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진정으로 고마워해야 하는 것!

[중산] 2025. 5. 5. 06:08

 

울주군 진하 솔개해수욕장

 

 

부부란?

 

‘부부’란, 인생이라는 배움터에서 만난 서로에게

가장 큰 스승이다.

이 스승의 가르침을 잘 받으면

행복하고 성공적인 인생을 살 것이고,

가르침을 잘 받지 못하면

고통에 빠지고 인생의 실패자가 될 것이다.

 

부부 사이가 나빠지는 가장 큰 원인은

서로를 인정해 주지 않는다는 것에 있다.

행복하게 잘 사는 부부를 보면 인정해 준다.

 

자기가 볼 때

좋다고 생각되는 면이나 나쁘다고 생각하는 면이나

모두 나와 다르다는 생각 하에 받아들여 주는 것이

상대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가장 바람직한 부부는 배우자의 모습을 볼 때

마음속에 불쾌한 반응이 일어나면 알아차려서

그 모습이 자기 안에도 있음을 인식해야 한다.

그렇게 인식하다 보면

자기도 모르는 자신의 안 좋은 모습이 고쳐지면서

인격이 더 고매한 인간으로 의식 수준이 향상되는 것이다.

 

그렇게 평생 나를 가르치니

배우자는 나의 스승인 것이다.

누가 나를 위해 평생 동안 헌신하며 가르쳐 줄 것인가?

진정으로 고마워해야 하는 것이 부부다.

 

<‘삶을 춤추게 하라’에서 일부 요약 발췌, 혜라 지음, 대원사출판> * 혜라 : 자운선가 과학명상센터에서 수행자들에게 강의한 내용을 유튜브와 홈페이지 ‘혜라님의 토크’방에 올려 함께 공유한 것들이다. 그간 많은 수행자들과 나누었던 글을 더 많은 사람들과 나누고자 책으로 엮었다. 자운선가 과학명상센터 고운원에서 혜라(暳羅)

 

간절곶 앞바다

 

 

일을 마치고 늦은 밤 귀가하면 식구들은 잠들고 집은 난장판이 되어 있곤 했다. 남편과 아이들이 벗은 양말은 발아래 낙엽처럼 채였다. TV는 저 혼자 무심하게 떠들고 있었다.

 

무엇부터 해야 할지 몰라 아무것도 손댈 수가 없을 때면, 나는 책꽂이 앞으로 가서 주저앉았다. 손에 잡히는 시집을 빼서 시를 읽었다.

 

정신의 우물가에 앉아 한 30분씩 시를 읽으면서 시간을 보냈다. 왜 그랬을까. 나는 기계적으로 일하는 노예가 아니라 사유하는 인간임을 느끼고 싶었는지도 모르겠다.

 

시를 읽으면서 나는 나를 연민하고 생을 회의했다. 생이 가하는 폭력과 혼란에 질서를 부여하는 시. 고통스러운 감정은 정확하게 묘사하는 순간 멈춘다고 했던가. 마치 혈관주사처럼 피로 직진하는 시 덕분에 기력을 챙겼다.

 

꿈같은 피안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남루한 현실을 직시하는 것만으로도 이상하게 힘이 났다. 시가 주는 묘한 해방감의 정체가 무엇인지는 몰랐다.

 

그런데 얼마 전 친구가 소설에서 봤다며 ‘조선조 사대부 여인에게는 시가 짓기를 금했다’는 얘기를 들려줬다. 그 책 내용은 다음과 같다.

 

결혼은 항상 숙명과 같은 엄숙한 얼굴로 가시울타리를 치고 있다.

아내는 그 울타리 안에서 순치된 가축처럼 고분고분 살아갈 뿐이다.

이것이 남권 사회의 순리다. 가장 무난한 방도는 회의하지 않는 일이다.

남권 사회에 있어서 여인의 회의는 독약과 같다.

조선조 사대부 여인들에게 시가 짓기를 금한 것은 이 때문일 것이다.

문학에 눈뜨는 것은 회의에 눈뜨는 일이 아닌가.

 

-이영희의 소설<달아 높이곰 돋아사>1권에서.

 

 

문학에 눈뜨는 일은 회의에 눈뜨는 일이고, 회의에 눈뜨는 일은 존재에 눈뜨는 일이었다. 시를 읽는 동안 나 역시 생각에서 생각으로 돌아눕고 곱씹고 뒤척이기를 반복했다. 흔한 기대처럼 시는 삶을 위로하지도 치유하지도 않는다.

 

백석 시인이 노래했듯이 “내 슬픔이며 어리석음이며를 소처럼 연하여 쌔김질”할 뿐이다. 시는 일이 만족스러운 사람은 굳이 삶을 탐구하지 않을 것이다. 시가 내게 알려 준 것도 삶의 치유 불가능성이다.

 

니체가 말했듯 “상투어로 자신을 위로하는 끔찍한 재능”만으로는 감당할 수 없는 삶의 바닥까지 시는 깊게 내려간다. 

 

시를 통해 나는 고통과 폐허의 자리를 정면으로 응시하는 법을, 고통과의 연결 고리를 간직하는 법을 배웠다. 일명 진실과의 대면 작업이다.

 

어디가 아픈지를 정확히 알아도 한결 수월한 게 삶이라는 것을, 내일의 불확실한 희망보다 오늘의 확실한 절망을 믿는 게 낫다는 것을 귀띔해 줬다.

 

“인간은 자기가 어떻게 절망에 도달하게 되었는지를 알면 그 절망 속에 살아 갈 수 있다”는 벤야민의 말을 나는 시를 통해 이해했다.

 

<‘올드걸의 시집’에서 극히 일부 요약 발췌, 은유 첫 산문, 서해문집출판> * 은유 : 산문, 인터뷰 등 논픽션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산문집<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다가오는 말들>, 인터뷰집<폭력과 존엄 사이>,<출판하는 마음>,<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글쓰기 에세이 <쓰기의 말들>,<글쓰기의 최전선>이 있다. <한겨레>와 <경향신문>에 칼럼을 연재 중이다.

 

울주군 서생면 나사리 해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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