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옷이 날개!

[중산] 2011. 12. 26. 17:38

 

 

어느 음산한 가을날. 한 가난한 재단사가 배고픔과 추위로 인해 고통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손에 든 것은 작은 보따리 하나뿐. 재단사로 일하던 양복점에서 월급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주머니에는 한푼도 없는 빈털털이 신세이었다. 그렇지만 그의 아름다운 용모, 그리고 어느 옷이나 잘 어울리는 몸매만은 여전히 빛을 발했다.

 

때마침 이 가엾은 재단사 곁을 화려하고 장중한 귀족의 마차 한 대가 지나갔다. 마차를 몰고 가던 마부는 재단사에게 동승을 요청하고, 배고픔과 추위로 지친 재단사는 기꺼이 마차에 몸을 실었다. 마부는 잠깐의 휴식을 위해 어느 작은 도시의 시장 근처에 마차를 세운다. 작은 도시의 시장에 화려하고 장중한 귀족의 마차가 멈추어 서는 일은 여간해서 보기 드문 일이다. 부근에 살던 사람들이 모두 마차를 구경하려고 뛰쳐 나와서 마차를 둘러쌌다. 마침 마차의 도착을 지켜보던 허영심에 가득찬 음식점 주인은 황급히 달려와서 마차의 문을 정중히 열었다. 잘 생긴 청년이 마차에서 내려왔다. 마을 사람들은 모두 그가 백작이나 왕자쯤은 될 거라고 추측하는데....(내용요약)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슈트라빈스키 가난한 전직 재단사. 수려한 용모의 소유자로서 우연한 기회에

백작의 마차에 동승하여 백작으로 오인받는다.

 

 

음식점 주인 백작을 손님으로 대접하게 된 것을 음식점의 영광으로 생각하는 허영심에 가득한 사람

 

멜키홀 뵈니 망받는 청년실업가. 슈트라빈스키의 비밀을 가장 먼저 감지한 지략이 뛰어난 전형적인 사업가

넷첸 시의원의 딸로, 슈트라빈스키의 아름다운 용모와 착한 품성에

반해 사랑에 빠짐

마을의 신사들 슈트라빈스키를 폴란드 출신의 백작으로 오인하여 물질적으로

도움을 준다.

 

 

작은 도시로 온 낯선 사람

 

어느 음산한 가을날, 한 가난한 재단사가 셀드빌라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은 작지만 부유한 도시 골다하로 향하는 큰 도로를 서성대고 있었다. 그는 약간의 한기를 느끼며 주머니 속에 손을 넣었다. 그의 주머니 속에는 바느질할 때 사용하는 골무 이외에 아무 것도 없었다. 그는 그 작은 골무를 만지작거리며 길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그는 셀드빌라에서 재단사로 일했다. 그러나 그가 근무하던 양복점이 문을 닫게 되면서, 이 불쌍한 재단사는 실직자가 되고 말았다. 더구나 그는 일전한푼 없는 가난뱅이 신세가 돼버렸다. 왜냐하면 양복점 주인은 그를 해고하면서 다른 양복점 주인에게 최고의 추천서를 써주는 것으로 몇 주간 밀린 임금을 대신해 버렸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 불쌍한 재단사는 뛰어난 재단사이기도 했지만, 옷입기를 아주 좋아했고 또 옷을 입으면 남달리 우아하게 보였다. 교회에 갈 때이면, 검은 색 양복 위에 가장 좋은 모직으로 짠 짙은 회색빛의 폭넓은 원형 외투를 입었다. 그 외투는 그의 모습을 더욱더 고상하고 낭만적으로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그의 검고 빛나는 긴 머리카락, 창백한 빛이 감도는 얼굴의 고상한 윤곽, 그리고 값이 나가는 폴란드 산 모피 모자가 얹어진 시원한 이마도 또한 낭만적으로 보였다. 만일 작은 보따리를 몸에 지니지 않았더라면 그를 평민 출신이라 믿을 사람은 어디에도 없었다.

 

 

재단사가 슬픈 생각에 잠겨 힘없이 걸어가는데, 네 마리의 말이 끄는 화려한 마차가 그의 곁을 지나가고 있었다. 마부는 어느 백작이 독일과 스위스의 국경에서 구입한 그 화려한 마차를 끌고 스위스 동부에 위치한 백작의 영지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마부는 혼자 산을 넘어서 지루한 운행을 하는 것보다는 고단해 보이는 가엾은 젊은이 하나를 데라고 가는 편이 나으리라고 생각했다. 어이 젊은이 같이 타고 가지 않으려나?

 

추위와 배고픔에 지친 그는 기꺼이 그 마차에 몸을 실었다. 한 시간도 채 못되어, 백작의 마차는 굉음을 내며 골다하의 좁은 성문을 통과했다. 그리고 갑자기 시장 근처에 있는 황금바위라는 이름의 음식점 가우트하우스 앞에 멈추어 섰다. 이곳에서 마부는 점심식사도 하고 말들에게 휴식시간을 주고 먹이도 주려고 했다. 재단사는 마차에서 내려 다시 자기 길을 가려고 그의 보따리를 잡으려고 했다.

 

 

그런데 이렇게 작은 시에서는 백작의 마차가 시장에 정차하는 일은 여간해서는 볼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그래서 마차가 정차하는 순간 비가 쏟아지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을의 각계각층의 사람들이 몰려나와 마차를 빙 둘러쌌다. 특히 음식점 주인도 유리창가에서 눈부시게 화려한 마차를 보게 되었다. 더욱이 그 마차 옆문에는 화려한 왕관이 씌어져 있는 금빛을 발하는 GK라는 커다란 활자가 박혀 있었다. 음식점 주인은 깜짝 놀라면서도 황홀한 생각에 빠져들었다. 그래서 음식점에서 일하는 종업원을 모두 불러냈다. 그는 골다하의 다른 음식점 주인들이 부러워 할 것을 생각하며, 종업원들과 함께 시장쪽으로 달려가서 친히 정중하게 마차의 문을 열었다.

 

귀족적 면모가 뚜렷한 재단사는 말없이 몰려드는 군중들을 쳐다보고는 보따리를 마차에 그냥 내려놓았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두 주먹을 불끈 쥐었다. 그가 마차에 내리려 하자, 음식점 주인이 온갖 정성을 다해서 그를 부축해 주었다. 재단사가 창백하고 아름다운 얼굴로 균형잡힌 몸위에 외투를 걸칠 때, 거기에서 지켜보던 모든 사람들은 그 재단사가 왕자이거나 최소한 백작의 아들 아니면 조카 정도는 될 거라고 나름대로 생각하고 있었다. 재단사는 갑작스레 오한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군중을 뚫고 나갈 엄두가 나지 않았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그는 굽신거리는 인사말을 청산유수처럼 내뱉는 음식점 주인에 의해서 안으로 안내되고 있었다.

 

 

 

백작이 된 재단사

음식점 주인은 그를 높은 신분의 사람일 것이라 추측했다. 그래서 아주 정중하게 재단사의 외투를 벗겨주고 식탁으로 안내했다. 잠시 후, 커다란 둥근 식탁에 진수성찬을 차리기 위한 준비가 시작되었다. 재단사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그는 자기 의사와 무관하게 빠져들어버린 이 우연하고도 진기한 모험 때문에 감옥에 가게 되기 전에 어떻게 해서든 도망갈 방법이 없을까 궁리해 보았다. 그는 정신없이 이곳까지 끌려왔기 때문에 어디가 출구인지도 알 수 없었다. 오히려 출구를 찾다가 음식점 주인과 마주쳐서 다시 식탁에 앉혀지고 말았다.

 

 

난로에 나무를 더 많이 지펴라! 높으신 분이 이곳에서 감기에 걸리시면 우리 음식점의 이름에 먹칠을 하는 것이란 말이다! 지칠 줄 모르는 주인의 독촉을 받고 하인들은 열병이라도 걸린 사람처럼 동분서주했다. 그동안 스프가 식탁 위에 놓여졌다. 배고픔에 울부짖는 재단사의 위장은 도저히 스프를 거부할 수 없는 상태였다. 또한 스프를 그냥 놔 둔다면 그것은 주인에게 대단한 모독이 되고 말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재단사는 씁쓸하게 웃으면서 숟가락을 잡고는 접시에 있는 스프를 먹어치웠다. 그 다음 생선이 들어왔다. 재단사는 재차 용기를 잃고는 감히 자기 칼을 사용하지는 못하고 포크로 연하게 요리된 고기를 여기저기 조금씩 찔러보았다. 그런데 주인은 그것을 보고 생선을 먹는 모습이야말로 그의 신분을 알 수 있는 중요한 잣대라며 자랑스럽게 외쳤다. 저기에서 식사하는 신사가 생선을 칼로 단 한번 찔렀을 뿐이야. 그가 상류사회 출신이라는 증거야.

 

 

신이 난 주인은 최고급 포도주를 가져와 권했다. 재단사는 솔직히 살아오면서 술이라는 건 거의 마셔 본 적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이와 같은 권유는 그에게는 참으로 난감한 것이었다. 그래서 그는 우선 그에 입에는 불처럼 쓰디쓴 포도주를 조금만 마셨다. 그러자 주인은 아내에게로 달려가서 저 손님은 값비싼 포도주까지도 싸구려 소주처럼 마시지 않아! 하며 즐거워 했다. 술을 얼마 마시지 않았다고 할지라도, 재단사의 몸엔 벌써 취기가 느껴졌다. 그래서 그는 혼자서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우연히 일어난 일이지만, 이제는 처벌을 받으러 감옥에 가야만 하겠지. 많이 먹었건 적게 먹었건 재판관에게는 별 상관이 없을 거야. 그러니 하느님이 보내신 이 성찬을 마음껏 먹어 내 텅빈 위장을 채워줄 때가 된 것 같군. 하며 그는 커다란 접시에 담겨 나온 푸짐한 스테이크를 마구 먹어댔다. 후식으로 나온 스위스산 치즈도 일품이었다. 입안에 살살 녹았다. 그렇게 먹는 모습을 보고 주인은 또 다시 아내에게 달려가더니 얼마나 세련된 신사인가! 우리집 치즈를 저렇게 맛있게 드시다니. 하며 즐거워 했다.

 

 

그동안 백작 마차의 마부는 말들에게 먹을 것을 주고 자신은 작지만 아늑한 분위기가 감도는 작은 아랫 방에서 식사를 하고 있었다. 그 방은 하인과 마부들 그리고 그밖에 하층계급의 사람들을 위하여 마련된 곳이다. 여기에서 마부는 저 위에 있는 신사가 누구이며, 그의 이름이 무엇인지하는 질문을 계속 받았다. 저 위에서 거물급 행세를 하는 재단사의 모습이 마부의 비위를 거슬리게 하고 있었다. 시기심과 복수심에 마부는 슬그머니 일어서며 이렇게 말했다. 저기 위에 있는 손님은 어떤 말 못할 사정으로 인해 자기 자신을 말하기를 좋아하지 않는 슈트라빈스키 백작입니다. 아마 앞으로 그는 여기에 며칠간 머물 테지만 저는 곧 떠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리고 마부는 자기가 먹은 음식과 말 네필이 먹은 음식값마저도 지불하지 않은 채 떠나고 말았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그 재단사의 이름도 슈트라빈스키, 즉 벤첼 슈트라빈스키였다. 그는 폴란드 국경에서 멀리 떨어지지 않는 곳에 사는 슐레지안 사람이었다. 아마도 마부는 아까부터 계속 놓여 있는 재단사의 보따리를 열어보고 그 속에 있던 셀드빌라 양복점 주인이 써준 추천서나 혹은 다른 서류를 보았을 지도 모를 일이다.

 

 

 

뜻밖에 얻은 기쁨

백작의 마차가 굉음을 내면서 도시의 동쪽 문을 빠져나갔다. 이제 마을의 모든 사람들, 아이에서 노파에 이르기까지 그 낯선 이방인에 대해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가 되었다. 그곳의 모든 사람들은 그 재단사가 영주이거나 왕자 혹은 적어도 백작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했다. 그리고 그들은 그 재단사가 황금바위라는 음식점에서 부득이 휴식과 평화를 찾아야만 했던 원인에 대해서도 수근대기 시작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그 젊은 신사가 평민 출신의 아름다운 처녀를 사랑했지만, 그 사랑을 이루지 못하고 원치도 않았던 연상의 못생긴 여인과 강제 결혼을 강요받았을 거라는 추측을 하기도 했다.

 

 

점심식사 후에는 골다하 시에서 내로라는 멋쟁이 신사들이 '황금바위'에 커피를 마시러 모이는 것이 보통이었다. 그들도 낯선 귀족의 출현에 대한 소문을 들었던지, 평소보다 5분 일찍 나타났다. 그들은 일반 평민들보다 현명하고, 세상일에 대해서도 그런 대로 이성적으로 판단하는 사람들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백작에 대해 소문을 듣고, 곧바로 슈트라빈스키 가문의 출신의 진짜 귀족이라 맹세까지 하게 되었다. 왜냐하면 그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에 항거해 해방운동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많은 폴란드의 애국자나 정치인들이 스위스나 파리 혹은 영국에 망명하였기 때문에 그가 폴란드 출신의 귀족일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었다.

 

 

그런데 오직 한사람만이 의심을 버리려고 하지 않았다. 그는 다름아닌 골다하에서 잘 알려진 청년 실업가인 멜키홀 뵈니였다. 그는 그 백작이라는 사내의 손을 우연찮게 보게 되었다. 멜키홀이 보기에 백작의 손에는 무수한 바늘자국이 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지만 멜키홀 뵈니는 현명하게도 침묵을 지키고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을 뿐이었다.

 

그러는 동안 날씨가 좋아지고, 신사들은 이날 오후에 사무실로 돌아갈 생각은 하지 않고 시의원의 소유인 커다란 장원(봉건시대에 귀족이나 교회가 소유하는 토지)으로 떠나자는 결정을 내렸다. 그리고 백작이 그들과 함께 그곳에 간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며 더없는 영광이랄 것이라 덧붙였다.

 

 

슈트라빈스키는 이에 기꺼이 동의하고 함께 출발했다. 신사들은 여러 대의 마차에 나누어 탔다. 다행히도 슈트라빈스키는 폴란드 국경 근처에 있는 한 장원에서 성장했고, 또 군인으로서 창기병 부대에 근무한 적이 있었다. 그래서 마차를 타고 말을 타는데 아주 능숙했다. 신사들은 그가 마차를 모는 모습을 보고, 진짜 신사만이 저렇게 우아하게 마차를 달릴 수 있을 거라고 떠들어댔다. 그러나 멜키홀 뵈니은 입가에 미소를 띠고 의심스런 눈빛으로 지켜보았다.

 

장원에 도착하여 신사들은 시의원의 친절한 영접을 받았다. 그들은 사냥이나 말에 관해서, 그리고 그와 비슷한 여러가지 것들에 관해서 이야기를 나누었다. 말수가 적은 슈트라빈스키는 젊은 시절에 장원에서 그리고 창기병으로 있던 연대의 장교들로부터 들었던 것을 기억에 떠올리며 간혹 한마디씩 거들면 그만이었다. 그래서 그곳에 있던 모두는 낯선 친구 슈트라빈스키가 최고의 상류사회 출신임에 틀림없다고 확신하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의 시간이 흐른 후 신사들은 카드놀이를 하기 시작했다. 신사들은 아주 친절하게 카드의 규칙을 슈트라빈스키에게 설명해 주었다. 한 사람이 그에게 카드를 돌리자, 그는 얼굴이 붉어졌다. 그리고 자기도 모르게 주머니 속에 달랑 남은 골무를 누르면서 나지막히 중얼거렸다. 돈이 한푼도 없는데 어떡하지?

 

그러나 이런 딱한 입장은 곧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왜냐하면 옆에서 슈트라빈스키를 관찰하고 있던 멜키홀 뵈니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테이블 위에 놓았기 때문이다. 다른 사람들은 카드에 열중한 나머지 그 백작(슈트라빈스키)의 노름 돈이 누구의 주머니에서 나왔는지 전혀 눈치 채지 못했다. 재단사는 첫 판에서 이겼다. 그래서 테이블 위에 놓여 있던 모든 돈이 그의 차지가 되었다. 그후에도 그는 계속해서 돈을 땄다. 카드놀이가 끝날 무렵 그의 주머니는 골무만이 아니라 은화로 두둑해졌다. 슈트라빈스키는 흡족한 기분에, 다시 방랑길을 떠날 때가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도시에 돌아간 즉시, 음식점 주인에게 점심값을 지불하고 떠나려 했다. 그래서 그는 외투를 걸쳐 입고 털모자를 깊숙이 쓰고 나무숲 길로 걸어 나왔다. 그리고 아무도 몰래 도망칠 길이 혹시 있나 이리저리 찾아보았다. 결국 덤불 뒤로 사라져서 도망칠 수 있는 길을 찾은 순간, 갑자기 그의 눈앞에 시의원의 젊고 아름다운 딸이 길을 가로막았다. 저희는 백작님을 찾고 있었습니다. 저는 넷첸이라 합니다. 저희와 식사를 하실 기회를 주셨으면 합니다, 다른 분들은 이미 제 집에 와 있답니다.

 

 

깜짝 놀라서 슈트라빈스키는 모자를 벗었다. 그때 까맣고 아름다운 머리카락으로 덮인 높은 이마에 불그스레한 빛이 퍼졌다. 말없이 그렇게 서 있는 슈트라빈스키는 너무도 고상하게 보였다. 넷첸은 그 모습에 그만 반하고 말았다. 넷첸은 슈트라빈스키에게 호의를 보이면서 말을 걸기 시작했다. 슈트라빈스키도 지금까지 거짓된 백작의 역할이 달갑지 않았지만, 넷첸이라는 아리따운 처녀의 출현으로 마음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되도록 세련되게 말하려 했다. 게다가 폴란드말까지 섞어 쓰기도 했다.

그리고 식사할 때에는 시의원 딸의 옆자리에 앉는 명예를 누렸다.

 

 

 

끝이 없이 밀려드는 도움의 물결

백작이 넷첸과 그녀의 부친과 작별 인사를 나누고, 골다하의 신사들과 음식점으로 돌아왔을 때 벌써 날이 어두웠다. 음식점 주인은 몸소 슈트라빈스키를 그의 방으로 안내했다. 슈트라빈스키는 피로에 지쳐서 누웠다. 그는 잘 꾸며진 커다란 방에서 혼자가 되자, 모든 일이 꿈인지 생시인지 생각해 보았다. 그런데 음식점 주인은 백작의 트렁크를 본 적이 없다는 사실이 갑자기 마음에 걸렸다. 그는 정신이 없이 외쳤다. 백작님! 백작님 트렁크를 가져오는 것을 잊고 있었습니다. 이런 적이 한번도 없었는데... 가장 중요한 것이 없어지고 말았군요!

 

약간 놀란 슈트라빈스키는 그의 작은 보따리의 행방에 대해서 주인에게 물어보았다. 그것도 없습니다. 백작님... 슈트라빈스키는 그 작은 보따리가 사라진 것은 오늘 자기가 행한 거짓에 대해 하늘이 내린 첫 번째 벌이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음식점 주인은 몸둘 바를 몰라했다. 그는 그 보따리 속에 중요한 서류와 편지들이 있을 것이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백작님께서는 제 하인들이 저지른 엄청난 과오를 용서해 주십시오. 모든 것을 되돌려 놓겠습니다.그리고 열띤 목소리로 덧붙여 말했다. 오늘밤에라도 당장 제 마차를 백작님의 마부에게 보내겠습니다. 내일 저녁이면, 백작님의 트렁크와 중요한 보따리를 이곳으로 가져올 수 있을 겁니다. 그러자 재단사는 갑자기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래서 주인의 말을 가로막으며 위엄 있게 말했다. 아니오, 그럴 필요 없소. 백작님 분부대로 하겠습니다.

 

 

주인은 이렇게 대답하고는 계단 아래로 급히 내려갔다. 그리고 아직도 자리를 뜨지 않고 백작과의 특별한 만남을 되뇌이고 있던 신사들에게 그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자 신사들은 백작이 조국의 불행한 정치적 상황의 희생물이 되었을 것이라는 짐작을 점점 확신하게 되었다. 일부 신사들은 역시 사악한 친척들. 무정한 영주들. 추악한 조카들과 사촌들로부터 백작이 도피한 것이라고도 생각했다. 그래서 트렁크를 도난당한 백작에 대해서 모두가 동정을 금치 못했으며, 모두가 백작을 돕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을 약속했다.

 

그러나 슈트라빈스키는 잠을 푹 잤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났을 때 그의 눈에 띄는 것은 의자위에 걸려진 화려한 양복이었다. 잠자리에서 나와 그 옷으로 갈아입고 방을 나서자, 벌써 몇 시간 동안 그를 기다린 듯이 보이는 하녀들과 마부들이 복도에 장사진을 치고 있었다. 그들은 백작을 보자, 커다란 짐가방을 방안으로 끌고 들어왔다. 골다하의 신사들이 그에게 보낸 것들이었다. 방을 가득 채울 정도로 많았다. 화려한 의상, 신발, 모자 그리고 여러 종류의 무기와 악기, 화장도구, 그밖에도 실용품들이 가득했다. 재단사는 꿈을 꾸는 기분이었다. 주머니에 손을 넣었을 때, 약간의 은화와 골무가 만져지는 것에서 현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그러나 그가 선천적으로 아름다운 옷에 끌렸던 애착심은 다른 어떤 감정보다도 강한 것이었다. 노련한 솜씨로 그 모든 것을 음미하면서 이것저것 걸쳐 보았다. 특히 멜키홀 뵈니가 보낸 옷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그 옷은 너무나 멋있고 좋았기 때문에 그는 그것을 입기로 했다.

 

사랑하는 여인을 위하여

아침을 먹고 나서 그는 이 도시를 보기 위해 시장으로 갔다. 그가 가는 곳마다 신분이 높은 방문객을 보려고 했던 사람들이 그에게 다가왔다. 그 역시 이 작은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가 도시의 여러 성문들 중에 하나를 통해서 광활한 들판에 이르렀을 때, 그는 이제는 자신이 치룬 모험과 결별을 해야만 하지 않을까 자문해 보았다. 날씨는 방랑하기 적합했고 여행비도 충분했다.

 

고민하며 그곳을 서성이고 있을 때, 갑자기 마차가 지나갔고 가볍게 열려진 마차 창문으로 어제 보았던 아가씨가 우아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자 그는 곧바로 다시 시내쪽으로 몸을 돌리고 말았다.

 

그리고 그는 도시 속의 생활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갔다. 그는 그 모든 예법과 규범은 금방 배웠다. 그렇지만 그가 고생하던 시절에는 결코 생각해 볼 수조차도 없었던 불면증에 그는 시달렸다. 혹시 자신의 원래 모습 그대로 가난한 재단사의 신분이 들키지 않을까 항상 두려웠던 것이다. 슈트라빈스키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착했기 때문에 골다하에서 백작행세를 하는 것을 부끄럽게 여겼다. 항상 그는 떠날 만한 타당한 근거를 찾아보았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복권 놀이를 하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정말 그는 계속 운이 좋았기 때문에 복권놀이를 하여 거액의 금액을 받았다. 그는 그 돈을 갖고 떠난 후 멀리서 음식점 주인에게 돈을 보내고 유감스럽게도 골다하로 되돌아 갈 수 없다고 설명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골다하를 떠날 결심을 하는데 있어서 유달리 방해가 되는 것이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 평의원의 아름다운 딸과 관계된 일이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그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다. 그리고 골다하에서는 그녀를 백작부인이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모독하지 않고 고통을 안겨주지 않으면서 떠날 방법을 궁리해 보기 시작했다.

 

슈트라빈스키가 복권놀이에서 딴 큰 돈을 은행에서 받은 후 며칠이 지나 큰 무도회가 열렸다. 슈트라빈스키도 이 무도회에 초대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만간 골다하를 떠날 것임을 선언하였다. 넷첸은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목을 끌어안고서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에게 귓속말로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이에요. 하고 속삭이고 나서 집으로 갔다.

 

 

그 말에 용기를 얻어 아침 일찍 슈트라빈스키는 시 평의원에게 가서 그의 딸 넷첸과의 약혼을 승낙해 달라고 했다. 시 평의원은 장황한 연설투로 그동안 딸에게 얼마나 괜찮은 사람들이 청혼을 해왔던가를 설명하였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시 평의원은 딸의 의사를 존중하여 이미 저승으로 간 그 넷첸의 어머니 역시 딸이 백작부인이 된 것을 알면 기뻐할 것이라며 결혼을 승낙해 주었다.

 

이제 도시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며칠 내로 약혼식이 거행되어야만 했다. 왜냐하면 백작님이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빨리 약혼식이나마 치러야 하는 것이다. 백작은 그가 사랑하는 넷첸을 위해서 아주 많은 것을 썼기 때문에 이미 그가 복권놀이에서 딴 돈의 절반을 사용하였다. 그리고 나머지 반은 약혼식을 위해 내 놓았다. 때는 바야흐로 사육제 기간이었다. 슈트라빈스키는 초청장을 만들고, 골다하와 셀드빌라 사이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무도회와 함께 만찬회를 개최할 계획을 짰다. 날씨는 맑고 큰길에는 썰매를 타기에 적절한 만큼의 눈이 내려있었다.

 

멜기홀 뵈니는 셀드빌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었고, 셀드빌라 사람들도 골다하 사람들처럼 같은 날에 같은 장소에서 가면의상과 마스크를 걸치고 썰매행렬을 계획하고 있었다. 슈트라빈스키와 신부는 함께 썰매를 타고 앞서 갔고 그 뒤로 열여섯대의 썰매가 뒤를 따랐다. 시 평의원은 중대한 사업으로 썰매행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행렬의 맨 마지막에는 멜키홀 뵈니의 썰매가 뒤따랐다.

 

아침을 먹고 나서, 그는 도시를 구경하려 시장으로 나갔다. 그가 가는 곳마다, 신분이 높은 방문객을 보려는 사람들이 몰려들었다. 그도 이 작은 도시가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도시의 여러 성문들 중에 하나를 통해서 광활한 들판을 보게 되었을 때, 그는 이제 아슬아슬한 모험을 끝내야 될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날씨도 방랑하기에 적합했고 여행비도 충분했다.

 

 

고민하며 그곳을 서성이고 있을 때, 갑자기 마차가 지나갔고 가볍게 열려진 마차 창문으로 어제 보았던 아가씨가 우아한 자세로 앉아 있는 것이 보였다. 그녀의 모습을 보는 순간, 그는 다시 시내로 몸을 돌려 돌아가지 않을 수 없었다.

 

그리고 그는 도시 생활에 점점 더 익숙해져 갔다. 그는 필요한 예법과 규범을 금방 배웠다. 그렇지만 그가 가난에 허덕이며 고생하던 시절에는 결코 생각해 볼 수 조차도 없었던 불면증에 시달리기 시작했다. 자신의 원래 모습인 가난한 재단사의 신분이 들키지 않을까 항상 두려웠던 것이다. 슈트라빈스키는 근본적으로 성격이 착했기 때문에 골다하에서 백작 행세를 하는 것이 부끄러울 따름이었다. 그는 그곳을 떠나야 할 적당한 이유를 찾아 보았다. 그리고 빚을 갚기 위해 복권 놀이라도 하여, 돈을 벌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게 되었다. 정말 그는 계속 운이 좋았던 덕분인지 복권놀이에서 거액의 돈을 딸 수 있었다. 그는 그 돈을 갖고 떠난 후 멀리서 음식점 주인에게 돈을 보내고, 유감스럽게도 골다하로 돌아갈 수 없게 되었다고 설명할 생각이었다.

 

 

그렇지만 그가 골다하를 떠날 결심을 주저하게 만드는 것이 하나 있었다. 그것은 바로 시의원의 아름다운 딸과 관계된 일이다. 그녀는 노골적으로 그에 대한 사랑을 표시했다. 이미 골다하에서는 그녀를 백작부인이라고 부르고 있을 정도였다. 그는 그녀의 이름을 모독하지 않고 고통을 안겨주지 않기 위해서라도 하루 바삐 골다하를 떠날 핑계거리를 궁리하기 시작했다.

 

슈트라빈스키가 복권놀이에서 딴 큰 돈을 은행에서 받고 며칠이 지난 후, 큰 무도회가 열렸다. 슈트라빈스키도 이 무도회에 초대되었다. 그는 그곳에서 만나는 모든 사람들에게 조만간 골다하를 떠나겠다고 말했다. 넷첸은 그가 떠난다는 소식을 듣자,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큰소리로 울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그의 귀에 대고 나지막히 속삭였다. 당신은 나의 영원한 사랑이에요.

 

그 말에 용기를 얻은 슈트라빈스키는 다음날 아침 일찍 시의원을 찾아가, 넷첸과의 약혼을 승낙해 달라고 했다. 그러자 시의원은 그동안 딸에게 얼마나 괜찮은 사람들이 청혼을 해왔던가를 장황하게 늘어놓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무엇보다도 시의원은 딸의 의사를 존중하겠다며, 또한 이미 저승으로 간 넷첸의 어머니도 딸이 백작부인이 된 것을 알면 기뻐할 것이라며 결혼을 승낙해 주었다.

 

이제 도시는 술렁이기 시작했다. 며칠 내로 약혼식을 치루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백작이 어쩔 수 없이 여행을 떠나야 하기 때문에 빨리 약혼식이나마 치루기로 약속했다는 것이다. 백작은 사랑하는 넷첸을 위해서 복권놀이에서 딴 돈의 절반을 사용할 정도로 많은 돈을 썼고, 나머지 절반은 약혼식을 위해 내놓았다. 때는 바야흐로 사육제 기간이었다. 슈트라빈스키는 초청장을 만들고, 골다하와 셀드빌라 사이에 있는 유명한 음식점에서 무도회와 함께 만찬회를 개최할 계획을 짰다. 날씨는 맑고 큰길에는 썰매를 타기에 적절한 만큼의 눈이 내려있었다.

 

멜기홀 뵈니는 셀드빌라에서 사업을 벌이고 있었고, 셀드빌라 사람들도 골다하 사람들처럼 같은 날에 같은 장소에서 가면의상과 마스크를 걸치고 썰매 행렬을 계획하고 있었다. 슈트라빈스키와 신부는 함께 썰매를 타고 앞서 갔고, 열 여섯대의 썰매가 뒤를 따랐다. 시의원은 중대한 사업으로 썰매 행렬에 참여하지 못했다. 그리고 행렬의 맨 마지막에는 멜키홀 뵈니의 썰매가 뒤따랐다.

 

 

 

비밀이 밝혀지다 - 옷이 날개

골다하 사람들은 약혼식이 거행될 음식점에 도착했을 때 셀드빌라에서 온 다른 행렬이 음식점을 향하여 달려오고 있는 것을 보았다. 그 행렬은 물품을 운반하는 아주 커다란 썰매였다. 그 썰매에는 짚으로 정교하게 만들어진 거대한 여인의 형상이 올려져 있었고, 그 뒤로는 재단사의 일거리를 뜻하는 여러 종류의 형상들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썰매에는 모든 시대와 모든 지역의 남녀 재단사 의상을 입은 사람들이 앉아 있었다. 썰매 뒤에는 사람이 옷을 만든다.라는 문장이 커다랗게 써 있었다. 한편 행렬의 마지막 마차에는 옷이 사람을 만든다는 문구가 써 있었다. 이 마지막 마차에는 재단사들이 만든 옷을 입은 황제, 주교, 시의원 등 상류사회 사람들이 참가하고 있었다.

 

골다하에서 온 사람들, 즉 슈트라빈스키와 넷첸을 비롯한 사람들은 음식점 위쪽으로 좋은 자리에 앉았다. 반면에 셀드빌라에서 온 사람들은 수수한 자리에 가서 앉았다. 골다하에서 온 사람들은 모두가 유쾌한 표정이었지만, 슈트라빈스키 백작은 셀드빌라에서 온 썰매 행렬로 인해 왠지 불쾌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사람들은 먹고 마시며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골다하에서 온 사람들이 파티를 시작하려고 했을 때 가면을 쓴 사람들의 대표가 계단으로 올라와 물었다. 백작님 앞에서 가면 춤을 춰도 될는지요? 슈트라빈스키 백작과 골다하 사람들은 당연히 허락해 주었다.

 

 

음악이 연주되더니, 그들은 사람은 옷을 만든다옷이 사람을 만든다를 무언극으로 표현하기 시작했다. 모든 사람이 숨을 죽이고 이 무언극을 관람했다. 순간 음악이 갑자기 작아지더니, 중앙에서 한 젊은 재단사가 나왔다. 허름한 옷을 입은 한 재단사가 옷을 짓기 시작하더니 그 옷이 완성되자 자신의 허름한 옷을 벗어던지고 새로 지은 옷을 입었다. 그런데 그 옷은 슈트라빈스키 백작이 입고 있는 것과 공교롭게도 같은 옷이었다. 그리고 헌 옷을 보따리에 싸더니 그 보따리를 관객을 향해 높이 던져버리면서, 재단사로서의 과거를 영원히 청산하는 듯한 상징적 태도를 보여 주었다. 그리고 관객의 한가운데로 들어가서 평범한 시민이라도 된 듯 여기저기 인사를 하였다. 갑자기 음악이 끊어졌다. 어느새 무언극 속의 재단사는 창백해진 슈트라빈스키와 그의 아름다운 신부 앞에 서있었다.

 

내 양복점의 사정이 어려워졌다고 사표를 던지고 떠나버린 저 슐레지엔 출신의 친구를 보시오! 당신이 아주 잘 지내고 게다가 여기서 즐거운 사육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을 보니 내 맘이 기쁘군.. 당신은 골다하에서 재단사로 일하고 있소? 하고 연극 속의 재단사는 외쳤다. 그리고 가면 쓴 다른 사람들을 불렀다. , 이리들 오시오, 여기 셀드빌라의 모든 숙녀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멋진 슐레지안 사람을 보시오.

 

 

이제 셀드빌라 사람들이 와서 슈트라빈스키에게 인사를 했다. 그동안 멜키홀 뵈니는 골다하 사람들에게 슈트라빈스키에 관한 모든 사실을 이야기해 주었다. 이 말을 들은 골다하 사람들은 어떻게든 빨리 이곳을 빠져 나가려고 했다. 그러나 신랑과 신부는 돌처럼 굳은 자세로 조용히 그리고 아주 고독하게 앉아 있었다. 갑자기 슈트라빈스키는 송장처럼 맥없이 일어나더니 사람들 사이를 걸어나갔다. 아무도 그를 붙잡지 않았으며 오히려 길을 비켜 주었다.

 

한 시간 동안 넷첸은 그 자리에 외로이 앉아 있었다. 그가 일어났을 때 여자 친구들이 위로하려고 다가왔으나 그녀는 그들을 밀쳐내고 황급히 계단을 내려갔다. 그런데 우습게도 넷첸이 집에 가는데 멜키홀 뵈니가 동반을 자청했다. 그러나 그녀는 멜키홀 뵈니에게는 눈꼽만큼의 관심도 없는 듯 어둠 속에 사라져 버렸다. 멜키홀 뵈니는 그녀를 뒤쫓기 위해 자신의 썰매를 타고 급히 골다하 쪽으로 몰았다.

 

 

넷첸은 자기도 모르게 셀드빌라 쪽으로 썰매를 몰고 있었다. 썰매 안에는 이상하게도 슈트라빈스키의 모자와 외투가 있었다. 어두운 눈길을 달리다가 그녀는 깜짝 놀랐다. 짙은 백작 상의를 입은 슈트라빈스키가 눈에 띄었기 때문이다. 그 모습이 아직도 너무나 아름다워 보였다. 날씬하면서도 고상한 몸매, 잘 어울리는 의상, 파멸된 상황에서 그의 모습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즉 인생의 마지막 극한 상황에서도 옷이 날개라는 격언을 말해주는 듯했다. 넷첸은 울음을 터뜨리며 말했다. 저는 당신이 진짜 누구이며, 어디서 오셨으며, 어디로 가려고 하는지 알고 싶을 뿐이에요.

 

슈트라빈스키는 자신의 신분, 즉 자기가 별볼일 없는 재단사임을 밝히고 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의미에서 자살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일이 터지지 않았다면 슈트라빈스키는 넷첸과 함께 떠나서 작은 행복 속에서나마 낭만적으로 살고 싶었던 자신의 꿈도 말해주었다. 그러자 넷첸은 슈트라빈스키를 보내려 하지 않았다. 인생은 소설과는 달라요! 그대가 불쌍한 방랑자인 지금의 이 상태에서 저는 골다하의 모든 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당당하게 당신의 아내로서 일생을 마치고 싶어요!

 

서로의 사랑을 확인한 두 사람은 셀드빌라의 무지개라는 음식점에 도착했다. 다음날 아침 이 소문을 들은 멜키홀 뵈니는 그 음식점으로 달려왔다. 그는 넷첸의 아버지인 시의원에게 넷첸과 결혼하겠다고 허락을 청했다. 시의원도 딸이 멜키홀 뵈니를 남편으로 맞이하여 명예를 회복하기를 바랐다. 그러나 넷첸은 멜키홀 뵈니의 청혼을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저는 멜키홀 뵈니를 사랑하지 않아요! 슈트라빈스키는 착해요, 저를 한없이 행복하게 살게 해 줄 거에요!

 

이제 넷첸도 어엿한 성인이기 때문에 그녀의 의지대로 남편을 고를 수 있었다. 슈트라빈스키는 스스로 백작이라고 사칭한 적이 없고, 다른 귀족들처럼 이름 앞에 을 붙이지도 않고, 모든 서류와 편지에서 사용하는 진짜 이름인 슈트라빈스키로만 서명을 했다는 사실이 판명되었기 때문에 무죄로 판명이 되었다.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그들은 일단 셀드빌라에서 자리잡았다. 넷첸은 유산 상속금을 상당히 가지고 있었고, 그것을 밑천으로 슈트라빈스키는 사업을 벌였다. 그들의 사업은 날로 번창했고, 넷첸은 많은 아이들을 기르며 행복해했다. 그들은 자신들의 사업이 완전히 안정되었을 때 골다하로 돌아가 사랑과 존경을 받으며 행복하게 살았다.

 

<“옷이 날개(Die Kleider machen Leute)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고트프리트 켈러 지음, 글쓴이 김선미님>

 

 

저 자 고트프리트 켈러 Gottfried keller(18191890)

뛰어난 풍자정신의 소유자. 아름답고 따뜻한 이야기의 연금술사.

 

떠나야 될 때를 아는 겸손한 작가

고트프리트 켈러, 그는 스위스와 독일에 걸쳐 매우 유명하며 성공한 작가 중의 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물러서야 할 때를 잘 알고 있었던 사람이기도 했다. 그가 70세 생일을 맞았을 때, 신문들은 기념 기사를 내보냈고 여러 가지 행사로 떠들썩했다. 하지만 켈러는 가족도 없이 혼자 스위스의 한적한 곳으로 은퇴했다. 자신을 위한 시간이 필요한 때라고 여겼던 것이다. 마치 앞을 내다보는 사람처럼 그로부터 바로 1년 뒤 켈러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그의 장례식은 국장으로 치러졌고 많은 사람들이 그의 죽음을 애도했다.

 

한편 첫 장편소설녹색 옷의 하인리히 Der gr ne Heinrich(1855)가 성공한 후 켈러는 고향인 취리히에서 연방 공업대학의 문학사 강사직을 제의받았다. 그러나 자신의 지식과 능력이 부족하다는 생각에 이 자리를 거절했다. 그리고 1861년에는 취리히의 서기관으로 임명됐다. 당시 언론들은 그에게 이런 관직이 어울릴지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나 예상과 달리 그는 이후 15년 동안 충실하고 성실하게 이 직무를 잘 수행했다.

 

켈러에게는 초기에 미술 공부를 하다가 포기한 후 사랑에도 실패하면서 방황했던 시기가 있었다. 이때 그는 독일에서 망명해온 자유주의적 작가들, 예를 들면 F.프라일리그리트, W.실츠 등과 만나면서 그들의 작가정신에 깊은 인상을 받았다. 그러나 스위스에서 연방제를 반대하는 내분이 일어나자, 켈러는 연방제를 옹호하는 쪽에 가담하여 활동하였다. 그리하여 스위스가 보다 민주적인 연방 체제를 마련하는 데 일조하였다. 이처럼 그는 작가로서 독특한 경력을 가진 사람이었다.

 

 

성공을 향한 끊임없는 노력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태어난 켈러는 자녀 교육에 열성적인 직공인 아버지와 지적인 어머니 밑에서 자랐다. 그러나 다섯 살 때 아버지를 여의었고, 이때부터 매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생활해야 했다. 그는 처음에 화가가 되고자 했지만 제대로 배울 기회를 갖지 못했다. 한때 뮌헨에서 공부를 했지만 화가로서 자신의 재능이 부족함을 느꼈을 뿐이었다.

 

하지만 켈러는 다시 기회를 잡았다. 정부의 장학금으로 하이델베르크 대학에 유학을 하게 되었다. 그는 이때 법학과 역사, 문학 등을 공부했다. 그후 베를린으로 돌아온 그가 경제적으로 힘든 생활을 하던 중 출판사의 권유로 쓴 것이 바로 그의 첫 번째 성공작인『녹색 옷의 하인리히 Der gr ne Heinrich(1855)였다. 이 작품을 통해, 그는 자신이 어떻게 살아왔고 고독과 실망을 겪을 때마다 어떤 위협을 느꼈는지 말하고 있다.

 

어려운 생활을 하던 그는 1861년에 마침내 취리히의 서기관에 임용되었다. 이때부터 그는 안정된 생활을 할 수 있었고, 또한 틈틈이 글을 쓸 수 있었다. 그리고 57세의 나이로 퇴직한 후에는 자유로운 작가로서 오로지 창작에 몰두하며 여생을 보냈다. 어린 시절부터 평탄하지 않은 삶을 살아왔던 켈러는 이처럼 끊임없는 노력으로 자신의 길을 헤쳐나갔고, 자신이 원하는 일을 찾아냈다.

 

 

단편소설계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희곡계의 거장이라면 단편소설에서는 단연코 켈러를 들 수 있다. 켈러는 서정시와 장편의 작품들도 남기긴 했지만 그의 특별한 재능은 역시 단편에서 발휘됐다.

 

그의 단편 속에는 현실을 대상으로 하는 사실주의적 문학 경향과 함께 따뜻한 인간애가 어우러져 있다. 또한 단편에서 발견되는 그의 문학적 영상력은 우화적 즐거움을 주는 환상과 선하고 밝은 의식, 그리고 본능 등이 합쳐진 것이며, 여기에 완숙한 그의 문체가 더해져 스위스의 괴테라고도 불릴 만큼 높은 평가를 받았다. 결론적으로 단편을 비롯한 그의 작품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현실에 대한 믿음이며 도덕적 인도주의라고 말할 수 있다. 최초의 단편집 『젤트빌라의 사람들제1부Leute von Seldwyla(1856)에는 젤트빌라의 로미오와 줄리엣 』, 3인의 직공 등 주옥 같은 단편 다섯 작품이 실려 있다. 그리고 『젤트빌라의 사람들 제2부 Leute von Seldwyla(1874) 에는 옷이 날개를 비롯한 5편의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다. 이밖에도 그가 퇴직 후 창작에 몰두해서 발표한 『취리히 단편집 Z rich Novellen (1877/78)에는 그라이펜 호수의 지사 Der Landvogt von Greifensee』, 칠인의 의인의 깃발 Das F hnlein der sieben Aufrechten 등이 들어 있다.

 

 

고트프리트켈러의생애와작품

1819 7 19일 스위스의 취리히에서 태어났다.

1833 실업학교에 들어갔지만 문제학생들의 주동자로 오인 받아 퇴학처분을 받았다.

1940-42 뮌헨에서 미술 공부를 하지만, 화가로서 자신의 재능이 충분하지 못함을 실감

1846 A. 폴렌의 도움으로 처녀시집인 독학자의 노래 Lieder dines Autodidakten』를 발표

1848 주정부의 장학금을 받아 하이델베르크에서 역사와 문학 등을 공부했다. 이때 그는 문학사가 헤트너와 철학자 포이어바하의 강의를 들었는데 이 강의가 그에게 깊은 인상을 주었다.

1850 베를린으로 돌아간 극작가가 되기 위해 노력했지만 역시 큰 성과가 없었다.

1855 대표적 장편소설녹색 옷의 하인리히 Der gr ne Heinrich가 완간

1856 최초의 단편집 젤트빌라의 사람들 Leute von Seldwyla』1부가 나왔다. 이 단편집에는 5편이 실려 있는데 그 중에서 가장 잘 알려진 것이 바로 『젤트빌라의 로미오와 줄리엣이다.

1861 취리히의 서기관으로 임명되어 15년 동안이나 이 관직을 충실히 이행

1869 50세의 나이로 취리히 대학으로부터 명예박사학위를 받았다.

1874 젤트빌라의 사람들2부가 발표

1876 15년 동안 수행해온 공직에서 퇴직하였다. 그리고 창작에 전념

1878취리히 단편집 Z rich Novellen(1877/78) 1,2부가 출간

1879-80 이미 츨간된 녹색 옷의 하인리히 Der gr ne Heinrich를 다시 개작 출간. 개작된 작품에서는 주인공 하인리히가 자살하지 않고 다시 용기를 갖고 살아가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난다.

1881 독창적인 작품인경구시 Das Sinngedichte』를 발표

1886 최후작인 마르틴 살란더 Martin Salander』를 발표

1890 7 15일 71세의 나이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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