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서 자료

인생의 무게!

[중산] 2010. 11. 17. 17:26

어느 가족의 이야기다. 장남은 어릴 대부터 다른 가족들이 다 놀 때 혼자서만 일했다. 어른이 된 후에도 가족들은 장남의 근면함에 기대어 살았다. 가족들에게 돈이 떨어지면 장남이 돈을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정작 장남이 병에 걸렸을 때는 아무도 보살펴주지 않았다. 어머니는 여러 가족과 합세해 장남의 아내를 비난했다. 그러면서도 가족들은 장남에게 돈을 뜯어낼 때마다 가족의 유대니 사랑이니 부르짖으며 당연하다는 듯 가져갔다. 그들은 가족이 유대가 견고한 것이 가장 아름다운 삶이 방식이라고 부르짖었다.

 

 

그렇게 부르짖어야 장남에게서 돈을 뜯어낼 수 있기 때문이다. 가족 간의 유대가 소중하다고 부르짖으면 장남에게 돈을 뜯어낼 때도 불편하지 않다. 부모가 병들어 입원해도 간병은 당연히 장남 가족의 의무라며 떠넘겼다. 장남 부부는 성실하게 일하는 사람들이었다. 그 착한 심성을 하늘에서 떨어지는 비처럼 당연하게 여기고 병든 부모 부양까지 떠넘겼다. 게다가 다른 형제들은 부모에게 그저 좋은 표정만 지을 뿐이었다. 그리고 부모는 그런 자식의 행동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자식 말에 속아 넘어갔다. 장남 이외의 다른 가족들은 실질적인 공양은 장남에게 떠넘기고 입으로만 그럴듯한 말을 늘어놓았다. 그런데도 부모는 다른 자식들에게 고마워했다. 부모의 그런 태도를 본 장남은 배신당한 기분이 들었지만 그래도 부양은 계속한다. 외롭기 때문에 그런 거짓된 유대라도 끊어내지 못하는 것이다.

 

 

결국 탈진해 죽어간 장남이 역시 오빠밖에 없어라고 부채질하는 소리에 기뻐하지 않았다면 그런 비극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거짓 칭찬에 휘둘리다 보니 그는 자기 자식 보살피는 일은 소홀히 한 채 죽고 말았다. 그는 자기 조카들에게도 경제적 지원을 했지만, 그가 죽었을 때 장남의 자식들을 보살펴주는 사람은 단 한 사람도 없었다.

 

 

가족들이 가족의 유대를 부르짖는 것은 돈을 얻어내기 위해서였다. 그럼에도 그런 말에 휘둘리는 것은 애정결핍증이 심한 삶의 모습이다. 사랑받으며 자란 사람은 상대의 행동을 본다. 그럴듯한 말은 믿지 않는다.

 

 

나는 오모리 겐이치의 우울증 환자와 분위기라는 논문을 매우 흥미롭게 읽었다. 우울증 환자는 주위의 것들이 자기 중심으로 돌아가는 분위기를 원한다고 한다. 내가 설명하는 자기소멸형 신경증 환자도 그런 소망에 사로잡혀 있는 사람이다. 이 중심 분위기는 동시에 자기 유용성 분위기와도, 또한 타자로부터 듣는 칭찬 분위기와도 연결되어 있다.

 

 

우울증 환자는 그런 분위기 속에서 호조를 보인다고 한다. 그런 분위기를 자기소멸형 신경증 환자 역시 원하기 때문에 약삭빠른 사람들에게 이용당하고 마는 것이다. 진정한 경쟁 상대로 여기지도 않고 존경하지도 않기 때문에 중심에 내세울 수 있다는 걸 알아채지 못한다. 질투도 시샘도 느껴지지 않는 대상이기 때문에 중심에 내세우는 것임을 알지 못한다.

 

 

중심에 앉혀진 것은 바보 취급을 받았다는 뜻이다. 진정으로 존경받아서 중심에 섰다면 상관없다. 그러나 앞서 설명한 장남 같은 사람은 바보 취급 취급받으면서 중심 역할을 강요받은 셈이다. 정말로 존경스런 대상이라면 권리도 함께 따라오기 마련이다. 그러나 바보 취급을 받으며 중심 역할을 강요당했기 때문에 그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의무와 책임뿐이었다.

 

 

사명감에서 중심 역할을 떠맡는 건 좋지만, 칭찬을 바라고 중심 역할을 떠맡는 사람은 비극을 초래한다. 이런 중심적인 분위기를 원하는 것은 분명 우울증 환자뿐만 아니라 사랑을 모르는 사람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그들은 인생을 즐기는 방법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자기가 그 집단의 중심처럼 느끼는 분위기는 애정 결핍의 사람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분위기일 것이다.

 

 

 

시켜서 했다가 아니라 스스로 했다고 받아들인다

자기가 먼저 적극적으로 손을 써서 문제를 해결한 사람은 인간관계에서도 자신감을 가질 수 있다. 그러나 수동적인 자세로 남이 해결하게 만든 사람은 당시의 문제는 해결될지 몰라도 또다시 다른 인간관계에서 문제를 일으킨다.

 

 

그런 상황이 반복되다 보면 점점 상황 대처능력은 약해지고 계속 상대방에게 기대게 된다. 상대가 해결해 주지 않으면 상대를 원망한다. 그렇기 때문에 아무리 시간이 흘러도 인간관계에 자신감을 갖지 못한다. 그들의 특징은 수동적이다. 그 수동적인 태도는 시간이 지나도 그 사람에게 자신감을 가져다주지 않는다. 수동적인 태도란 사랑을 베풀기보다는 사랑을 원하는 태도다. 모두에게 사랑받고 싶다는 소망에서 생겨나는 것이 수동적인 태도다. 수동적인 태도는 애정결핍증을 드러내는 것이다. 따라서 수동적인 태도는 좀처럼 고쳐지지 않는다. 사랑받고 자란 사람은 수동적이지 않다. 다시 말하면 수동적인 태도와 자기 비하의 감각은 서로 떼어놓기 힘들 만큼 깊이 연관되어 있다.

 

 

이런 부류에 속한 사람들이 나는 이런 문제들을 해결했다고 자기 과거를 능동적으로 받아들인다면 그들은 그 과정을 통해 자신감을 얻을 수 있다. 그러나 그들이 계속 수동적으로 남들이 시켜서 이런 일들을 했다고 받아들이면 그만큼 문제해결의 과정은 더 고통스럽고 자신감으로도 이어지지 않는다. 모든 일을 시켜서 했다고 받아들이느냐 내가 알아서 했다고 받아들이느냐의 차이다. <“인생의 무게를 가볍게 하는 심리학”에서 일부 요약 발췌, 가토 다이조 지음, 나무생각>

 

                                                                                                                                                <털이풀>

'독서 자료'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음의 약만들기!   (0) 2010.11.17
성형수술!  (0) 2010.11.17
행복 과 불행!  (0) 2010.11.12
무거운 짐!  (0) 2010.11.12
워킹푸어!  (0) 2010.11.11