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심은 잊어야 한다
‘초심을 잊지 말라’는 격언이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 말에 주눅이 들곤 한다. ‘언제부턴가 내가 초심을 잃어 버렸군.’ 그런 생각이 들 때, 굳게 결심했던 이전의 자신을 되돌아보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 실망을 하게 된다. 모 대학 3학년생이 카운슬링 센터를 찾아왔다. 그는 신입생 시절 대학공부는 몰론 어학공부도 열심히 해서 유학을 간 다음 장래에 국제화 시대에 걸맞은 외교관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었다. 하지만 가입한 동아리 활동에 푹 빠져 학생의 본분인 공부는 등한시하게 되었고, 현재 즐거운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지만 과연 이대로 좋은건지 고민하고 있는 중이었다. 신입생 시절에는 지금과 다른 학창시절을 보낼 예정이었다고 말하는 것이었다.
또 직장인 B씨는 오랜만에 동창회에 참석했다가 다른 친구들이 열정적으로 사는 모습에 충격을 받았다. 신입사원 시절의 열정과 패기를 잊어버리고 살아온 자신이 너무나 형편없다고 느껴진 것이다. 우리는 가끔 ‘이게 아닌데’라고 생각하게 된다. 누구나 뭔가에 대해 ‘이럴 생각이 아니었는데’라고 생각한 적이 있을 것이다. 그 한편에는 ‘초심을 잊어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내포돼 있는 듯하다.
초심을 잊지 않는 것이 당연한 미덕처럼 여겨지는 건 물론이고 그런 사람을 보면 무조건 존경심을 갖게 된다. 또한 우리는 초심을 잊지 않는 자신을 발견하고 ‘나는 변하지 않았다’고 몰래 안심하기도 한다. 혹은 안심하기 위해 초심을 잊지 않은 자신을 찾아내려고 하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그런 자신을 찾아내지 못하게 되면 심한 자괴감에 빠지게 된다.
그런 사람에게 나는 다음과 같이 말해주고 싶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초심을 잃어버립니다. 원래 잊는 게 당연합니다. 잊지 않는 게 훌륭한 것일지는 모르지만 꼭 그렇게 훌륭한 사람이 될 필요가 있을까요? 게다가 사람들은 시간 혹은 자신의 주변 환경과 함께 변해가는 것입니다. 몇 년이 지나면 당시에 생각했던 자신과 완전히 다른 모습일 수도 있습니다. 초심을 절대 잊지 않는 사람은 어떤 의미에서 경직된 인생을 살고 있다고 할 수 있고, 그렇게 생각해 보면 그다지 훌륭하다고 여겨지지 않네요.”
‘지금 상태로는 안 돼’라고 생각하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 초심을 다시 찾는 게 좋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처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은 나이나 주변 상황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결국 지금 자신의 모습에서 더 세련된 미래의 자신을 지향하는 게 좋지 않을까?
Key point -
초심으로 돌아가는 것이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나이나 주변 상황에 따라 처음의 당신과 지금의 당신, 앞으로의 당신은 끊임없이 변화할 것이기 때문이다.
<“마음의 일요일”에서 일부 요약 발췌, 스가노 타이조 외 지음, 큰나무>
▣ 저자 스가노 타이조
1953년 동경 출생으로 각슈잉(學習院) 대학 문학부를 졸업(심리학)하고, 각슈잉(學習院) 대학 학생상담실을 거쳐 요요기의 모리(森) 진료실 카운슬러, 동경 카운슬링 센터 소장이다. 편저로 『마음의 일요일 2』, 『마음의 일요일 3』,『마음의 일요일 4』이 있고, 저서로 『마음의 스케치북』, 『심리 워칭』, 『마음의 시간입니다』 등이 있다.
<섬쑥부쟁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