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페테르부르그 이야기!

[중산] 2012. 1. 6. 16:01

<외투> 페테르부르그의 한 관청에 필경사로 근무하는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말없고 자폐적인 하급 관리다. 어느 날 아카키는 돈을 모아 겨울 외투를 장만하기로 결심한다. 그러나 힘겹게 장만한 외투를 강도들에게 빼앗기고 마는데.

<코> 페테르부르그의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프는 어느 날 아침 식빵 사이에서 사람의 코를 발견한다. 그 코의 주인은 팔등 문관 코발료프인데, 코발료프는 자신의 코를 찾기 위해 동분서주한다. 코발료프는 사라진 자신의 코가 고위 관료가 돼 페테르부르그 거리를 활보하는 것을 목격하는데.

 

 

<네프스키 거리> 페테르부르그의 네프스키 거리를 걷던 화가 피스카료프와 피로고프 중위는 아름다운 여자들의 뒤를 좇는다. 소심하고 내성적인 화가 피스카료프가 따라간 여자는 창녀들이 사는 집으로 들어가는데.

<광인일기> 페테르부르그의 하급 관리 포프리신은 상관의 딸 소피를 사랑한다. 그런데 어느 날 소피의 강아지가 다른 강아지와 사람의 말로 얘기하는 것을 듣게 되는데.

<초상화> 페테르부르그의 화가 차르트코프는 어느 날 이상한 그림을 손에 넣게 된다. 그 그림은 보는 사람을 악마적으로 만드는 기이한 힘을 지닌 그림이었는데...

(내용 요약)

 

어떤사람들? 무슨 이야기?

 

외투 Шинель

 

아카키 아카키예비치 바쉬마취킨     소심하고 자폐적인 하급 관리. 이 소설의 주인공.

유력한 인사                              권위주의적인 고관. 아카키의 청을 거절하고, 결국 아카키의 유령을 만나게 된다.

 

페테르부르그의 어느 관청에 관리 한 사람이 근무하고 있었다. 그 관리는 결코 잘 생겼다고 할 수는 없는 얼굴을 갖고 있었다. 작달막한 키에, 얽은 곰보 얼굴에, 불그레한 머리칼, 게다가 눈은 근시인데다 대머리였고, 양쪽 뺨은 쭈글쭈글하게 주름져 있어 안색은 치질을 앓고 있는 듯했다. 이 하급 관리의 성은 바쉬마취킨이었는데, 그는 아버지의 이름을 따라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라는 이상한 이름을 갖고 있는, 한 마디로 보잘것없는 사람이었다.

 

물론 관청에서도 그를 존중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수위들은 그가 들어와도 자리에서 일어날 생각은커녕 마치 대합실에 날아다니는 파리를 보듯 거들떠보지도 않았다. 젊은 문관들도 그를 비웃거나 조롱하기가 일쑤였다. 그러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는 그의 눈앞에 아무도 없는 것처럼 문서를 베껴 쓰는 일에만 열중했다. 베껴 쓰는 일만큼은 한 자의 오자도 내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심한 장난을 쳐서 도저히 참을 수 없을 때에도 겨우 왜 나를 못살게 구는 거지? 날 좀 내버려둬요하고 말하는 정도였다. 그 목소리에는 어쩐지 연민을 불러일으키는 데가 있었다.

 

 

외투를 장만하기 위한 금욕생활

그러나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추위는 그의 평온한 삶을 바꿔 놓고 말았다. 아카키의 얇은 외투로는 그 겨울의 지독한 추위를 견뎌낼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그가 입고 있는 외투는 천이 얼마나 닳아빠졌는지 속이 훤히 비칠 정도였고 안감은 너덜너덜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외투라고 부르기보다는 누더기라고 불러야 할 정도였다.

 

아카키는 이 외투를 수선해 입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재봉사의 말을 듣고, 새 외투를 장만하기 위해 결국 엄청난 금욕 생활을 시작해야만 했다. 1백 50루블이나 하는 외투를 마련하기 위해 단돈 1코페이카라도 아끼기로 결정한 것이다. 그의 근검 절약은 눈물겨울 정도였다. 매일 밤마다 차 마시던 것도 그만 두고, 밤에도 촛불을 켜지 않기 위해 꼭 해야 할 일이 있더라도 하숙집 주인 여자의 방에 가서 했다. 신발 뒤축이 닳지 않도록 하기 위해 뒤꿈치를 들고 걸어다닐 정도였다.

 

사실 처음에는 무척 힘이 들었지만, 익숙해지고 나니 그런 대로 견딜 만했다. 나중에는 저녁 식사를 굶는 데도 익숙해졌다. 그리고 그 대신 아카키의 마음 속에는 머잖아 갖게 될 외투에 대한 희망으로 가득 차게 되었던 것이다. 그 희망이 얼마나 강했던지, 그의 삶은 궁핍하면서도 어쩐지 뭔가 풍요로워진 것 같은 느낌이 들었으며, 삶의 반려자가 생긴 듯한 착각까지 들 정도였다.

드디어 아카키가 외투를 장만하는 날이 왔다. 아카키는 재봉사에게서 외투를 받아 온 후 무슨 축제라도 되는 듯 기쁜 마음으로 거리를 걸었다. 정말이지 이 날은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에게 가장 장엄한 축제날이었다. 그는 매우 행복한 기분이 돼 집으로 돌아와 황홀한 눈으로 외투를 바라봤다.

 

뜻밖의 사건

그런데 새 외투를 입은 첫날 밤, 아카키는 과장의 명명일 파티에 참석하고 돌아오는 길에 인적이 드문 거리를 지나게 됐다. 새 외투를 입은 아카키는 새로운 세상을 보는 듯한 느낌으로 거리를 걷고 있었다. 그런데 어두컴컴한 거리에서 문득 아카키 앞에 수염을 기른 강도들이 나타나 벽력 같은 소리를 지르며 말했다. 이건 내 외투야.

 

아카키는 완전히 얼이 빠졌으나, 몇 번 주먹에 맞았다고 생각한 후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이미 외투는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다음 날 아카키는 바로 경찰서장의 집으로 찾아갔으나, 겨우 외투 따위를 찾으려는 아카키의 소원은 경찰서의 권위 앞에서는 하잘 것 없는 것으로 묵살되고 말았다. 사람들은 어느 유력한 인물을 찾아가 진정하는 방법밖에 없다고 충고했다. 아카키는 그렇게 해서 어느 유력한 인물을 찾아간 것이다. 힘겹게 그 유력한 인물을 만난 아카키는 외투를 다시 찾게 해 주십사 하는 청을 있는 힘을 다해 설명했다. 그런데,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그 고관은 아카키의 청이 너무 무례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이렇게 말했다. 자네, 일에는 순서가 있다는 걸 모르나? 여기가 어딘 줄 아나, 응? 그런 것은 먼저 사무과에 신청서를 제출하고 그 진정서가 과장과 국장을 거쳐서 비서관에게 가야 하는 게야. 그러면 그 비서가 검토를 한 후에야 나한테 넘어오는 거야. 자네는 지금 누구하고 얘기하고 있는 줄이나 아나? 내가 누군 줄이나 아냔 말이야, 앙?

 

아카키는 완전히 당황해서 유력한 인물의 방을 빠져나왔다. 정신이 나간 아카키는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조차 기억할 수 없었으며, 결국 심한 열병을 앓게 되었다. 그 열병이 무서울 정도로 아카키를 괴롭혔기 때문에, 결국 불쌍한 아카키는 숨을 거두고 말았다. 페테르부르그의 거리는 아카키라는 인간이 존재하지도 않았던 것처럼 아무런 변화가 없었다.

 

외투를 찾아 헤매는 유령

그러나 아카키 아카키예비치의 이야기가 이것으로 끝난 것은 아니다. 그가 죽은 후, 페테르부르그 거리에는 밤마다 관리의 모습을 한 유령이 나타나 외투를 찾아 헤맨다는 소문이 돌게 된 것이다. 그 유령은 외투 모양을 한 것이라면 닥치는 대로 벗겨간다고 사람들은 말했다.

어느 날 이른바 그 유력한 인물이 마차를 타고 가다가 그 유령을 만나게 됐다. 썩은 시체 냄새를 풍기던 그 유령이 드디어 네놈을 만났구나. 네 외투가 필요해!하고 소리지르는 바람에 완전히 겁에 질린 유력한 인물은 외투를 벗어 던지고 집으로 도망쳐 왔던 것이다. 그 사건 이후로 유령은 더 이상 나타나지 않게 되었지만 사람들은 아직도 페테르부르그에 유령이 배회하고 있다고 수군대고 있다.

 

Нос

이반 야코블레프            페테르부르그의 이발사. 코발료프의 코를 발견한 후 강물에 버린다.

코발료프                     사라진 자기 코를 찾으러 다니는 속물적인 팔등 문관.

코발료프의 코.         고위 관리가 돼 페테르부르그 거리를 활보한다.

 

 

페테르부르그에서 기묘한 사건이 일어났다. 이발사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식사를 위해 테이블에 앉았다.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먼저 빵을 두 조각으로 자르고 나서 빵 속을 가만히 들여다봤다. 놀랍게도 뭔가 하얀 것이 보였던 것이다. 그는 조심스럽게 그것을 칼로 끄집어 내어 만져보았다. 도대체 이게 뭐지? 코가 아닌가! 사람의 코!, 틀림없는 코였다. 게다가 어디서 본 듯한 코였다. 이발사는 대체 어떻게 해서 코가 빵 속에 들어가 있는지, 그것도 전혀 구워지지 않은 채 빵 속에 끼여 있는지 알 수가 없었다. 하는 수 없이 이반 야코블레비치는 코를 조심스럽게 싸서 거리로 나왔다.

 

이발사는 이사키예프스키 다리에 이르러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리고는 물고기가 많은지 보려고 다리 아래를 내려다보는 척하며 난간 위로 몸을 기대고는, 코를 싼 천을 슬쩍 다리 아래로 집어던졌다. 이로써 그는 무거운 짐을 내려놓은 듯했다. 하지만 다리 아래 있던 경찰이 그것을 보고 있었는데, 여기서 이야기는 갑자기 안개 속에 빠져 버린다.

 

빵 속에 끼워진 사람의 코 하나

8등 문관 코발료프는 여느 때처럼 아침에 일어나 천천히 거울을 봤다. 어젯밤 코 위에 돋았던 여드름을 살펴보고 싶었던 것이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의 코가 있던 자리는 아주 평평하게 돼 있지 않은가! 코발료프는 놀라서 눈을 비비고 다시 봤으나 분명히 코는 그 자리에 없었다. 그는 급히 옷을 주워 입고 경찰국장을 찾기 위해 집을 나섰다. 가는 길에 그는 손수건으로 얼굴을 가려야만 했다.

그는 먼저 과자점에 들어가 조심스럽게 거울을 들여다보았다. 이젠 코가 돌아와 있겠거니 하고 생각했지만, 역시 아무것도 없었다. 이런 빌어먹을, 코 대신에 아무거라도 있어야 할 게 아닌가! 그는 소리쳤다. 그는 화가 나서 입술을 깨물며 과자점을 나왔다. 그런데 어느 집 문 앞에서 그는 갑자기 땅에 뿌리라도 박은 듯이 우뚝 멈춰 섰다. 도무지 믿을 수 없는 광경을 목격한 것이다.

 

그의 눈 앞에는 한 신사가 마차에 막 오르고 있었는데, 그 신사는 바로 코발료프의 코였던 것이다. 이 놀라운 광경에 코발료프는 모든 것이 뒤죽박죽 혼돈스러워졌다. 온몸이 열병에라도 걸린 듯 부들부들 떨렸다. 더더욱 놀라운 것은 그 코가 코발료프보다 높은 5등 문관의 제복을 입고 있었던 것이다. 코발료프는 그 코를 따라가 조용히 말했다. 저는 8등 문관에 소령이기 때문에, 코가 없으면 곤란합니다.

코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듯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그런데요? 그게 무슨 말씀이시지요? 글쎄요, 당신이야말로 무슨 말씀을 하시는지......당신은, 제 코란 말입니다. 코는 코발료프를 바라보고 얼굴을 약간 찡그렸다. 당신은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시는군요. 나는 그저 나 자신일 뿐이니까요.

 

5등 문관이 된 코

코발료프는 절망에 빠져 버렸다. 그는 생각 끝에 경찰국장 집으로 달려갔으나, 국장은 자리에 없었다. 다음으로 코발료프가 찾아간 곳은 신문사였다. 신문사에 가서 광고를 낼 참이었던 것이다. 당신 이름은 뭡니까? 신문사 광고국 직원이 물었다. 아니, 이름은 뭐하려고요? 이름은 밝힐 수가 없어요. 난 아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에. 고관 부인들이 당장 알아버릴 수 있으니까, 그건 안 돼요. 그냥, 팔등 문관이라든가, 소령 계급이라고만 쓰시오. 나는 듣도보도 못한 사기를 당했기 때문에 이 사기꾼을 잡아 주는 사람에게 사례하겠다는 광고를 하려는 거요.

그 사기꾼은 당신 하인인가요? 아니, 그놈은, 바로 내 코란 말이요. , 이름이 재미있군요. 그럼 미스터 코씨가 당신 돈을 훔쳐갔군요? 아니, 코라는 건 이름이 아니라, 그건, 바로 내 코란 말이오. 내 진짜 코! 아아, 그런 장난 광고는 낼 수가 없어요.

 

코발료프는 완전히 절망해 버렸다. 그는 경찰국장에게도 찾아가 보았지만, 아무런 뇌물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그만 상담도 못해보고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런데, 집에 돌아온 코발료프에게 이사키예프스키 다리에서 이발사를 보았던 경찰관이 찾아왔다. 그는 어찌된 일인지 코발료프의 코를 가져와 돌려줬다. 코발료프는 기쁨에 겨웠으나 문제가 아직 끝난 것은 아니라는 데 생각이 미쳤다. 코를 제자리에 붙일 수가 없었던 것이다. 코발료프는 의사를 부르고 할 수 있는 모든 일을 했으나 허사였다.

 

그 동안에 코발료프의 코에 관한 소문은 온 도시에 다 퍼져 버리고 말았다. 사람들은 오후 3시만 되면 네프스키거리를 돌아다닌다는 그 코를 보기위해 장사진을 칠 정도였다. 그런데 사건은 다시 여기서 안개 속에 빠져 버린다.

세상에는 황당무계한 일들이 있는 법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 코발료프의 코가 거짓말처럼 다시 제자리에 돌아와 있었던 것이다. 이 이야기는 도대체 불가사의한 데다 어이없을 만큼 이상한 것이어서 작가인 나도 잘 이해하지 못할 지경이다. 하지만 뭔가 생각해 볼 수도 있는 이야기며, 세상에는 이런 일이 없으리란 법도 없는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 Невский Проспект

 

피스카료프          페테르부르그 거리의 화가. 몽상적이며 소심하고 온순한 젊은이.

피로고프 중위      피스카료프의 친구. 허영심 많고 속물적인 장교.

 

어느 날 페테르부르그의 중심가 네프스키 거리를 걷던 화가 피스카료프와 피로고프 중위는 길을 걷던 근사한 두 여자를 만났다. 피로고프 중위가 말했다. 이봐, 저 금발의 여자 정말 멋지지 않나? 아니, 저 머리카락이 짙은 여자의 눈이 정말 아름답군. 그렇게 해서 피로고프 중위와 피스카료프는 각각 다른 여자들을 따라가기로 하고 헤어졌다. 연미복과 망토를 입고 있던 몽상적인 화가 피스카료프는 황홀한 마음으로 여자를 따라갔다. 그는 너무나 순진했기 때문에 다만 천사 같은 그녀의 집을 보고 싶었을 따름이었다. 지나다니는 행인들이 점점 드물어지는 듯했다. 아름다운 여인이 문득 뒤돌아보고 미소를 지은 것처럼 느껴졌고, 피스카료프의 가슴은 곧 터져버릴 것만 같았다.

 

창녀의 집으로 들어간 아름다운 여인

그러나 피스카료프가 아름다운 여인의 뒤를 쫓아간 끝에 닿은 곳은, 아아, 놀랍게도 창녀들의 집이었다. 피스카료프는 그 아름다운 여자가 이런 곳에 살고 있다는 것을 전혀 믿을 수 없었다. 그는 정신없이 그곳을 뛰쳐나와 집으로 달려갔다.

가슴이 터질 듯한 연민의 정을 느끼며 그는 가물거리는 촛불 앞에 앉아 있었다. 그는 꼼짝 않고 앉아 꿈도 아니고 현실도 아닌 몽롱한 상태로 천천히 잠에 빠져들었다. 꿈 속에서 그는 어느새 그녀의 집에 있었다. 멋진 무도회, 그리고 그녀가 그의 곁에 있었다. 저는 이곳이 괴로워요. 당신이 절 싫어하신다는 것도 알고 있어요. 아아, 그럴 리가, 그럴 리가...... 결국 모든 게 꿈이었다. 오, 꿈이었다니. 왜 꿈은 이렇게 허망하게 끝나는가. 현실이란 얼마나 혐오스러운 것인가. 피스카료프는 다시 꿈을 꾸고 싶었다. 그녀를 보고 싶었다. 그래서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청했으나, 그녀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불쌍한 피스카료프는 모든 것을 잊고 다만 꿈 한 가지만을 생각하기 시작했다. 그의 머리는 온통 꿈으로만 가득하여 비통하고 고통스러웠으며, 그는 모든 것을 버리고 방에만 틀어박혔다. 마침내 꿈은 생활이 돼 버렸고, 모든 삶은 이상한 변화로 가득찼다. 그는 아편을 복용하기 시작했으며, 이제 더 이상 현실과 환상을 구분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 그러다가, 피스카료프는 그 아름다운 여자를 그곳에서 구해내기로 결심하게 됐다.

드디어 피스카료프는 꿈이 아니라 실제로 존재하는 그녀를 찾아가 간신히, 결혼하자고 말했다. 물론 그 여자는 커다란 소리로 웃으며 그를 비웃었다. 피스카료프의 절망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그곳을 뛰쳐나왔다. 밤새 헤매다 집으로 돌아온 피스카료프는 문을 잠근 채 다시는 세상에 나오지 않았다. 사람들이 1주일 후 그의 방문을 열었을 때, 거기에는 스스로 목을 매고 숨진 피스카료프의 시신이 있었던 것이다.

 

유부녀에게 접근한 피로고프의 봉변

그러면, 예전에 피스카료프와 헤어져 다른 여자를 따라갔던 피로고프는 어떻게 되었을까? 피로고프는 피스카료프와는 반대로 허영심 많고 건들대는 사내였다. 그가 따라갔던 금발의 여자는 독일인 직공 쉴러의 아내였다. 피로고프가 그 금발의 미인을 따라 어느 집으로 들어갔을 때, 거기에는 술에 만취한 쉴러가 그의 친구인 호프만과 함께 주정을 부리고 있었다. 피로고프 중위는 다음 날 오리라 생각하고 그곳을 떠났다.

 

다음 날 피로고프 중위가 그 쉴러의 일터에 가자, 그 아름다운 금발 미녀가 퉁명스럽게 그를 맞았다. 피로고프 중위는 말의 박차를 박으러 왔다고 둘러대고, 박차가 완성된 다음에는 단검에 보석을 박아달라며 쉴러의 집에 시도때도 없이 드나들기 시작했다.

피로고프 중위는 어느 날 쉴러가 없는 틈을 타 금발 미녀에게 춤을 제의하고, 드디어 그녀에게 키스를 하려고 달려들었다. 그러나 바로 그때 술에 취한 쉴러와 그의 친구들이 들이닥쳤다. 그들은 중위라는 직책을 가진 피로고프를 호되게 다뤄 내쫓았으니, 피로고프의 분노는 극에 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이 모든 사건은 이상하게 끝이 나 버렸다. 피로고프는 고소를 하러 경찰서에 가던 도중에 과자점에 들렀는데, 파이 두 개를 먹고 잡지를 보고 나오자 갑자기 유쾌한 느낌이 들어 고소 따위는 모두 잊고 말았던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라는 것은 이토록 이상한 것이다. 네프스키 거리에서 일어나는 사건들은 아무것도 믿어서는 안 되는 것이다.

 

 

광인일기 Записки Сумашедшего

 

포프리신       마흔 두 살의 빈털터리 하급 관리. 몽상적인 일기를 쓰는 이 소설의 화자.

소피               포프리신이 연모하는 상관의 딸.

 

10월 3일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는 날인데, 가게 앞에서 국장님의 마차를 보았다. 가게에 나온 걸로 봐서, 분명 사랑하는 소피 아가씨가 아버지 마차를 빌려 타고 나온 걸거야. 이렇게 비가 쏟아지는 날 어쩐 일일까 하고 생각하는 동안, 소피 아가씨가 그녀의 강아지 메치를 문 앞에 두고 상점에 들어갔다. 내가 그 이상한 소리를 들은 것은 바로 그때였다.

 

안녕, 메치. 대체 누가 강아지 메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인가 하고 돌아봤더니, 세상에. 그건 즈베르코프의 강아지 피델리였다. 나는, 멍! 멍! 나는, 심한 병에 걸렸어, 피델리. 하고 메치가 말했다. 강아지가 강아지에게 말을 걸다니. 아아, 최근에 나는 아무도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일들을 가끔씩 겪는다.

 

10월 6일

과장이 험악한 얼굴로 말했다. 대체 자네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 얘기나 해 보게. 자넨 벌써 40이 넘은 데다 빈털터리 아닌가. 그런데 국장님 따님을 쫓아다니다니 무슨 짓인가, 응? 아아, 내가 관등이 좀 높았어도 저런 식으로 얘기할까.

 

11월 12일

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즈베르코프의 강아지 피델리를 만나서 소피 아가씨의 강아지 메치와 교환한 편지라도 찾아봐야겠다. 소피 아가씨에 대해서는 뭐든지 알아봐야 한다. 즈베르코프의 집에 들어갔을 때, 바로 그 강아지가 짖으며 내게 달려들었다. 하마터면 코를 물릴 뻔했다. 그런데 그때 강아지의 집을 발견한 나는 나무로 된 개집 속을 뒤져 종이 쪽지들을 한 뭉치 가지고 나왔다. 나는 뛸 듯이 기뻤다.

 

11월 13일

어디, 강아지들이 교환한 편지를 뜯어볼까. 하지만 내용이란 게 전부 개 같을 뿐이다. 어디 쓸 만한 것 없나. 국장님이 무슨 훈장 같은 것을 받으려고 안달이라는 둥 그런 것밖에 없군. 아, 소피 아가씨에 대한 얘기가 있다. 우리 소피 아가씨는 정신이 없어요. 갈색 머리의 시종 무관을 사랑하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그 시종 무관이 찾아오는 날만 되면 나를 안고 기뻐 어쩔 줄을 모르는 걸요. 그 사람은 국장 나리의 서재에 앉아 있는 그 못생긴 문관과는 비교가 안 돼요. 이 빌어먹을 강아지. 소피 아가씨가 시종에게 빠져 있다는 말도 안 되는 얘기에다가, 지금 나를 빈정대고 있잖아.

소피 아가씨는 그 못생긴 문관을 볼 때마다 웃음을 참지 못하는 걸요. 이런 젠장할 녀석이! 이따위 거짓말을 늘어놓다니!

 

12월 3일

이럴 수가. 소피 아가씨가 그 시종과 결혼식을 올릴 것이라니. 말도 안 돼! 그 남자가 시종이라는 이유만으로, 단지 관등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이게 될 법한 일인가!

 

12월 5일

오늘 아침 내내 신문을 읽었다. 스페인에서 아주 이상한 일이 일어났다. 왕위가 비었는데 후계자가 나타나지 않아 곤경에 처했다는 것이다. 나라에 왕이 없다니. 그런 일은 있을 수 없다. 어딘가에 몸을 숨기고 있을 뿐이겠지.

 

2천년 4월 43일

오늘이야말로 위대한 개선의 날이다! 스페인의 왕이 나타났다. 왕을 찾아 낸 것이다. 그 왕은 바로 나다. 다시 말해서, 오늘에야 나는 이것을 알게 된 것이다. 솔직히 말해서, 갑자기 번개처럼 생각이 떠올랐던 것이다. 어떻게 그동안 내가 9등관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내가 스페인의 왕이라는 걸 알면 모두들 놀라나자빠질 것이다.

 

30월 86일 낮과 밤 사이

오늘은 국장 댁에 갔다. 나는 바로 내실로 들어갔다. 소피 아가씨는 거울 앞에 앉아 있다가 나를 보더니 벌떡 일어서 뒷걸음질쳤다. 그러나 나는 그녀에게 내가 스페인의 왕이라는 사실을 말하지는 않았다. 다만, 우리는 결국 하나가 될 것이라고 말해 주었다.

날짜는 기억 안 난다. 몇 월인지도 알 수 없다.

스페인 왕의 옷까지 다 준비해 놓았는데도 사절이 오지 않고 있다. 나는 나를 데리러 올 스페인의 사절을 기다리고 있다.

 

마드리드에서. 2월 30일.

드디어 스페인에 왔다. 사절들은 오늘 아침에 급히 도착하더니 30분만에 나를 이곳으로 데려왔다. 스페인이 이렇게 가깝다니. 그런데 스페인은 이상한 나라다. 사람들은 나를 조그만 방안으로 밀어넣더니, 거기 앉아. 만일 네가 페르디난드 왕이라고 자칭하고 나서면 본때를 보여 줄 테다.라고 말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이런 시련을 참고 이겨갈 생각이다. 하지만 저놈들은 나를 마구 다루지 않는가. 아, 어머니.

 

 

초상화 Портрет

 

차르트코프           테르부르그의 젊은 화가. 물질적 욕망에 몸을 맡긴 끝에 비참하게  죽는다.

고리대금업자        초상화 속의 노인. 악마적인 탐욕의 화신.

 

 

페테르부르그의 가난한 화가 차르트코프는 어느 날 미술상 가게를 지나다가 낡은 초상화 한 점을 사게 됐다. 그것은 광대뼈가 튀어나오고 여위었으며 청동색 얼굴을 한 노인의 초상화였다. 노인의 얼굴에는 힘이 넘치고 있었으며 두 눈은 타는 듯한 데다 기괴한 생기를 내뿜고 있었다. 초상화를 본 사람들이 뒷걸음칠 정도로, 노려보는 듯 무서운 눈이었다.

그림을 사서 돌아온 차르트코프는 노인의 무서운 눈 때문에 꺼림칙한 마음을 떨칠 수 없었다. 그런데 그날 밤, 차르트코프가 침대에 누웠을 때였다. 초상화의 노인이 정말로 살아있는 듯 차르트코프를 똑바로 노려보는 게 아닌가. 그는 심장의 고동이 멎는 듯했다. 그때, 그림 속의 노인은 조금씩 움직이는가 싶더니, 정말로 액자 속에서 걸어나왔다. 그러더니 옷 주름 아래서 엄청난 양의 금화가 담긴 꾸러미들을 꺼냈다. 차르트코프는 공포 속에서도 그 꾸러미 중 외따로 떨어진 것 하나를 꽉 움켜쥐었다. 노인은 나머지 꾸러미들을 집어 다시 액자 속으로 돌아갔다.

 

눈을 뜬 차르트코프는 무서운 꿈이라고 생각했으나, 곧 노인이 두고 간 금화 꾸러미를 발견하고 그것이 단순한 꿈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엄청난 돈을 손에 넣은 차르트코프는 당장 호화로운 방을 구하고 값비싼 화구(畵具)들을 구입했다. 게다가 화가로서 명성을 얻고 싶은 욕심이 생겨, 유명한 신문사 발행인에게 뇌물을 주고 자기 기사를 싣도록 청탁했다.

차르트코프는 곧 유명한 화가가 되었다. 여기저기서 인터뷰를 요청하고, 수많은 귀부인들이 초상화 제작을 의뢰해 왔다. 차르트코프는 실물보다 훨씬 더 예쁘게 그림을 그려줘 온 도시에 명성을 얻은 유행 화가가 됐다. 그의 그림에 어떤 예술적 고상함도, 예술적 감흥도 남지 않게 되었음은 물론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차르트코프는 어느 전시회에서 진정으로 아름답고 숭고한 그림을 보게 됐다. 그는 그 그림 앞에서 한없이 초라한 자신을 느꼈다. 그는 그때부터 명화라는 명화는 몽땅 사들여 광포하게 찢어 버리는 행각을 시작했다. 그는 완전히 절망해 초상화의 노인이 남긴 돈주머니 때문에 자신이 파멸했다는 것을 실감하기 시작했다. 그는 거의 발작적인 상태에서 초상화의 환상만을 보게 되었다. 결국 그는 무서운 고통 속에 숨을 거뒀으며, 그의 막대한 재산은 모두 사라지고 말았다.

 

괴상한 초상화의 내력

그 초상화 그림의 내력이 밝혀진 것은 어느 그림 경매장에서였다. 그 이상한 그림 앞에서 사람들이 뭔가 기분 나쁜 느낌을 받고 있을 때, 한 사내가 그 그림에 대해 설명하기 시작했다.

여러분도 아시다시피, 이곳에는 콜롬나라고 하는 지역이 있습니다만, 그곳에 한 고리대금업자가 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리대금업자에게 돈을 빈 사람은 모두 이상한 운명을 맞는 것이었습니다. 모두가 다 불행한 죽음을 당했다는 것이지요. 그것도 선량한 사람이 갑자기 사악해지고 탐욕스러워진 끝에 처참한 죽음을 맞게 된 사례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제 사람들은 그 고리대금업자를 보면 악마다, 틀림없는 악마다!하고 소리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런데 화가였던 내 아버지 앞에 바로 그 고리대금업자가 나타나 초상화를 의뢰했던 것입니다. 내 아버지는 무척이나 마음이 곧고 선량한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고리대금업자의 초상화를 그리기 시작하면서 무서운 느낌이 들게 되었습니다. 고리대금업자는 그 후 곧 죽었으나, 그 악마의 영혼이 깃든 초상화는 남아 내 아버지는 비참한 죽음을 맞게 되었던 것입니다. 15년 전에 사라진 그 초상화가 바로 저......

사내가 말을 멎고 아까 그 이상한 그림으로 눈을 돌렸다. 그런데 이미 그 초상화는 이미 거기에 없었다. 사람들이 이야기를 듣고 있는 동안에 그 악마의 초상화는 다시 사라진 것이다.  

 

<“페테르부르그 이야기(Петербу ргские повести)”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지음, 글쓴이이장욱교수>

 

저 자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 Николай Василиевич Гоголь(18091852)

러시아의 소설가, 극작가. 자연파 작가로서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로 평가된다.

 

알로프의 눈물

1829년 봄 어느 날, 러시아 페테르부르그의 서점에 한 청년이 나타났다. 미남이라고는 할 수 없는 이 청년은 고수머리에 콧날이 유난히 길어서 윗입술이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그는 알로프라는 무명 작가의 장시 『간츠 큐헬가르텐을 있는 대로 몽땅 사서 서점을 나갔다. 서점 주인은 약간 이상한 사람이라고 생각했으나, 책을 들고 서점을 나가는 그의 얼굴이 너무 어두웠기 때문에 말도 걸어볼 수 없었다. 청년은 여러 서점을 돌면서 사들인 『간츠 큐헬가르텐이라는 제목의 책들을 들고 자신이 묵고 있던 호텔로 돌아왔다. 그리고 활활 타오르는 객실의 난로 속에 사들인 책들을 모두 던져 넣었다. 재가 돼 가는 책들을 바라보는 청년의 얼굴은 거의 울음을 터뜨릴 지경이었는데, 이 청년이 다름아닌 『간츠 큐헬가르텐의 작가였던 것이다.

 

이것은 니콜라이 바실리예비치 고골리의 데뷔 시절 일화다. 고골리가 알로프라는 필명으로 처녀작 간츠 큐헬가르텐을 자비 출판한 것은 1829년, 그가 스무 살 때의 일이다. 그는 이 낭만주의적 장시로 문단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되리라고 생각했으나, 그 기대는 여지없이 무너졌다. 몇몇 잡지는 낭만주의적 치기와 관습적 문장으로 가득한 이 작품을 혹평했으며, 허영심에 들떠 있던 청년 고골리는 마음에 큰 상처를 입고 외국으로 여행을 떠났다.

이 일화는, 후일 뛰어난 문장과 그로테스크한 인간 묘사로 러시아 리얼리즘의 초석을 닦은 것으로 평가받게 되는 고골리의 딜레마를 보여 준다. 왜냐하면, 고골리는 진지하고 열정적인 낭만주의적 개인을 그려내는 것보다는, 화려한 언어의 조탁을 통해 기괴하고 희극적인 인간 군상을 그려내는 데 천부적 자질을 지니고 있었기 때문이다.

 

환상적 민담집으로 비로소 작가가 되다

고골리는 1809년 3월 19일에 우크라이나(소러시아) 폴타바 현의 미르고로드에서 태어났다. 아버지 바실리는 소지주였고 어머니 마리야는 종교적 광신도로 오랫동안 고골리에게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고골리는 평생을 독신으로 살았는데, 어머니에 대한 정신적 의존도가 상당히 높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고골리는 1812년에 네진의 중등학교에 진학한다. 이 시절에 고골리는 연극에 열중했고, 이때의 체험은 후일 『감사관 The Inspector General』 등 유명한 희곡 작품을 쓰는 바탕이 된다. 1828년경 고골리는, 앞서 말했던 낭만주의적 장시 『간츠 큐헬가르텐를 들고 대도시 페테르부르그로 떠난다.

 

간츠 큐헬가르텐이 실패한 이후 약 3개월간 유럽 여행을 다녀온 고골리는, 관청의 하급 관리로 3개월 정도 근무하게 된다. 이 관청 근무 경력은 특히 『페테르부르그 이야기의 단편들에 집중적으로 반영돼 있다.

또한 이 시절에 고골리는 우크라이나의 역사와 민담에 관심을 갖고 지칸카 근교의 야화 Evenings on a Farm near Dikan'ka』에 나오는 몇몇 작품을 완성한다. 연작 형태로 환상적인 민담식 이야기를 모은 이 작품집은 1832년에 정식 출판됐는데, 이 작품이 푸쉬킨의 격찬을 받아 드디어 고골리는 작가로서 인정받는다. 1835년 여러 중·단편을 모은 작품집을 내 호평을 받고, 이 무렵 장편『죽은 혼 Dead Souls』의 집필 계획을 세우게 된다.

 

·비극적 삶을 산 천재적 언어조각가

1836년은 고골리에게 수난의 해였다. 이 해에 고골리는 그의 대표적인 희곡 『감사관을 초연하지만, 보수적이며 권위적인 관료와 평자들에게 혹평을 받게 된다. 고골리는 이런 문학적·정치적 박해에 못 이겨 장기간의 유럽 체류를 결정하고 독일, 스위스 등지로 떠난다.

 

1840년에 러시아로 잠시 귀국한 것을 제외한다면, 고골리는 1847년까지 무려 10여 년 동안 유럽 각지를 떠돈다. 해외 체류 시절에 고골리는 유명한 단편 『외투 The Greatcoat』 등을 쓰며 작품 활동을 계속하는데, 특히 『죽은 혼 1, 2권 집필에 심혈을 기울인다.

그러나 1842~3년에 건강이 악화되면서 고골리는 심각한 정신적 위기를 겪게 된다. 특히 이 시기에는 그때까지 써 놓았던 『죽은 혼 2권을 스스로 불태워 버리고, 과거 자신의 작품들이 얻어낸 문학적 성취를 전면적으로 부정하게 된다. 그는 하루가 다르게 종교적 신비주의에 경도되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지난 날 자신의 작품이 보여 준 기괴하고 희극적인 세계를 부인하게 된 것이다.

우울증과 종교적 광신 사이를 오가던 이 시절, 고골리는 『친구들과의 왕복 서한 Selected Passages from a Correspondence with Friends』이라는 산문집을 출간한다. 이 산문집은 고골리가 친구들에게 보낸 편지들과 이 책을 위해 새로 쓴 서간체 에세이를 모은 것으로, 러시아의 종교적 구원을 위한 사회적·도덕적 각성을 촉구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고골리는 이 책에 드러난 종교적 경도로 다시 평론가들의 혹평을 받게 되자 더욱 절망한다.

 

고골리는 죽은 혼 2권 집필에 매달리지만, 1852년에 지금까지 쓴 2권의 원고를 다시 불태운다. 스스로 『죽은 혼2권의 미학적 성취에 불만을 느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2차 소각을 끝으로 고골리의 문학은 종말을 고하고, 『죽은 혼 2권은 결국 완성되지 못한다. 왜냐 하면, 원고를 불태운 그 해 2월초부터 광기 어린 단식에 들어간 고골리는, 결국 1852년 2월 21일,아침에 죽음을 맞게 됐기 때문이다.

 

더재미있게읽기위하여

외투, , 네프스키 거리, 광인일기, 초상화 등 여기에 실린 다섯 편의 단편들은 흔히 페테르부르그 이야기라는 하나의 작품군으로 불린다. 그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물론 이 다섯 편이 모두 페테르부르그라는 동일한 공간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들이라는 점이다. 페테르부르그는 이른바 유럽으로 난 창이라는 별명을 얻을 정도로, 유럽과의 물리적, 정신적 교역 창구를 담당하는 러시아의 대표적 도시다. 17세기에 표트르 대제가 북방의 습지 위에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이 음울한 도시는, 말하자면 러시아의 근대화를 표상하는 도시다. 이 도시를 배경으로 한 고골리의 단편들은 그 근대적 도시로서의 페테르부르그를 희화화하고, 나아가 도시 공간 전체에 전근대적인 환상을 부여하고 있다. 그것은 페테르부르그로 대변되는 근대적 세계에 대한 고골리의 본능적인 거부 반응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들은 같은 공간적 배경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고골 단편 미학의 특징적 요소들을 공유하고 있는 걸작들이라는 점에서도 공통점을 지닌다. 우선 다섯 편의 이야기가 사실주의적으로 현실을 묘사하면서도, 지극히 환상적이며 비현실적이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외투에 나타나는 유령, 「초상화의 초현실적인 사건, 그리고 「네프스키 거리광인일기의 정신 착란 모티프 등은, 실제로 존재하는 세계의 풍경을 재현하지 않는다. 그것들은 실제 세계의 이면을 들여다보기 위해 비현실적이거나 초현실적인 모티프를 즐겨 차용하는 고골리 특유의 세계를 구성한다. 이러한 환상적인 세계는 물론 호프만 등 유럽 낭만주의의 영향이나 우크라이나 민담의 영향도 관련이 있지만, 고골리의 기괴하고 독창적인 상상력의 산물이라고 말할 수 있다.

이 단편들은 또한 서사와 테마의 유사성도 지니고 있다. 다섯 편의 작품들은 모두 인과론적이며 일상적인 스토리 전개 양식을 취하지 않는다. 「에 나타난 것처럼, 이야기의 인과성은 여기서 모든 것은 안개에 싸여 버렸다 식의 반(反) 서사적인 구성에 의해 파괴된다. 원인과 결과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전통적인 소설의 구성 방식을 무시한 것이다. 「광인일기에서는 아예 정신 착란에 빠진 주인공이 화자가 됨으로써, 독자들은 지극히 혼란스러운 주인공의 세계와 직접적으로 대면하게 된다.

 

이렇게 기이한 이야기 전개는, 고골이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상식적인 세계의 뒷면, 혹은 정상적이라고 생각되는 세계의 보이지 않는 진실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페테르부르그네프스키 거리에 나오는 것처럼 도무지 아무것도 믿을 수 없는 세계이며, 환상적이고 편집증적이며 권위주의로 가득한 세상에 의해 끊임없이 파멸에 직면하게 되는 인간들의 세계다.

물론 고골리의 페테르부르그는 일종의 제유(부분으로 전체를 보여 주는 비유법)로서, 보편적인 인간세계의 공간을 모두 포괄하는 도시다. 결국 19세기의 고골리뿐 아니라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이상한 세계는 상식적이고 논리적인 세계가 아니라, 어이없는 비논리성(alogism)과 부조리(absurdity)의 세계다.

 

테마의 측면에서 가장 두드러진 것은 인간의 속물성과 탐욕이다. 「초상화의 악마는 그 자체가 인간의 물질적 욕망, 혹은 악마적 탐욕에 대한 은유가 된다. 「의 환상적 사건은 코발료프의 속물적인 인간성을 여실히 드러내는 기제며, 그의 속물성은 「네프스키 거리의 피로고프 중위나 광인일기의 포프리신, 「외투유력한 인사 등에 공통적으로 드러난다.

그러나 이 속물성(philistinism)이 단순히 도덕적이며 인간적인 결함을 지시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어떤 창조성도 결여한 채 그 사회의 가장 저열한 정신만을 모방하고 있는 자의 속성이다. 권력욕이나 돈에 대한 탐욕에는 어떠한 인간적 자각도 독자적 개성도 내재하지 않는다. 왜냐 하면 그러한 유형의 인간들은 그네들이 속한 사회가 찍어내는 욕망의 붕어빵 같은 것이기 때문이다. 고골리의 『페테르부르그 이야기가 보여 주는 환상과 그로테스크(기괴함)는, 이렇게 비현실적인 현실, 전혀 정상적이지 못한 세계를 보여 주는 효과적인 방식이다.

 

고골리의생애와작품

1809 우크라이나 폴타바 현 미르고로드 군 소로친츠이 읍에서 6남매 중 장남으

로 출생

1821 네진의 중등학교에 입학. 특히 연극에 몰두하면서 소년 시절을 보냈다.

1825 아버지 바실리 고골리 사망

1828 네진을 떠나 페테르부르그로 이주, 관리직에 응시했으나 실패

1829간츠 큐헬가르텐을 자비 출판하지만 평론가들에게 혹평을 받고 잠시

독일을 여행했다.

1830 3개월간 일하던 하급 관리직을 그만두고 야간 미술학교에 2개월간 다녔다.

1831 여학교 역사 교사로 부임

1832 우크라이나 민담에 근거한 환상적 이야기지칸카 근교의 야화 출간

1834 페테르부르그대학 역사 교수로 잠시 재직이 시기에 네프스키 거리, 광인일기, 초상화 등 발표

1835대장 불리바, 비이, 옛 기질의 지주등이 포함된 미르고로드출간

1836 대표적 희곡 감사관 발표 및 첫 상연

보수파의 공격을 받고 유럽으로 떠나 기나긴 유럽 체류를 시작했다.

단편 발표

1837 푸쉬킨의 사망 소식을 듣고 충격을 받았다.

1840죽은 혼의 초고 낭독, 이후 다섯 번에 걸쳐 수정

단편 외투 집필

1842죽은 혼 1권 출간

1843죽은 혼 2권 집필 시작 , 네프스키 거리, 초상화, 외투, 광인일기 등 이른바 페테르부르그 이야기가 포함된 작품집 발간

1844 악화된 건강과 정신적 고뇌로 심각한 위기가 시작됐다.

1845 이때까지 집필한 죽은 혼 2권을 소각

1847친구들과의 왕복서한 출간

1848 12년의 외유를 마치고 영구 귀국,『죽은 혼2권 집필에 다시 착수

1852죽은 혼 2권을 다시 불태우고, 단식 끝에 2월 21일 사망

                                                                      <몽상가님 블로그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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