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편집디자인을 하고 있습니다.
신입 때는 없는 실력에 발품도 팔고,
아이디어 스케치로 수 날을 밤새우며
멋진 디자이너를 꿈꿨습니다.
회사에서 야근을 강요하지는 않습니다.
다만 디자이너로서 시야를 넓히기 위해
수많은 디자인자료를 봐야했고,
끝없이 아이디어 스케치를 해야 했습니다.
퇴근 후에도 출근 중에도 디자인은 일상이 되어
제 삶의 전부가 됐습니다.
그렇게 경력이 쌓일수록 끼니를 거르기 일쑤,
퇴근시간이 언제인지도 모르는 철야의 일상이 7년쯤 되었을까?
저는 난소에 물혹이 생겨 복강경수술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10년의 경력이 채워질 때까지
총 4번의 복강경수술을 하게 됐습니다.
정말 죽고 싶었습니다.
이 모든 것이 불규칙한 생활과 영양부족으로
몸의 면역력이 떨어져 생긴 결과라 들었습니다.
4번의 대수술을 거친 후,
1달간은 집 밖에 나가지도 않았습니다.
밀린 잠을 자고,
디자인 서적을 놓아버린 채 거들떠보지 않았습니다.
서른 셋...뭐 많지도 적지도 않은 나이.
이젠 좀 정상적인(?) 다른 직업을 가져볼까
고민하던 차에 고모부를 만났습니다.
참고로 우리 고모부는 유명한 과학자(?)이십니다.
완전 백발 머리를 하고 계신 고모부님의
샘솟는 정보들과 이야깃거리는
그저 놀라울 따름이었습니다.
"고모부, 정말 대단하세요!
어떻게 이 많은 정보들과 자료들을 다 기억하세요?
고모부의 대답은 간단했습니다.
"training"
그것은 바로 "스스로를 괴롭히는 일" 이라고
말씀하셨습니다.
편해지려고 안주하는 순간 자신은 도태되어 간다고,
더 이상의 발전은 이룰 수 없다며,
지금도 열심히 스스로를 트레이닝 시키고 있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제 스스로 있지도 않은 벽을 만들어
가둬두려 했던 거 같습니다.
좋은 습관, 올바른 자세만이 해답이란 것을 깨달았습니다.
참 오랜만에 가슴 뛰는 순간이었습니다.
벌써 9월입니다.
실업급여 믿고 야금야금 놀고 있었는데
저 다시 복귀해야겠죠?
아프다고 남 탓하지 말고,
귀찮다고 택시타지 말고,
잘 챙겨먹고,
더 열심히 걸으며 제 실력을 발전시켜 나가야겠습니다.
- 김세연 (새벽편지 가족) -
<버들분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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