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평함도 죄?
중견 회사원 P 씨는 최근 들어 집에 들어가는 것이 고통이다. 집에 돌아가면 부인과 노모 사이의 심리적 갈등 중간에 ‘낀’ 상태가 돼버리기 때문이다. 전철에서 내려 집이 가까워질수록 위가 점점 아파져 오기 시작한다. “시골에서 혼자 살고 계신 노모를 모시기로 했을 때 아내는 흔쾌히 동의해 주었습니다. 저는 일 때문에 집에 있는 시간이 적어 아내에게 더욱 서비스를 잘해줬고 부부 사이도 원만했습니다. 그래서 아내도 제 부탁을 흔쾌히 받아들였다고 생각합니다. 헌데 실제로 동거해보니…….” “아내는 어머니를 성심껏 모셨습니다. 어머니도 기뻐했고요. 그런데 경기 불황으로 제 퇴근 시간이 빨라지면서 문제가 시작됐습니다.”
P 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P 씨가 일찍 귀가하면서 어머니는 아들 주변을 맴돌게 되었다. 어머니에게는 아들 P 씨의 나이가 몇 살이건 간에 자신이 배 아파서 난 ‘내 새끼’였던 것이다. P 씨도 어머니 곁에서 보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그러는 사이 부인의 심기가 점점 불편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아내가 화를 내기 시작했습니다. 자기와 아이를 위해 시간을 낸 적이 있냐고요. 효도도 좋지만 어머니 곁에서 맴도는 건 그만두라고 소리치는 겁니다. 하지만 제 입장에서 늙은 노모를 냉정하게 뿌리칠 수가 없어서…….”
P 씨는 부인의 마음을 풀어주려고 비상금을 털어 반지를 샀다. 그리고 어머니가 마음에 걸린 P 씨는 브로치도 샀다. 가격은 물론 반지가 훨씬 비쌌다. 그럼에도 동시에 선물을 건네자 어머니는 크게 기뻐했지만 아내는 의외로 별로 기뻐하지 않는 눈치였다. “제게는 어머니나 아내 똑같이 소중합니다. 양쪽 다 마음을 쓰고 있습니다. 그런데 아내는 그게 마음에 들지 않아서…….” “훨씬 더 싼 반지라도 부인에게만 살며시 선물하는 게 좋았을 겁니다. 부인은 자신을 남편 분이 소중하게 여기고 있다는 심리적 증거를 원했던 겁니다. 어머님과 동격의 대접을 받는 건 아무리 소중하게 여긴다고 해도 만족할 수 없을 겁니다. 자신이 최우선이라는 자신감이 있어야 어머님을 성심으로 모실 수 있는 겁니다.” “그렇다면 제가 공평하려고 했던 것이 잘못이군요. 이제야 아내의 마음을 알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앞으로는 행동에 조심을 해야겠어요. 모든 게 ‘불황’ 탓이니까요.” P 씨는 빙긋이 웃고 돌아갔다.
Key point -
삶을 산다는 것은 만남의 연속이고, 만남은 관계의 연속이다. 내가 아무리 공평하게 해도 틈은 생겨나기 마련이며, 인간관계의 갈등에서 탈출해야 한다.
<“마음의 일요일”에서 일부 요약 발췌, 스가노 타이조 외 지음, 큰나무>
<사마귀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