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오블로모프!

[중산] 2012. 1. 6. 08:51

 

이 모든 게 안드레이 때문이야.

 

그가 우리 둘 모두에게 천연두처럼 사랑을 전염시킨 거야.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모든 게 불안과 근심 뿐이야!

 

도대체 언제쯤 잔잔한 행복과 안정이 찾아올까?        --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는 중간 키에 그윽한 회색 눈동자를 가진 32, 3살 가량의 멋진 청년이다. 어릴 적부터 간직해온 깨끗한 영혼과 선한 마음을 가졌지만 늘 침대에 누워 자거나 아무 할 일없이 빈둥거리는 삶을 산다. 그런 그의 주변에는 주인을 닮아 게으르고 무기력한 하인 자하르와 몇몇 친구들이 있다. 고향 사람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는 겉으로는 번드르르한 말을 늘어놓지만 사실은 오블로모프의 재산에만 관심을 갖고 있는 교활한 자다.

 

오블로모프가 가장 신뢰하는 안드레이 쉬톨츠는 의욕적이고 의지가 강한 독일인 아버지와 부드러운 성품의 러시아 어머니에게 영향을 받은 활동적 인물이다. 오블로모프는 쉬톨츠의 노력으로 잠시 삶의 활기를 찾고 일리인스카야 올가를 사랑하게 된다. 하지만 친구가 떠나자 다시 무기력한 생활로 돌아간 그는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의 소개로 브이보르그스카야 근처의 값싼 집으로 옮겨가게 된다.

 

사기꾼 이반 마트베예비치 집에 있게 된 오블로모프는 올가와의 사랑도 방기한 채 아가피야의 헌신적인 보살핌을 받으며 느긋하게 고향 꿈에 빠진다. 그 기회를 틈타 이반 마트예비치는 오블로모프의 경제권을 슬슬 빼앗고, 올가와의 결혼 이야기가 하녀들을 통해 떠돌면서 오블로모프는 아가피야에 대한 감정 사이에서 갈등하는데....(요약)

 

 

 

 

오블로모프 Обломов,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             주인공. 젊음과 멋진 외모, 높은 교육수준을 지녔 지만 우유부단하고 나태해 일생을

                                마치는 날까지 수동적인 삶을 산다.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 프셰니치나  부드럽고 온화한 성격의 소유자로 오블로모프를 진심으로 사랑한 아내. 결혼

                                               전엔 두 아이를 가진 과부였으나 오블로모프와 진실한 사랑을 나 눈다.

자하르                                      오블로모프의 충실한 하인. 주인을 위해서라면 목 숨도 아끼지 않고 평생 주인을

                                              위해 살아 간다.

일리인스카야 올가 세르게예브나   강인하고 단호한 결단력의 소유자. 처음엔 부드럽 고 착한 오블 로모프를 사랑하지

                               만 그 사랑의 헛 됨을깨닫고 결국 그의 친구 쉬톨츠를 남편으로 선 한다

이반 마트베예비치 무호야로프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 프셰니치나의 오빠. 순진한 동생을 이용해 호시탐탐 오블로

                                              모프의 재산을 노린 다.

안드레이 이바노비치 쉬톨츠        오블로모프가 유일하게 신임하는 고향 친구. 부드러운 러시아인 어머니의 성격과

                                             냉정한 독일인 버지의 성격을 고루 갖추고, 자신이 원하는 일에  정열을 쏟을 줄 아는

                                             청년.

미헤이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  40세 가량의 오블로모프의 고향 사람. 쉬톨츠 다 음으로 오블로모프가 신임하는

                              사람이지만 실제로 오블로모프의 재산에만 관심을 갖는 교활한 자.

 

 

 

 

 

게으르고 나태한 오블로모프의 삶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는 중간 키에 그윽한 회색 눈동자를 가진 32, 3살 가량의 멋진 용모를 가진 청년이다. 페테르부르그 고로호바야 거리에 있는 그의 집에 여느 때처럼 아침이 찾아왔다. 하지만 오블로모프는 여전히 침대에 누워있다. 침대에 '누워있기'는 그의 삶의 전형적인 모습이며, 그에게 있어서는 뒤죽박죽 모순으로 뒤엉킨 사회(관습)에 대한 자기 식의 저항이었다. 그래서 일리야 일리치는 침대에서 그의 몸을 일으키려는 모든 노력에 대해 철학적으로 사색해가며 반론을 제기한다.

 

그의 종 자하르 역시 주인이 사는 것과 똑같이 살아간다. 자하르의 외모는 정말 못생긴 데다가, 말소리는 꼭 개가 킁킁대며 으르렁거리듯, 말 중간중간에 킁킁 소리를 내며 불만이 잔뜩 섞여 있다. 오블로모프는 자하르와 함께 페테르부르그 중심가에서 비싼 임대료를 지불하며 살고 있다. 하지만 멋진 아파트면 무슨 소용인가! 모든 일에 무관심한 오블로모프는 집안일에조차 전혀 신경 쓰지 않았고, 자하르 역시 집안 청소엔 관심이 없다. 집안은 온통 먼지투성이고, 구석구석 거미줄이 쳐 있으며, 오래 전에 읽다 버려둔 책이 읽던 페이지까지 그대로 펼쳐친 채 나둥그러져 있다. 한번도 읽지 않은 오래된 잡지와 신문도 사방에 널려있다.

 

 

하인은 이렇게 엉망진창인 집안일에 전혀 무관심하다. 그러나 이런 태도에 자하르는 정당한 이유를 가지고 있었다. "왜 먼지와 바퀴벌레, 빈대를 없애야 되지? 이 모든 것이 조물주가 창조해 내신 건데 말야." 어쩌다 오블로모프가 건너편에 살고 있는 독일인 조율사네 집을 이야기하며 집안 청소를 하라고 하면 자하르는 교묘한 핑계를 댔다. "주인님! 도대체 그 독일인 집에 어디서 쓰레기가 생기겠습니까? 그들이 어떻게 사나 한번 보세요. 온 가족이 일주일 내내 뼈다귀만 핥아먹고 살죠. 프록코트는 아버지와 아들 번갈아 가며 입고 다니죠. 그것 뿐인 줄 아세요? 엄마와 딸들이 입고 다니는 치마는 짧아서 거위처럼 무릎을 약간 구부리고 다니죠. 이런 집안에 어디 쓰레기가 나오겠어요? 우리집처럼 옷장마다 매년 입던 속옷들이 쌓여 있겠어요, 아니면 겨울에 먹을 빵 껍데기를 모았겠어요, 그 집에선 빵껍질조차 구경 못합니다. 어쩌다 마른 빵을 많이 만들었어도 한번에 맥주랑 다 먹어 치워버리죠."

 

주인을 사랑하면서도 이렇게 매일 아침마다 자하르는 툴툴거린다. 그리고 자하르 손에 가는 것은 모두 망가지고 깨진다. 그래서 오블로모프 집엔 성한 물건이 거의 없다. 주인에게 내오는 음식도 모두 떨어뜨린 접시, 포크, 찻잔에 내온다.

 

 

 

자신의 잇속만 챙기는 친구들

 

오늘도 여느 때처럼 오블로모프는 침대에 누워 있다. 이날 아침 웬일인지 한 사람씩 번갈아 가며 친구들이 오블로모프 집에 들렀다. 오블로모프는 마지못해 침대에서 일어나 두 사람도 더 들어갈 만한 크기의 실내옷을 걸쳤다. 오랫동안 아무도 빨지 않아 기름때로 찌들고 지저분한 이 옷을 그는 잠자리에 들 때만 벗는다. 그리고 침대에서 허리도 굽히지 않고 편안하게 바로 신으려고 마련한 크고 여유 있는 슬리퍼에 발을 넣었다. 친구들은 오블로모프를 5월 1일에 있을 예카체린고프의 사교계 축제에 참석시키기 위해 온갖 사탕발린 소리로 권유한다. 그 축제에는 페테르부르그의 내노라 하는 사교계 인사들이 모두 모일 터였다.

 

 

그러나 볼코프, 수지빈스키, 펜킨 모두 작전에 실패하고 말았다. 왜냐하면 오블로모프는 친구들과 자신의 근심거리를 나누는 데만 관심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고향 오블로모프카에서 재산을 관리하는 촌장이 보낸 편지 속에 농부들에게 걷어들이는 수입이 너무 적어 아파트 임대료도 지불하지 못하겠다는 사실과 이 때문에 밀린 집세를 못내 다른 싼 아파트로 이사 가야겠다는 등을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들 중 아무도 그런 걱정거리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들 역시 그저 자신의 속마음을 털어놓을 뿐이었다. 한 사람은 직장 일에 대해 토로하고 또 다른 사람은 수중에 완전히 돈이 떨어졌다는 얘기를 했다. 오블로모프는 어릴 적부터 깨끗한 영혼과 선한 마음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의 친구들은 이런 점을 맘에 들어 했다. 모든 이들이 그들의 문제를 가지고 오블로모프를 찾지만 정작 오블로모프의 문제는 거들떠보지도 않는다.

 

 

이때 교활한 고향 사람 미헤이 안드레예비치 타란치예프가 연미복을 빌리러 나타났다. 주인이라면 기꺼이 빌려줬겠지만 하인 자하르는 마음 속으로 이렇게 다짐한다. 전에 빌려갔던 와이셔츠와 조끼를 돌려주기 전엔 사기꾼 타란치예프는 아무 것도 가져갈 수 없을 거야.

 

하지만 타란치예프는 오블로모프의 문제를 듣느라 연미복 따위는 잊어버렸다. 그는 오블로모프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350명의 농노를 물려받은 유일한 상속자라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언제든 그의 고민을 풀어줄 준비가 돼 있었다. 그래서 타란치예프는 오블로모프의 문제를 앞으로 그에게 괜찮은 수입을 가져다 줄 군침 도는 맛있는 요리로 생각했다. 게다가 재산관리인 촌장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갈 정도로 도둑질과 거짓말을 일삼고 있었다.

 

오블로모프가 처음 페테르부르그로 이사 왔을 때는 그도 도시생활에 적응하려 애를 썼던 것 같다. 하지만 곧 이곳에선 사람 관계에 진실성이란 모두 결여돼 있고, 모두들 거짓으로 치장하고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여기에 적응하려는 그의 노력이 모두 헛수고라는 것을 깨달을 뿐이었다. 그는 이곳에서 필요치도, 원하지도 않는 일을 해야 했고, 실제로 가깝게 지낸 이도 없을 뿐더러 스스로도 사람들은 아무도 자신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결국 어릴 적부터 러시아를 위해 봉사하겠다는 파란만장한 꿈을 키워오던 높은 교육을 받은 귀족의 자제가 이렇게 침대에 항상 누워 있는 생활을 하게 된 것이다. 게다가 어떤 일이 있어도 주인으로부터 떨어지지 않는 충실한 종 자하르 역시 주인처럼 자신의 침대에 누워 있는 게 일상화됐다. 자하르는 본능적으로 미헤이 안드레예비치같은 자는 정말 어려울 때 그의 주인을 버릴 수 있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주인에게 여러 차례 얘기를 했지만 논쟁하길 꺼리는 오블로모프는 긍정도 반박도 하지 않았다. 사실 오블로모프는 이런 복잡한 상황을 벗어나는 길은 꿈 속에서 뿐이라고 생각했다. 이럴 때마다 자하르는 동료 하인들과 함께 모여 험담을 늘어놓곤 했다.

 

 

 

조용하고 평화로운 고향에서의 삶

 

오블로모프는 달콤한 꿈 속에서 이제 오래 전 일이 돼 버린 고향 오블로모프카에서의 생활을 즐긴다. 그곳엔 어떤 사악함도 화려함도 없는, 그저 조용하고 평온한 잠처럼 느껴지는 곳이다. 그곳에선 단지 먹고, 자고 그리고 이미 한참 뒤늦게야 들려오는 세상 소식들로 서로 이야기를 꽃피운다. 삶은 영원한 체바퀴를 돌듯 그렇게 가을에서 겨울, 봄에서 여름이 교차하며 물 흐르듯 흘러간다. 그곳에선 동화 속 이야기와 현실이 잘 구분되지 않는다. 꿈도 현실의 연속선상에 놓인다. 이 축복된 고장에서는 모든 것이 평화롭고 조용하며 안락하다. 어떤 열정이나 근심도 꿈 속의 오블로모프카 주민들의 평안을 깨뜨리지 못한다. 매일 늦게까지 늦잠을 자고 일어나면 하인들이 식사를 준비해주고, 배불리 먹은 후에는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든다. 주인뿐만 아니라 하인들도 잠을 자고, 곁에서 뛰놀던 개들도 잠이 든다. 이곳에선 파리도 잠자는 것처럼 보였다. 잠에서 깨어나면 하인들은 또 저녁을 준비했고, 저녁식사 후에는 다시 잠을 잤다.

 

 

오블로모프의 어린 시절도 이들과 함께 이렇게 보냈다. 오블로모프는 어릴 적부터 아무 것도 혼자서 한 적이 없었다. 14살이 돼서도 그가 한 일은 누운 채로 자하르가 신겨 주는 스타킹에 발을 가져다 대는 일 뿐이었고, 만약 자하르가 실수를 하면 발 끝으로 그의 코를 걷어차곤 했다. 그리고 그가 원하는 모든 일은 3명의 하인들이 도맡았다. 그의 부모님은 정치·경제·자본의 순환 등 당대 시사 부분에서는 눈 뜬 장님이었다. 부모님은 오직 오블로모프가 항상 즐겁고, 배불리 먹을 수 있도록 힘 닿는 데까지 노력했다. 이런 환경 속에서 그는 행복한 삶이란 평온과 무위도식이라고 이해했다. 오블로모프가 유모와 산책이라도 나가면 그녀는 단 1분도 그를 혼자 내버려 둔 적이 없었다.

 

 

그런데 어느날 모든 이들이 낮잠을 자고 있을 때 꼬마 오블로모프는 어느 누구보다 먼저 잠에서 깼다. 그는 조용히 울타리를 넘어 혼자서 세상을 보려 밖으로 나갔다. 그렇게 집을 떠나 한참 걷고 있을 때 갑자기 눈 앞에 골짜기가 나타났다. 꼬마 오블로모프에게 이 모든 것은 생전 처음 보는 것이었고 골짜기 건너편은 그에게 깜깜하고 알 수 없는 미지의 세계였다. 갑자기 두려움이 엄습해 왔고, 꼬마는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갈 수 없었다. 낯선 세계를 향해 나아가다가 맞닥뜨린 이 공포 때문에 그는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이나 의욕적인 시도로부터 더욱 멀어졌다.

 

 

 

친구 쉬톨츠가 이끈 새로운 삶

 

여러 친구들이 다녀가는 동안 오블로모프는 골치 아픈 집안 경제 문제 해결에 도움을 줄 만한 어릴 적 친구를 기다리고 있었다. 바로 안드레이 쉬톨츠다. 안드레이 쉬톨츠는 어릴 때 오블로모프카 지역에 속하던 베르흘료프 마을에서 자랐는데, 지금 그의 아버지는 이 마을 촌장이다. 쉬톨츠는 여러 모로 독특한 인격의 소유자인데, 아마 그가 두 가지 완전히 다른 성향의 독특한 교육을 받으며 자랐기 때문일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독일인으로 굉장히 의욕적이고, 단호하며 의지가 강하고 차가우리만치 냉정한 반면 러시아인이었던 어머니는 부드럽고 감성적이며 세상의 괴로움을 다 등한시한 채 피아노에만 매달린 사람이었다.

 

둘은 쉬톨츠의 아버지가 설립한 독일 기숙학교에서 공부했는데, 오블로모프는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항상 쉬톨츠가 귀띔해 주는 것에 의존했다. 쉬톨츠는 끊임없이 움직이는 아주 활동적인 사람이어서 친구 오블로모프와는 완전히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었다. 만약 나라에서 벨기에나 영국으로 대표자를 파견하는 일이 생기면 영락없이 그가 가게 됐고, 일을 추진하는 데 새로운 계획서나 참신한 견해를 적용할 일이 있으면 그 일은 십중팔구 그의 차지였다. 그는 세상을 부지런히 돌아다녔고, 책을 많이 읽고, 시간이 있을 때는 종교 서적까지도 읽었다.

 

 

오블로모프가 마음 속으로 학수고대 기다리던 쉬톨츠가 드디어 나타났다. 어릴 적 친구의 돌연한 방문을 주인께 알리려고 자하르는 기쁘게 뛰어들었고, 오블로모프는 평온하고 행복한 고향 꿈에서 아깝게 깨났다. 오블로모프 집에 찾아온 쉬톨츠가 맨 처음으로 한 일은 친구를 침대에서 끌어내려 그를 데리고 여러 집을 방문한 일이다. 이렇게 해서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의 새로운 삶이 시작됐다.

 

쉬톨츠의 들끓는 에너지가 마치 옮기라도 한 듯 오블로모프는 눈에 띄게 변해갔다. 그는 아침마다 일찍 일어나서는 글도 쓰고 책을 읽으며 시간을 보내게 됐고, 더욱이 주변에 일어나는 일들에 대해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이런 일에 주변 사람들은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사람들은 "들었나? 오블로모프가 자리에서 일어났다는군!"하는 말로 인사를 대신할 정도였다.

 

 

그러나 오블로모프는 단순히 자리에서 일어난 것이 아니었다. 그의 영혼의 맨 밑바닥까지 동요됐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오블로모프는 쉬톨츠와 함께 일리인스키 댁을 방문하게 됐다. 그곳에서 오블로모프 본래 마음 속에 존재했지만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열정과 강렬한 감성의 소유자인 분신이 잠에서 서서히 깨어났다. 그 집에서 올가의 노랫소리를 듣고, 오블로모프는 마음 속 깊이 진한 감동을 받고 순식간에 사랑에 빠져버렸다. 그러나 꿈 속을 헤맸던 오블로모프의 변화는 이것으로는 부족했다. 그가 사회활동을 할 수 있게 해야 했다.

 

 

주인의 변화와 함께 자하르에게도 변화가 찾아온다. 단순하고 착한 여인 아니시야를 부인으로 맞은 후부터였다. 그는 갑자기 먼지와 더러움, 바퀴벌레를 그대로 방치할 것이 아니라 없애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눈 깜짝할 사이에 아니시야는 오블로모프의 집안 구석구석을 말끔히 정돈했고, 자신의 영향력을 부엌에만 국한하지 않고, 거실·침실 등 집안 전 영역으로 넓혀갔다. 하지만 이런 모든 변화들이 오래가지는 못했다. 변화에 대한 절실한 필요성도 느끼지 못하고, 어떤 결정을 내리는 데도 익숙치 않은 오블로모프로서는 아무 저항없이 서서히 다시 이전의 진창으로 빠져들어갔다. 꿈 속을 헤매던 그의 긴 세월이 하루아침에 깨지기는 어려웠기 때문이다. 올가는 오블로모프의 사랑을 의심하지 않았고, 그에게 자신의 어떤 존재인가 실감하고 있었지만 그런 그를 여러가지 면에서 이해할 수 없었다.

 

 

 

사랑은 영혼의 고통일 뿐

 

그러던 어느날 오블로모프 삶에 활기를 불어넣었던 친구 쉬톨츠가 페테르부르그를 떠나게 됐다. 경제사정이 어려워진 오블로모프는 미헤이 안드레예비치의 꾐에 빠져 싼 집을 얻어 브이보르그스카야 근처로 이사를 갔다. 삶을 헤쳐나가는 일에도, 자신의 임무를 수행하는 데도, 자신의 영지를 관리하는 일 어느 것도 제대로 할 줄 모르는 그는 사기꾼마저도 분별할 줄 몰랐다. 그래서 미헤이 안드레예비치의 친구이고, 교활함과 거짓말로는 그보다 한 수 위인 이반 마트베예비치 무호야로프의 여동생 집에 입주했다. 그의 여동생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의 집안 분위기는 일리야 일리치 오블로모프가 마음 속에 소중히 간직하고 있던 고향 오블로모프카에 와 있는 듯한 느낌을 자아냈다.

 

단순하고 순진한 여자인 아가피야 마트예브나는 오블로모프에게 맛있는 음식을 만들어 주기도 하고, 집안을 정리하면서 직접 오블로모프의 집 안팎을 챙기기 시작한다. 이 덕분에 일리야 일리치는 이전처럼 편안하고 달콤한 꿈의 세계에 빠져들게 된다. 그에게 평안을 안겨주는 이 꿈은 올가와의 인연의 끈을 서서히 끊을 수 있는 매개체가 된다. 올가 역시 점차 그에게서 마음이 멀어져가는 중이었다. 하지만 올가와 오블로모프의 결혼설은 이 집 저 집 여종들의 입을 통해 소문이 퍼져나갔고, 이 사실을 안 오블로모프는 괴로움에 시달린다. 아직 마음 속에 어떠한 결정도 내리지 못한 채 갈팡지팡하고 있는 동안 다시 사람들 사이에선 그가 올가와 결혼하지 않을 거라는 얘기가 나돌고 있었다.

 

 

"이 모든 게 안드레이 때문이야. 그가 우리 둘 모두에게 천연두처럼 사랑을 전염시킨 거야. 이게 무슨 삶이란 말인가! 모든 게 불안과 근심 뿐이야! 도대체 언제쯤 잔잔한 행복과 안정이 찾아올까?"

 

이제는 깨어날 수 없는 꿈 속으로의 여행을 준비하면서 오블로모프는 지금 그에게 일어난 일들이 살아있는 영혼으로서 마지막 겪는 영혼의 고통에 지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하루하루 시간이 흐르고, 올가는 더 이상 참지 못하고 혼자서 일리야 일리치가 있는 브이보르그스카야로 왔다. 서서히 꿈 속으로 빠져드는 오블로모프를 이제는 어느 누구도 건져낼 수 없다는 사실을 자신이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그러는 사이 이반 마트베예비치 무호야로프는 교묘한 잔꾀로 오블로모프를 속여가며 그의 영지 관리에 관한 일들을 처리해나갔다. 축복 받은 오블로모프카의 소유주인 오블로모프는 이미 그들의 속임수에서 빠져나올 수 없게 됐다. 그러나 아무 것도 모르는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는 남들이 보면 거의 버려야 할 정도로 헤진 오블로모프의 실내옷을 꿰매고 있었다. 마치 고통 속에 있는 오블로모프의 저항을 위한 마지막 발악인 것처럼. 몸과 마음이 모두 약해진 오블로모프는 열병을 시름시름 앓기 시작했다.

 

 

 

 

 

아가피야와 함께 한 평온한 삶

 

오블로모프가 병에 걸린 지 1년이 지났다. 삶은 다시 제 궤도를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계절은 언제나처럼 번갈아가며 찾아오고, 축제일이 다가올 때면 영락없이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는 맛있는 음식을 만들었다. 아가피야는 오블로모프를 위해 과자를 굽고, 직접 커피를 끊였다. 그의 생일 때가 되면 진심으로 축하해줬다. 그리고 어느 날 문득 자신이 그를 사랑하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그렇게 오블로모프에게 마음을 주었던 것이다.

 

그러던 어느날 안드레이 쉬톨츠가 브이보르그스카야 근처에 나타났다. 그는 아무 것도 모른 채 오블로모프에게 헌신하고 있던 아가피야에게 무호야로프가 저지른 사기를 알리고, 아가피야는 충격을 받아 얼마 전까지 그렇게 존경하고, 두려워하기까지 했던 오빠와 인연을 끊었다. 진실이 드러나고 모든 것이 엉망이 된 몇 년 후 쉬톨츠는 다시 한번 브이보르그스카야에 나타났다. 그 사이 쉬톨츠는 쓰디쓴 첫사랑의 아픔을 겨우 이겨낸 올가 일린스카야와 결혼을 했다. 오블로모프와의 관계가 정리되면서 서서히 쉬톨츠와의 관계가 뭔가 우정 이상이라는 것을 깨닫고 그에게 사랑을 느끼게 된 것이다. 결국 쉬톨츠의 청혼에 승낙을 하고 둘은 결혼을 했다.

 

 

브이보르그스카야의 친구를 찾은 쉬톨츠는 거기서 완전한 평화와 안정, 동요없는 고요함을 만끽하고 있는 오블로모프를 발견했다. 오블로모프는 그곳에서의 자신의 삶을 관찰하고 곰곰이 생각해본 결과 무언가를 찾기 위해 더 이상 어디로든 떠나야 할 이유를 찾지 못했던 것이다. 오블로모프는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와 아들 안드류샤와 함께 하는 잔잔한 행복을 발견했다. 돌연한 쉬톨츠의 출현에도 오블로모프는 전혀 동요하지 않고, 그저 옛 친구에게 자신의 아들 안드류샤를 잘 부탁한다고 말한다.

 

시간은 흘러 어느새 5년이 지났다. 오블로모프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의 조그맣고 낡은 집은 모조리 파산한 무호야로프의 부인 이리나 판첼레예브나가 관리하고 있다. 그리고 오블로모프의 아들 안드류샤는 아버지의 부탁대로 쉬톨츠의 손에서 교육받으며 자랐다. 죽은 오블로모프를 회상하며 살아가고 있는 아가피야 마트베예브나는 아들에게 온갖 노력과 정성을 쏟아부었다.

 

그녀는 자신의 삶이 성공적이진 않았지만 오블로모프를 만난 후 인생이 밝게 빛나기 시작했다는 것을 깨달았다. 신은 그녀의 인생에 영혼을 불어넣고는 다시 꺼내가신 것이다. 그녀의 삶 속에 찬란한 태양이 반짝거렸고, 이젠 영원히 꺼져버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녀는 오블로모프의 맑고 깨끗한 크리스탈 같은 영혼을 기억하며, 안드레이와 올가를 항상 떠올리며 살아갔다. 한편 오블로모프의 충실한 종 자하르는 주인과 함께 살았던 브이보르그스카야 지역에 남아서 구걸하며 남은 삶을 살았다.

 

 

<“오블로모프 Обломов”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지음,글쓴이최유선교수>

 

 

저 자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 Иван Александрович Гончаров(18121891)

19세기 전반 러시아의 잉여인간 유형을 잘 나타낸 오블로모프로 러시아의 대표작가가 됐다.

 

 

게으른 작가?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는 긴 여생동안 별로 많은 작품을 쓰진 않았지만 러시아 소설의 황금 시대를 장식한 문호의 한 사람이다. 그러나 작가이면서도 몇 십 년 동안이나 새로운 글을 써내지 못했기에 평생 작가로서 게으른 인간이라는 비판을 들으며 살았다. 그에 대해 곤차로프는 「늦은 것이 하지 않는 것보다 낫다라는 제목의 소논문에서 자신을 비난하는 비평가들에게 이렇게 말한다.

 

구체적 형상과 광범위한 배경 설명 없이는 도저히 글을 쓸 수 없다. 이런 어려움 때문에 작품을 쓰는데, 시간이 오래 걸릴 수밖에 없다... 나는 내가 직접 보지 않고 관찰하지 않은 부분을 소화해 내기가 어렵다. 우리의 조국과 우리 땅의 공기, 친구, 원수들이 있듯이 나 또한 내 분야와 배경이 있고, 나만의 관찰과 인상, 기억의 세계가 있다. 나는 내가 경험한 것, 생각하고 느끼고 사랑하고 가까이서 봤고 이해한 것만을 썼다. 다시 말해 나의 삶 속에서 벌어진 일들을 썼다.

 

 

곤차로프의 생애

이반 알렉산드로비치 곤차로프는 볼가지역 심비리스크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하지만, 아버지를 일찍 여의어 홀어머니와 누이들 밑에서 성장하면서 여자에 대해서 평생 천성적으로 영리하고 통찰력이 뛰어난 사람들이라고 생각했다.

 

1822년 모스크바 상업학교에 입학했지만 상업에 취미가 없어서 여기서 공부했던 8년을 악몽의 시간이었다고 회상한다. 어려서부터 책읽기를 좋아했던 곤차로프는 18살이 되는 해에 이미 18∼19세기 러시아뿐만 아니라 유럽의 유명한 대문호들의 작품을 통독했다. 그의 학업이 본격화된 것은 1831년으로, 페테르부르그에 있는 모스크바 인문학부에 들어가면서 많은 관심과 열정으로 학업에 몰두한다. 대학에서 젊고 유능한 교수의 명강의를 통해 그는 미학, 철학, 문학의 역사를 접하게 된다. 그 시절 1840년대의 러시아 문학의 거물로 꼽히는 벨린스키, 게르첸, 투르게네프 등과 함께 공부를 했지만 그들 중 누구와도 사귀지는 않았다.

 

페테르부르그 생활의 초기에 화가 N. 마이코프의 집에 가정교사로 있으면서, 마이코프 집에서 내고 있었던 회람 잡지 『월야(月夜) 등에 습작, 중편소설 『취광(醉狂), 상처(傷處)의 공명(功名) 등을 발표했다. 학위를 받자마자 내무성에 입사해 처음에는 재무부서에서 근무하다가 1856년 문교부의 문학 검열관으로 일하는 등 30여년을 행정관리로 살았다.

 

 

1847년 벨린스키가 주재하던 잡지 동시대인에 첫 소설 평범한 이야기를 발표하는데, 벨린스키는 초기 리얼리즘의 걸작이라 불리는 도스토예프스키의 『가난한 사람들에 버금가는 작품이라고 호평했다. 그리고 2년 후인 1849년 그를 인기 있는 작가로 만들어준 소설 『오블로모프의 꿈을 발표한다.

1852년 푸차친 제독의 비서가 된 곤차로프는 어릴 때부터 꿈꿔왔던 세계여행을 하게 된다. 그는 어렸을 때 대부였던 해군장교로부터 자주 먼 이국 땅에 대해 들으면서 다른 나라를 여행하고 싶다는 꿈을 갖고 있었다. 그랬기에 세계를 항해하는 전함 팔라다호에 승선할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는 세계일주 항해도 하고, 러일교섭을 위해 일본에 가는 사절단의 일원으로 극동을 여행하기도 했다. 곤차로프는 이때의 항해 경험을 모두 일기 속에 담았는데, 이 여행일기는 1855년에서 1857년 사이에 『프리깃함 팔라다호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10년 동안 쓴 대표작 오블로모프

그후 1847년부터 쓰기 시작한 『오블로모프를 탈고해 1859년 잡지 『조국의 기록에 발표한다. 농노제 폐지의 필요성을 제기한 이 소설의 대대적인 성공은 그를 러시아 문학사의 대문호 반열에 올려놓았다. 그리고 1849년부터 쓰기 시작했던 작품 『절벽오블로모프의 출간 후에도 계속 집필해 결국 20년만인 1869년에 완성을 보게 된다. 그러나 소설 『절벽은 크게 성공을 거두지 못했는데, 곤차로프는 그 이유를 먼저 발표된 투르게네프 『아버지와 아들, 아우에르바하의 소설, 플로베르 『감정 교육 등이 절벽을 표절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후 1891년 9월 페테르부르그에서 일생을 마감할 때까지 곤차로프는 거의 작품을 쓰지 않았다. 그러므로 러시아의 대문호로서의 그의 위치는 그의 세 편의 소설, 그 가운데서도 두 번째 소설인 『오블로모프로부터 나오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곤차로프의 오블로모프의 배경이 된 19세기 중반의 러시아는 커다란 위기를 맞고 있었다. 크림 전쟁에서의 패전으로 당시 러시아 정부의 군대식 통치체제의 헛점이 여실히 드러났고, 농노제의 부당함에 불만을 품은 농민들은 점차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 또한 각지에서 체제개혁을 요구하는 여론이 이는 등 정세가 혼란해지자 정부는 대규모 농민반란이 일어나지 않을까 우려하게 된다. 결국 1855년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 2세는 1861년 드디어 농노제의 폐지를 선포하고 만다. 이렇듯 러시아가 농노제의 모순이 극에 달해 경제적 정치적 변화가 불가피한 상황에 처했던 1859년에 곤차로프의 소설 『오블로모프는 첫선을 보이게 된다.

 

 

작가는 당시 자유주의 사상을 가진 귀족층에 속해서, 개혁의 필요성을 실감하면서도 개혁의 과정에서 드러나게 될 도덕성의 상실을 걱정했다. 이런 이중적인 태도를 잘 반영한 것이 바로 자하르의 성격이다. 자하르는 한편으론 마치 충성스런 개처럼 태어날 때부터 부여된 의무감으로 아무 거리낌없이 주인을 위해 자신의 목숨도 버릴 수 있는 자이기도 하지만, 다른 한편으론 만약 주인이 몹시 아파 밤새 잠시라도 눈을 떼어선 안 되는 상황에서도 못 참고 잠들어 버릴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새로운 시대의 러시아 하인들의 모습이다.

 

작가가 작품을 통해 그리고자 했던 것은 바로 사회 개혁 시기에 드러나는 잉여인간의 모습이다. 이 새로운 인물과 주변 인물들로 구성된 소설에는 러시아의 모습이 반영돼 있다. 두 명 이상이 들어가도 될 만한 펑퍼짐한 실내옷, 침대에 앉아서도 쉽게 신을 수 있는 넉넉한 슬리퍼, 그가 즐겨 누워 있는 소파, 이것은 오블로모프의 삶의 특징이며, 삶의 중요한 모습이다. 이런 모습은 모두 오블로모프의 게으름과 나태를 잘 보여준다. 이같은 주인공의 성격은 바로 어릴 적 유모 없이 홀로 집 밖을 나갔을 때 겪은 사건으로부터 비롯됐다.

 

 

집 밖을 나가 걷고 있을 때 골짜기가 나오지만 그는 미지의 세계에 대한 두려움으로 더 이상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되돌아 온다. 그것을 극복해야 했지만 꼬마는 결국 포기하고 만다. 이런 기억 때문에 그의 삶은 혼자 결단해야 하는 상황에 놓일 때마다 매번 뒷걸음질친다. 어린 시절의 경험에 굴복한 오블로모프는 모든 결정에 우유부단하고, 개혁 의지보다는 평안과 안락을 추구하는 성격을 갖는다.

 

또한 오블로모프의 꿈을 통해서 우리는 주인공의 어린 시절과 청소년 시절을 본다. 그는 안드레이 쉬톨츠의 아버지가 설립한 독일 기숙학교에서 공부했지만 공부하기를 싫어해서 항상 쉬톨츠가 가르쳐주는 내용에 의존했다. 그에게 있어 색다른 생활방식을 기대하기는 힘들다. 바로 지주 귀족의 아들이기 때문이다. 그의 어린 시절은 평온과 무위도식 속에서 노동을 하나의 벌로 생각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자란다. 이들은 혹시라도 일을 해야 할 상황이 생기면 하나같이 어떻게 하면 일을 피해볼까 궁리하는 데 바빴고, 그렇게 생각하는 것이 당연했다.

 

 

이에 반해 친구 쉬톨츠는 의지와 냉철함을 지닌 아버지와 부드럽고 감성적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엄마는 결혼 전에 큰 부잣집 가정교사를 지냈고, 아버지는 돈을 모아 농촌 귀족자제를 위한 기숙학교를 건립했다. 안드레이 쉬톨츠의 모국어는 러시아어지만 아버지와 책의 도움으로 독일어까지 익힌다. 8살 때부터 지리와 역사를 공부했고, 학교에서는 항상 우등생이었으며 모든 일에 열심이었다. 대학을 마치면서 그는 굉장히 자립적인 사람으로 성장해 간다.

그의 자립심은 다음과 같은 말에서도 잘 드러난다. 아버지가 어려운 일이 생기면 페테르부르그에 있는 친구 집에 찾아가라고 하자 그는 4층짜리 개인 소유 주택이 생기기 전까진 그 집에 들르지 않겠어요라고 했다. 이 대답을 통해 우리는 그가 얼마나 자립심 강하고 의지적인가 알 수 있다. 그리고 쉬톨츠는 하루하루가 루블이라고 생각하며 시간을 굉장히 소중히 여긴다. 그뿐 아니라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교훈에 따라 아주 하찮은 것이라도 신중히 보는 안목과 목표를 향해 매진하는 투지를 배웠다. 외국 여행을 통해 그는 유럽 전체가 자신의 활동무대로 생각하면서 러시아를 제3자의 입장에서 본다.

 

이렇듯 동갑내기 안드레이 쉬톨츠와 오블로모프는 모든 면에서 서로 상반된다. 쉬톨츠의 등장으로 오블로모프의 나태함의 상징인 헐렁한 실내옷, 실내화를 던져버리고 대신 날렵한 연미복을 입고 새로운 활동의 장으로 나아간다. 이때 만난 올가를 사랑하지만 결혼 문제를 앞두고 그는 또다시 예전의 우유부단한 모습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이런 주인공에 대해 부정적 시각을 갖는 것은 옳지 않다. 19세기 전반 러시아 문학에 등장하는 잉여인간적인 주인공들은 부정적 형상으로서가 아니라 귀족사회의 허망함과 부조리를 적나라하게 폭로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기 때문이다.

 

N.A.도브롤류보프가 쓴 논문 오블로모프기질(氣質)이란 무엇인가(1859)」에서는 오블로모프에 나타난 농노제 비판의 의의를 논하며 오블로모프를 푸시킨의 예브게니 오네긴현대의 영웅의 등장인물 페초린·루진 등과 묶어 귀찮은 존재로 명명했다. 그후부터 러시아인들에게 오블로모프 기질이라는 말은 무위도식의 대명사가 됐으나, 더 넓은 뜻에서 전인류의 공통된 유형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곤차로프의 생애와 작품

1812 6 6일 볼가지역 심비리스크의 부유한 상인 가정에서 출생

1822 모스크바 상업학교에 입학

1830 유럽의 대문호들의 작품 통독

1831 페테르부르그 모스크바 국립대학 인문학부 입학. 벨린스키, 게르첸, 투르게 네프 등과 수학

1834 대학 졸업 후 고향 심비리스크에서 군 복무.

1835 페테르부르그 이주, 내무부 관리로 일하면서 집필활동 시작. 주로 낭만시, 수필, 단편 집필

1847 잡지 동시대인 첫 소설 평범한 이야기 발표해 벨린스키의 호평을 얻었다.

1849오블로모프의 꿈 발표

1852 푸차친 제독의 팔라다호에 승선, 3년간 세계여행

185557 항해일기 프리깃함 팔라다호 발표

1856 문교부 문학 검열관 역임

1859 1847년부터 집필하기 시작한 오블로모프 잡지 『조국의 기록에 발표

1865 러일 교섭을 위해 일본 방문

1869 1849년부터 집필한 절벽 완성

1872 그리보예로프의 지혜의 슬픔에 대한 비평인 소논문 끊임없는 고통 발표

1891 9월 페테르부르그에서 사망

                                                    겨울경치(김유빈님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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