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코와 함께 숲속에서 세 마녀들과 마주친 맥베드는, 자신이 스코틀랜드의 왕이 될 것이며, 반코의 후손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듣게 된다. 맥베드는 마녀들의 예언이 실현가능한 것임을 믿으며 왕이 될 꿈을 꾼다. 그렇게 남편의 편지로 예언을 전해들은 맥베드 부인은 왕을 죽이기로 결심한다. 결과를 두려워하며 주춤거리는 맥베드를 부추겨 결국 두 사람은 던컨 왕을 죽인다. 왕이 살해된 사실이 알려지자 왕위 계승자인 말콤 왕자와 도날바인 왕자는 달아나고, 예언대로 맥베드가 왕이 된다.
이제 왕이 된 맥베드는 반코의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을 걱정하여 살인 청부업자를 고용하여 반코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를 죽이기로 계획한다. 그러나 플리언스는 달아난다. 연회에서 맥베드는 반코의 유령을 보고 공포에 소스라치며 소리지르고, 맥베드 부인은 사람들을 돌려보낸다.
맥베드는 마녀들을 찾아간다. 마녀들은 맥베드에게 맥더프를 조심하라고 경고해주고, 여자 몸에서 나온 사람은 누구도 그에게 해를 끼칠수 없으며, 버남숲이 움직일 때까지는 정복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예언한다. 맥베드는 맥더프가 말콤 왕자와 함께 군대를 모으기 위해 달아났다는 것을 알고 그의 일가를 죽이러 살인자를 보내는데...(요약)
맥베드(Macbeth),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맥베드 부인 남편을 몰아가 왕을 죽이도록 만드는 강한 아내. 나중에는 남편보다 더 고통스러워 하며
죄의식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반코 맥베드와 함께 예언을 듣지만 그것에 유혹당하지 않는다.
던컨 왕 선하고 자애로운 왕. 맥베드를 절대적으로 신뢰하지만 그에게 살해된다.
맥더프 맥베드와 비교되는 충신. 잉글랜드 원군 요청에 성공, 말콤 왕자의 복위를 실현한다.
제1막 그 자가 잃은 것은 고귀한 맥베드가 얻었노라
천둥 소리와 번개와 함께 세 마녀들이 등장한다. 마녀들은 여자 얼굴을 하고 있으나 코 아래에 난 수염 때문에 여자인지 남자인지도 구분되지 않는 모호한 모습을 하고 있다. 이 마녀들은 셋이 언제 어디서 만날지 묻는다. 생긴 모습만큼이나 모호한 말로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건 아름다운 것’이라는 희한한 말을 남기며 사라진다.
피를 흘리며 들어온 군사가 던컨 왕에게 용감한 맥베드 장군이 반역도 맥도날드를 죽였으며, 노르웨이 왕이 걸어온 싸움에서도 승리했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맥베드는 모두에게서 신뢰를 받는 맹장이 된다. 왕은 코도 백작의 역모에 사형을 선고하고 그가 지닌 작위를 맥베드에게 수여한다. 던컨 왕은 ‘그자가 잃은 것은 고귀한 맥베드가 얻었노라’라고 말한다.
북소리와 함께 맥베드와 반코가 등장한다. 이렇게 맑으면서도 우중충충한 날씨는 본적이 없다는 맥베드의 말이 끝나자 마녀들이 그들 앞에 나타난다. 반코는 마녀들을 보고 ‘다 시들어빠지고 옷은 희한하게 입은 이 자들이 누구냐’며, 이 세상에 사는 존재는 아닌 것 같은데 땅 위에 있으니 대체 살아 있는 자인지, 괴상망칙한 모습에다 여자인 것 같은데 수염까지 나 있으니 알아볼 수 없는 희귀한 자들이라고 말한다.
입이 있거든 말해보라는 맥베드에게 마녀들은 차례로 외친다. 첫째 마녀가 “맥베드 만세! 글라미스 백작 만세”라고 하자, 둘째 마녀는 “맥베드 만세! 코도 백작 만세!”라고 하고, 셋째 마녀는 “맥베드 만세! 앞으로 왕이 되실 분!”이라고 한다. 반코는 맥베드의 반응을 보고 왜 그리 놀라느냐며, 기쁜 소식을 듣고도 겁먹은 표정을 짓느냐고 묻는다.
맥베드의 운명에 대한 예언을 들은 반코는 자신의 운명도 말해달라고 한다. 그러자 첫째 마녀는 “맥베드보다는 못하지만 더 나으리”라 하고, 둘째 마녀는 “그만큼 행복하지는 못하지만, 그래도 훨씬 더 행복하지”라고, 셋째 마녀는 “그대는 왕이 못되어도 왕들을 낳으리. 그러니 맥베드와 반코 만세를!”라고 말한다.
맥베드는 더 자세히 말해달라고 하나, 마녀들은 그냥 사라져버린다.
두 사람만 남겨지자 맥베드는 반코에게 “자네 자손들이 왕이 될 거라네”라고 하고, 반코는 “자네는 왕이 될 것이니”라며 서로가 들은 마녀의 예언들을 되짚어본다. 바로 그때 로스와 앵거스가 등장하여 던컨 왕이 맥베드의 승전 소식을 듣고 하사품을 내리셨는데, 바로 코도의 작위라고 알려준다. 이 소식을 듣는 순간 반코는 놀라며 “아니, 악마가 진실을 말할 수 있단 말인가?”라며 마녀들의 예언이 맞아떨어졌음을 본다. 한편 당사자인 맥베드는 마음속으로 ‘글라미스 백작, 그리고 이제 코도 백작이라! 그렇다면 제일 큰 것이 남은 거로군’라며 마지막 예언에 은근히 기대를 건다.
자신의 욕망에 눈을 뜨며 맥베드는 반코에게 “자네 자손들이 왕이 될 것을 기대하지 않는가? 내게 코도 백작을 준 자들이 자네 자손들에게는 그걸 약속하지 않았나?”라고 속삭인다. 그러나 반코는 그런 소리를 믿다간 코도 백작에 만족하지 않고 왕관을 탐내게 되지 않겠느냐며, “해를 가하려고 어둠의 도구들은 조그마한 일은 진짜로 만들어 마음을 얻어내고는 가장 중요한 일에서는 속아넘기는 법”이라고 한다.
그러나 맥베드의 머리속은 이제부터 복잡해지기 시작한다.
‘이제 두 가지가 사실로 이루어졌으니, 왕이 되는 주제로 끌어가는 연극의 즐거운 프롤로그구만.’
그렇게 자신이 곧 왕이 될 것이라는 예언이 실현되리라고 믿는 마음은 곧 그 꿈을 실현하기 위해 왕을 죽이고자 하는 쪽으로 계속된다.
‘지금의 두려움은 끔찍한 상상보다는 덜하지. 왕을 죽인다는 생각은 아직은 공상에 불과하지만 내 몸 전체를 너무나도 흔들어버려 이제 그만 꼼짝하지도 못하고, 있는 것이라고는 실제가 아닌 것뿐이로군.’
즉, 왕을 죽여서라도 왕이 되고 싶은 맥베드의 마음은 현재는 왕이 아니나 곧 왕이 될 생각으로만 가득 차게 된 것이다. 그러자 반코는 넋이 나가 있는 맥베드를 깨운다. 맥베드는 ‘만일 기회가 그렇게 만들 것이라면 내가 아무런 행동을 하지 않아도 나는 왕이 되겠지’라고 자신에게 말한다. 그의 생각은 계속된다.
‘무슨 일이든 올 테면 오너라. 아무리 험한 날이라도 시간은 결국 지나게 해주니’라고.
한편, 던컨 왕은 코도를 믿었건만 자신을 배신했다며 얼굴만 보고는 사람의 마음을 판단하기란 힘들다고 말한다. 충신을 가장하고 속으로는 왕이 될 꿈을 꾸고 있는 맥베드는 그러나 왕 앞에서는 욕망을 감추고 자신의 의무는 왕에 대한 충성과 봉사라고 말한다. 모두들 맥베드는 나라와 왕을 위해 도움이 될 충신이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뒤이어 던컨 왕은 자신의 왕위 계승자로 장남인 말콤을 후계자로 천명한다. 맥베드는 이 말을 듣고 마음속으로 생각한다.
‘내가 그 위에 넘어지던지 아니면 뛰어넘어야 할 계단이로군. 내 앞길을 가로막고 놓여 있으니. 별들이여, 너희들의 빛을 감추렴. 그 빛이 내 검고도 깊숙한 욕망을 보지 못하게 말이다. 눈은 손이 하는 짓을 눈감아주렴. 하지만 그 일이 저질러지면 눈이 보길 두려워하는 그 일이 이루어지게 할 테다.’
그러나 맥베드의 속마음을 알 리 없는 던컨 왕은 맥베드에 대한 신뢰를 보여주며, 맥베드의 저택이 있는 인버네스로 가서 머물 것이라고 말한다.
남편의 편지를 읽고 마녀들의 예언을 알게 된 맥베드 부인은 고민할 필요도 없이, 가차없이 왕을 죽여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왕이 자신의 집에서 묵게 되리라는 전갈을 받은 맥베드 부인은 그것을 절호의 기회라고 여긴다.
‘오너라, 살인할 생각을 부추기는 악령들아, 그리고 이곳에서 여자다움을 뽑아버려라, 여성들의 나약한 마음과 부드러움은 모두 던져버리고 머릿 꼭대기에서부터 발 끝까지 냉혹하고 잔인하고 강한 정신만이 나 자신을 채우려므나. 오너라, 칠흑 같은 밤이여, 지옥의 컴컴한 연기 속에 너를 둘러싸려므나. 내 날카로운 칼이 제가 만들어내는 상처들을 보지 못하게 말이다.’
그녀 역시 왕을 죽이는 일이 얼마나 잔인하고 도리에 어긋나는 행위인지를 잘 알고 있었다. 그녀의 악마적인 강인함은 남편 앞에서 더욱 그 빛을 발한다.
손님으로 머물게 된 왕에게 집주인으로서 안전을 책임져야 할 의무뿐 아니라 신하로서의 충성의 도리를 잘 알고 있기에, 왕위에 오르고 싶은 검은 욕망에도 불구하고 맥베드는 아내에게 이 일을 단념하자고 말한다. 그러자 부인은 남편을 겁장이로 몰아붙이며, 사내대장부답지 못함을 비판한다. 젖을 빨며 자신을 보고 방그레 웃는 아기조차도 땅바닥에 내동댕이칠 용기가 있다는 그녀는, 실패할 가능성을 걱정하는 맥베드에게 실패란 있을 수 없다고 장담한다. 용기를 내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면 실패란 있을 수 없으며, 둘이서 못할 일이 무엇이 있겠느냐고 독려하면서, 마침내 남편을 설득시키는 데 성공한다.
제2막 욕망의 단검
왕이 되려는 맥베드는 눈앞에서 자신의 욕망이 만들어낸 단검을 본다. 그리고 “지금 내 앞에 보이는 것은 단검이 아닌가? 손잡이는 내 손을 향해 있군. 자 널 잡으마. 잡지 못했군, 하지만 여전히 보이는구나”라고 말한다. 칼날과 칼자루에 묻어 있는 핏방울마저 선명하게 보이는 허상의 단검은 그의 말대로 마음속이 알고 있는 피비린내나는 사건을 미리 눈에다 알려준 것이다. 맥베드는 그 단검의 허상을 따라 큰 힘에 이끌리듯 던컨 왕이 잠들어 있는 침실로 간다.
맥베드 부인은 잠자고 있는 던컨 왕의 얼굴이 부친만 닮지 않았던들 자신이 죽였으리라고 한다. 그때 왕을 죽인 맥베드가 나타난다. 잠자던 왕을 죽인 그는 자신이 잠을 죽였노라고 한다. “글래미스는 잠을 죽였으므로, 코도는 결코 잠을 잘 수 없을 것이다. 맥베드는 더 이상 잠을 잘수 없으리”, 그러므로 이제 더 이상 편안한 휴식을 가져다주는 잠은 못잘 것이라고 한다.
정신이 나간 듯한 맥베드가 여전히 손에 단검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부인은 빨리 갖다놓으라고 한다. 그러나 맥베드는 자신이 저지른 일을 생각만 해도 끔찍하니 다시 그 광경을 볼 수 없다. 하는 수 없이 맥베드 부인이 단검을 갖다놓으러 간 사이, 혼자 남은 맥베드는 자신의 피묻은 손을 바라보며 말한다.
“아 이게 도대체 무슨 손이냐? 하! 이 손이 눈을 뽑아버리는구만. 저 거대한 넵튠신의 대양의 물로 내 손에 묻은 이 피를 씻어낼 수 있을까? 아니, 내 이 손이 오히려 그 많은 물을 푸른 빛에서 붉게 물들여버릴 거다.” 카인의 낙인처럼 이제 맥베드의 손은 그에게는 영원히 살인을 저지른 피묻은 손이다.
이때 맥베드 부인이 손에 피를 묻히고 들어온다. 그녀는 남편처럼 자기 역시 피묻은 손이 되었다며, 이런 피쯤이야 한 동이의 물로도 씻어버릴수 있다고 말한다. 그녀는 남편에게 너무 생각에 골몰하지 말 것을 당부하지만, 맥베드는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차라리 자기가 누구인지 모르는 것이 낫겠노라고 한다.
문 두드리는 소리를 듣고 술에 거나하게 취한 문지기가 등장하면서 잠깐 분위기가 바뀐다. 문지기는 자신을 마치 지옥의 문지기인 것처럼 말한다. 마치 맥베드의 집 자체가 하나의 악마의 소굴이자 지옥이 된 것 같다.
맥더프와 레넉스가 등장하여 왕이 아침 일찍 와달라고 명령했다며 왕을 깨우러 들어간다. 맥더프가 왕의 침소로 간 동안 레넉스는 굴뚝이 바람에 날려가고, 한탄소리가 사방에 가득하고 괴상한 비명들이 들리는 혼란스럽고 어수선한 날이었다며 간밤에 일어난 여러가지 어수선한 상황들을 전해준다. 곧이어 맥더프가 소리지르며 나와 왕의 살해를 알린다. 맥베드 부인은 이 소식을 듣고 쓰러지는 척하고, 맥베드는 분격하여 보초병들을 모두 찔러 죽여버렸노라고 한다. 자신들마저 죽일까 봐 말콤 왕자는 잉글랜드로, 도날바인은 아일랜드로 일단 피신하기로 한다.
제3막 나쁘게 시작한 일은 나쁜 짓을 통해서만 해결할 수 있다
반코는 직감적으로 왕을 죽인 것이 맥베드임을 감지한다. 이때 맥베드가 왕의 차림으로 들어와 오늘밤 축하 연회에 와서 의논할 일이 있으니 꼭 참석해달라고 청한다. 반코가 나간 뒤 맥베드는 반코의 자손들을 위해 자신의 손에 왕의 피를 묻힌 것은 아니라며 그를 죽일 살인청부업자를 구한다. 그는 두 명의 암살자에게 반코와 그의 아들 플리언스를 죽이도록 명령한다. 던컨 왕을 죽이기 전에 주저하던 때와는 달리 이제는 아내와의 의논 없이 혼자서 일을 처리한다. 그것도 생각하는 즉시 행동으로 옮긴다.
맥베드 부인 역시 원하던 것을 얻었으나 결코 행복한 모습이 아니다. 강인함과 독기로 일관하던 때와는 달리 “소망은 이루었으나 만족은 없으니, 아무것도 얻은 것은 없고, 모든 것은 다 부질없구나. 남을 죽이고 의심스러운 기쁨 속에 사느니 우리가 죽인 자가 되는 게 훨씬 더 안전한 법”이라고 내뱉는다.
남편과 마주친 그녀는 남편이 혼자서 우수에 젖어 공상만 하고 있다며, 생각하던 사람은 죽었는데 그것과 함께 사라졌어야 할 생각은 왜 되풀이하느냐고, 되돌이킬 수 없는 일은 고민하지 말아야 한다고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것’이라고 한다.
반코의 일을 물어보는 부인에게 맥베드는 그냥 구경하다가 칭찬이나 하라고 한다. 이제 그는 더 아상 아내의 부추킴이나 조력이 필요없다. 혼자만으로도 충분한 악당이 되었다. 그는 “나쁘게 시작된 일들은 나쁜 짓을 통해서만 자신을 강하게 만들 수 있는 법”이라고 말한다. 이미 악당의 길로 들어선 이상, 악당으로의 생존은 더 많은 악을 저지르는 것으로만 버텨나갈 수 있는 것이다.
반코를 죽이려고 모여 있는 암살자들 앞에 새로운 제3의 암살자가 나타나 맥베드가 보냈노라고 한다. 암살자들은 있는 힘을 다해 반코와 플리언스를 죽이려고 했으나 플리언스는 실패한다. 반코는 복수를 해달라고 외치고 죽는다.
왕이 된 맥베드가 연회를 베푸는 동안 암살자가 나타나 반코건을 보고하는데, 플리언스가 달아났다는 소식에 맥베드는 또다시 공포와 두려움 속에 갇혀버린다. 연회 자리로 가서 앉으려 하는데 피를 흘리는 반코의 유령이 나타난다. 다른 사람에게는 보이지 않는 유령을 보고 소리를 질러대는 맥베드는 자신의 죄를 만천하에 드러내는 꼴이 되고 만다. 맥베드 부인은 이전부터도 저런 현상이 있었으니 못본 체하라고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상황을 모면하려 하는데 또다시 반코의 유령을 본 맥베드가 유령를 향해 소리지르자 부인은 사람들을 돌려보내기에 이른다.
맥베드는 마녀들을 찾아가 좀더 알아보아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내에게 말한다.
“최악의 것일지라도 최악의 수단을 써서라도 알아내야겠소. 내 자신의 이익을 위해 모든 이유들은 뒤로 물릴 거요. 이미 피흘리는 일에 발을 들여놓았으니, 더 이상 못간다 하더라도 어쩔 수 없어. 뒤돌아가는 것은 넘어가는 것만큼이나 힘드는 일이오. 내 머리속에 들어 있는 이상한 일들을 손으로 해치울 것이오. 이것저것 고려하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겠소.”
레넉스와 귀족이 나타나 던컨 왕과 반코의 죽음을 거론하며 마음놓고 살기 힘든 세상임을 이야기한다. 분을 참지 못해 보초병들을 죽여버렸다는 맥베드를 두고는, 보초병들이 억울하다는 소리라도 한다면 곤란하게 될 터이니 미리 현명하게도 방지한 것이라고 평한다. 그리고 맥베드를 폭군이라고 칭한다. 그들은 또 폭군이 초대한 연회에 불참했기 때문에 맥더프가 미움을 사고 있다며 그의 은신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눈다. 맥더프는 말콤에게 가서 맥베드를 칠 군대를 소집하고 있으며, 이 소문을 듣고 맥베드가 전쟁준비를 서두르고 있다는 것이다.
제4막 여자에게서 태어난 자, 누구도 맥베드를 해치지는 못하리라
맥베드는 마녀들을 찾아가 자신의 일을 알려달라고 한다. 세 마녀는 세 개의 허상을 보여준다. 그 첫 번째 환영은 투구를 쓴 머리, 그 머리는 맥더프를 조심하라고 알려준다. 두 번째 허상은 피투성이가 된 어린아이의 모습이다. 아이는 말한다. “잔인하고 용감하고 확고하여라. 인간의 힘따위에는 코웃음쳐라. 여자에게서 태어난 어느 누구도 맥베드를 해치지는 못하리라.” 세 번째에는 왕관을 쓰고 나무를 손에 든 어린아이가 나타나, “사자의 기상을 지니고 자랑스러워하라, 누가 화를 내든 누가 안달하든 음모자들이 어디 있든 신경쓰지 말라. 맥베드는 거대한 버남숲이 높다란 던시안언덕으로 움직여갈 때까지 결코 멸망하지 않으리라”고 예언한다.
이 예언들은 곧 결코 일어날 수 없는 일들이기에 맥베드는 안심하고 편안히 살겠노라고 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바로 반코의 자손이 왕국을 통치하게 될 것이냐고 묻는다. 그는 더 이상 묻지 말라는 마녀들을 다그쳐 환영을 본다. 곧 여덟 명의 왕이 나타나는데 마지막 왕은 손에 거울을 들고 있고 그 뒤를 반코의 유령이 뒤따른다. 이를 보고 맥베드는 반코의 자손들이 왕이 될 것임을 알아채고 마녀들을 욕한다.
곧이어 등장한 레녹스는 맥더프가 달아났다는 소식을 알려준다. 맥베드는 이제 자신의 생각을 바로 행동에 옮길 것이라며, 맥더프의 성을 쳐부수고 그 가족들을 몰살할 것임을 밝힌다.
맥더프가 말콤 왕자와 함께 군대를 모으기 위해 달아났다는 소식을 들은 맥베드는 부인과 자식들을 죽이기 위해 살인자들을 보낸다. 로스가 미리 와서 달아날 것을 권유하자 맥더프 부인은 남편을 원망한다. 아버지가 반역자라는 말에 아들은 그 뜻을 묻는데, 서약하고도 거짓말하는 자가 곧 반역자라고 대답해준다. 뒤이어 등장한 암살자들은 그들을 잔인하게 살해한다.
한편, 잉글랜드는 말콤 왕자는 음탕하고 부도덕하기에 왕국을 통치할 수 없는 인물인 것처럼 가장하여 맥더프의 충성심을 시험한다. 맥더프는 그에 분노하고, 비로소 그의 정직성을 파악한 왕자는 군대에 합류하도록 한다. 말콤 왕자와 맥더프가 만나는 동안 로스가 등장하여, 스코틀랜드가 고통과 죽음의 땅으로 전락했음을 전해준다. 폭군으로 군림한 맥베드가 온갖 악행을 자행하는 바람에 백성들은 모두 웃음을 잃었고, 한숨과 비명만이 가득하고 도처에 슬픔이 존재하며 병자와 죽음으로 가득 찬 땅이 되어버렸다는 것이다. 맥베드가 자신의 일가를 몰살했다는 소식을 전해듣고 맥더프는 복수를 맹세한다.
제5막 마지막 전쟁, 끝까지 운명과 싸우며
의사와 시녀가 등장, 몽유병 증세를 보이는 맥베드 부인의 상태에 대해 이야기한다. 시녀에 의하면 부인은 잠옷을 입은 채 종이를 꺼내 그걸 접고, 거기다 무엇인가를 쓰고는 읽고, 그런 다음 그것을 봉하고 다시 침대에 드는데 이 모든 행동들이 잠자는 상태에서 이루어진다는 것이다. 잠이 든 채로 걸어다니면서 무슨 말도 하는데 시녀는 그 말의 내용은 알려줄 수 없다고 한다.
이때 촛불을 든 채 몽유병 증세의 맥베드 부인이 등장한다. 그녀는 두 손을 서로 비벼대며 씻어내는 시늉을 하고, “사라져버려라 이 끔찍한 자국아! 사라져버리라니까!”라고 말한다. 그리고 “그 늙은이가 그렇게 피가 많을 줄 누가 알았겠어”라고 던컨 왕의 살해를 시사하는 말을 한다. 그런 다음 남편이 저지른 죄를 이야기한다.
“화이프 백작은 부인이 있었는데, 지금 어디 있지? 이런, 이 손이 결코 깨끗해질 수는 없을까? 더 이상은 안돼요, 여보, 더 이상은! 그렇게 놀라고 있다간 모든 걸 망쳐버린다구요.”
이 말에 의사는 들어서는 안될 말을 듣게 되었노라고 한다. 부인은 계속해서 “아직도 피냄새가 나는군. 아라비아의 온갖 향료로도 이 조그만 손에서 나는 냄새를 없앨 수 없을 테지. 오, 오, 오!” 그리고는 반코를 죽인 맥베드의 일에 관해서도 내뱉는다.
“손을 씻고, 잠옷을 입어요. 그렇게 창백해보이면 안돼요. 다시 말씀드리는데, 반코는 묻혔어요. 그 사람은 무덤에서 나올 수 없다구요.”’
말콤과 잉글랜드 군대가 맥베드의 성을 향해 진군해온다는 소식에, 맥베드의 병사들은 달아나버린다. 맥베드는 방에서 꼼짝하지 않으면서, 버남숲이 움직일 때까지는 끄덕 없으며, 말콤도 여자 몸에서 나온 존재인지라 자신을 해칠 수 없을 것이라는 희망만을 붙들고 있다.
잉글랜드 군대의 진군 소식이 다시 전해지자 맥베드는 말한다.
“이번 일이 영원히 기쁨을 줄 것인지 아니면 왕의 자리에서 내몰 것인지 가늠할 것이야. 내 인생은 시들었고 누런 잎사귀가 되었어. 노령에 수반되는 명예니, 사랑이니, 순종이니, 친구들 같은 것은 가지려고 바라서는 안되지. 그 대신 크지 않으나 깊은 저주와 입에 발린 말이나 헛소리들이나 있을 뿐이야. 불쌍한 이 마음은 부인하고 싶으나 그럴 수가 없군.” 그러나 맥베드는 뼈에서 살이 떨어져나갈 때까지 싸울 것이라며 부하에게 갑옷을 가져오게 하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자들은 전부 죽여버리라고 한다.
의사가 등장하여 부인의 병에 관해 의논하자 맥베드는 마음의 병을 고치는 약은 없느냐며, 기억에서부터 뿌리깊은 슬픔을 빼내버리고 뇌리 속에 씌어진 고통들을 지워버릴 달콤한 망각제가 없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그는 곧 이런 의술에 의존하기를 거부한다. 그리고 “이제는 죽음도 멸망도 두려워하지 않을 것이다. 버남숲이 던시안으로 올 때까지는 말이다”라고 한다.
이제 맥베드는 두려움의 맛조차도 거의 잊어버린 상태라고 스스로 진단한다. 그전에는 한밤중에 비명소리만 들어도 오싹했고 머리털이 곤두서곤 했으나, 이제는 끔찍한 일들을 포식하게 돼 공포마저 살육을 즐기는 자신을 놀라게 할 수도 없다고 한다. 극도로 무감하게 된 이런 상태에서 맥베드는 아내의 자살 소식을 듣는다. 그는 인생에 대한 무상함을 절감한다.
내일, 그리고 내일, 그리고 또 내일이, 기록된 시간의 마지막 음절에 이를 때까지, 하루에서 다른 하루로 슬그머니 기어들어가지, 우리의 모든 어제들은 바보들에게 먼지 낀 죽음으로 가는 길을 밝혀주었다. 꺼져라, 꺼져, 짧은 촛불이여! 인생이란 단지 걸어다니는 그림자, 가련한 배우에 불과한 것. 무대 위에서 자신의 시간 동안 뽐내고 안달하다가 그 다음에는 더 이상 들려지지 않는 그런 존재. 음향과 분노로 가득 차 있으나, 아무런 의미도 없는 바보가 들려주는 이야기일 뿐.
뒤이어 도저히 눈앞의 광경을 믿을 수 없다며 달려온 부하가 버남숲이 움직인다는 소식을 전한다. 달아날 수도 머무를 수도 없는 궁지에 처했음을 깨닫는 순간, 맥베드는 마녀들의 모호한 예언의 의미를 그제서야 깨닫는다. 그리고 현재 상황을 말뚝에 묶여 개들의 추적을 당하고 살을 뜯기는 운명만이 남아 있는 곰에 비유한다. 말뚝에 묶인 곰은 개들과 끝까지 싸우고 버티는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맥베드는 그나마 여자의 몸에서 난 어떤 존재도 자신에게 해를 끼칠 수 없다며, 인간인 이상 여자의 몸에서 태어나지 않는 자가 어디 있겠느냐고 내뱉는다. 그러면서 성에 쳐들어온 적군을 용감하게 죽인다.
마침내 맥베드는 맥더프와 맞대면한다. 맥베드는 맥더프 가문에 가져온 피 때문에 영혼이 무거우므로 그와의 싸움은 피하고 싶으니 그만두라고 한다. 그러나 복수를 다짐한 맥더프와의 싸움은 피할 길이 없다. 맥더프는 자신이 달을 채우기 전에 어머니의 배를 가르고 나왔다는 사실을 말하는데, 이 말을 들은 맥베드는 그토록 집착해 어떻게든 성취하려고 했던, 그래서 모든 것을 버려야 했던 마녀들의 예언을 이제는 믿지 않겠노라고 한다. 하지만 맥베드는 그냥 포기해버리지 않는다. 버남숲이 움직이고, 여자 몸에서 태어나지 않는 자가 덤벼들더라도 끝까지 싸우겠노라고 한다. 결국 맥베드는 맥더프의 손에 죽임을 당한다.
맥더프는 맥베드의 잘린 머리를 말콤 왕자에게 가져가고, 말콤은 맥베드와 맥베드 부인을 ‘도살자와 악마같은 여왕’으로 평가한다. 이후의 스코틀랜드는 적법한 왕위권을 상속받은 말콤 왕자가 다스리게 되는데, 정통성을 지닌 정당한 계승자가 왕위에 오르면서 스코틀랜드에 평화가 온다.
<“맥베드(Macbeth)”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글쓴이홍유미박사>
▣ 저 자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가장 진부하면서 가장 참신한 작품들 속에 인간성의 모든 것, 영구불변의 진리를 담다,
‘친숙한’ 셰익스피어, 그의 남아 있는 기록들, 남아 있지 않은 기록들
누가 뭐라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쓴 37편의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TV, 영화,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있고, 챨스 램 남매가 각색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포함, 독자에 따라 그 내용과 수준을 달리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의 드라마 중 몇 편의 내용은 세계각국의 남녀노소에게 진부하리만치 친숙하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정작 셰익스피어가 어떠한 삶을 살았고, 자신을 둘러싼 당대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를 말해주는 직접적인 자료는 거의 없다. 단지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 근대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그가, 자신을 휘감고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삶에 대한 단서가 될 최초의 기록은 1564년 4월 26일의 세례 기록이다. 영국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소읍 스트래트포트 온 에이븐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는,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사이의 3남으로 태어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64년 4월 26일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가 마을의 읍장을 지낼 정도의 유지였으므로 셰익스피어는 상당히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마을의 문법학교를 다녔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남아 있는 기록은 결혼에 관한 것. 1582년 11월 27일 당시 18세였던 셰익스피어는 자신보다 8년 연상이었던 앤 헤서웨이와의 결혼허가서를 발부받았는데, 세 번의 결혼예고 후에야 결혼이 이루어지던 일반적인 관례와는 달리 급하게 허가서를 발부받았다는 사실과 신부와 신랑의 나이차이가 많이 나며 이들 부부의 첫딸 수잔나가 결혼 후 6개월 만에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런던에서 활동한 십수년 간 두 사람이 떨어져 살았다는 사실 등등, 그의 결혼 생활은 후대인들의 온갖 상상의 근원이 되었다. 이들 부부는 2년 후 햄넷과 주디스라는 쌍둥이 남매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 셰익스피어가 런던의 배우 겸 극작가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1592년까지,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극장의 시인, 셰익스피어
1592년 9월, 극작가였던 로버트 그린이 사망한 직후, 그가 임종 침상에서 탈고한 자서전격의 유작이 출판되었다. 그 팜플렛에서 그린은 셰익스피어를 '벼락출세한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대학교육도 받지 못한 풋내기 배우요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영국의 연극계를 뒤흔드는 것에 심한 질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글은 1592년에 이미 셰익스피어가 배우로서, 극작가로서 확고부동한 자리에 올랐음을 증명해준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후에도 배우활동을 계속했는데, 1608년 기록에도 여전히 출연배우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1594년 챔벌린 극단에 입단한 그는 일 년에도 여러 편씩, 놀라운 언어구사력과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 등장하는 극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서의 명성과 부와 인기를 한몸에 누리게 된다. 1589년 『헨리 6세』를 시작으로 1611년 『태풍』에 이르기까지 그는 총 37편의 극을 남겼다. 1613년 플렛처와 공동 집필한 『나의 두 귀족 친척』을 끝으로, 그는 극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스트래트포드로 돌아가 편안한 말년을 보냈으며, 1616년 4월 23일 생을 마감하였다.
‘영원한’ 셰익스피어, 격변기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살았고 작품 속에 그려낸 시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도입으로 근대가 태동하던 대변혁기였다. 그 시대에 두 힘의 충돌과 그 갈등을 축으로 하는 드라마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성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백 년을 이어오던 질서가 스러지고 전혀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위로는 국왕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층계급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계층이 함께 극장에 드나들며 무대에서 벌어지는 ‘역사’를 보고 그 역사의 형성에 참여했던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적 흐름의 필연성을 짚어내고 그 질곡과 모순의 단초들을 예리하게 지적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동료 배우들과 인쇄업자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근거로 출간한 것들이다. 박제된 진리로서가 아니라 ‘열린’ 창작물로서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셰익스피어의 『맥베드』는 엘리자베스 여왕이 죽고 스코틀랜드의 제임스가 등극한 이후인 1606년경에 씌어진 작품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짧은 작품들 중 하나며 가장 짧은 비극이다. 셰익스피어는 홀린세드의 『연대기』를 소재로 맥베드의 파멸의 이야기를 담는다. 맥베드가 찬탈함으로써 어긋나버린 정치적 질서를 정당한 후계자 말콤이 뒤잇게 하고, 반역자 맥베드는 충신인 맥더프에게 살해당하도록 함으로써, 비록 일시적으로 악이 선을 무너뜨리고 최고의 자리에 오르지만 결국 바로 잡히는 상황을 보여준다.
형이상학적인 작품이라는 평가처럼, 짧고 단순한 이야기인 것 같으면서도 언어나 표현 및 이미지의 사용을 통해 맥베드의 악의 속성과 그 세계를 절감할 수 있도록 관객과 독자를 작품 속에 얽어놓는다. 마녀들의 예언이 맥베드 속의 욕망을 움트게 하고 머리와 마음을 송두리째 휘어잡았듯이, 우리 역시 맥베드의 마음 속의 악과 고민과 악행의 덫에 함께 얽혀든다. 그리고 어둡고 혼란스럽고 피가 난무하는 세계,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건 아름다운 것’이라는 모호하고 양면적인 세계의 우주 속으로 끌려들어간다.
또 하나의 파우스트, 이카루스의 비극
『맥베드』는 인간의 자유의지의 문제와 악을 선택하는 인물이 주인공이 되는 것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파우스트 유형의 작품이다. 특히 이 작품이 산출된 당시의 시대적 상황을 고려해볼 때, 맥베드는 르네상스 시대의 많은 인물들이 보여준 이카루스적인 인물이기도 하다. 셰익스피어 시대는 통치자의 정통성, 적법성과 개인적인 능력의 문제가 대조 대비되며 문제가 야기됐던 시대이자, 중세에서 르네상스적 가치관으로 옮겨가면서 군주에 무조건적으로 충성하기보다는 개인적인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야심과 이익을 우선하는 인물들이 출현하던 시기이다. 소위 정치적 마키아벨리들이 새로운 전형으로 부각하는 시대였던 것이다.
왕의 시해는 곧 신에 대한 거역이라는 가치관이 허물어지면서, 왕 또한 인간의 힘으로 대체 가능함을 눈으로 보게 되자 내 자신이 왕이 될 수도 있겠다는 욕심을 허용하는 현실이 나타난 것이다. 태양을 향해 가까이 가면 갈수록 날개가 녹아내려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그 비행에 도취돼 추락 순간까지 태양을 향했던 이카루스처럼, 맥베드 또한 자신의 한계와 정해진 도리와 위치를 넘어서서 그 모든 것을 내거는 위험을 감수하고 자신의 욕망과 야망을 향해 날아가 결국은 떨어지고 마는 인물이다.
말로의 『파우스트 박사의 비극』은 파우스트가 상징하는 그 반역 정신을 강력히 부각시키는 작품이지만, 그 틀은 파우스트가 직면해야 할 영원한 저주에 대한 두려움과 그의 행동에 대한 도덕적인 평가를 통해 파우스트 같은 행동을 하지 말라는 도덕극의 틀로 둘러쳐진다. 그런 관점에서 보면 『맥베드』역시 맥베드를 악의 세력으로 설정한 다음, 죽음을 통해 악이 응징되고 권선징악의 원칙이 이루어진다는 점에서 중세 도덕극의 패턴을 따른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그러나 『맥베드』는 단순한 도덕극의 차원을 넘어 우리를 비극의 세계로 끌어들이는 작품이다. 셰익스피어는 맥베드를 단순히 악당으로 만들어놓지는 않았다. 셰익스피어의 악당은 도덕적인 우리마저도 공감하고 안타까워하며 그 고민에 동참하게 만드는 깊이와 폭을 지닌 악당이다. 특히 맥베드는 ‘상상력이 풍부한 악당’으로 평가되며, 평범한 악당들과 대비되는, 비극적 주인공으로서의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한다. 그가 겪는 내적인 고통, 상상력과 시적 표현 등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우리 역시 미래를 궁금해하고 욕망을 실현하려는 욕구를 지니고 있기에, 마녀의 예언에 집착하는 맥베드와 슬그머니 동참하게 된다.
맥베드는 내면의 도덕과 야심 때문에 분열된다. 점차 야심이라는 인간의 욕망이 이성적이고 ‘인간다운’ 그를 누르면서, 『맥베드』는 인간 내면의 악에 대한 탐구를 담은 작품으로 변모한다. 신하된 도리를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왕이 되고 싶은 욕심, 최고의 권력을 행사할 수 있는 지위, 신하와 백성의 목숨마저 좌우할 수 있는 그 절대권력에 대한 욕망이 결국 그를 찬탈자, 살인자의 위치로 전락시킨다. 그에게서 우리는 타락을 선택한 악당이면서 비극적 주인공으로서의 몰락과정을 본다. 맥베드는 자신이 저지른 짓이 악한 행위임을 명확히 인식한 상태에서 양심을 버리고 악을 선택하는 파우스트적인 주인공이다. 그는 참회하며, 후회하며, 죽지도 않는, 끝까지 악당으로 버티다 생을 마감하는 인물로 남는다. 그의 비극은 인간의 야심과 욕망을, 그리고 그 결과가 보여주는 처절한 공허함을 보다 강력히 담아낸다.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것은 아름답다
『맥베드』의 세계는 선과 악, 아름다움과 추함 등이 뒤엉켜 있는 혼란스럽고 무질서한 모호성이 지배하는 세계다. 처음에 등장한 마녀가 ‘아름다운 것은 추하고 추한 건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한 후, 작품은 시종일관 이 대사가 지배하는 세계를 보여준다.
지금까지는 도리와 선이라고 여겼던 것이 더 이상은 선일 필요가 없게 되어버린 세계, 그전에는 개인의 이익과 야욕만을 추구하는 것이 경멸되었지만 이제는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와 자기발전의 개념으로 받아들여진다면 더 이상 악이 될 수는 없는 것이다. 따라서 시각에 따라서는 선으로 여겨졌던 것이 악이 될 수도 있고, 악으로만 이야기되었던 것이 악이 아닐 수도 있으며, 아름다운 것으로 간주되었던 것이 버려질 수도 있으며 나아가 추한 것이 될 수도 있는 것이다. 모든 것이 뒤집어질 가능성을 내포한다.
마녀들의 예언 역시 이를 반영해준다. 그들의 예언은 의도적으로 절반만 드러난다. 왕이 된다는 예언에서는 어둡고 불길한 부분은 감춘 채 결과만을 전해주지만, 맥베드는 그 이면을 고려하지 않는다. 두 번째 만남에서의 예언 역시 맥베드의 권력이 끝날 것임을 암시하지만, 맥베드는 자신이 몰락하지 않을 것임을 예언하는 것으로 받아들인다. 즉 그들의 예언은 진실이면서도 동시에 진실이 아닌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