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는 불공정한가
자본주의 경제 이론에 반대하는 가장 근본적인 이유는 이 이론이 인간의 기본적인 생존 욕구를 부인한다는 점 때문이다. 자본주의 경제 이론은 바로 분배 정의의 원칙을 거부한다. 그리고 이 이론은 홉스가 ‘빈곤의 올가미’라고 말한 것처럼 현대 시장 경제에서 발생하는 많은 현상을 외면한다. 이를테면 빈곤 계층이 소액 대출도 받지 못하거나 열악한 셋집에서 벗어나 자기 집을 마련하기 위해 저축도 할 수 없는 현실을 간과한다. 이런 배경에서 임금 소득보다 금융 소득에, 세입자보다 건물주에게 세금 우대를 해주는 현상이 발생하는 것이다.
자본주의는 이론과 실제라는 양 측면에서 근시안적일 때가 많고, 때로는 인간 개개인의 생물학적 명령을 구성하는 기본 욕구를 부인하기도 한다. 근본적인 점에서 인간은 모두 명백하게 ‘평등한’ 존재다. 그래서 사회의 다른 구성원에게 심각한 ‘해악’을 유발하고 극단적인 빈부 격차를 외면하는 사회는 그것이 어떤 경제 시스템을 갖고 있다 하더라도 지극히 불공정하다. 아무리 자존심 강한 자유방임주의자라 해도 이런 시스템을 정당화할 수는 없다.
섬뜩한 환경과 극단적 빈부의 격차는 자본주의와 자본주의가 작동하는 방식에서 연유한 것으로서 자본주의가 안고 있는 극심한 불공평을 깨닫게 해준다. 사회주의는 이처럼 야만적인 경제 시스템에 대한 뜨거운 분노였다. 하지만 공상적 사회주의(마르크스 및 엥겔스가 자신들의 과학적 사회주의에 대해서 19세기 초의 생시몽, 푸리에, 오엔 등의 사회주의에 대해서 부여한 명칭)의 인류 평등적인 이상도 지극히 불공정하다. 극단적 사회주의자들은 종종 ‘비례적 평등’의 원칙과 공로에 대한 보상을 무시한다. 실제로 사회주의자들은 종종 평등과 공평을 동의어로 사용하며, 절차적 평등과 실체적 평등을 구분하지 못한다. 한마디로 공상적 사회주의에 깔린 기본적인 문제는 그것이 공상적이라는 점이다. 즉 인간의 본성이라는 현실적인 이해를 바탕으로 삼지도 않고, 집단적 생존 조직을 구성하고 유지하는 도전에 대해서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 도전적인 상황을 고려하지 못하는 것은 말할 것도 없다. 본질적으로 공상적 사회주의는 지극히 불공정하다.
사회주의자들이 공로의 평가에 대해 잘못을 저지른다면 자본주의 경제학자들은 노동자를 가능한 한 효율적으로 활용해야 하는 투입의 대상으로 취급한다는 점에서 크게 잘못하고 있다. 기업 경영의 실무 분야에 대한 수많은 연구에 따르면, 최고의 기업은 대체로 노동자를 ‘이해관계자’로 대하는 조직이라는 일치된 견해를 보여준다. 또 자유 시장 자본주의와 공상적 사회주의 모두 정부의 역할에 대해 비현실적인 태도를 드러낸다는 비난을 받을 수 있다. 급진적 사회주의자들은 사회는 자기 규제가 가능하다는 순진한 믿음에서 정부의 규모를 축소하거나 일부 제거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반면 에인 랜드나 그로버 노퀴스트 같은 극단적 자본주의자들은 국가를 주로 사기업에 방해가 되는 집합체로 본다.
이들은 민간연합 부문만이 좀더 ‘효율적인’ 사회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고 굳게 믿는다. 하지만 정부도 때로는 더 뛰어난 기능을 발휘할 수 있는 것이 사실이다.
결국 자본주의나 사회주의 모두 인간의 본성에 대해 매우 단순한 견해를 갖고 있다. 잘못된 추정과 치명적일 정도로 파괴적인 일차원적 정책에 영향을 받은 상투적인 주장만 할 뿐이다. 모든 증거에서 드러났듯이 핵심은 인간의 본성이 생각보다 한층 미묘하고 복잡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제는 좀 더 현실적이고 동시에 좀더 공정성을 고려한 측면에서 사회계약을 재정립할 때다. 사실상 현재의 경제 위기는 이것을 요구한다. 우리는 더 이상 마르크스가 ‘허위의식(혼미한 정신의 과정)’이라고 말한 사치를 누릴 여유가 없다. 프랑스의 지성 앙드레 지드가 바라본 대로 “진실의 색깔은 회색이다.”<“공정 사회란 무엇인가”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피터 코닝 지음, 역자 박병화박사님, 에코리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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