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성들이 태평성대를 누리고, 권력투쟁 없이 정치가 안정되어 평온한 시절을 일컬어 요순임금시대라 하였다.
그 당시 사회는 보잘것 없이 아주 초라하지 않았는가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다.
이참에 史記에 기록된 까마득한 옛날로 거슬러 올라가 그때의 정치사회상을 진단한 장자의 말을 한번 들어보자.
요임금이 천하를 다스릴 때 세상 사람들을 기쁘게 하고 본성을 즐겁게 해주었지만 편안하게는 못했고,
걸왕은 사람들을 지치게 하고 본성을 괴롭혔다.
요임금과 순임금이 임금의 仁義를 실행하기위해 자기의 건강을 해쳐가며 제도를 만들고 다리 살이 깎이고 정강이
털이 닳도록 백성들을 돌보았지만 한계도 있었다.
이에 요임금은 책임자를 엄중히 문책하며 유배까지 보내기도 하였는데... 요,순,때 仁義 정치를 하다가
하,은,주 시대 삼왕(우,탕,문무) 때에 이르러 사람들의 마음을 묶으며 구별이 더 심해져 그 당시 지식인들
(유가,묵가)이 들고 일어나며 온 세상이 시끄러웠다.
백성들은 한쪽에서는 기뻐하고 또 한쪽에서는 노여워서 의심하고, 어리석은 자와 현명한자가 서로 속이며,
좋다 나쁘다 서로 비난하고, 거짓이다 사실이다 서로 헐뜯어 세상이 차츰 쇠잔해 지고 말았다.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고 인간의 독단적인 지혜가 판을 치며 사람들의 자유를 속박하는 획일적인 사상을 장자는
혐오하였다.
그는 타인의 지혜(人智)를 배격하고 무위를 존중하였다. 덕이 아니면서 편하지도 않고 즐겁지 못한 것은 오래가는
세상은 없는 법이다 라고 하였다. 그러면 어떻게 다스리자는 것인가.
그는 천하를 있는 그대로 둔다는 말은 들어도 다스린다는 말 자체가 안 맞다 고 하였다
(聞在宥天下. 不聞治天下也). 본성을 망치지 않고 덕을 바꾸지 않는다면 새삼 무엇 때문에 천하를 다스리겠는가라고
반문한다. 억망진창 무정부 상태로 놔두자는 얘기는 아니다. 온 천하가 그 본래의 자연스런 상태에 머물러 있다면
여덟 가지(명,총,인,의,예,낙,성,지) 있을 필요가 없다고 하였다.
이것들이 꽁꽁 묶여서 뒤엉긴 채 세상을 어지럽히고 사람들은 그것을 존중하고 그리워한다고 하였다.
이 여덟 가지 예를 들어보자 “눈 밝은 것을 기뻐한다면 아름다운 색채에 혹하게 되고(說明邪 是淫於色也),
귀 밝은 것을 기뻐한다면 음악에 마음이 사로잡히게 되며 (說聰邪 是淫於聲也), 仁을 기뻐한다면
덕에 정신이 어지럽혀지고(說仁邪 是亂於德也), 義를 기뻐한다면 도리에 어그러지게 된다
(說義邪 是索於理也). 禮를 기뻐한다면 인위적인 기술을 조장하게 되고 (說禮邪 是相於技也),
樂을 기뻐한다면 지나친 탐닉을 북돋우게 되며(說樂邪 是相於淫也), 聖人을 기뻐한다면 속된
학문을 권장하게 되고(說聖邪 是相於藝也), 知慧를 기뻐한다면 是非의 상처를 더욱 크게 벌려놓게
된다(說知邪 是相於疵也)”라는 의미이다.
그의 제자 최구가 “천하를 다스리지 않는다면 어떻게 사람들의 마음이 좋아 지겠습니까”물으니
그는 “공연히 사람의 마음을 묶지 않도록 삼가게. 사람의 마음을 억누르면 가라앉고 치켜 올리면
올라가는데, 오르락내리락하다가 쇠잔해지게 마련이네. 부드러움으로 굳센 것을 유연하게 만들고
날카로운 것으로 파고 새겨 상처를 내지. 또 뜨거워지면 불길같이 타오르고, 차가워지면 얼음처럼
꽁꽁 뭉친다네...!”
하은주 3대 이후로 위정자는 떠들썩하게 상을 주고 벌을 주었지만 사람들이 자연스런 상태에서 편히
머물지 못했다...........!
자연의 도리에 어긋나고 인간의 독단적인 지혜 따위가 판을 치며 사람들의 자유를 속박하는 획일적인
사회에 대해 장자의 말이 주는 교훈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인간이 가진 교만과 아집을 억제하고
無爲를 지향하는 자세야말로 우리를 진정한 자유로 이끌 수 있음을 생각하게 한다.
장자가 정확히 몇 년에 태어나서 죽었는가에 대해서는 정설이 없다. 다만 그가 양梁나라 혜왕惠王, 제齊나라 선왕宣王 같은
시대의 사람이라는『사기』의 기록과 위魏나라의 재상이자 유명한 사상가였던 혜시惠施와 교우 관계를 맺었다는 사실 등
으로 보아 B.C 355년경에 태어나서 B.C 275년경에 죽었을 것으로 추정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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