좀 더 극단적인 방법을 쓰고 싶다면, 동료가 하는 이야기에 티끌만큼의 관심도 보이지 말고, 자신의 감정을 절대로 드러내지 마라. 반대로 민감한 정보를 알고 있는데, 어떤 사람이 그것을 알아내려고 미주알고주알 캐묻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옆길로 새라! 잘만 하면, 더는 질문공세에 시달리지 않게 될 것이다. 옆길로 새는 방법은 질문에 두루뭉술하게 대답하면서 새로운 화제를 꺼내는 것이다.

 

 

예를 들어, 상사가 방금 사표를 냈는데 동료 한 명이 눈치를 채고 사실 여부를 노골적으로 묻는다고 가정해 보자. 우리는 10분 전에 상사한테 직접 들었기 때문에 그게 사실임을 알고 있지만 동료에게 말하기는 좀 곤란하다.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일단 그렇다/아니다로 대답하는 것은 금물이다. 어깨를 한 번 으쓱하면서 글쎄, 나도 잘 모르겠어. 확실한 건 지금 회사가 XYZ 기업과 합병을 고려중이라는 거야. 진지하게 논의 중이라는데. 이번 합병에 대해 어떻게 생각해? 이렇게 해도 동료가 삼천포로 빠지지 않는다면? 합병에 관한 이야기를 끈질기게 되풀이하면 된다. 결국 동료도 눈치를 채고 질문을 그만둘 것이다. 옆길로 새는 것은 민감한 질문을 피할 수 있는 매우 효과적인 방법이다.

 

 

다른 내용을 꺼내 화제를 바꾸는 방법은 또 다른 경우에도 유용하다. 상대방의 질문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더 이상 대답하고 싶지 않다면 화제를 전환하라! 상대방의 질문에 대답을 하되, 대화가 핵심에 이르기 전에 기어를 바꾸듯이 화제를 돌려라. 빠른 속도로, 수차례 화제를 바꿔 가며 다양한 분야에 관해 이야기하면서 상대방이 질문할 틈을 주지 마라. 아주 노련한 사람만이 다시 본래의 화제로 돌아가 질문을 던질 수 있지만, 그러려면 추궁하는 듯한 인상을 감수해야 한다. 상대방이 본래의 질문을 다시 꺼내는 즉시, 우리는 우위를 점하고 대화를 전면 중단할 수 있게 된다. 그런 추궁하는 듯한 말투로 질문하는 데 답할 필요가 없기 때문이다. 화제를 바꾸는 것은 논의하고 싶지 않은 화제에서 벗어나는 데 매우 효과적이다.<“당신의 입을 다스려라”에서 일부 요약 발췌,로버트 제누아 지음, 역자 강민채님, 바다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