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저의 막대한 권력을 시기한 캐시우스는 그를 암살할 음모를 꾸민다. 그는 폭군 시저가 로마 공화국을 위기에 빠뜨리게 될지 모른다고 우려하며, 브루터스를 음모에 가담시키려고 애를 쓴다. 고민하던 브루터스는 결국 암살음모에 가담하기로 한다. 캐시우스는 안토니도 죽이자고 제안하나 브루터스는 반대한다.
시저의 아내 캘퍼니아는 악몽을 꾸고 의사당에 가지 말라고 간청하지만, 시저는 말을 듣지 않는다. 암살 음모자들은 시저를 에워싸고 시저를 찌른다. 시저의 죽음에 놀란 의원과 시민들은 달아난다. 시저의 장례식에서 안토니는 연설 기회를 달라고 청하고, 캐시우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브루터스는 그를 허락한다. 브루터스는 시저의 야심 때문에 시저를 죽였노라고 연설하지만, 안토니의 뛰어난 웅변술 덕분에 군중들은 시저의 죽음에 분노해 폭도로 변하여 암살자들을 찾아다닌다.
이처럼 상황은 역전돼 무질서 상태가 되어버린 로마에서 브루터스와 캐시우스는 달아날 수밖에 없는 처지가 되는데…(내용 요약)
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줄리어스 시저 공화정 로마의 최고 권력자. 그의 권위를 두려워한 무리에 의해 살해된다.
브루터스 공화정을 이상적인 체제로 믿는 애국자. 그 이상을 믿고 자신을 아끼던 시저 암살에 동참한다.
캐시우스 시저의 막강한 권력을 시기해 암살 계획을 주도하는 호민관
안토니 시저의 추종자. 사후 연설을 통해 민심을 돌려놓고 시저의 명예를 회복시킨다.
제1막 - 폭풍전야
시저는 폼페이의 군대를 대패시키고 승리하여 로마 시민들의 환호 속에 귀향한다. 구두 수선공과 목수 등 민중들은 승전의 기쁨을 함께 하려고 그날 하루를 휴일로 정하고 최고의 옷으로 단장하고 거리로 뛰쳐나와 시저를 환영한다. 호민관 플레비우스와 마룰루스는 폼페이 장군을 보기 위해 종일을 기다렸던 사람들이 그를 죽이고 돌아오는 시저를 환영하기 위해 생업까지 제쳐놓고 나오느냐며 그들을 야단친다. 플레비우스는 시저의 동상에 걸려 있는 장식물들을 벗기자고 하면서, 민중들을 ‘시저의 날개에서 돋아나는 깃털들’에 비유하며 이들을 뽑아버리면 시저가 보통의 높이 밖에 날지 못할 것이라고 말한다.
뒤이어 등장한 시저가 입을 열자 모두 조용히 경청할 준비를 한다. 안토니의 말대로, 시저의 말 한마디면 모든 일이 그대로 실행된다. 시저는 이미 권력의 최고봉에 올라서 있다. 시저 역시 자신을 ‘나’대신 ‘시저’라고 표현함으로써 그 권력의 정도와 위력을 알고 있다. 왕의 칭호는 없지만 현재 로마에서 ‘시저’는 바로 ‘왕’을 의미하는 단어가 되었다.
사람들 사이에서 점쟁이가 시저를 불러, 3월 15일을 조심하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시저는 그를 몽상가라며 무시해버린다. 그는 점쟁이의 예언 따위에 신경쓰거나 겁을 먹어서는 안되는 ‘시저’이기 때문이다.
한편 캐시우스는 개인적으로 자신보다 잘난 것도 없는 시저에 대한 시기심 때문에 그를 암살할 음모를 꾸민다. 그는 브루터스에게 지금 로마는 시저의 폭정아래 자유가 구속당하고 억압받고 있다고 주장한다.
캐시우스와 브루터스가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 루퍼칼 축제 행사장에서 환호소리가 들리고, 브루터스는 이 함성이 시민들이 시저를 왕으로 추대하는 뜻은 아닌지 걱정한다. 캐시우스는 계속해서 공화정 로마가 부당하게 한사람에게 권력을 준 것을 한탄하고, 왕같이 행세하는 시저가 사실은 자신보다 나을 것이 없는 나약한 인간에 불과함을 거듭 거론한다. 캐시우스는 자신도 시저 못지않게 자유로운 존재로 태어났으며, 같은 음식을 먹고, 똑같이 추위를 견디는데 왜 시저는 그토록 막강한 자리에 있고 자신은 시저 밑에서 굽신거려야 하느냐고 반문한다. 게다가 한번은 티베르강에서 수영 시합을 하다가 물에 빠져 살려달라고 도움을 청하는 시저를 구해준 것도 자신이었는데 그런 시저에게 굴복해야 하는 것은 말도 안된다고 한탄한다.
그뿐 아니라 지금은 시저가 로마에서 신과 같은 위치에 올라 위대한 척하고 있지만, 열병에 걸려 간질병으로 몸을 벌벌 떠는 것을 본 적이 있으며 그런 나약한 인간이 최고로 막강한 권력을 차지한 것이 부당하다는 것이다. 계속해서 그는 로마에서 시저는 거대한 콜로서스 상처럼 조그만 세상에 두 다리를 벌리고 서 있고, 자신 같은 사람들은 그의 다리 밑으로 걸어다니며 비위를 맞추는 처지라고 한다. 로마가 위대한 조상들의 정신을 상실하고 한 명의 최고 권력가를 허용하는 이같이 변질된 상황임을 계속해서 통탄해대는 캐시우스의 말에 브루터스도 고려해보겠노라고 한다.
브루터스는 카스카로부터 민중들의 환호소리가 시저가 왕관을 거절하자 환호한 소리임을 듣는다. 카스카는 안토니가 세 번이나 왕관을 제안했는데 시저는 매번 마지못해 거절했고, 결국에는 환호하는 민중들의 입에서 나오는 구역질나는 냄새 때문에 기절했다는 이야기를 전해준다. 그리고 호민관 플레비우스와 마룰루스가 시저의 동상에서 장식물들을 걷어내다가 ‘침묵당했음’을 알려준다.
브루터스가 나간 다음, 캐시우스는 브루터스처럼 시저의 총애를 받는 상황이라면 자신은 결코 자신이 브루터스에게 해준 그런 말 따위에는 넘어가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브루터스를 완전히 음모에 끌어들이기 위해, 캐시우스는 시저가 폭군임을 부각시키는 편지를 로마 시민들이 보낸 것처럼 꾸며 브루터스의 창문에다 던져둘 계획을 알려준다.
길 가다 마주친 시세로와 카스카가 로마에서 일어난 기이한 사건들에 관해 이야기를 나누는데, 바람이 나무를 넘어뜨리고 파도는 구름에까지 닿을 정도로 거품을 일으키며 격노하고 하늘에서는 불비가 퍼붓는 기이한 날씨라는 것이다. 손이 불타고 있는데도 화상도 입지 않은 노예를 보았는가 하면, 의사당 부근에서 만난 사자는 공격도 하지 않고 노려보기만 하고는 그냥 지나가버렸고, 온몸이 불에 둘러싸인 남자들을 보았으며, 겁에 질려 소리를 질러대는 유령 같은 여자들이 길거리를 왔다갔다하질 않나, 밤에 우는 올빼미는 밤낮을 뒤바꾸어 밝은 대낮에 울어댔다고 한다. 그야말로 기이한 현상들로 가득한 무시무시한 밤이다.
그와 헤어진 카스카는 캐시우스를 만나는데, 캐시우스는 이런 천재지변은 시저의 1인독재가 순리에 벗어남을 경고해주는 것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는 내일 의사당에서 시저를 왕으로 추대한다는 소문이 있다며 이를 막아야 한다고 한다. 뒤이어 신나가 합세한다. 카스카는 브루터스가 모든 로마인들로부터 존경받는 인물이라, 잘못돼보이는 일도 그가 함께한다면 놀랍게도 명예로운 행동으로 바뀌어버릴 정도라고 말한다. 그래서 그들은 브루터스를 필요로 하는 것이다.
제2막 - 시저는 언제까지나 시저다워야 한다
한편 브루터스는 개인적으로 자신을 그토록 총애해주는 시저에 대한 애정과 공화정 로마에 대한 의무감 사이에서 고민하며 딜레마에 빠져 있다. 정원에서 곰곰이 생각하는 그는 기이하게도 이미 시저를 죽이기로 마음먹고 그 고민을 시작한다.
그는 죽어야 해. 나로서는 그를 죽일 개인적인 이유란 없어. 다 전체를 위해서야. 그는 왕위에 오르겠지. 그게 본성을 바꿀는지도 모르고. 그게 문제야. 독사를 내놓으려면 밝은 대낮에는 걸어다는 데 조심해야 하는 법. 그를 왕으로 삼아? 그건… 독을 불어넣어주는 꼴이지. 자기 마음대로 사람들을 해칠지도 모르거든.
그리고 자기가 아는 바로는 시저는 감정이 이성을 벗어난 적은 없으나, 일반적으로 사람들은 야심의 사다리 밑바닥에 있을 때는 겸손하다가도 일단 꼭대기에 이르면 등을 돌리고 아랫사람들을 경멸하는 법이니, 시저도 그럴지 모른다고, 그러니 그럴 경우에 대비해서 막아야 한다고 한다. 그러다가 현재의 시저에게는 맞지 않으니 브루터스는 다시 예를 바꿔 시저를 뱀의 알에 비유하고, 일단 껍질을 깨고 나오면 위험하니 알 속에 있을 때 죽여버려야 한다고, 시저를 죽이기로 결론내린다. 결국 자신이 개인적으로 알고 있는 시저는 그렇지 않으나, 앞으로는 폭군이 될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를 죽여야 한다고 결론짓는 것이다.
하인 루시어스가 캐시우스가 창문에 던져놓기로 했던 편지를 들고 들어온다. 편지에는 ‘브루터스, 그대는 잠들어 있구료. 일어나시오, 그리고 자신을 보시오. 로마가… 말하시오, 봉기하시오, 고치시오!’라고 쓰여 있다. 여기서 명시되지 않고 생략된 ‘…’ 부분을 ‘한 사람의 권력하에 놓여야 할 것인가?’라고 브루터스 자신이 채워넣는다. 그리고 ’로마‘라는 단어에 흠칫하며 ’뭐, 로마라고?‘ 하면서 자신의 명예의식에 불을 붙인다.
자신의 조상이 로마에서 왕으로 불렸던 타퀸을 몰아냈는데, 그런 조상을 둔 후손으로서 수치스럽게도 다른 사람들로부터 깨어나서 문제된 상황을 고치라는 말을 듣고 있어야 한다는 말인가, 브루터스는 마침내 로마에 대고 약속한다. ’로마여, 내 그대에게 약속하노니, 만일 고치는 것이 뒤따른다면 그대는 브루터스의 손에서 그걸 이룰 것이다.‘
캐시우스를 비롯한 암살 음모자들이 모두 얼굴을 가리고 외투를 둘러쓴 채 브루터스를 찾아온다. 캐시우스는 거사를 앞두고 모두에게 맹세를 제안하나, 브루터스는 명예로운 이유로 거사를 행하는데 무슨 맹세가 필요하느냐며 반대한다. 또한 시저와 함께 안토니도 죽이자고 제안하나 브루터스는 시저가 죽으면 안토니는 아무런 위협도 될 수 없다며 또 반대한다. 그리고 멋있게 말한다.
“우리는 도살자가 아니라 희생양을 바치는 자들이오, 우리는 오두 시저의 정신에 대해 반대하고 일어서는 것이오.”
‘우리는 살인자들이 아니라 정화자들로 불릴 것’이 브루터스의 기본입장이다. 그리고 이런 입장과 견해에 거슬릴 만한 한 점의 오명도 남기지 않기 위해 처음부터 끝까지 깨끗하게 나가려는 것이다.
한편 시저의 아내 캘퍼니아는 남편의 죽음을 암시하는 악몽을 꾸고 시저에게 의사당에 가지 말라고 간청한다. 캘퍼니아가 꾼 꿈은 시저의 동상이 마치 분수처럼 백여 개의 구멍에서 피를 뿜어대고 있는데, 로마인들이 미소를 머금고 다가와서 그 피에 손을 적셨다는 것이다. 캘퍼니아는 그 꿈이 시저에게 일어날 재앙을 경고해주는 것이라고 해석한다. 그리고 간밤에 일어났던 해괴망측한 일들을 하나하나 이야기해주며 집에 머물기를 간청한다.
그러나 시저는 ‘겁장이는 여러 번 죽지만 용감한 자는 평생 한 번의 죽음만을 맛볼 뿐’이라며 자신은 죽음도 두려워하는 존재가 아니라며, 아내의 청을 거절한다. 제사장들도 제물로 바칠 짐승의 배를 갈라보니 심장이 없더라며 불길한 징조라고 하더라고 하인이 전해준다. 시저는 집안에서조차도 자신이 ‘시저’이며 언제나 ‘시저다워야 함’을 잊지 않는다. 그리고 말한다. “위험과 나는 같은 날 태어난 두 마리의 사자인데, 내가 더 형이고 더 무서운 존재”라며 의사당으로 가겠노라고 한다. 캘퍼니아도 지지 않고, 자신 때문이라고 원로원에 이야기하면 되지 않느냐며 만류하는 바람에 결국 시저는 집에 머물기로 한다.
그러나 이때 암살에 가담하는 드시우스 브루터스가 의사당까지 시저를 호위하기 위해 온다. 시저가 아내의 꿈 때문에 집에 머물겠노라고 하자, 그는 어떻게든 시저를 의사당으로 데리고 가 암살하기 위해 그 꿈을 정반대로 해석해준다. 시저의 석상이 피를 내뿜고 로마인들이 그 피에 손을 적시는 것은 시저의 죽음이 아니라 바로 로마가 시저를 통해 부활의 피를 마시는 것이라는 것, 그리고 원로원이 오늘 시저에게 왕관을 바치기로 결정했다고 알려준다. 그뿐 아니라 시저의 자존심을 건드리면서, 아내의 꿈 때문에 겁먹고 집에 있는다면 사람들이 시저가 겁을 낸다고 쑥덕거릴지도 모른다고 덧붙인다. 이 말은 효력을 발휘해, 시저는 마음을 바꾼다. 시저는 의사당으로 가기로 결정하고, 그때 브루터스와 다른 음모자들이 도착하자 안토니도 함께 의사당으로 간다.
제3막 - 시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하기 때문에…
의사당으로 가는 길에 시저는 점쟁이와 또 마주친다. 점쟁이는 오늘이 바로 운명의 날인 3월 15일임을 알려주며 아직 하루가 지나지 않았음을 일러주는데 시저는 그 경고 또한 무시해버린다. 그리고 음모를 눈치챈 아르테미도러스가 음모에 관해 상세히 관련자를 밝힌 편지도 무시해버린다.
의사당에 이르자 음모자들은 추방된 심버를 로마로 돌아오게 해달라고 청하면서, 시저의 주위로 모여든다. 그 청에 시저는 보통 사람들 같으면 이렇게 무릎을 굽히고 애원하면 마음을 바꿀 줄 모르겠으나, 자신은 보통 사람과 다른 존재이니 어떠한 말로도 이미 결정한 사안을 번복할 수는 없다고 호언한다. 로마 권력의 중심인 의사당 한가운데서, 시저는 가장 ‘시저’답고자 최대의 노력을 발휘한다. 그는 아주 오만하고 자신있게 말한다.
“시저는 부당한 짓을 하지 않고, 이유 없이는 만족하지도 않을 것이오.”
그리고 한술 더 떠 자신을 북극성과 같은 항구불변의 존재이며, 모든 것이 변화하고 바뀔지라도 언제나 그 확고한 자리를 지키며 지표가 되는 유일한 존재라고 표현한다. 그리고 거만하게 말한다.
“이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으나 그 중에 오로지 한 사람만이 흔들리며 움직이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소. 바로 그 사람이 나요. 올림푸스를 들어올리려고 할 참이요?”
그는 자신을 거의 신과 같은 위치에다 올려다놓는 오만함을 보여준다. 그리고 자신이 총애하는 브루터스가 무릎꿇고 탄원하고 있지만 들어주지 않고 있지 않느냐며 다른 사람들이 더 이상 간청하지 못하게 한다.
이미 시저의 거절을 예상하고 탄원을 빙자해 계획적으로 시저 주변으로 모여들었던 암살자들은 카스카를 시작으로 차례로 시저를 찌른다. 여러 사람들로부터 이리저리 찔렸던 시저는 그래도 ‘시저’답게 그냥 쓰러져 버리지 않고 피를 흘리면서도 버티고 서 있다. 그러나 브루터스가 칼을 빼들고 자신을 찌르려 하는 것을 본 시저는 “브루터스, 너마저? … 그다면 시저는 쓰러지리!”라며 버티기를 포기하고 죽는다.
의미심장하게도 시저가 주저앉으며 쓰러진 곳은 폼페이의 동상 아래다. 시저는 그가 죽였던 폼페이의 동상 밑에서 쓰러져 흥건히 피를 흘리며 죽는다. 결국 ‘피에는 피가 따른다’라는 말을 입증이라도 해주는 듯이 말이다.
시저가 죽자 암살자들은 바로 “자유다! 해방이다! 폭정은 종식되었다!”고 외쳐된다. 그들은 시저의 피를 손에 묻히고 로마에 자유와 해방이 왔노라고 외쳐대지만, 놀란 의원과 시민들은 예상과는 달리 모두 달아난다. 브루터스는 걱정 말고 모두 시저의 피를 팔에 적시고 당당히 걸어나가 평화와 자유와 해방을 외치자고 한다. 자신들의 행위를 일종의 종교의식으로 미화시키면서 캐시우스는 “얼마나 많은 시대에, 아직 생기지도 않은 나라, 우리가 아직 모르는 나라에서 이 숭고한 장면이 공연될 것인가”라고 하고, 브루터스는 “폼페이의 동상 밑에 먼지보다도 못하게 쓰러져있는 시저는, 오락거리로 얼마나 많은 피를 흘리게 될 것인가?”라고 한다.
현장에 없었던 안토니는 시저의 암살에 충격을 받았으나, 하인을 먼저 보내 자신의 입장을 전하고 안전 여부를 타진한 다음 암살자들 앞에 나타난다. 그는 암살자들과 일일이 의미심장한 악수를 나누며 암살자들의 명분에 동참하겠노라고 겉으로 맹세한다. 그리고 시저의 장례식에서 연설 기회를 달라고 요청한다. 이런 안토니의 청을 캐시우스는 반대하나, 브루터스는 허락한다. 만류하는 캐시우스에게 브루터스는 자신이 먼저 시저를 죽여야 했던 이유를 밝히고, 안토니의 연설이 우리의 허락하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분명히 할 것이며, 그럴 경우 별다른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한다. 브루터스는 자신이 한치의 부끄러움 없이 떳떳하기에 다른 사람들 역시 자신의 행동에 함께할 것이라고 믿는 것이다. 그러나 브루터스 일행이 나간 후 시저의 시체 앞에 혼자 남은 안토니는 암살자들에 대한 복수를 맹세한다. 그리고 옥타비우스 시저의 하인이 등장하여 옥타비우스가 로마로 오고 있음을 알려준다.
안토니와 브루터스의 연설 대결이 펼쳐진다. 브루터스가 암살의 명분을 알리러 연단에 서자 사람들은 시저를 왜 죽였는지 말하라며 불만을 표시한다. 납득할 이유를 달라고 요구하는 이들에게 브루터스는 시저는 야심 때문에 죽었으며 야심의 빚을 갚은 것이라고 해명한다. 브루터스는 자신의 명예를 보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은 여기 있는 그 누구보다도 시저를 사랑했던 사람이라고 한다. 그토록 사랑한 시저를 왜 죽였느냐고 묻는다면, ‘내가 시저를 덜 사랑해서가 아니라, 로마를 더 사랑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그리고 묻는다.
“시저가 살아 있고 여러분들은 모두 노예로 죽고 싶습니까? 여기 있는 그 누가 노예가 되기를 원할 만큼 비천한가요? 만일 있다면, 말하십시오. 그 사람에게는 제가 잘못을 저질렀습니다. 여기 누가 로마인이 되지 않으려는 야만적인 자가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보시오. 그 사람에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여기 누가 자신의 조국을 사랑하지 않을 만큼 비열한 자가 있습니까? 있다면, 말해보시오. 그 사람에게는 제가 잘못했습니다.”
그러자 군중들은 아무에게도 잘못하지 않았다고 한다. 그리고 브루터스가 연설을 끝내자 군중들은 “그를 시저로”라고 외친다. 시저가 죽었으니, 이제 브루터스가 그 자리를 차지하라는 것이다. 군중들은 시저가 제왕의 꿈을 지닌 야심가이자 폭군이라는 브루터스의 연설을 그의 명예에 의거하여 수긍한다. 브루터스는 자신을 위해 안토니의 연설을 들어줄 것을 군중들에게 청하고 그 자리를 떠난다.
시저를 폭군으로, 브루터스 일파를 애국자로 수긍한 로마인들 앞에서 안토니는 연설을 시작한다. 그는 브루터스 덕분에 연설을 하게 되었노라고 밝히자, 군중 가운데 한 사람은 그가 브루터스의 험담을 하지 않는게 좋을 것이라고 한다. 그러자 또 한 사람은 시저는 폭군이었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시저가 사라지게 되었으니 로마는 축복받았노라고 말하기까지 한다.
이렇듯 시저에게 적대적인 분위기에서 안토니는 연설을 시작한다. 그는 브루터스에게 동의하고 있는 군중들의 마음을 돌려 자신의 편으로 만들어야 했다. 그러기 위해 그는 브루터스와 달리 로마인들이 개인적으로 기억하고 있는 시저를 들추어내며 구체적으로 접근해나간다.
안토니는 로마인들을 부르며 “친구들이여, 로마인들이여, 동포들이여, 귀 좀 빌려주십시오”로 입을 연다. “고귀한 브루터스는 시저가 야심이 있었다고 여러분들에게 말했습니다. 만약 그러하다면 그건 굉장한 잘못이고, 시저는 그 대가를 엄청나게 치루었습니다”라고 말한 다음 안토니는 자신의 친구이고 자신에게 충실하고 공평한 분이었다고 자신이 알고 있던 시저를 거론한다. 그리고 “하지만 브루터스는 그가 야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루터스는 명예로운 분이십니다”라고 덧붙인다. 그 다음 시저의 공적들을 지적하고 “이것이 시저가 야심을 품었기 때문이라고 보입니까?”라고 묻는다.
“가난한 자들이 울었을 때, 시저도 눈물 흘렸습니다. 야심은 보다 가혹한 재료로 만들어져야만 합니다. 하지만 브루터스는 그가 야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루터스는 명예로운 분이십니다. 여러분 모두는 루퍼칼 축제 때 제가 그분께 왕관을 세 번이나 드렸고 세 번이나 거절하셨던 것을 보셨습니다. 이것이 야심입니까? 하지만 브루터스는 그가 야심이 있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브루터스는 명예로운 분이십니다. 저는 브루터스가 한 말을 부인하기 위해 말하는 것이 아니라, 제가 알고 있는 것을 말씀드리는 것입니다.” 이처럼 안토니는 시저가 인정받을 수 있는 치적을 먼저 제시해준 다음, 이를 브루터스는 시저의 야심이라고 불렀고, 그래도 브루터스는 ‘명예로운 사람’이라고 덧붙임으로써, 그리고 이를 반복적으로 사용해가면서 이 두 가지가 적합하지 않음을 부각시킨다.
그뿐 아니라 안토니는 한때는 당신들이 시저를 그토록 사랑했던 사람들이 아니냐고 묻고, 그런데 무엇 때문에 지금은 애도조차 하길 주저하느냐고 묻는다. 그리고 잠깐 용서해달라며 말을 멈추고 눈물을 닦는다. 이런 안토니를 보고 사람들의 마음은 드디어 바뀌기 시작한다. 안토니의 연설이 먹혀들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한 사람은 안토니의 말이 상당히 일리 있는 것 같다고 하고, 다른 사람은 시저가 부당하게 죽었을지도 모른다고 하는가 하면, 또 다른 사람은 로마에서 안토니보다 더 고귀한 사람은 없다고까지 한다. 그리고 울어서 눈이 충혈된 안토니를 안타까워한다.
안토니의 연설은 다시 계속된다. 그는 시저의 유언장 이야기를 꺼낸다. 유언장 내용만 들어도 시저의 시신에 입을 맞추고 죽음을 안타까워할 것이라는 안토니의 말에 군중들은 유언장을 읽으라고 한다. 안토니는 민중들이 있는 그 아래로 내려가도 되느냐고 묻고, 민중들의 허락을 받은 다음 내려가는 겸손함을 가장한다. 그러나 유언장을 보여주는 대신 유언장을 만든 장본인부터 보자며 시저의 시신 주위를 민중들이 둘러싸게 만든다. 그런 다음 시저의 몸에 난 암살자들의 칼자국들을 하나하나 짚어가며 누가 그 상처를 냈는지 이름들을 알려준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는 사람들을 보고 거룩한 눈물이라며 치켜준다.
이제 흥분한 민중들은 반역자를 죽이라며 뛰쳐나가려고 한다. 이때 안토니가 그들을 가로막고, “제가 여러분들을 갑자기 폭도로 만든 것이 아니게 하십시오”라고 말한다. 하지만 그가 진정 원하는 것은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자신이 브루터스와 같은 말솜씨만 있었더라도 여러분을 감동시켜 폭동을 일으키게 할 것이라고 한다.
이 말에 모두들 “폭동을 일으키자”고 반응하는데, 브루터스의 집을 불태우자고 외치는 사람과, 음모자들을 찾아내자고 외치는 사람들에게 안토니는 시저의 유언장을 상기시켜준다. 뛰쳐나가려던 시민들은 그제서야 유언장을 기억하고 그 내용을 듣고자 한다. 민중들은 이제 완전히 안토니의 손아귀에 들어가버렸다. 유언장에 의하면 시저는 재산을 로마인 각각에게 남겼다. 정원은 시민들과 후손들이 즐길 수 있게끔 공공 유원지로 내어놓았다. 이 말을 들은 민중들은 감동한다. 폭군 시저가 그야말로 자상한 시저로, 그들이 사랑하는 시저로 역전된다. 그리하여 안토니가 연설을 마감했을 즈음에는 브루터스가 부각시켰던 시저의 야심은 부서져버렸고, 시저는 로마의 은혜로운 인물로, 모든 로마인 가운데 가장 위대한 존재로 남고, 반대로 브루터스 일파의 암살행위는 반역행위로 뒤집혀버렸다.
이제 평민들은 브루터스 일파를 찾아 죽이기 위해 거리로 뛰쳐나간다. 이 장면에 안토니는 결과에는 아랑곳없다며 파괴가 로마를 뒤덮어버리라고 말한다. 옥타비우스 시저의 하인이 등장하여 옥타비우스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고, 브루터스와 카시우스가 로마 성 밖으로 달아났다는 소식을 전해준다. 로마를 위해 사랑하는 친구를 죽였던 브루터스는 아이로니컬하게도 그가 그토록 위했던 로마에서부터 쫓겨나고 반역자가 되어버린 것이다.
안토니의 웅변술 덕택에 시저 암살에 분노한 군중들은 폭도로 변하여 암살자들을 찾아다닌다. 시인인 신나를 만난 군중들은 이름이 암살자 신나와 같다는 이유만으로 그를 가혹하게 죽인다. 시인 신나는 자신이 암살자 신나가 아니라고 주장하지만, 이성을 잃은 군중들에게는 통하지 않는다. 이름이 신나인 것만으로도 죽어야 할 이유는 충분하다. 평민들은 “그렇다면 이름만 가슴에서 떼어내라, 그리고 돌려보내라”고 말한다.
제4막 - 시저의 몸, 시저의 정신은 죽었으나…
상황은 오히려 더 악화되었다. 옥타비우스와 레피두스와 동맹을 맺은 안토니, 세 사람이 가장 먼저 착수한 것은 숙청대상 명부를 작성하는 일이다. 그리고 세 사람이 권력을 분배했으나, 레피더스가 나가자마자 안토니는 그가 자격이 없음을 지적한다. 또한 안토니와 옥타비우스간의 파워게임도 만만치 않다. 어쩌면 시저보다도 더 지독한 정치가들이 후속 세력이 되어버린 꼴이다.
로마에서 달아난 브루터스와 캐시우스는 사르디스 근처에서 격한 논쟁을 벌인다. 시저를 죽이는 일에 가담한 동기가 달랐기에 언젠가는 오고야 말 브루터스 진영 내부의 문제점이 결국 노출된 것이다. 캐시우스는 자신의 부하가 뇌물죄로 처벌당했고 그를 위한 간청도 브루터스가 무시해버렸다며, 이런 전시에 그런 과실로 엄격히 처벌하는 것은 합당하지 않다고, 상황을 고려해야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대해 브루터스는 그 일은 시저 암살의 정당성을 부인해버릴 수 있을 만큼 더러운 행동이라고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왜 시저를 죽였는지를 기억하라고 한다. 바로 정의를 위한 것이 아니었냐며, 더러운 뇌물 사건으로 고귀한 명분을 더럽힐 수는 없는 일이라고 맞선다.
공화정의 이상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전쟁에서 이겨야 하고, 이기기 위해서는 병사들에게 지불해야 할 돈이 필요한 브루터스는, 사람을 보냈는데 캐시우스가 거절한 것에 대해 불만을 토로한다. 자신은 더러운 수단으로 돈을 모을 수 있는 인물이 아니기에, 캐시우스 같은 인물이 모은 돈이 필요한 것이다. 브루터스가 고귀하고 덕망 있는 존재로 깨끗하게 남기 위해서는, 자신을 더럽히고 부당한 짓도 할 캐시우스가 필수불가결한 것이다. 캐시우스는 사랑하는 친구에게 증오의 대상이 되었다며 브루터스에게 가슴을 찌르라고 하고, 브루터스와 캐시우스는 화해한다. 캐시우스는 적군을 유인하자는 전략을 내세우나 브루터스가 반대하고, 그렇다면 옥타비우스와 안토니를 필립피로 끌어들이기로 결정한다.
혼자 남은 브루터스에게 시저의 유령이 나타난다. 그가 유령에게 정체를 묻자, 유령은 ‘그대의 악령’이라고 대답한다. 왜 나타났느냐는 질문에 유령은 ‘필립피에서 만날 거라고 알려주려고’라는 말과 함께 사라진다.
제5막 - 오, 시저. 그대는 위대하구료!
캐시우스는 오늘이 자신의 생일이라고 말하고 전투에서 패할 만일의 경우를 대비해 브루터스와 미리 작별인사를 나눈다. 결국 필립피에서 안토니에게 패한 캐시우스는 아군인지 적군인지 알아보기 위해 티티니우스를 보내고, 자신은 눈이 나쁘니 노예인 핀다러스에게 상황을 보고하라고 한다. 아군을 만나 반가워 고함치는 모습을 적군에게 잡혀가는 것으로 잘못 본 핀다러스는 캐시우스에게 그렇게 잘못 전한다. 이에 캐시우스는 자결을 결심한다. “시저여, 그대는 복수를 했소. 당신을 찌른 바로 그 칼로 말이오”라는 말을 남기고. 브루터스 역시 그의 죽음을 시저와 연관지으며, “오 줄리어스 시저, 그대는 아직 강력하군요! 당신의 영혼이 돌아다니며 우리의 칼이 자신의 내장을 바로 찌르도록 돌려놓는군요”라고 한다.
브루터스의 군대 역시 패한다. 동지들에게 죽여줄 것을 부탁하지만 거절당한 브루터스는 스트레이토에게 칼을 들고 있게 하고 그 칼에 뛰어든다. 그리고 죽어가며 “시저, 이제 잠드소서. 지금의 절반도 내키지 않는 마음으로 그대를 죽였습니다”라고 말하고 눈을 감는다. 폼페이를 죽였던 시저가 그의 동상 아래서 마지막을 맞았던 것처럼, 브루터스와 캐시우스는 시저를 찔렀던 그 칼로 자신의 목숨을 마감한다.
로마를 위해 시저를 죽였으나, 로마로부터 쫓겨나고 반역자가 된 브루터스는 죽고 난 다음에 다시 로마의 ‘명예로운 인물’로 자신의 자리를 회복한다. 안토니는 브루터스의 주검 앞에서 그를 가장 고귀한 로마인으로 다음과 같이 선포한다.
이 분은 그들 가운데 가장 고귀한 로마인이었소. 그를 제외한 다른 음모자들은 위대한 시저를 시기하여 그랬지요. 그 분만이 나라를 위한다는 훌륭한 생각으로 동참했소. 그의 삶은 고결했고, 그 분의 품성은 너무도 조화롭게 어울려 자연도 일어나 온 세상에 이렇게 외칠 것이오. ’이 사람은 정말 대장부였다‘라고 말이오.
이로써 반역자로 전락했던 브루터스의 위치가 다시 복귀된 가운데, 옥타비우스는 예를 갖추어 브루터스의 시신을 묻어주도록 명을 내린다.<“줄리어스 시저(Julius Caesar)”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윌리엄 셰익스피어 지음, 글쓴이 홍유미박사>
▣ 저 자 윌리엄 셰익스피어(1564?-1616)
가장 진부하면서 가장 참신한 작품들 속에 인간성의 모든 것, 영구불변의 진리를 담다,
‘친숙한’ 셰익스피어, 그의 남아 있는 기록들, 남아 있지 않은 기록들
누가 뭐라든, 윌리엄 셰익스피어는 세계 최고의 극작가 중 한 사람이다. 그가 쓴 37편의 드라마는 오늘날에도 다양한 형태로 각색되어 TV, 영화, 연극 무대에 올려지고 있고, 챨스 램 남매가 각색한 《셰익스피어의 이야기들》을 포함, 독자에 따라 그 내용과 수준을 달리하는 책들이 계속해서 쏟아져나오고 있는 실정이어서, 그의 드라마 중 몇 편의 내용은 세계각국의 남녀노소에게 진부하리만치 친숙하다. 사실 로미오와 줄리엣의 애틋한 사랑과 비극적인 죽음을 모르는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그러나 정작 셰익스피어가 어떠한 삶을 살았고, 자신을 둘러싼 당대 문제들에 대해 어떤 견해를 가졌는지를 말해주는 직접적인 자료는 거의 없다. 단지 그가 남긴 작품들을 통해, 근대의 탄생이라는 엄청난 역사의 격변기를 살았던 그가, 자신을 휘감고 도도히 흘러가는 역사의 흐름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았는지를 알아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셰익스피어의 삶에 대한 단서가 될 최초의 기록은 1564년 4월 26일의 세례 기록이다. 영국의 안정적이고 평화로운 소읍 스트래트포트 온 에이븐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는,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 사이의 3남으로 태어난 윌리엄 셰익스피어가 1564년 4월 26일 이 교회에서 세례를 받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아버지가 마을의 읍장을 지낼 정도의 유지였으므로 셰익스피어는 상당히 풍족한 어린시절을 보냈을 것으로 추정되며 그 마을의 문법학교를 다녔을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다음으로 남아 있는 기록은 결혼에 관한 것. 1582년 11월 27일 당시 18세였던 셰익스피어는 자신보다 8년 연상이었던 앤 헤서웨이와의 결혼허가서를 발부받았는데, 세 번의 결혼예고 후에야 결혼이 이루어지던 일반적인 관례와는 달리 급하게 허가서를 발부받았다는 사실과 신부와 신랑의 나이차이가 많이 나며 이들 부부의 첫딸 수잔나가 결혼 후 6개월 만에 태어났다는 것, 그리고 셰익스피어가 런던에서 활동한 십수년 간 두 사람이 떨어져 살았다는 사실 등등, 그의 결혼 생활은 후대인들의 온갖 상상의 근원이 되었다. 이들 부부는 2년 후 햄넷과 주디스라는 쌍둥이 남매를 얻게 된다. 이때부터 셰익스피어가 런던의 배우 겸 극작가로 다시 모습을 드러낸 1592년까지, 그가 어떻게 살았는지에 대한 기록은 전혀 남아 있지 않다.
극장의 시인, 셰익스피어
1592년 9월, 극작가였던 로버트 그린이 사망한 직후, 그가 임종 침상에서 탈고한 자서전격의 유작이 출판되었다. 그 팜플렛에서 그린은 셰익스피어를 '벼락출세한 까마귀'에 비유하면서, 대학교육도 받지 못한 풋내기 배우요 극작가인 셰익스피어가 영국의 연극계를 뒤흔드는 것에 심한 질시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 글은 1592년에 이미 셰익스피어가 배우로서, 극작가로서 확고부동한 자리에 올랐음을 증명해준다. 셰익스피어는 극작가로서 확실한 성공을 거둔 후에도 배우활동을 계속했는데, 1608년 기록에도 여전히 출연배우 명단에 그의 이름이 들어 있었다.
1594년 챔벌린 극단에 입단한 그는 일 년에도 여러 편씩, 놀라운 언어구사력과 탄탄한 플롯을 바탕으로 각양각색의 생동감 넘치는 인물이 등장하는 극을 무대에 올림으로써 당대 최고의 극작가로서의 명성과 부와 인기를 한몸에 누리게 된다. 1589년 《헨리 6세》를 시작으로 1611년 《태풍》에 이르기까지 그는 총 37편의 극을 남겼다. 1613년 플렛처와 공동 집필한 《나의 두 귀족 친척》을 끝으로, 그는 극작가로서의 삶을 마무리하고 고향인 스트래트포드로 돌아가 편안한 말년을 보냈으며, 1616년 4월 23일 생을 마감하였다.
‘영원한’ 셰익스피어, 격변기의 셰익스피어
셰익스피어가 살았고 작품 속에 그려낸 시대는 자본주의 경제체제의 도입으로 근대가 태동하던 대변혁기였다. 그 시대에 두 힘의 충돌과 그 갈등을 축으로 하는 드라마가 역사상 유례를 찾기 힘들 만큼 성행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몇백 년을 이어오던 질서가 스러지고 전혀 새로운 질서가 자리를 잡아가던 시기에, 위로는 국왕으로부터 아래로는 하층계급에 이르기까지 사회의 모든 계층이 함께 극장에 드나들며 무대에서 벌어지는 ‘역사’를 보고 그 역사의 형성에 참여했던 것이다.
셰익스피어는 근대로 이행하는 역사적 흐름의 필연성을 짚어내고 그 질곡과 모순의 단초들을 예리하게 지적해내고 있다. 그의 작품은 모두 셰익스피어의 사후에 동료 배우들과 인쇄업자들이 기억 속에 남아 있는 것을 근거로 출간한 것들이다. 박제된 진리로서가 아니라 ‘열린’ 창작물로서의 셰익스피어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새삼 되새기게 하는 부분이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줄리어스 시저》는 1599년 작품으로 셰익스피어가 본격적으로 비극을 쓸 무렵에 나온 작품이다.《플루타크 영웅전》을 소재로 시저의 암살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은 암살을 3일로 압축시켜 극화하고 있다. 정치 체제가 공화국에서 제국으로 향하던 로마를 배경으로 공화정을 이상적인 체제로 믿는 브루터스라는 애국자를 중심으로 이야기를 펼쳐나간다.
이 작품은 제목이 《줄리어스 시저》라는 점에서 주인공이 시저인지 혹은 브루터스인지 논란을 일으키기도 한다. 시저를 주인공으로 여기는 사람들은 시저의 육신은 비록 암살장면에서 죽으나, 그는 이후에도 다른 사람들의 입을 통해서, 그리고 등장인물들 행동의 이유가 됨으로써 계속 살아 있고, 실제로 유령의 형태로 후반부에서 등장하므로 작품 전체에 걸쳐 그의 존재가 중요함을 지적한다. 그러나 일반적으로 이 작품은 브루터스의 비극으로 보는 것이 보다 더 합당하다. 작품의 구조적인 측면에서 볼 때 브루터스의 행동이 극의 구심점을 이루어 사건을 이끌어가고 있고, 시저의 생애가 아니라 브루터스의 죽음이 소재로 다루어졌으며, 표면상 시저는 후반부에서 사라지는 반면, 브루터스는 계속 등장하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를 주인공으로 보는 것이 보다 일반적이다.
이행기 로마의 정치 비극
제국과 공화정이라는 정치체제가 행동의 구심점을 이룰 정도로, 정치체제와 현실은 작품 속에서 중요하다. 그 때문에 이 작품을 정치극으로 보고, 오늘날의 정치 문제와 연결시키려는 시도들도 있다. 셰익스피어의 정치극은 추상적인 정치이론보다는 구체적인 정치상황에서 보이는 개인의 행동에 초점을 두며, 그 정치적 배경은 인물의 행위를 부각시키고 운명에 영향을 미친다.
이 작품의 중심 사건인 브루터스의 시저 암살 또한 자유와 독재라는 정치적 주제로 단순화하기보다, 브루터스의 행동이 이루어지는 로마의 상황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작품 속의 로마는 공화정에서 제정으로 넘어가는 과도기의 정치적 위기 상황이다. 형식적으로는 공화정이라는 정치 체제를 국가의 권력 구조로 합법화하고 있지만, 시저가 왕으로서 실질적인 권력을 행사하고 있다. 외형적으로 표명된 공화정 체제 속에 군주를 포함하고 있는 로마, 이미 변질돼버린 정치 현실은 대립 세력을 만든다. 친 시저파와 반 시저파(공화파)로 양분되는 이들은 시저 암살에 대해서도 상반되는 태도를 취한다. 캐시우스의 입장에서 시저는 폭군이므로 시저 암살은 자유를 수호하기 위한 당위적인 행동인 반면, 안토니의 입장에서는 국가의 수뇌를 제거한 사악한 범죄이므로 암살자들은 당연히 그 대가를 치루어야 하는 것이다.
브루터스, 이상주의자의 비극
브루터스는 공화정을 수호하기 위해 사랑하는 시저를 죽여야 하는 도덕적인 인물이다. 그는 인간의 자유와 복리를 위해 암살이라는 행동을 선택했다. 암살을 정당화시킬 수는 없지만, 잘못된 현실을 바로잡겠다는 윤리적 의무감을 지닌 그 인물 자체는 긍정적으로 평가하게 된다.
브루터스는 인간의 자유에 대한 신념과 공익을 위해 행동하는 훌륭한 인물이지만, 상황을 잘못 판단해 몰락한다. 상황을 정확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자기 방식대로 사태를 판단해 행동한 것이 결국 비극을 초래한 것이다. 캐시우스의 눈을 통해 로마를 폭정 상황으로 파악했고, 폭군이 되지 않았을지도 모를 시저를 일반적인 예에 억지로 끼워맞추며 합리화했다. 자신의 명분을 지나치게 과신해서, 정치적 판단이 뛰어난 캐시어스의 조언들을 무시하고 명분에 합당한 선택만을 해나간다. 정치적 위험성에도 불구하고 안토니를 살려두고 시저의 장례식에서 연설할 기회까지 허용한다.
결국 계획대로 시저는 암살되지만 결과는 기대와 너무나 달랐다. 시저를 죽임으로써 로마에 자유를 가져다주고 폭정을 종식시켰다고 생각한 그들은 ‘자유 수호자’로 받아들여지는 대신 반역자가 되었고, 시저의 죽음은 공포와 광란의 무질서 상태로 연결되었다. 특히 브루터스의 연설 직후, “브루터스를 시저로”라고 외친 시민들은 그 의도를 이해하지 못했음을 그대로 드러내주며, 이는 곧 로마의 현실을 제대로 보지 못했던 브루터스가 직면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시저가 죽었으니 시저를 대신하는 브루터스를 시저로 삼자는 이 외침은, 브루터스의 바람과는 반대로 로마는 이미 제국으로의 내적 토대를 굳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런 현실 앞에 브루터스의 명분은 무색할 수밖에 없다.
역사의 힘, 민중의 힘?
결국 시저를 암살한 다음 로마의 최고 권력은 시저의 양자인 옥타비우스에게 돌아가고 로마는 보다 급속히 제국으로 발전한다. 아이러니컬하게도 제정을 막으려 했던 브루터스의 저지행동이 오히려 제국을 앞당기는 데 큰 역할을 한 꼴이 된 것이다. 이처럼 인간의 역사에는 한 개인의 힘을 넘어 작동하는 무언가가 있다. 인간의 이성으로는 파악하거나 판단하거나 주도해나가기 어려운 신비로운 그 힘을, 흔히 역사적 필연성이라고들 부른다. 이 작품은 바로 이러한 거대한 힘을 보여준다.
브루터스의 말대로 세상사의 대해에서 인간의 자유란 적절한 시기에 조류를 잘 이용하는 것에 불과할지 모른다. 이 모든 것들을 주도하는 것은 인간의 의지를 넘어 존재하는 불가항력적인 힘이다. 인간은 그 ‘필연’의 힘에 따를 수밖에 없으며, 그 결과를 미리 볼 수도 없다. 예정된 결과를 변경시키려는 시도 역시, 미미한 영향을 끼치기는 하나 근본적인 흐름을 전환시킬 수는 없다. 제국으로 이행하는 로마의 역사적 흐름은 계속 진행되고, 이 흐름에 거역한 브루터스와 캐시우스는 그 흐름 속에 휩쓸린다.
또한 이 작품은 역사의 흐름을 이끌어가는 데 있어 민중들의 힘이 결코 무시될 수 없음을 강력히 보여준다. 비록 작품 속에서 민중들의 속성이 비합리적이고 부화뇌동의 성향을 지니며 폭도로도 바뀔 수 있는 위험스러운 힘으로, 또 귀족들에 의해 지저분하고 냄새나는 더러운 존재로 묘사되긴 하지만, 결국 시저를 사랑했던 것도 그들이었고, 브루터스를 로마에서 몰아낸 것도 그들이었다.
과거에서 현재까지,《줄리어스 시저》의 의미
상황은 로마의 상황이나 튜더 시대 영국식 이데올로기가 밴 작품이다. 특히 왕권신수설에 대비해, 개인의 능력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면서 여러 가치관들이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지자 튜더 왕조는 왕권에 대한 반역을 허용치 않으려 했다. 이 작품의 정치체제는 공화정이지만 그 속의 시저는 거의 왕의 지위와 권력을 갖고 있다는 점에서, 시저에 대한 반역이나 암살은 군주에 대한 암살 행위로 조명되기도 했다.
사실 《줄리어스 시저》는 시저를 폭군으로 묘사할 경우와, 그렇지 않을 경우는 상당히 다른 해석이 필요하다. 작품은 두 가지 모두를 가능하게 묘사하고 있지만, 현대로 넘어오면서 대부분의 나라에서는 독재에 저항하는 작품으로 받아들여 각국의 상황에 맞게 현대적 세팅을 가하며 공연해왔다. 대개의 경우, 폭정에 대항하며 자유와 해방을 추구하는 혁명가로서 브루터스를 부각시키며 공연되었다.
▣ 셰익스피어의 생애와 작품
1564 4월 26일, 영국 스트래트포드 온 에이븐에 있는 성삼위일체 교회에서 존 셰익스피어와 메리 아든의 아들로 세례를 받다.
1571 스트래트포드 문법학교 입학(?)
1578 스트래트포드 문법학교 졸업(?)
1582 11월 27일, 앤 헤서웨이와의 결혼허가서를 발부받는다.
1583 5월 26일, 첫딸 수잔나 세례
1585 2월 2일, 쌍둥이 남매 햄넷과 주디스 세례
1590 《헨리 6세》 삼부작 집필(?)
1592 《리차드 3세》, 《착오 희극》, 장시 〈비너스와 아도니스〉집필
1593 《타이터스 앤드로니커스》, 《말괄량이 길들이기》집필
1594 챔벌린의 극단의 단원이 된다.
1594 《베로나의 두 신사》, 《사랑의 헛수고》, 《로미오와 줄리엣》집필
1595 《리차드 2세》, 《한여름 밤의 꿈》집필
1596 장남 헴네트 사망하다.
1596 《베니스의 상인》집필
1597 스트래트포드에서 가장 아름답고 둘째로 큰 저택 뉴 플레이스를 구입한다.
1597 《헨리 4세》1, 2부 집필
1598 《헛소동》, 《헨리 5세》집필
1599 챔벌린 극단의 주무대가 된 글로브 극장이 개장한다.
1599 《뜻대로 하세요》, 《십이야》집필
1600 《윈저의 명랑한 아낙네들》집필
1601 《햄릿》, 《트로일러스와 크레시더》집필
1602 《끝이 좋으면 다 좋다》집필
1604 《오셀로》, 《자에는 자로》집필
1605 《리어왕》집필
1606 《맥베드》집필
1606 《안토니와 클레오파트라》집필
1607 장녀 수잔나가 의사 존 홀과 결혼한다. 《코리올레이너스》, 《아테네의 타이먼》집필
1608 《페리클리즈》집필
1609 《심벨린》집필
1610 《겨울 이야기》집필
1611 《태풍》집필
1612 《헨리 8세》집필
1613 《헨리 8세》공연 도중 글로브 극장이 화재로 소실된다.
1614 제2의 글로브 극장 준공
1616 1월에 유언장을 작성한다. 2월 10일, 차녀 주디스가 토머스 퀴니와 결혼한다.
3월 25일, 유언장을 수정하고 서명한다. 4월 25일에 사망
1623 셰익스피어의 동료배우였던 존 헤밍그와 헨리 콘델이 최초의 셰익스피어 전집인 《제일 2절판 전집 The First Folio》 출판한다.
<중국 장가계, 김유빈님 작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