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폭풍의 언덕!

[중산] 2011. 12. 26. 17:32

 

황량한 바람이 몰아치는 요크셔 지방의 시골저택 워더링 하이츠의 주인 언쇼씨는 어느날 여행에서 돌아와 식구들 앞에 괴상하게 생긴 작은 아이 하나를 꺼내놓는다. 길거리에서 떨고 있는 것을 주워왔다는 말에 부인과 아이들은 경악해 당장 그 아이를 버리라고 한다. 그러나 이 아이는 워더링 하이츠에서 자라난다. 딸 캐서린은 이 아이 히스클리프와 점점 가까워진다. 히스클리프는 영악해서 아들 힌들리의 미움을 받지만 캐서린과는 둘만의 세계를 만들어가며 다정하게 지낸다. 그러나 언쇼씨가 죽고 주인이 되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무자비하게 박대한다. 그러던 어느날, 부유한 이웃 린튼 집안의 도련님 에드가와 캐서린의 약혼이 발표되자 하인 취급을 당하던 히스클리프는 말없이 집을 나가 돌아오지 않는데…(요약)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 에밀리 브론테 지음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히스클리프 언쇼가 데려다 키운 고아소년. 침울하고 야성적인 성격으로, 집안 사람들의 미움을 받는다. 캐서린을 사랑하지만 에드가와 약혼한 사실에 분노해 복수를 계획한다.

캐서린 야성적이고 아름답지만 오만하고 고집 센 여성.

히스클리프를 사랑하지만 에드가를 택함으로써 둘 사이의 비극을

자초한다.

힌들리 언쇼의 아들. 처음부터 히스클리프를 못마땅하게 여기고 학대한다.

에드가 린튼 집안의 도련님. 캐서린과 결혼하지만 얌전하고 온순한 성격의 그는 그녀를 감당하기에 여러모로 버겁다.

 

 

 

도입부--록우드의 이야기

 

이야기는 1801년 어느날 황량한 요크셔 지방 한 시골의 저택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세를 얻은 록우드씨가 이 저택의 소유자인 히스클리프를 만나려고 워더링 하이츠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된다. 록우드씨는 점잖은 미혼의 도시사람으로, 번잡함을 피해 이곳 시골집을 전세 냈는데, 그날 집주인을 찾아갔다가 집주인 히스클리프가 대단히 괴팍한 인물임을 알게 된다. 히스클리프는 옷차림은 신사였고 잘생겼으나 검은 피부에 마치 집시와 같은 풍모를 가졌으며, 무뚝뚝하고 침울한 분위기를 풍기는 괴이쩍은 면이 있었다. 록우드는 히스클리프가 포도주를 가지러 간 사이에, 그 집에서 기르는 개들한테 봉변을 당하기도 하는데, 히스클리프는 별 관심도 표하지 않고, 더 이상 방문을 원하지도 않는 듯했다. 그러나 록우드는 호기심이 일어 다시 찾아가보기로 한다.

 

다음날 워더링 하이츠로 가는 길에 폭설이 내렸다. 워더링 하이츠에는 하인처럼 보이는, 그렇지만 태도가 거만하고 거침이 없는 젊은 남자와 히스클리프의 부인으로 추정됐지만 알고 보니 며느리인 젊은 여성이 있었다. 젊은이는 헤어튼 언쇼라는 청년이고 젊은 여성은 캐서린 히스클리프로 죽은 히스클리프 아들의 미망인이었다. 손님 대접을 제대로 해주지 않는데 화가 난 록우드는 돌아가겠다고 고집을 부리다 결국 폭설로 길이 막혀 불가능한 것을 알고 그날을 그곳에서 머물게 된다.

 

 

록우드는 그날 밤 이층에 있는 방, 히스클리프가 무슨 이유에선지 아무도 사용하지 못하게 하는 방에서 자게 되는데, 그날 이상하고 무시무시한 경험을 한다. 창문턱에 캐서린 언쇼, 캐서린 히스클리프, 캐서린 린튼 등의 글자가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또 오래된 책을 뒤적이다 우연히 어린시절의 캐서린 언쇼의 일기를 읽게 된다. 히스클리프와 둘이서 황야로 달아날 것을 계획하는 내용이었다. 그러다 잠이 들었는데, 그는 악몽을 꾼다. 캐서린의 유령이 꿈속에 나타나 창문 밖에서 구슬피 울며 들어가게 해달라고 애원하는 것이다. 록우드는 악몽에 시달리다 소리를 지른다. 뛰어올라와 그 이야기를 듣고 난 히스클리프는 미친 듯이 캐서린을 부른다.

 

록우드는 이 귀신 든 집을 빠져나와 죽을 고생을 하면서 눈길을 헤치고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로 돌아온다. 호기심을 이기지 못한 그는 그곳의 가정부인 넬리 딘에게 히스클리프의 사연을 듣는다.

 

 

넬리 딘의 이야기

어릴 때부터 워더링 하이츠에서 아이들을 돌보며 일해온 넬리 딘은 히스클리프가 어떻게 이곳에 오게 되었는지부터 이야기를 시작한다. 어느 여름날 아침 언쇼씨는 리버풀을 다녀오는 길에 남매인 힌들리와 캐시에게 선물을 사주겠다고 약속한다. 그런데 돌아온 그는 외투로 둘둘 싼 아무도 이해할 수 없는 말을 지껄이는, 누더기를 입은 검은 머리칼의 더러운 아이를 꺼내놓는다. 리버풀 길거리에서 혼자서 떨고 있는 것이 너무 마음이 아파 데리고 왔다는 것이다. 부인은 놀라 집어던질 태세였으나, 결국 아이는 이 집에서 살게 된다. 이 아이가 바로 히스클리프였다.

 

 

모두들 히스클리프를 꺼렸으나 차츰 캐시는 그와 가까워진다.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싫어해서 기회 있을 때마다 괴롭혔다. 그러나 히스클리프는 언쇼씨가 자기를 아끼는 것을 이용해, 영악하게 자기가 원하는 것을 챙겼다. 그러던 중 언쇼씨는 점차 건강이 나빠지고 갈수록 짜증이 심해져,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너무 미워하는 것에 화가 나 학교로 보내버린다. 경건한 척 설교를 일삼는 하인 조셉이 점차 득세하면서 말괄량이 같은 캐시는 문제아가 되어간다. 그녀는 야성적이고 장난꾸러기인 면이 있었으나, 예쁘고 매력적인 여자아이였다. 캐시는 히스클리프를 너무 좋아하여 둘이 떨어지는 것을 못견뎌했다.

 

 

힌들리가 떠난 지 3년 후 마침내 언쇼씨는 세상을 떠나고 힌들리는 그 사이 결혼한 부인 프랜시스와 함께 돌아온다. 돌아오자 힌들리는 히스클리프를 하인 취급하면서 전혀 글을 가르치지 않고 일만 하게 한다. 두 젊은 부부가 아이들을 방치하는 바람에 둘은 힌들리의 박해를 피해 마치 야만인들처럼 황무지에서 놀면서 시간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날 밤 둘은 이웃인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 저택안을 들여다보며 그 댁의 도련님 에드가와 동생 이사벨라를 놀린 후 달아나다 그 집에서 풀어놓은 개한테 캐시가 물리고 만다. 캐시를 알아본 그 집주인 린튼씨는 히스클리프는 쫓아내고 캐시는 집안으로 데려가서 간호한다. 히스클리프는 돌아와 이 사건을 넬리한테 전하면서, 인형을 가지고 서로 가지겠다고 싸우던 에드가와 이사벨라의 유치한 짓을 흉본다. 그리고는 내 조건을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에드가 린튼의 조건과 절대 바꾸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 이 사건으로 히스클리프는 앞으로 캐시에게 말을 건네면 곧바로 쫓겨날 것이라는 말을 듣는다.

 

 

캐시는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다섯 주를 머물다 돌아왔는데, 완전히 품위 있는 숙녀로 탈바꿈되어 있다. 캐시는 오자마자 히스클리프를 찾지만, 히스클리프는 달라진 캐시의 모습에 서먹함을 느낀다. 캐시가 히스클리프의 새까만 모습을 보고 웃음을 터뜨리자 마음이 상한 히스클리프는 화를 내며 뛰쳐나가버린다. 그렇지만 다음날 히스클리프는 넬리의 도움을 얻어 깨끗하게 보이려고 노력하는데, 불행히도 교회에서 돌아오는 집안 식구들과 에드가와 마주친다. 힌들리한테 심한 핀잔을 받고 에드가의 참견에 화가 난 히스클리프는 에드가에게 핫소스를 끼얹었다가 힌들리한테 죽도록 매를 맞는다. 히스클리프는 힌들리에게 복수할 것을 맹세한다.

 

그로부터 3년 후. 폐병을 앓던 힌들리의 부인 프랜시스는 1778년 여름, 아들 헤어튼을 낳고는 죽고 만다. 힌들리는 완전히 절망에 빠져 신과 인간을 저주하며 몸을 함부로 굴리기 시작한다. 집안은 엉망이 되고 주위 사람들도 더 이상 이 집을 방문하기를 꺼릴 정도가 된다. 캐시는 이때 열다섯 살로 인근에서 가장 아름다웠지만, 오만하고 고집센 여성으로 자랐다. 히스클리프와의 친한 관계는 여전히 지속되었으되, 자기를 좋아하는 린튼과도 계속 사귀었다. 캐시는 집에서 히스클리프와 있을 때는 제멋대로 굴고, 린튼과 만나거나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서는 숙녀처럼 행동하는 이중적인 생활을 했다.

 

 

한편 히스클리프는 교육을 받지 못하고 거친 생활을 하면서 걸핏하면 까탈을 부리는 등 점점 성품이 나빠진다. 한번은 힌들리가 없는 틈에 캐시와 같이 있으려고 했으나, 마침 그날 에드가가 캐시를 방문하기로 되어 있는 것을 알고는 심하게 다툰다. 히스클리프가 나가면서 에드가가 들어왔는데, 열이 난 캐시가 넬리와 그 앞에서 다투고 심지어 넬리의 얼굴을 때리고 어린 헤어튼을 마구 흔드는 등 행패를 부리다, 놀란 에드가가 말리려하자 에드가까지 때린다. 에드가가 충격을 받고 떠나려 하자, 캐시는 그러면 자기가 병이 날 때까지 울어버릴 것이라고 협박한다. 에드가는 결국 떠나지 못하고 돌아오는데, 이 격렬한 싸움 후에 두 사람은 이제 친구 사이에서 연인 사이가 되었다고 공언한다.

 

 

어린 헤어튼은 항상 변덕스러운 아버지 힌들리를 두려워했는데, 한번은 힌들리가 이층 계단에서 아이를 괴롭히다 떨어뜨리고 만다. 마침 들어오던 히스클리프가 아이를 받아서 아이는 무사했지만, 히스클리프는 자기가 원수의 자식을 구한 것을 알고 후회가 역력하다. 이날 캐시는 넬리한테 에드가가 청혼했고 자기는 그것을 승낙했다고 하면서 심정을 고백한다. 자기는 에드가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내 영혼 깊은 곳에서 내가 잘못하고 있다는 것을 안다고 말한다.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저렇게 비천하게 만들어놓지 않았다면 그런 생각이 들지 않았을 것이지만, 지금 히스클리프와 결혼하면 자기가 격이 떨어질 것이라면서 이렇게 말을 잇는다.

 

그는 내가 자기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모를 거야. 그가 잘생겼기 때문이 아니라 나 자신보다도 더 나이기 때문에 그렇다는 걸 말야. 우리들의 영혼이 무엇으로 만들어졌든간에, 그와 나의 영혼은 같아. 그리고 린튼의 영혼은 달빛이 번개와 다르듯, 서리가 불과 다르듯 그렇게 달라.

 

 

그런데 부엌 어둑한 곳에 앉아 있던 히스클리프는 이 말을 듣지 못하고, 자기와 결혼하면 천해질 것이라는 말까지 듣고는 슬그머니 일어나 조용히 나가버린다. 히스클리프가 그 자리에 있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캐시는 넬리에게 자기가 에드가와 결혼하면 히스클리프를 도와줄 수 있을 것이라고도 말하는데, 이미 히스클리프는 집안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이 사실을 알게 된 캐시는 발버둥을 치면서 빗속에 히스클리프를 찾아다니다 열병이 나고 만다. 린튼 부인은 캐시를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로 데려가 간호한다. 캐시는 나았지만 린튼씨와 그 부인은 전염이 되어 며칠 사이에 죽고 만다. 캐시는 더욱 오만하고 고집세고 정열적이 되어 돌아왔고, 여전히 히스클리프의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그로부터 3년 후 캐시와 에드가는 결혼식을 올린다.

 

 

 

히스클리프의 귀향과 복수

 

결혼 후 6개월간 부부는 별 문제 없이 잘 지낸다. 에드가는 될 수 있는 대로 부인을 자극하지 않으려 배려하고, 캐서린도 점점 더 안정을 찾아간다. 그러던 어느날 히스클리프가 이 집에 나타남으로써 그 모든 평화가 깨어지고 만다. 히스클리프가 왔다는 소식을 들은 캐시는 기쁨에 숨이 막힐 듯 흥분하나, 에드가는 무덤덤하게 대한다.

 

히스클리프는 과거의 그가 아니었다. 키가 크고 건장한 체구를 가진 신사의 모습으로 변모하였고, 지적이기까지 한 표정에는 천박하던 과거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불 같은 성품이 눈가에 어려 있었으나 억제되어 있었고, 매너도 거친 면이 없고 품위조차 있어 보였다. 히스클리프와 캐시는 너무나 기쁜 나머지 다른 사람에게는 신경도 쓰지 않고 대화를 나눈다. 히스클리프는 두 사람의 결혼소식을 듣고 캐시를 한 번 만난 후 힌들리와 일을 정리하고 죽을 작정이었으나, 캐시가 이렇게 뜨겁게 환영해서 생각이 바뀌었다고 한다.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로 가고, 에드가와 캐시는 그날 좀 다투지만, 캐시의 행복함이 에드가뿐 아니라 집안 전체를 낙원처럼 만든다.

 

이후 얼마간 히스클리프는 별탈 없이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에 드나드는데, 곧 문제가 발생한다. 열여덟 살이 된 에드가의 동생 이사벨라가 히스클리프에게 사랑을 느끼게 되어, 캐시를 노골적으로 질투하고 나선 것이다. 캐시는 이사벨라에게 히스클리프가 어떤 사람인지 몰라서 그런다고 야단치면서, 히스클리프는 난폭하고 무자비하고 늑대 같은 사람이라고 경고한다.

 

네가 귀찮아지기만 하면, 너를 참새알처럼 박살내버릴 거란 말야, 이사벨라. 린튼 집안 사람하고는 사랑할 수가 없는 인간이라구.

 

 

그러나 이사벨라는 캐시의 말을 들으려 하지 않는다. 캐시가 히스클리프에게 이사벨라의 생각을 전해주자, 히스클리프는 경멸하는 마음을 감추지 않으면서도 이사벨라가 오빠의 상속자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관심을 표시한다.

 

하루는 넬리가 워더링 하이츠로 힌들리를 보러 갔더니, 그곳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헤어튼은 아무도 챙겨주는 사람이 없어 성격이 거칠어져서 보모였던 넬리를 몰라보고 욕설을 하며 돌을 던졌다. 달래서 누가 그런 말을 가르쳤느냐고 물었더니, 히스클리프가 아빠에게 욕하라고 가르쳤다는 것이다.

 

 

다음번 히스클리프가 그레인쥐로 온 날, 넬리와 캐시는 부엌에서 밖을 내다보다 히스클리프가 이사벨라를 껴안으려고 하고 이사벨라가 정원으로 달아나는 것을 목격한다. 히스클리프가 들어오자 캐시는 사랑도 하지 않으면서 왜 그러느냐고 그를 나무란다. 히스클리프는 오히려 캐시에게 할말이 있다고 하면서, 네가 나를 지독하게 취급한 것을 내가 모를 줄 아느냐고 다그친다. 그리고 캐시한테는 복수를 않겠지만, 다른 사람들한테는 철저하게 복수할 것이라고 하면서, 이사벨라가 상속인이라는 것을 십분 이용할 생각이니 관여하지 말라고 퍼붓는다. 캐시는 그 말이야말로 나한테 복수하자는 것이라며 심하게 다툰다.

 

넬리가 이를 에드가에게 알리자, 에드가가 와서 히스클리프를 질책하며 쫓아내려고 하인들을 부르려 한다. 에드가의 태도와 매너에 화가 치민 캐시는 문을 쾅 닫아버리고 나서 열쇠를 난로불에 던져버리면서 정정당당하게 맞서라고 놀란 남편에게 소리지른다. 에드가는 충격을 받고 그 자리에 주저앉고, 그러자 히스클리프는 에드가를 젖빠는 토끼새끼몸에 우유가 흐르는 겁장이니 하면서 경멸한다. 에드가가 벌떡 일어나 히스클리프를 때리고는 뒷문으로 뛰쳐나가니, 히스클리프는 캐시의 청에 따라 그 자리를 피한다. 캐시는 내가 무슨 죄가 있느냐고 넬리에게 호소하는데 어쩐지 어디가 아픈 듯하고 제정신이 아닌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넬리는 제 성질을 못이겨서 그러려니 하며 넘겨버리고 에드가에게 알리지 않는다.

 

 

문을 잠그고 방에서 나오지 않던 캐시는 사흘째 되던 날 문을 열고 음식을 먹었으나, 에드가가 돌아보지 않는데 상심하고, 또 정신이 오락가락하여 이빨로 베개 속의 깃털을 모두 뽑아버린다. 그리고 차가운 공기에도 아랑곳없이 창문을 열어젖히고 몸을 바깥으로 내밀며 끊임없이 헛소리를 하였다. 그리고 너무나 미칠 듯이 비참하다고 하면서, 어린시절 워더링 하이츠에서 히스클리프와 놀던 시절을 그리워하고, 자기가 어느날 갑자기, 너무나 터무니없이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안주인, 낯선 사람의 부인이 되어, 자기 세계였던 곳에서 추방되고 말았다고 울부짖는다.

 

 

캐시의 광기를 감당할 수 없게 된 넬리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에드가도 아내의 상태를 보고 깜짝 놀란다. 빨리 알리지 않았다고 주인에게 꾸중을 들은 넬리는 의사를 부르러 가다가 정원에 이사벨라의 개가 손수건에 목이 매달려 죽기 직전인 것을 발견한다. 의심이 들어 이사벨라의 방에 가보았더니 역시 예상대로 이사벨라는 히스클리프와 달아난 뒤였다.

 

캐시는 두 달을 어려운 고비를 넘겨가며 병으로 누워 있었고 에드가는 성심으로 간호하였다. 삼월이 되자 어느 정도 회복은 되었으나 여전히 쇠약하였다. 한편 이사벨라는 집을 떠난 지 6주 만에 에드가한테 히스클리프와 결혼했다는 짤막한 쪽지를 보내면서 용서를 구했으나 에드가는 냉담하게 아무런 답장을 하지 않았다. 그러자 한 보름 후 이사벨라는 넬리한테 긴 편지를 보내서 자기가 겪은 일을 적어보냈는데, 한마디로 자기가 큰 잘못을 저질렀고 히스클리프가 도대체 인간인지 미치광이인지 악마인지 모르겠다는 내용이었다. 편지에는 히스클리프가 자기에게 얼마나 잔인하게 굴었는지, 얼마나 견딜 수 없게 야만적인지 등이 적혀 있었고, 지금은 자기도 히스클리프를 증오하고 있다고 썼다.

 

 

넬리가 워더링 하이츠에 가보니, 집안은 음산하고 더럽기 짝이 없었다. 이사벨라는 지저분한 모습에 멍하니 넋을 놓고 있었고, 히스클리프는 이사벨라의 분노를 오히려 즐기면서 캐시의 상태에만 관심을 기울였다. 히스클리프는 자기 편지를 캐시에게 전해주고 한 번 만나도록 해달라고 강요하다시피하여 결국 수락을 받았다. 돌아온 넬리는 기회를 엿보다가 마침내 에드가가 교회에 간 일요일, 편지를 전한다. 캐시는 이즈음 마치 이 세상 너머의 무엇을 바라보는 것 같은, 마치 저세상의 것 같은 묘한 아름다움을 풍기고 있었는데, 편지를 받고도 별 반응이 없다가 히스클리프라는 이름을 듣고는 화들짝 놀라는 것이었다.

 

이때 며칠을 바깥에서 서성대던 히스클리프가 더 이상 참지 못하고 집안으로 들어왔다. 히스클리프는 들어오자마자 캐시에게로 다가가 그녀를 껴안고 5분여 동안 키스하더니, 캐시를 들여다보고는 더 이상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고통스럽게 외쳤다.

 

내가 이것을 어떻게 견딜 수 있지, 캐시?

 

 

그리고 나서 둘은 격렬하게 서로의 고통을 드러내며 감정의 격동에 휩싸인다. 이 육신이란 감옥을 이제 벗어나게 된다는 말을 하면서 캐시가 히스클리프를 부르자, 히스클리프는 미친 듯이 캐시를 포옹하며 이렇게 소리친다.

 

왜 너 자신의 마음을 배신했지, 캐시? 난 위안할 말이 없어. 넌 그런 대접을 받아도 싸. 넌 너 자신을 죽인 거야. .....도대체 무슨 권리로 나를 떠났어? 대답해 봐, 대체 무슨 권리로 린튼을 사랑한다는 그런 헛생각이 들었어? 비참도 비천도 죽음도, 그리고 신이건 악마건 그것들이 끼칠 수 있는 어떤 것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었을 텐데. 네가, 네 자신의 뜻으로, 그렇게 했어. 내가 네 마음을 상심케 한 것이 아니야. 네가 그랬고 그렇게 하면서 내 마음도 상하게 했어.

 

 

캐시는 그 때문에 이제 자기가 죽게 되었으니 서로 용서하자고 흐느끼는데, 어느새 에드가가 돌아올 시간이 되었다. 히스클리프가 자리를 피하려 하자 캐시가 이제 자기는 죽을 것이니 가지 말라고 붙들었다. 에드가가 들어와 히스클리프를 보고 분노했으나 아내의 상태를 보고는 수그러들었고, 그날 밤 캐시는 죽었다. 캐서린이라는 딸을 낳은 지 두 시간 만이었다.

 

다음날 아침 정원에서 밤을 샌 히스클리프는 머리를 나무에 부딪치며 울부짖고, 넬리가 열어준 창문을 통해 들어가 캐시의 시신에 마지막 하직을 하였다. 그러면서 캐시의 목을 둘러싼 에드가의 머리칼을 빼고 대신 자기의 검은 머리칼을 넣었는데, 넬리는 이 둘을 서로 꼬아서 함께 집어넣는다.

 

캐시가 묻힌 다음날 이사벨라는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로 흥분해서 숨이 차도록 뛰어들어온다. 그녀는 어기저기 얼굴에 상처가 나 있었는데, 워더링 하이츠에서 큰 싸움이 나서 이렇게 되었다는 것이다. 힌들리가 히스클리프를 죽이려고 하다가 결국 거꾸로 폭행을 당했고, 자기는 힌들리를 동정하다가 히스클리프가 던진 칼에 귀밑을 맞고 도망쳐나왔다는 것이다. 이사벨라는 런던으로 떠나, 그곳에서 두 달 후 린튼이라는 사내아이를 낳았다. 캐시가 죽은 뒤, 에드가는 거의 은둔생활을 하며 지냈는데 그에게는 딸 캐서린이 위안이자 기쁨이었다. 힌들리는 캐시가 죽은 지 6개월 후에 죽었다. 주위에서는 히스클리프가 그의 죽음을 재촉한 것이 아닌가 의심하였다. 도박빚으로 저당을 잡고 있던 히스클리프는 워더링 하이츠를 차지한다.

 

 

그후 12년은 평화롭게 지났다. 아름다운 소녀로 자라난 캐서린은 정열적이고 활기넘치던 어머니 캐시를 떠올리게 했으나, 그처럼 극단적이지는 않았다. 캐서린은 집에서 멀리까지 나간 적이 없었는데, 이사벨라가 죽어간다는 편지를 받은 에드가가 집을 떠나 있는 동안, 밖으로 나갔다가 워더링 하이츠 쪽으로 가게 된다. 거기서 우연히 그때 열여덟 살의 청년이 된 헤어튼을 만나게 되고, 헤어튼처럼 비천한 하인같은 청년이 자기 사촌이라는 것을 알고 울음을 터뜨린다.

 

이사벨라가 죽은 후 에드가는 이사벨라의 아들인 조카 린튼 히스클리프를 데리고 돌아온다. 린튼은 창백한 얼굴에 병색이 역력한, 마음 약한 소년이었다. 캐서린은 이제 진짜 사촌을 만난다고 흥분했지만, 린튼은 쭈뼛거리기만 할 뿐이다. 히스클리프가 사람을 보내서 린튼은 보내라고 요구하자, 린튼은 싫지만 아버지 히스클리프에게로 보내진다. 히스클리프는 병약하고 심약한 아들을 보고 경멸하는 웃음을 터뜨리면서, 그렇지만 린튼이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상속자가 될 것이니, 상속을 받을 때까지는 살아야 한다고 넬리한테 말한다. 린튼은 대부분의 시간을 누워서 지낸다.

 

 

캐서린이 열여섯 살 때, 넬리와 산책을 나갔다가 히스클리프를 만난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린튼과 결혼시킬 속셈으로 워더링 하이츠로 데리고 와 아들과 만나게 한다. 둘은 헤어튼이 글을 읽지 못한다고 놀린다. 다음날 넬리에게서 사실을 전해들은 에드가는 딸에게 히스클리프가 나쁜 사람이라며 워더링 하이츠로 가지 못하게 한다. 아버지의 말에 승복할 수 없었던 캐서린은 아버지 몰래 린튼과 편지를 주고받는다. 그해 가을 에드가가 독감에 걸려서 거동을 못할 때, 히스클리프가 그레인쥐를 방문하여 캐서린에게 린튼이 사랑 때문에 죽어가니 와달라고 한다. 가보니 린튼은 병세가 심각하여서 캐서린은 자기가 간호를 해야겠다고 생각한다. 그 방문에서 넬리도 독감에 걸려서, 캐서린은 아버지와 넬리의 감시감독에서 벗어나 저녁마다 워더링 하이츠로 린튼을 보러 간다. 둘은 다투기도 하지만 관계가 점점 깊어간다.

 

 

이 일을 알게 된 에드가는 캐서린에게 워더링 하이츠 방문을 금하고, 대신 린튼이 방문하는 것을 허용하는데, 이번에는 히스클리프가 그것을 막는다. 함께 린튼을 만나게 된 캐서린과 넬리는 린튼이 너무나 창백해진 것에 놀라고, 그가 히스클리프를 너무나 겁내고 있음을 안다. 린튼의 허약함과 비겁함 때문에 캐서린은 그에 대한 경멸을 감추지 않는데, 히스클리프는 둘을 강제로 결혼시키기 위해 워더링 하이츠에 가두어버린다. 결국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의 악독한 강요에 이기지 못하고 억지로 린튼과 결혼하게 되고, 실질적으로 워더링 하이츠에 억류된다. 오래 앓던 에드가는 이윽고 사망하고, 가까스로 빠져나온 캐서린은 임종을 지킨다.

 

에드가의 장례식이 끝나자 히스클리프의 흉계로 그레인쥐는 히스클리프의 소유가 된다. 히스클리프는 넬리는 그레인쥐에 두고 캐서린은 하이츠로 데려간다. 그는 넬리에게 자기가 캐시의 무덤을 파서 관을 열고 마지막으로 캐시의 얼굴을 다시 보았으며, 관 옆자리에 자기가 들어가 누울 자리를 마련해두었다고 한다. 그리고 18년 동안 내내 그녀의 영혼이 자기를 따라다녔다고 하면서 지금은 마음이 편하다고 한다. 그후 하이츠에서 린튼은 결국 제대로 치료도 받지 못하고 죽어가고 캐서린은 앙앙불락으로 지낸다. 린튼의 모든 재산은 히스클리프에게 돌아가고 캐서린은 무일푼이 된다. 캐서린은 히스클리프에 맞서 그를 경멸한다고 소리친다.(이상이 넬리 딘의 이야기)

 

 

 

 

다시 록우드의 이야기

록우드는 히스클리프에게 런던으로 돌아가겠다고 통지하러 워더링 하이츠를 찾아간다. 캐서린은 헤어튼이 자기 책을 훔쳐간다고 비난하고 헤어튼의 발음이라든가 책읽기가 서툴다고 놀린다. 둘은 책을 두고 다투기도 한다. 히스클리프가 들어와 헤어튼이 점점 캐시를 닮아간다고 말한다.

 

그해 9월 록우드는 이 지방에 왔다가 그레인쥐에서 하루밤을 묵게 된다. 그는 넬리가 지금은 하이츠에 가 있다는 것을 알고 하이츠에 다녀오기로 한다. 하이츠에 갔더니 그곳은 전과는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꽃향기가 가득하였고, 캐서린과 헤어튼은 잘 차려입고 창가에 앉아 있었는데, 캐서린은 헤어튼에게 읽기를 가르치고 잘 읽으면 선물로 키스를 해주었다. 록우드는 이제 그곳에서 일하는 넬리한테서 그간 있었던 일을 듣게 된다.

 

 

넬리는 하이츠로 와서 캐서린이 헤어튼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 것을 알게 된다. 어느날 캐서린은 헤어튼에게 포도덤불을 없애고 화단을 만들게 했다가 히스클리프와 크게 싸운다. 히스클리프는 캐서린을 찢어죽일 듯이 덤비다가 갑자기 손으로 자기 눈을 가리면서 눈앞에서 꺼지라고 소리친다. 다음에 히스클리프가 들어오니 두 사람이 같이 앉아 있다가 그를 쳐다보았다. 히스클리프는 그들의 눈이 캐시의 눈을 닮은 것을 깨닫고는 크게 흔들린다. 그는 두 사람을 내보내고는, 넬리에게 자기의 심정을 토로한다. 복수를 완성할 온갖 여건이 갖추어진 지금에 와서 그럴 의욕이 송두리째 사라져버렸다고. 헤어튼은 바로 자기의 청년시절의 모습 그대로라는 것이다. 그리고 전세계가 캐시가 이제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말해주는 끔찍스런 비망록이라는 것이다.

 

 

이후 히스클리프의 행동은 아주 이상해진다. 멍하니 앉아서 낮을 보내다 밤이면 나갔고, 거의 아무것도 먹지 않았으며 이상하게 흥분해 있었다. 그는 넬리에게 자기가 원하는 매장과 장례식에 대해 말하고 난 뒤, 그날 밤 문을 잠그고 나오지 않았다. 다음날 내내 히스클리프는 나타나지 않았고, 그 다음날 아침 넬리가 다른 열쇠로 문을 열어보니 그는 얼굴에 조소하는 듯한 미소를 띠고 죽어 있었다. 주위에서는 말이 많았지만, 히스클리프가 원하는 방식으로 장례를 치렀고, 이후 그와 어떤 여성의 유령이 자주 나타난다는 소문이 들렸다.

 

캐서린과 헤어튼은 새해 첫날 결혼하여 그레인쥐에서 살기로 한다. 록우드는 캐시와 히스클리프, 그리고 에드가의 무덤을 찾아 상념에 잠긴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바람이 거세게 몰아치는 황량한 요크셔의 벌판에 자리잡은 두 저택. 그리고 이 두 집안에 얽힌 격렬하고도 신비로운 사랑과 증오, 여기에 악마와 같은 힘과 정력을 가진 인물 히스클리프. 《폭풍의 언덕을 읽는 독자들은 무시무시하면서도 격정적인 이야기가 주는 알 수 없는 매력에 이끌려 이 작품에 몰입하게 된다. 더구나 이 작품을 쓴 작가가 불과 서른의 나이에 세상을 떠난 미혼여성이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 독자는 경이로움에 가까운 충격을 받는다. 이 작품의 주인공 히스클리프는 젊은이들뿐 아니라 성인독자들에게까지 강렬한 인상을 주는 인물로, 읽는 이의 상상력에 불을 지르는 그런 유형의 주인공 중의 하나다. 이성으로 통제할 수 없는 인간의 어떤 원초적 감정의 격랑과 욕망의 깊이가 이처럼 생생한 언어로 표현된 경우도 드물 것이다.

 

 

본능과 본능이 부딪치는 낯선 세계 속으로

 

이 작품의 이와 같은 특성은 대개의 영국소설 경향과는 분명 차이가 있다. 19세기의 대표작가이자 여성인 다른 작가의 경우만 예로 하더라도, 가령 제인 오스틴의 작품은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사람들의 일상적인 생활과 매너를 차분하게 그려내는 사실적인 내용을 담고 있고, 조지 엘리엇도 기본적으로 사회 속에서 균형잡힌 조화로운 사람으로 성숙해가는 인간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한마디로 영국소설은 격렬하고 충동적인 것보다는 합리적이고 정상적인 인간관계가 중심이 된 리얼리즘의 전통이 뿌리깊다. 그러나 얼핏 보기에 《폭풍의 언덕의 주인공들의 삶과 운명은 이같은 정상적인 생활감정과 태도에 좌우되는 것이 아니라, 극단화된 감정과 갈등들이 적나라하게 충돌하는, 어떤 점에서는 사회라는 완충지대가 사라진 영역에서 본능과 본능이 부딪치는 것과 같은, 길들지 않은 세계 속에 처해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의 플롯만 잠시 돌아보아도 이같은 특이함을 느낄 수 있다. 비바람이나 눈보라가 몰아치는 쓸쓸하고도 척박한 황무지를 무대로, 워더링 하이츠의 언쇼 집안과 드러쉬크로스 그레인쥐의 린튼 집안은 히스클리프라는 주워온 아이를 매개로 얽히고 설킨 관계 속으로 빠져든다. 두 집안 다 시골지주 계급인 젠트리에 속하지만, 언쇼씨 집안은 린튼 집안에 비해 상대적으로 작은 토지를 소유한 자작농에 가깝고, 린튼 집안은 이보다 더 대지주다. 그런 까닭도 있어서 두 집안의 분위기는 사뭇 대조된다. 전자는 특히 힌들리가 주인이 된 이후로 히스클리프와 캐시를 황무지를 돌아다니며 마구 자라게 두었고, 린튼 집의 에드가와 이사벨라는 부모의 보호 아래 고이 자란다. 이 두 다른 성향의 인물들이 성장해 남녀간의 관계로 접어들면서 이야기는 갈등과 고통과 원한의 격동 속으로 진입한다.

 

이 두 집안은 복잡한 결혼관계 즉 캐시와 에드가, 히스클리프와 이사벨라, 그리고 전자의 딸인 캐서린과 후자의 아들인 린튼의 결혼이 있고, 그리고 린튼이 죽고 난 후에 힌들리의 아들인 헤어튼과 캐서린의 결혼이 마지막으로 이루어진다. 이 가운데 앞선 두 결혼은 잘못된 결혼으로서 비극을 초래한다. 무엇보다 핵심이 되는 것은 바로 히스클리프와 캐시의 관계다. 캐시가 히스클리프를 배신하고 에드가를 받아들인 것이 그 이후의 모든 비극의 가장 큰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캐시가 히스클리프를 나 자신이다라고 표현할 정도로 깊은 유대감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에드가의 이런저런 좋은 여건을 받아들이게 된 것을 히스클리프는 배신이라고 생각하고, 캐시로 하여금 이렇게 할 수밖에 없게 만든 주변의 모든 사람들에게 철저히 복수하는 것이다.

 

 

히스클리프의 악행은 일반적인 관점에서 보아서는 변호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그는 마치 악마의 화신과 같은 느낌까지 준다. 그러나 한편으로 캐시에 대한 히스클리프의 집착과 자기권리에 대한 주장에는, 비록 캐시가 그것을 전적으로 받아들였는지는 애매하지만, 인간사이의 근본문제에 관한 어떤 진실성과 질문이 담겨 있다. 캐시 스스로 말한 바대로, 결혼 이후 마치 이방인처럼 자신의 삶에서 분리되어 있다고 느낀 것도 둘 사이의 어떤 절대적인 면, 그리고 더 크게 보면 어린시절 둘만이 형성한 친밀한 공간에 대한 인간 내면의 깊은 열망을 말해주는 것인지도 모른다. 그 점에서 히스클리프는 모든 종류의 가면을 벗어버린 원초적인 삶의 양상에 대한 한 비유일 수 있다.

 

 

두 사람의 화자가 이끌어가는 이야기 속의 이야기

그렇지만 이 작품을 사회적인 현실과 무관한 어떤 알레고리로만 읽는 것도 이 작품의 일면만을 보는 셈이 된다. 이야기가 어딘가 몽환적으로,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건들은 그 자체대로 대단히 실감나고 생생하게 진행되고 있다. 두 집안의 결혼과 그로 인한 착잡한 사연들은 마치 한편의 기록을 보는 것처럼 정밀하고 담담하게 기술되어 있다.

 

격렬한 이야기를 포함하는 작품임에도 이 같은 느낌을 주게 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은 작가가 차용한 구조 덕택이다. 작가는 이 이야기를 독자들에게 전하면서, 여러 사람의 화자, 즉 보고자를 동원한다. 그 가운데 이야기를 처음 시작하는 록우드와 과거의 일을 상세히 전달해주는 넬리 딘이 중심적인 화자로 놓인다. 록우드로 하여금 우선 현재의 시점에서 히스클리프라는 인물에 대해 궁금증을 가지게끔 하고, 그 내막을 속속들이 잘 알고 있는 넬리 딘이라는 화자로 하여금 그 궁금증을 풀게 하는 구조를 갖는다. 이렇게 이중적인 서술구조를 사용함으로써 작가는 격렬한 사랑과 증오의 이야기가 독자에게 줄 충격과 비현실감을 감소시켰다. 즉 좀더 상식적인 인물에 가까운 두 사람의 눈을 통해 이 격렬한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격함을 누그러뜨리고 어느 정도의 현실감을 부여하는 것이다.

 

 

철저한 고증과 탁월한 현실감각이 빛나는 작품

이와 관련하여 또 하나 주목할 것은, 작가 자신이 이 작품을 철저하게 현실과 어긋남이 없도록 각고의 노력을 기울였다는 점이다. 《폭풍의 언덕이 비현실적이고 심지어 고딕소설 같은 괴기물이라는 평가에 맞서, 한 비평가(찰스 퍼시 생거)는 이 작품이 얼마나 빈틈없이 짜여진 한편의 예술품이자 리얼리즘에 충실한 작품인지를 설명한다. 생거는 이 작품의 시간적 배경을 이루는 1757년(힌들리의 탄생)에서부터 1803년(캐서린과 헤어튼의 결혼)까지의 사건들은 거의 구체적인 일자를 지적할 수 있을 정도로 정확하게 짜여져 있음을 입증한다. 작품구조가 시간순서로 되어 있는 것이 아니라 대단히 복잡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것은 놀라운 일이다. 또 히스클리프의 복수가 주로 재산탈취를 통해 이루어지는데, 그 과정이 당시의 변화하는 상속법에 하나도 틀리지 않은 정확한 적용이라는 점도 지적한다.

 

이와 같은 사실은 이것이 이십대 여성의 비현실적인 상상력이 빚어낸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철저한 고증과 현실감각을 가지고 씌어진, 그런 점에서 매우 사실적인 탁월한 소설작품임을 말해준다. 읽는 이에게 전율을 주는 이 작품의 호소력은 이 사실에 힘입은 바 클 것이다.

 

 

 

<“폭풍의 언덕(Wuthering Heights)”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에밀리 브론테 지음, 글쓴이 윤지관교수>

 

 

저 자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 )

 

단조로운 생활, 황무지의 스산함 속에 감춰진 격렬한 열정을 표현하다.

 

황무지에서 자라난 자매들의 불행한 삶

폭풍의 언덕이라는 소설 한 편으로 영국뿐 아니라 세계적인 작가로 떠오른 에밀리 브론테의 생애에 대해서는 상세하게 알려진 것이 없다. 에밀리는 《제인 에어를 쓴 언니 샬럿과 애그니스 그레이를 쓴 동생 앤과 더불어 흔히 브론테 자매라고 불린다. 브론테 자매 가운데 제인은 비교적 단명했던 두 동생보다 오래 살았고 남긴 작품도 많으며 당시 유명한 소설가이던 개스캘 부인이 전기도 남겨서 잘 알려져 있는 편이다. 그러나 에밀리는 1848년 서른 살의 나이로 세상을 뜰 때까지, 사적인 생활이 별로 알려지지 않았다. 죽기 전 7년 동안은 《폭풍의 언덕의 집필에 매달려 있었으니, 이 작품이야말로 그녀가 생명을 바쳐 완성한 필생의 작업인 셈이다.

 

 

원래 브론테 자매의 아버지 패트릭은 아일랜드에서 이주해온 사람으로 영국으로 오자 브런티(Brunty, 혹은 프런티)라는 멋없는 성을 브론테(Bronte)로 개명하였다. 그는 캠브리지를 다닌 후 목사가 되었으며, 몇 군데를 다니다가 결국 요크셔 지방의 호우스의 주목사가 되어 거기에 정착하였다. 그는 서른다섯의 나이에 결혼하여 아들 하나 딸 다섯을 두었는데, 이 가운데 셋째가 샬럿이며, 다섯째가 에밀리, 막내가 앤이다. 이들은 어머니가 일찍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별로 보살핌을 받지 못하고 황량한 요크셔 지방의 황무지에서 자기들끼리 자라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이들 여섯 자매의 삶은 너무나 힘들고 박명하였다.

 

앤을 뺀 나머지 네 자매들은 잠시 목사자녀들을 받는 기숙학교에 보내졌는데, 그 기숙학교는 너무나 여건이 열악하여 제일 위의 두 언니가 일 년 만에 죽게 된다. 폐결핵과 영양실조 그리고 향수병 등이 겹친 결과였다. 두 동생은 집으로 돌아오는데, 샬럿에게는 이때의 경험이 《제인 에어의 앞부분을 위한 재료가 되었다. 이 기숙사에서 돌아온 후 에밀리는 세 번 정도 잠시 호스를 떠났을 뿐 일생을 이곳에서 지냈던 것이다. 대개 학교 교사로 몇 군데를 다녔으나 얼마 버티지 못하고 돌아오곤 하였다. 말하자면 에밀리는 집을 떠나서는 견디지 못하는 그런 성품이었다. 별다른 일없이 지나가는 목사관의 단조로운 나날들, 그리고 주변의 무어 황무지의 스산한 풍경들, 이 속에서 평생을 보낸 에밀리는 사소한 일상사 속에서보다 무언가 더욱 격렬하고 힘찬 어떤 힘이 작용하는 세계에 대한 상상력을 키웠다. 일 년 동안 폐병을 앓으며 서서히 죽어갔지만 끝내 의사를 마다하였고, 침대에 눕기조차 거부했다. 기록에 따르면, 호스의 거실에서 한 손으로 테이블을 기댄 채 죽어갔다는 것이다.

 

브론테 집안의 유일한 아들 브랜웰은 문학과 미술에 뛰어난 재능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의에 빠져 술과 마약을 과용하고 폐인이 되고 만다. 에밀리의 직접적인 사인도 그해 10월 오빠 장례식에서 독감에 걸려 회복되지 못했던 탓이다. 12월에 에밀리가 죽고, 다음해 막내 앤이 죽었으며, 유일한 생존자였던 샬럿마저 그로부터 7년 후에 사망하면서, 쓸쓸한 목사관에는 아버지 패트릭만이 외롭게 남았다.

 

 

영국문학의 빛나는 고전작

이처럼 힘들고 외로운 삶을 살다간 에밀리지만, 죽기 꼭 일 년 전인 1847년 12월 엘리스 벨이라는 필명으로 7년간 써온 장편소설 《폭풍의 언덕을 출판함으로써 단숨에 문단의 관심을 끌어모은다. 두 달 전 언니인 샬럿이 커러 벨이라는 이름으로, 동생 앤이 액튼 벨이라는 이름으로 각각 《제인 에어애그니스 그레이를 출판해 호평받은 터라, 벨 집안의 세 작가는 누구인가가 세간의 관심거리였고, 출판사는 한술 더 떠, 이 세 작품 모두가 실은 액튼 벨이라는 한 남성작가가 쓴 것이라는 설을 흘렸다. 물론 이 모든 의문은 두 동생이 죽은 후 1850년 《폭풍의 언덕의 재판이 나왔을 때, 샬럿이 서문을 통해 그 내막을 밝힘으로써 풀리게 된다. 이 흥미로운 서문에서 샬럿은 여성작가라고 밝히면 괜스레 편견을 가지고 대해 제대로 정당하게 평가받지 못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남성 가명을 썼다고 밝힌다.

 

과연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을 보면 여성적이라고 하기엔 매우 힘차고 악마적인 어떤 에너지가 작품에 넘쳐흐른다. 이 같은 성격은 당대에 성행하던 리얼리즘 소설들, 좀더 현실의 사소한 일상사에 집중하고 좀더 친숙한 인물과 사건을 선호하는 영국 소설의 경향과는 분명 다르다. 당시 독자들의 호응과는 반대로 비평가들이 이 작품을 일종의 공포괴기물인 고딕소설로 평가절하한 것도 이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 에밀리 브론테의 작품은 의심할 여지없는 영문학의 정통고전으로 확고히 평가받고 있다.

 

마지막으로 제목에 대하여 한마디. 이 작품의 원제인 《워더링 하이츠에서 워더링은 원래 바람이 강하게 부는 이라는 뜻을 가진 방언이고, 하이츠는 높은 산을 일컫는 말이다. 뜻만으로는 폭풍의 언덕이 정확치는 않다 해도 크게 잘못된 것은 아니나, 작품 속의 워더링 하이츠는 주인공 히스클리프가 자라고 나중에 빼앗는 저택의 이름이다. 따라서 그냥 《워더링 하이츠라고 번역하는 것이 맞다. 그렇지만 진작부터 《폭풍의 언덕이란 이름으로 널리 알려진 탓에 이것은 또 하나의 고유명사로 굳어버린 셈이다.

 

 

 

에밀리브론테의생애와작품

1818 7 30일 패트릭 브런티와 머라이어 브랜웰의 여섯 아이 중 다섯 째로 탄생하다.

1820 아버지가 목사로 임명된 요크셔 지방 호워스 목사관으로 이사해 정착한다.

에밀리는 집을 떠나 있었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평생을 이곳에서 보내게 된다.

1821 어머니 사망으로 이모가 집안일을 돌보게 된다.

1824 맏언니 머라이어와 엘리자베스, 그리고 샬럿과 함께 차례로 코웬 브리지 기숙학교에 입학한다.

1825 머라이어와 엘리자베스가 학교에 다니던 중 사망하고, 샬럿과 에밀리는 집으로 돌아온다.

1831 샬럿이 로우헤드 학교로 간다.

1835 샬럿이 로우헤드에 교사로 가게 되어, 에밀리는 학생으로 그곳으로 가나 병들고 향수병이 생겨 석달 만에 돌아온다.

1837 패쉐트 양 학교에서 몇 개월 교사생활을 한다.

1841 세 자매 샬럿, 에밀리, 앤이 목사관에 같이 살며 학교를 세울 계획을 세운다.

1842 샬럿과 함께 브뤼셀로 공부하러 갔으나, 에밀리는 8개월만 머문다.

1844 브론테 자매의 학교가 선다는 공고를 했으나 반응이 별로 없었다.

1845 샬럿이 에밀리의 시를 발견하고서 같이 시와 장편소설을 출판할 계획을 세운다.

1846 각각 커러 벨(샬럿), 엘리스 벨(에밀리), 액튼 벨(앤)이라는 필명으로 공동 시집을 내고, 이어서 각각 《제인에어, 폭풍의 언덕, 애그니스 그레이를 출판한다.

1848 2 19일 폐병으로 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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